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 수능문제 논란 뭡니까’ 과학자와 기자의 페북수다

  취재수첩  

생명과학 문제논란은 ‘과학현장 모르는 교과서의 구조적 문제때문?’

실제론 교과서에 충분히 서술돼 “ㄴ을 ㄱ으로 착각한 출제실수인듯”





근 치른 대입 수학능력시험의 과학탐구 생명과학 과목에 출제된 문제 하나가 출제오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문제가 된 시험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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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당을 먹이로 줄 때에 젖당을 분해해 포도당을 영양분으로 흡수하는 대장균의 대사작용을 유전자와 단백질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 문제였습니다. 여기에서는 ‘젖당 오페론’이라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어야 문제의 정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위 그림 (가)에서 “구조 유전자”는 젖당 분해 효소인 ‘베타-갈락토시데이스’를 발현하는 유전자입니다. 하지만 늘 작동하는 게 아니라 젖당 먹이가 있을 때에만 작동합니다. 그림을 보시면, 작동하지 못하도록 억제 조절을 하는 조절유전자가 이 구조 유전자 곁에 붙어 있는 게 눈에 띕니다. 그림 (가)에서는 ㉠이 그것입니다. 여기에서 만들어내는 억제 단백질이 젖당 분해 효소 유전자의 발현 스위치 격인 “작동부위”를 막고 있기 때문에 젖당 분해 효소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젖당 먹이가 있는 환경에 놓이면, 대장균은 영양분인 포도당을 얻기 위해 젖당 분해 효소를 만들어야 하겠지요. 시험 문제처럼 젖당이 있는 환경에서는, 억제 단백질이 구조 유전자의 작동부위에서 떨어져 나갑니다. 젖당은 작동부위를 막고 있는 억제단백질을 떨어뜨리는 구실도 하지요.


자, 그러면 이제 구조 유전자의 작동부위가 억제 단백질에서 해방되었으니 구조 유전자가 젖당 분해 효소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것이지요.


조절유전자는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억제단백질을 만들어냅니다만, 젖당이 구조 유전자의 작동부위에서 붙어서 구조유전자를 억제하던 억제단백질을 떼어내고 있으니, 이제 젖당 분해 효소를 만드는 구조 유전자는 젖당 분해 효소를 만들기 시작할 겁니다. 이제 효소를 만들려면 RNA 중합효소가 먼저 그 유전자의 시작 부위인 '프로모터'에 달라붙어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즉, 위 그림 (가)에서 ㉡에 RNA 중합효소가 달라붙어야 하는 것이지요(아래 교과서 그림 참조).
00exam7.jpg » 오른쪽 교과서의 그림에서 RNA 중합효소는 구조 유전자의 프로모터 부위에 결합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왼쪽 시험문제의 그림 (가)에서 보면 (ㄴ) 부위가 프로모터이다. 그러나 시험문제에서는 이런 교과서의 설명과 달리 RNA 중합효소가 (ㄱ) 부위에 결합한다는 설명이 올바른 것이라고 잘못 정답 처리를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출처/ 수능문제, 생명과학2 교과서(교학사)
런 내용을 다루는 수능 생명과학 문제를 놓고서, 오늘 페이스북에서 국내 생명과학자 1명, 해외 생명과학자 2명과 함께 우연찮게 아침부터 2시간 넘게 수다와 토론을 벌였습니다. 수능 문제에서는 "젖당이 있을 때 야생형 대장균에서 RNA 중합효소는 ㉠에 결합한다"는 <보기 ㄱ>의 설명도 틀린 것인데, 출제기관이 <보기 ㄱ>을 올바른 설명으로 처리해 <보기 ㄱ>과 <보기 ㄴ>을 옳은 설명으로 본 (4)번을 정답으로 발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었다는 점이 수다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미 많은 수험생이 출제 오류를 지적하며 항의하고 있으며, 여러 신문과 방송도 이를 보도했습니다. 여러 매체에서는 '과학현장의 최신 지식을 따라오지 못한 채 낡은 지식에 갇힌 교과서' 때문에 이런 출제 논란이 빚어졌다는 식의 보도들이 나왔습니다. '교과서 기준으로 보면 맞지만, 과학현장에서 보면 틀리다'라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자연히 페북 수다는 우리나라 교과서와 과학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를 다시 떠올리는 데에서 시작했습니다.

