흐름2015: 올해 눈길 끌만한 생명과학 의료기술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을 중심으로 이공계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인들이 참여한 과학저널리즘 동아리 ‘과감(科感)’의 몇몇 회원들이 새해 과학·기술과 관련한 뉴스를 전망해보았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다루지 못한 다양하고 가치 있는 소식들이 훨씬 더 많겠지만, <네이처>,<사이언스> 등 해외 매체들이 전망한 것들 중에서 과감 회원들이 토론을 거쳐 몇 가지를 추려보았습니다. 일곱 차례에 걸쳐 한 편씩 이곳에 올립니다. 근래에 잠잠했던 과감 회원의 활동도 다시 활발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사이언스온


[기획·취재] 김준 포스텍 학부생, 김현중 건국대 박사과정, 박준성 카이스트 석박통합과정, 박효진 카이스트 학부생, 오철우 한겨레 기자, 이은지 서울대 석사과정, 이혜림 직장인 (가나다 순)


▨ '흐름 2015' 일곱 가지 ▨


실감 나는 가상현실 대중화 기술 '성큼'

에볼라바이러스 질환 확산 언제 잡힐까

강등-승격 엇갈린 두 왜행성, 무대위로

'빛의 해' '흙의 해'…무엇을 기념할까

 …주목 받는 첨단 의료기술 어떤 게 있나… 

002015medical2.jpg » 심장 박동에서 동력을 얻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는 심박수 조절장치. 출처/ 유럽심장학회(ESC)

명현상을 둘러싼 여러 분야의 기초연구가 발전하면서 요새는 이를 의료 현장에 활용하는 의료기술에 관한 뉴스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다양한 측면에서 새로운 진전이 이뤄질 테지만, 여기에서는 일반인도 주목할 만하고 또한 해외 매체도 주목하고 있는 몇 가지 의료기술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물론 개중에는 아직 상용화까지는 한참 멀었는데도 설레발치는 소식도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동물실험부터 임상시험, 그리고 상용화까지는 큰 간극이 있다는 점과 일상에 도입하는 데 필요한 경제적 문제점 등을 염두에 둔다면, 상상만 했던 일들이 실제로 연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첫 번째는 출혈이 심한 환자의 생체 활동을 일시 정지시켰다가 다시 재생하는 기법입니다. 교통사고를 당해 피를 철철 흘린 환자가 응급실로 들어옵니다. 환자는 과다 출혈로 이미 쓰러져 일분일초가 숨가쁘게 흘러가는 순간, 컴퓨터 동영상을 정지시키듯이 이 상황을 멈출 순 없을까요? 미국 피츠버그대학 병원 연구진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세포 활동을 일시 정지시키는 가사상태 기법을 동물 실험을 통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가사상태 기법은 차가운 수액으로 혈액을 대체하고 수술 뒤에 다시 혈액을 채우는 과정을 따릅니다. 차가운 수액을 체내에 주입하면 체온이 섭씨 10도까지 급격히 떨어지고 호흡과 뇌 활동이 멈추게 됩니다. 이렇게 온도가 낮아지면 세포는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 간단한 당 분해 과정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게 되죠. 이 때문에 혈액 속 산소 없이도 몇 시간 동안 살 수 있게 되어 일시 정지시킨 뒤 치료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연구진은 이 개념을 동물 실험에서 실현해 다시 심장을 뛰게 하였으며, 사람에게도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 확인하고자 과다 출혈로 심장이 멈춘 환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과학 전문 매체인 <뉴사이언티스트>는 연구진이 올해에 이 기법을 사람한테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두 번째는 건전지를 갈아끼우지 않아도 되는 심박수 조절장치(pacemaker)입니다. 심장은 규칙적으로 뛰며 혈액을 온몸에 순환시켜 줘야 하죠. 부정맥 환자들은 이 심장박동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전기충격을 줘 심장박동 수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심박수 조절장치를 체내에 삽입하는 수술을 받곤 합니다. 그런데 심박수 조절장치의 건전지는 수명이 수 년밖에 되지 않아 수명이 다할 때마다 다시 수술을 통해 이를 갈아주어야 합니다. 불편할 뿐 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한데, 건전지 수명을 늘릴 순 없을까요?


스위스 베른대학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고자 동력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 자동손목시계를 본땄습니다. 아예 건전지가 필요 없는 기기를 고안한 셈이죠. 이렇게 개발한 심박수 조절장치는, 손목이 흔들릴 때마다 생기는 움직임에서 동력을 확보하는 자동손목시계처럼, 심장이 뛸 때마다 소형발전기를 돌려 동력을 얻어냅니다. 연구진은 개발한 시제품을 돼지에게 삽입해 심장 박동에서 얻은 힘만으로 돼지의 심박수 조절에 성공했습니다. 이 결과는 2014 유럽심장학회에 발표됐다고 하네요.


세번째는 눈 먼 사람에게 빛을 찾아주려는 광유전학 기법입니다. 정확히는 색소성 망막염처럼, 빛에 반응하는 시세포에 손상을 입은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치료 대상입니다. 이는 빛을 비췄을 때 신경세포를 켤 수 있는 기법인 광유전학을 이용한 것으로, 시세포가 빛에 반응하는 수용체를 만들어내도록 해서 빛에 대한 반응성을 되찾게 합니다. 빛이 눈에 비치면 이 단백질이 시세포를 작동시키고, 이것이 뇌로 전달되면 빛을 인지하게 된다는 개념이죠.


