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2015: 재가동하는 LHC…초대칭 입자 찾을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을 중심으로 이공계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인들이 참여한 과학저널리즘 동아리 ‘과감(科感)’의 몇몇 회원들이 새해 과학·기술과 관련한 뉴스를 전망해보았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다루지 못한 다양하고 가치 있는 소식들이 훨씬 더 많겠지만, <네이처>,<사이언스> 등 해외 매체들이 전망한 것들 중에서 과감 회원들이 토론을 거쳐 몇 가지를 추려보았습니다. 일곱 차례에 걸쳐 한 편씩 이곳에 올립니다. 근래에 잠잠했던 과감 회원의 활동도 다시 활발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사이언스온
[기획·취재] 김준 포스텍 학부생, 김현중 건국대 박사과정, 박준성 카이스트 석박통합과정, 박효진 카이스트 학부생, 오철우 한겨레 기자, 이은지 서울대 석사과정, 이혜림 직장인 (가나다 순)
▨ '흐름 2015' 일곱 가지 ▨
…재가동하는 LHC…기대모으는 새 입자…
» LHCb 실험 장치와 참여 연구진. LHCb는 우주대폭발 직후에 빛과 분리된 물질이 우주를 생성한 과정을 추적하는 실험 프로젝트이다. 출처/ CERN
일부에선 ‘21세기 초 최대의 물리학적 성과’로 불리기도 하는 힉스 입자 발견의 주인공,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가 성능 향상 작업을 위해 멈춰선 지 대략 2년만인 2015년 5월 다시 가동할 예정입니다. 지하 175 미터에 있으며 둘레가 27 킬로미터나 되는 이 거대 가속기는 13 테라전자볼트(TeV)의 전압으로 재가동되는데, 이는 예전 출력과 비교해 거의 두 배에 달합니다. 과학자들은 증강된 전압이 새로운 현상을 밝혀내는 데 보탬이 되어, 가속기의 새 실험 결과들이 입자물리학 표준모형의 부족한 점들을 채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단 새로운 LHC는 더 높은 에너지를 이용해 이전에 그 존재만 밝혔던 힉스 보존 입자에 대한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암흑물질, 반물질에 대한 연구에도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데요, LHC의 주요 실험 중 하나로 우주대폭발(빅뱅) 직후의 현상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LHCb 실험’의 책임자 셰어스(Shears) 교수는 “LHC에서 반물질을 보여주기를, 그리고 그것이 왜 이리 적은 양으로 존재하는지를 보여주길 바란다”며 “앞선 다른 실험들에서 왜 기대 밖의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단서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앞선 실험들이란, 대표적으로 암흑물질 입자를 직접 만들어 내려던 실험이 있었는데, 생성된 암흑물질 입자는 검출기에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고 빠져나가더라도 에너지의 결핍이 측정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런 관측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기대 밖의 결과라는 평을 들은 바 있습니다.
이처럼 증강된 LHC는 새로운 입자 발견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는 데 더해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게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초대칭성(supersymmetry)에 대한 증거를 발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초대칭이론(theory of supersymmetry)은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통합할 수 있는 이론으로 꼽히며, 표준모형의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론입니다. 초대칭성에 관련된 잘 알려진 이론으로는 ‘초끈이론’이 있지요. 하지만 이 이론의 치명적 단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초끈이론이 제시하는 ‘차원’ 같은 문제를 입증하거나 반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나마 입증할 수 있을 듯한 초입자(super particles)의 존재도 아직 본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롭게 가동할 LHC에서 초입자의 존재를 찾을 수 있느냐는 상당히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는군요. 반대로 만약에 이 입자를 발견하지 못하면 이 이론은 힘을 많이 잃을 것 같습니다.
초끈이론에 대해서는 <네이처>의 지난해 마지막 호에 일부 과학계의 우려에 관한 글이 실리기도 했는데요, 간단히 요약하면 일부 이론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론이 충분히 우아하고 설명적이면 굳이 실험으로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것, 그리고 이런 태도는 물리학을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대전제를 무너뜨리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는 것입니다. 이 글의 필자들은 끈이론이 입증하기 힘든 이론이기 때문에 과학적 이론이라고 부르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전개합니다. 이에 대해 거의 유일한 입증 방법이 바로 초입자의 발견이고, 그래서 이번 강화된 LHC가 초입자를 발견한다면 위대한 발견이 되겠으나 발견하지 못한다면 끈이론은 여전히 이론적인 힘을 지니기는 하겠지만 현재와 같은 이론의 지위에는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입자들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일부 과학자들은 “가속기에 기반을 둔 입자물리학의 미래를 위해서는 이미 입증된 표준모형 너머에 있는 뭔가 다른 것을 발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누가 뭐래도 ‘물리학의 새로운 미스터리를 LHC가 얼마만큼 파헤칠 수 있는가’에 대한 주목도는 상당히 높습니다. 그래서 2015년에 다시 가동하는 이 거대한 ‘빅뱅 머신’ 친구의 새로운 시작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듯합니다.
한편 한국의 입자가속기 현황을 돌아보면, 대전 기초과학연구원 부지에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이런 소식은 일찌감치 나왔으나 그동안 입지 논란이나 정치적 갈등에 휘말리며 시공이 미루어져 왔는데, 지난해 말 미래부의 실시계획 승인과 입지 문제가 확정되면서 공사가 다시 본 궤도에 올랐다고 합니다. 2019년 준공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완공되면 핵물리·물성·의생명 과학 분야의 과학자들이 모여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기초과학 연구시설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참고한 자료들]
LHCb 실험
http://lhcb-public.web.cern.ch/lhcb-public/
Shears 교수의 BBC 인터뷰
http://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30132561
2014년 12월16일 <네이처>에 실린, 끈이론에 대한 우려의 코멘트
http://www.nature.com/news/scientific-method-defend-the-integrity-of-physics-1.16535
<사이언스>에 실린, LHC에 대한 여러 과학자의 의견 뉴스
http://www.sciencemag.org/content/315/5819/1657.summary
미래창조과학부 중입자가속기 개발과 운영 지원 규정
http://www.msip.go.kr/web/msipContents/contentsView.do?cateId=mssw352&artId=1215347
김현중 건국대 박사과정, ‘과감’ 회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사이언스온의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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