런데 수다와 토론을 거듭하면서, 또 직접 생명과학 교과서를 펼치고 관련 대목도 살펴보면서 뭔가 이상한 점이 느껴졌습니다. 교과서의 설명은 대체로 정확했습니다. 그런 교과서의 설명을 기준으로 보면, <보기 ㄱ>은 '틀린 설명'이었습니다. 즉, <보기 ㄱ>이 올바른 설명이냐 틀린 설명이냐의 논란은 우리 교육의 문제도 아니고 교과서 서술체계의 문제도 아니었습니다. 대체로 정확한 교과서의 설명과 다른 틀린 설명이기 때문에 틀린 설명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출제오류 사태는 '교과서 서술체제의 문제'가 아니라 아무리 봐도 오타 같은 단순 실수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수다와 토론이 도달한 결론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언론 보도를 보니 언론들은 이번 출제오류 사태에 너무 큰 의미를 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보기 ㄱ>이 '교과서로 보면 맞을 수 있지만 과학현장의 지식으로는 틀리다'는 설명은 실제 교과서를 살펴볼 때 사실에서 거리가 한참 먼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교과서를 제대로 보면, <보기 ㄱ>의 설명이 오류임이 훨씬 더 선명하게 확인되니까요(아래 교과서 내용 발췌).


교과서를 근거로 삼아 볼 때에 이번 문제에서 (4)번을 정답 처리한 것은 ‘학술적 논란’의 성격이 아니라 '단순한 실수'(예컨대 보기 ㄱ에서 ㉡을 ㉠으로 잘못 쓴 오타 실수 같은)인 것으로 여겨지며, 이 때문에 복수정답 처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 수다와 토론을 (토론자를 익명으로 처리하고서) 약간 다듬어 이곳에 옮깁니다. (자주 등장하는 과학 용어를 다듬지 못해 죄송합니다, 중간의 교과서 설명 부분을 먼저 읽으면 조금 편할 수 있습니다. 공부를 하려는 건 아니니 건너뛰며 대충 읽으셔도 됩니다.^^)


[페북 수다와 토론 =생명과학자 셋 + 기자 하나]



…뭐가 논란인 거지?


국내 생명과학자:


[뉴스] 올해 수능 생명과학 8번 문제 정답 ‘오류’ 논란...


고교 교사들 가운데 이해도가 최소 대학 수준은 되는 사람들이 출제를 하게 하거나 해야지... ㅠㅠ

워낙 논란이니 저도 설명 조금. ^^  두 가지 유전자가 등장하는데요. 메인 유전자는 (젖당이 없는) 평소에는 만들 필요가 없으므로, 이 유전자의 프로모터(promoter)에는 평소에는 다른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단백질이 결합하여 RNA 중합효소의 결합을 방해. 젖당(실제론 젖당에서 유도된 분자)이 존재할 때는 이 단백질은 젖당과 대신 결합.

그런데 다른 유전자는 또 어떻게 조절되어 만들어지는가 하는 문제가 생기게 되죠? 즉, “1유전자는 2유전자에 의해 조절, 그럼 2유전자는 또 누구에 의해?”가 되는 것이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냥 2유전자의 단백질 극소량을 늘 꾸준히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경우에 그렇게 합니다. 따라서 “ㄱ. 젖당이 있을 때”라는 표현 자체가 황당한 소리인 것이죠. 생물체는 진화를 통해 놀랍도록 “말이 되는 방법”들을 좍 가지고 있는데... 사람들이 이걸 복잡하고 애매한 걸로 만들어 버리네요. 생물학이 한국에서 고생이 많아요. ㅠㅠ

전에 트윗에도 적었던 기억이 나는데, 한국의 고등학교 생물학은 실제 생물학이 아니고, “저들만의 이상한 학문”인 것 같더군요. ㅠㅠ 어떻게 하면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ㅠㅠ


[……]
 

국내 생명과학자:

하고 있는 일이 있어 지금 초죽음 상태인데, 설명하는 김에 화끈하게! ^^

00exam5.jpg 그러니까, 그림에서 ㉠으로 표시된 것도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이 유전자도 역시 조절이 되어야겠죠? 문제는, 이렇게 되면 이 유전자를 조절하는 또 다른 유전자가 필요하고, 그 유전자는 다시 또 다른 유전자가 필요하고, 끝이 없게 되는 거죠.

한 가지 해결책은, ㉠유전자는 조절을 안 해버리는 겁니다. 대신 아주 소량만 늘 일정한 양을 만들게 하면 되겠죠? 약간은 낭비가 되는 것이지만, 이건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도저히 어쩔 수가 없잖아요.

