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2015: 에볼라 공포 씻어줄 백신·치료제 기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을 중심으로 이공계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인들이 참여한 과학저널리즘 동아리 ‘과감(科感)’의 몇몇 회원들이 새해 과학·기술과 관련한 뉴스를 전망해보았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다루지 못한 다양하고 가치 있는 소식들이 훨씬 더 많겠지만, <네이처>,<사이언스> 등 해외 매체들이 전망한 것들 중에서 과감 회원들이 토론을 거쳐 몇 가지를 추려보았습니다. 일곱 차례에 걸쳐 한 편씩 이곳에 올립니다. 근래에 잠잠했던 과감 회원의 활동도 다시 활발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사이언스온


[기획·취재] 김준 포스텍 학부생, 김현중 건국대 박사과정, 박준성 카이스트 석박통합과정, 박효진 카이스트 학부생, 오철우 한겨레 기자, 이은지 서울대 석사과정, 이혜림 직장인 (가나다 순)


▨ '흐름 2015' 일곱 가지 ▨


실감 나는 가상현실 대중화 기술 '성큼'

올해 빛의 해, 흙의 해…무얼 기념할까

강등-승격 엇갈린 두 왜행성, 무대위로

주목 받는 첨단 의료기술 어떤 게 있나

 …에볼라바이러스 질환 확산 언제 잡힐까… 

002015ebola2.jpg » 사진에서, 한 임상시험 참여자가 지난해 9월 미국 국립보건원 임상센터에서 시험 중인 에볼라 백신을 맞고 있다.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개발한 백신(cAd3-ZEBOV)을 비롯해 세 가지 백신이 올해 1월 마지막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2013년 12월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시작해 확산한 에볼라 바이러스 질환(EVD)의 공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이달 13일 보고를 보면, 지금까지 에볼라로 인한 사망자 수는 8371명에 이릅니다. 국가별로는 서아프리카 3개국(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의 피해가 가장 크며, 스페인, 미국 등에서도 소수의 감염과 사망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선교나 의료지원을 위해 서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한 한국인도 에볼라 공포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기니를 방문했다가 입국한 남자 1명은 고열 증세로 격리 수용되었으나 다행히 채혈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최근 시에라리온에 파견되었다가 에볼라 감염 의심으로 독일로 호송된 긴급구호 의료대원도 1차 채혈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6년 콩고에서 처음 발견된 이래 발생 지역에 따라 다섯 가지 변종으로 나뉘며 변종마다 질병의 진행 상태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번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은 ‘자이르(Zaire)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에볼라 바이러스의 첫 발견 이래 가장 큰 규모로 발생한 유행이라고 합니다. 서아프리카인은 별미로 과일박쥐를 꼽는데, 이 야생동물을 날 것으로 먹다가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에 옮은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에볼라 출혈열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내출혈/외출혈 현상은 사망 직전 환자들한테만 나타나며, 주로는 발열, 근육통, 두통, 목 아픔 같은 증상이 나타나 감기나 독감으로 오인되기 쉽다고 합니다. 혈액, 대변, 토사물, 소변, 정액, 모유 등의 감염자 체액을 직접 접촉하는 것이 주된 감염 경로입니다. 또한 최대 21일 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 면역체계를 교란시켜 혈관 손상으로 인한 혈압 저하나 복합 장기부전을 일으키는데, 바이러스 변종 종류나 의료 조치에 따라 치사율은 최대 90%에 이르기도 한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견된 지 약 40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나 최근까지만 해도 치료의 초점은 고열, 두통, 구토, 설사 같은 증상을 완화하고 탈수를 막는 데 머물러 있었습니다. 박테리아와 달리, 바이러스는 매우 작아 항원으로 삼을 표적 단백질의 수가 제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실험실에서 배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안전과 보안 장치가 완벽히 갖추어진 안전한 일부 연구실에서만 관련 실험이 이뤄지고, 이 바이러스 자체가 희귀하고 발현을 예측하기 힘들어 치료제가 개발된다 해도 실험할 기회를 갖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결국, 아직 완벽히 효과가 밝혀진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는 상태에서, 보건의료 인프라가 부실하고 인구이동이 활발하며 많은 주민이 영양실조 탓에 면역계가 취약한 상태였던 서아프리카 3개국이 에볼라 유행에 유난히 더 취약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002015ebola1.jpg » 2013년 기니에서 자이르 변종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에볼라로 인한 피해를 나타낸 인포그래픽 출처/ http://www.who.int

최근 에볼라 백신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세계보건기구가 에볼라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상태(PHEIC)’로 선포하면서 동물실험 단계에 머물렀던 에볼라 백신의 연구개발도 탄력을 받아 왔습니다. 새해 들어, 자이르 변종 바이러스에 대한 두 가지 백신이 서아프리카 3국에서 2차와 3차 임상시험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하나는 미국 알레르기 및 전염병 국가 연구소(NIAID)와 영국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합작으로 개발된 것(“cAd3-ZEBOV”)이고, 다른 하나는 캐나다 공중보건복지부와 미국 생명공학 기업 뉴링크 제네틱스(NewLink Genetics)의 공조로 개발된 것(“rVSV-ZEBOV”)입니다.