생명공학제약사 진사이트(Genesite)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쥐와 원숭이, 그리고 죽은 사람의 안구에서 이 개념이 실현 가능함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이 수용체는 특정 파장의 빛만 감지한다는 문제와 빛의 세기를 감지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어 외부 세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바깥 풍경을 찍은 뒤 그 빛의 양상을 수용체에 맞는 특정 파장대와 특정 세기로 변환시켜줄 안경을 고안했습니다. 이들은 올해 말쯤 시각을 상실할 위험이 없는 시각 장애인 중 자원자를 받아 안정성 테스트를 할 예정이라 하네요.


네 번째는 드디어 임상시험에 돌입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입니다. 아직은 줄기세포를 특정 세포로 유도할 수 있는 기술에 제한이 있어서 그런지, 이 또한 노화성 시력감퇴라는 특정 질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노화성 시력감퇴는 망막 상피가 노화해 발생하는데, 이 망막 상피는 빛을 받아들이는 시세포를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자칫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줄기세포를 망막 상피세포로 유도한 뒤 환자에게 주입해 망막 상피가 허물어지는 것을 막고, 나아가 망막 상피 재생까지 도모하는 것이 유도만능줄기세포 치료의 목적으로 보입니다.


노화성 시력감퇴 치료를 목표로 한 유도만능줄기세포 시술은 지난 9월 일본 내에서 원숭이와 쥐를 실험 대상으로 하여 안정성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승인 발표 바로 4일 뒤, 고베 시립 의료센터 중앙시민병원 의료진이 70대 여성에게 망막 상피세포를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이 망막 상피세포는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환자의 피부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킨 뒤 이를 다시 분화시켜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수술은 큰 문제 없이 잘 진행되었기 때문에 전세계 연구자들이 이번 수술 경과를 지켜보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이번 수술만으로 시력이 급격하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주입한 세포가 망막 상피가 허물어지는 것을 막으면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거나 암 세포로 성장하는 등 부작용은 회피할 수 있을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듯 합니다.


이외에도 이곳에 다 적지 못할 만큼 새로운 기술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이렇게 개발 중인 신기술을 바라볼 때에는 몇 가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지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대표적인 것이 기대효과와 치료 비용입니다. 최근 다양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며 더욱 각광 받고 있는 암 면역 요법을 예로 살펴 볼 수 있는데, 이는 약물을 이용해 인체 면역체계를 증강시켜 암을 치료하는 기법입니다. 암 면역 요법은 임상시험에서 다른 기존 치료법과 함께 쓰여 다양한 종류의 암, 특히 사망률이 높은 흑색종에서 높은 치료 효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쓰인 치료제 중 하나인 이필리무맙은 진행성 흑색종 환자 중 25% 가량에게만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암 면역 요법의 효과를 높일 수단과 또 다른 새 치료약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과장된 기대는 실망을 안길 수 있습니다.


또한 암 면역 요법을 비롯한 각종 첨단기술을 도입하면서 암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비용도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예컨대 미국과 영국에서 이필리무맙의 한 달 투여 비용은 약 수천만 원에 육박하고, 약값뿐 아니라 기존에 많이 쓰이던 방사선치료 비용도 미국 내에서 매년 25%씩 오르고 있어, 한쪽에서는 실제 치료 받는 기간만 고려해 항암치료 비용이 한 달에 1억 원을 돌파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치솟는 치료비로 인해 정작 많은 환자들이 이를 선뜻 고르지 못한다면, 새로 개발된 기술은 많은 이들한테 그림의 떡으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더 많은 환자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마련되길 기대해 봅니다.


[참고한 자료들]



가사상태 기법
http://www.newscientist.com/article/mg22430003.700-2015-preview-cheating-death-using-suspended-animation.html#.VLxYmSzisjc

심박 조절장치

http://www.sciencedaily.com/releases/2014/08/140831125051.htm

[번역] http://mirian.kisti.re.kr/futuremonitor/view.jsp?cn=GTB2014090072&service_code=03


광유전학 이용한 실명 치료
http://www.newscientist.com/article/mg22430003.600-2015-preview-first-human-trials-to-cure-blindness.html#.VLxYeCzisjc


유도만능줄기세포

http://www.nature.com/news/japanese-woman-is-first-recipient-of-next-generation-stem-cells-1.15915


암 면역 요법

http://www.sciencemag.org/content/346/6216/1450.1.full.pdf?sid=956ccc52-d252-445d-82a6-0c1b9a011e1c

http://www.nature.com/news/immunotherapy-s-cancer-remit-widens-1.13079

[번역] http://mirian.kisti.re.kr/gtb_trend/pop_gtb_v.jsp?record_no=239110&site_code=SS1020


김준 포스텍 생명과학과 학부생, ‘과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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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대학원생(석사과정)
“먹고 살 걱정 하는 세상을 넘어, 놀고 즐길 수 있는 세상으로.” 포스텍에서 학부를 졸업하고서 2015년부터 서울대 생명과학부에서 생명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학을 즐기고 있습니다. 제가 느끼는 열정과 기쁨을 다른 사람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자유로운 세상을 지향합니다.
이메일 : ecologicalj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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