따라서, 보기의 ㉠이 엉뚱한 소리가 되는 겁니다. 이 유전자는 젖당의 존재와는 무관하게 항상 발현되는 (즉, RNA 중합효소가 늘 붙을 수 있는) 유전자이죠.

옳은 것을 고르라고 했으니, 이게 들어 있는 것은 답이 아닌 것이죠.


해외 생명과학자 A:

하여간 문제가 좀 이상하다고 말할 밖에요. 젖당이 있을 때 안 붙는 건 아니니까 (논리적으로는) 틀린 문장이 아니거든요.


국내 생명과학자:

ㅎㅎ 제가 용어 선택을 잘못했네요. 다음과 같이 수정합니다.

보기 ㄱ은, 논리학이나 수학에선 맞는 문장일지 몰라도, 생물학에서는 틀린 문장입니다. ^^


해외 생명과학자 A:

유전자에 중합효소가 붙는다는 표현도 저한테는 참 어색하게 들리네요. repressor(억제 단백질)가 operator(작동부위, 작동자)에 붙는다, 이런 식으로 말하면 몰라요. 중합효소가 유전자에 붙는다? 한참 어리둥절했어요. 그래서 그 조절유전자가 lacI 유전자(젖당분해 억제 유전자)가 아니라 다른 건가 싶더라구요.


국내 생명과학자:

ㅎㅎ 정말로 엄밀하게 하자면 끝이 없겠네요. ^^




…RNA중합효소 어디에 붙나


해외 생명과학자 A:

그래서 일부에서는, 붙더라도 조절유전자에 붙는다기보다는 그 앞에 프로모터에 붙는다고 이야기하더군요. 한 문장 안에 애매한 내용이 한둘이 아녜요. ㅎㅎ


국내 생명과학자:

예 ㅎㅎ


해외 생명과학자 A:

어쩌면 ㉠(조절유전자)에 붙는다가 아니고 ㉡(프로모터)에 붙는다였는데, 출제자가 실수했을 수도 있겠고요.


국내 생명과학자:

한 가지 생각이 문득. 학부 생물학 과목에서는 이 오페론(operon) 조절 메커니즘이, 정말 복잡하나 재밌고, 학생들 논리적 사고에도 큰 도움이 되고, 그러면서도 깔끔하고 명쾌한 문제들을 내는 주된 아이텀이거든요. 어쩌다가 한국에서는 애매한 시험 문제가 나오는 대상이 되었는지... ㅠㅠ

☞용어설명: 오페론

오페론(Operon)은 조절유전자(regulatory gene), 작동유전자(operator), 프로모터(promoter), 구조유전자(structural gene)들을 포함한 효소합성에 관여하는 일련의 DNA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미생물 유전에서 발견된 것으로 연관된 유전자들을 하나의 전사단위로 묶음으로써 연관된 유전자들을 통일적으로 조절한다. F. Jacob와 J. Monod가 1961년 오페론설을 제창하였다.(위키백과)


해외 생명과학자 B

제 생각엔 시험문제에서 조절유전자가 operator를 뜻하는 것 같고요. 문제의 lac operon(젖당 오페론)에서 ㉠과 ㉡을 각각 프로모터와 조절유전자로 표시해야 할 것 같은데 순서가 거꾸로 되어 있는것 같습니다. 따라서 출제자는 원순서대로 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알고 답이 ㉠과 ㉡이라고 해놓은 것은 아닐까요?


해외 생명과학자 A

저도 잠깐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문제에 보면 operator는 ‘작동부위’라고 따로 표시해 놨어요. 프로모터와 구조유전자 사이에.

00exam1.jpg


해외 생명과학자 B:

아, 그렇군요. 작동부위가 operator로군요. 그럼, 여기에서 말하는 조절유전자는 lacI(젖당 분해 억제 단백질)를 코딩하는 유전자로 보면 되겠군요.


해외 생명과학자 A:

저도 한글 표현이 익숙치를 않아서 문제를 이해하는데도 한참 걸렸어요. ㅋㅋㅋ

저도 뭐 애들 가르치고 시험문제 만들고 하는 사람이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고 있는지 테스트하는 시험문제는 딱 핵심만 명확하게 물어 보면 된다고 봐요. 이 오페론에서는 젖당이 있을 때와 없을 때 lac repressor(젖당 분해 억제 단백질)의 작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만 물어보면 되는 건데 싶네요.