두 백신은 모두 생명공학적으로 조작된 안전한 바이러스 벡터에다 에볼라 바이러스 유전자의 일부를 발현시킨 생백신입니다. 이 백신은 세포 안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일부 단백질을 발현하는데, 이를 항원으로 인지한 면역세포들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항할 항체를 생성하게 됩니다.


‘cAd3-ZEBOV’ 백신은 침팬지 아데노바이러스(Chimpanzee Adenovirus) 벡터에다 에볼라 유전자 일부를 발현시킨 것으로, 1차 임상을 마치고 약의 효능을 판별하는 3차 임상에 쓰일 투약 횟수 결정을 위한 분석 단계에 있습니다. 반면, 약독화시킨 수포성 구내염 바이러스(Vesicular stomatitis virus)를 벡터로 이용하는 백신 ‘rVSV-ZEBOV’는 1차 임상 중에 몇몇 지원자한테 관절염 유사 증상이 나타났으나, 최근 임상시험이 재개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지난 6일, 영국 옥스퍼드대학은 미국 제약회사 존슨앤존슨(Johnson & Johnson)이 개발한 백신의 임상시험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인간 아데노바이러스와 변형된 천연두 바이러스를 각각 벡터로 이용하는 이 치료법은 완전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 섭씨 영하 80도에 보관해야 하는 앞의 두 가지 백신과는 달리, 영상 2도~8도에서 백신을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기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외딴 지역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능한 모든 백신을 시도해보자.” 지난 10월에 열린 에볼라 퇴치를 위한 WHO 수뇌부 회의에서 제약회사들은 에볼라 관련 신약 개발과 생산을 위해 기꺼이 수억 달러를 투자하고, 서로 다른 백신의 공동 임상실험을 진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는 혼자만의 승리 전략, 즉 제약회사가 기존에 비밀리에 진행하던 신약개발 방식은 잠시 잊고, 에볼라 퇴치라는 모두의 승리를 위해 뜻을 모으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관련 임상실험 절차가 간소화되면서 역사상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에볼라 신약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백신들이 실제 에볼라 예방과 치료에 얼마나 큰 효과와 도움을 줄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6개월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백신 자체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놓지 않으면서 에볼라 공포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용어]


□ 벡터(vector): 외래 유전자를 다른 세포에 전달해 이를 복제 및 발현시키기 위해 쓰이는 운반체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유래 DNA가 사용된다.

□ 백신(vaccine): 항원, 즉 병원체를 약하게 만들어 인체에 주입하여 인체의 면역체계가 스스로 항체를 형성하도록 도와 그 질병에 저항 및 면역성을 갖추게 하는 의약품이다. 흔히 말하는 예방접종은 백신 주사를 맞는 것을 말하며, 종류로는 병원체를 완전히 죽여 만든 ‘사백신’과 약독화시켜 만든 ‘생백신’이 있다.

[참고한 자료들]


Ebola data and statistics: Situation summary, Latest available situation summary, 08 January 2015

http://apps.who.int/gho/data/view.ebola-sitrep.ebola-summary-latest?lang=en

Ebola: Mapping the outbreak

http://www.bbc.com/news/world-africa-28755033


Ebola virus disease

http://www.who.int/mediacentre/factsheets/fs103/en/


WHO plans for millions of doses of Ebola vaccine by 2015

http://blogs.nature.com/news/2014/10/who-plans-for-millions-of-doses-of-ebola-vaccine-by-2015.html


Ebola vaccines move closer to ultimate test

http://news.sciencemag.org/africa/2015/01/ebola-vaccines-move-closer-ultimate-test


WHO high-level meeting on Ebola vaccines access and financing

http://apps.who.int/iris/bitstream/10665/137184/1/WHO_EVD_Meet_EMP_14.2_eng.pdf


기니에서 귀국한 에볼라 의심환자 격리…1차 검사 음성

http://www.yonhapnews.co.kr/society/2015/01/05/0706000000AKR20150105171100017.HTML


에볼라 감염의심 의료대원, 독일병원 1차검진서 증세 無

http://joongang.joins.com/article/961/16846961.html?ctg=1300


박준성 카이스트 석박통합과정, '과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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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성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석박통합과정
어느새 스물여섯, 이제는 뭔가를 꼭 부여잡고 차근차근 해보렵니다. 퇴행성 뇌질환 환자들의 근본적인 질병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 whiungter@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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