국내 생명과학자:

그런데 엄밀하게 따지면 답이 그렇다는 것이고, 애초에 문제를 이렇게 내는 게 아니죠. 원래 이 오페론 조절 매커니즘은, 대학 생물과 학생들에게 논리적 사고 훈련까지 시켜주는, 시험 문제 내기 아주 좋은 아이템이거든요.

우리도 문제은행 방식으로 바꾸고, 수능 보는날까지 호텔에 가둬놓고 출제하는 식으로 하는 걸 끝내야 할 터인데요...

40대 이하에서는, 돈 따위에는 유혹 당하지 않을만큼 올바른 정신을 가진 사람들도 이젠 충분히 존재하지 않을까요? 우리도 이젠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른 취급을 해줘야 어른이 되겠죠...

아 참, 이렇게 문제은행 방식으로 하면, 일 년에 대여섯 번 시험을 보는 것도 가능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큰 장점이죠. 엉터리 시험 문제가 만들어질 소지를 줄여주는 것과 함께... 으... 점점 생각이 복잡해지네요. ㅠㅠ 모든 문제가 복기 되어 음성적으로 돌아다닐 거라는 공포가... 수능시험의 개념 자체를 바꿔야겠죠. 적성시험과 전공시험으로 나누고, 상위권 대학에서도 반영을 최소 8:2 정도로 하게 하고. 문제가 첩첩산중입니다.


기자:

혹시 “젖당이 있을 때...결합한다”가 틀린 게 아니라 “RNA 중합효소는 ㉠에 결합한다”가 틀린 건 아닐런지요? (제가 잘 몰라서 ㅎ)

문제에 “㉠과 ㉡은 각각 조절 유전자와 프로모터 중 하나이다”라는 설명이 나오는데, ㉠ = 조절유전자, ㉡ = 프로모터라고 단언해서 얘기할 수도 없겠네요.


국내 생명과학자:

대장균에서 실제 위치들은... 프로모터는 구조 유전자 앞에 위치하고, 그 사이에 “작동부위”가 위치하죠. 조절유전자는 좀 떨어진 앞쪽에 있고요. 조절 유전자도 다시 프로모터와 구조 유전자로 나눠집니다. 이 경우엔 “작동 부위”는 없고요.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는 표현도 엉터리 소리이긴 하죠. 조절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결합하는 것이니...그렇지만 젖당의 존재 유무와는 무관하게 결합을 한다는 점에서 <보기 ㄱ>에서 “젖당이 있을 때 결합한다”는 설명도 틀린 거죠.


해외 생명과학자 A:

@기자/ 그림 (나)를 보고 유추해야 해요. 결손되었을 때 성장 패턴을 보면 ㉠은 조절유전자, ㉡은 프로모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국내생명과학자/ 저도 유전자에 결합한다는 말이 영 거시기하다 생각해요. 뭐 합성하면서 지나가는 거니 그것도 결합이라고 우길 수 있죠. 결합한다는 말 때문에 “㉡에 결합한다”를 실수로 “㉠에 결합한다”로 잘못 문제를 냈던 게 아닌가 혼자 추측해 봤어요. ㉡에 결합한다고 하면 뭐 말이 되니까요.



교과서를 읽어보자…


기자:

그림 (나)에서 보면 A대장균은 조절유전자가 결실된 돌연변이, B대장균은 프로모터가 망가진 돌연변이 같아 보이는데요, 설명에는 여전히 ㉠이 무엇이고 ㉡이 무엇인지는 지정되지 않는 듯한데요.

하지만 국내생명과학자 님의 설명을 보더라도, 그리고 교과서(<생명과학Ⅱ>, 교학사)의 그림을 보더라도 ㉠이 조절유전자인 것은 분명해 보이니, 결국에 “RNA 중합효소는 ㉠에 결합한다”는 진술이 틀린 것이네요. “젖당이 있을 때”는 모호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지만,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는 진술은 확실히 틀린 것이 아닌지요? (잘 몰라서 ㅎ)

00exam4.jpg » 젖당이 없을 때(위)와 있을 때(아래)의 젖당 분해 효소 발현 과정을 보여주는 교과서의 그림. 이번 시험문제는 아래 그림인 '젖당이 있을 때'의 경우를 묻고 있다. RNA 중합효소가 프로모터(시험문제 ㄴ부위)에 결합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출처/ 생명과학2 교과서(교학사)


국내 생명과학자:

저는 그 반대라고 생각합니다.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는 봐줄 수 있는 정도의 부정확이고요, “젖당이 있을 때”는 핵심적인 부분을 잘못 말한 종류의 틀린 소리죠.

혹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설명 조금... ^^ ㉡은 프로모터인데, 프로모터는 유전자가 아니고, 훨씬 짧은 염기서열입니다. RNA 중합효소가 이곳에 붙어서 그보다 아래쪽에 있는 유전자가 발현을 하죠. ㉠은 조절유전자. 조절 유전자도 그 나름의 완벽한 유전자. 즉, 따로 프로모터도 있어야 함. lac operon(젖당 오페론)의 조절유전자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요렇게 잘 생긴 녀석입니다. 크기도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죠.

http://en.wikipedia.org/wiki/Lac_repressor

Lac repressor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해외 생명과학자 A:

@기자/ ㉠과 ㉡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문제의 일부예요. 그림 (나)의 형질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


기자:

참고로, 교과서 안의 관련 설명 대목을 그대로 옮겨볼게요^^ 


“원핵생물에는 프로모터와 구조 유전자 사이에 작동자라고 불리는 짧은 DNA가 위치하는데, 이 작동자 부위에 억제단백질이 견고하게 달라붙어 RNA 중합효소가 구조 유전자를 전사하는 것을 방해한다. 만약, 억제 단백질이 작동자에 부착되어 있지 않으면 구조 유전자의 전사가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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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을 암호화하는 구조 유전자와 구조 유전자의 발현 조절 부위인 프로모터, 작동자를 합쳐서 오페론이라고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오페론으로는 대장균에서 젖당 대사에 관여하는 젖당 오페론이 있다. 젖당 오페론은 세 가지 구조 유전자와 프로모터, 작동자로 구성된다.

대장균이 포도당 배지에서 배양될 때에는 그림2-33과 같이 억제단백질이 작동자에 붙어 구조 유전자의 전사를 억제함으로써 젖당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가 합성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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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젖당 배지에서 자랄 때에는 그림 2-34와 같이 억제단백질이 젖당이 결합하여 억제 단백질의 구조를 변화시킨다. 이렇게 구조가 바뀐 억제단백질은 작동자에 붙지 않아 RNA 중합 효소가 프로모터 부위에 부착되어 구조 유전자가 전사되면 mRNA가 만들어지고 이로부터 효소가 합성된다. 이때 젖당이 억제 단백질과 결합하여 구조 유전자의 발현을 유도하기 때문에 젖당을 유도물질이라고 하며, 젖당의 존재 유무에 따라 단백질 합성이 조절된다.

한편 억제 단백질은 조절 유전자에 의해서 암호화된다. 조절 유전자 자신도 프로모터를 가지고 있지만 프로모터와 조절유전자 사이에는 작동자가 없어 억제 단백질은 지속적으로 합성된다.”(생명과학Ⅱ, 교학사, 151-152쪽)


국내 생명과학자:

00exam6.jpg 내친김에 설명 계속. 조절유전자가 없으면, 방해꾼이 없어진 것이므로, 젖당 분해 효소가 항상 발현이 되어 버립니다. (젖당은 자연계에 드물게 존재하므로, 필요할 때만 만드는 게 정답이죠. 이런 대장균은 경쟁에서 도태되어 사라짐)

그래프에서 A가 시간 0분부터 대장균의 수가 좍 올라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죠.

야생형의 경우에는, 없던 효소를 DNA -> RNA -> 단백질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야 하므로,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래서 처음엔 대장균 수가 증가하지 못하죠.

 B는 대장균 수가 계속 0인 이유는, 프로모터가 아예 제거되었으므로 그 프로모터가 있어야 작동하는 효소를 만들지 못하게 된 것이죠.

에너지 원으로 오직 젖당만 넣어준 배지입니다. 젖당 분해 효소가 없으면, 대장균의 수가 증가할 수가 없는 거죠.

이젠 그래프도 이해가 되시죠? ^^


기자:

@국내생명과학자/ 네에^^ 근데 문제 설명엔 “㉠과 ㉡은 각각 조절유전자와 프로모터이다”라고 한 게 아니라 “㉠과 ㉡은 각각 조절유전자와 프로모터 중 하나이다”라고 되어 있으니, ㉠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알기 어려울 듯해서 그런 질문을 드린 것이었습니다. ㅠ


국내 생명과학자:

ㅎㅎ 그래프에도 A = ㉠, B =㉡이란 것은 나타나지 않았네요.

A = 조절 유전자 결실. B = 프로모터 결실. 이것은 그래프에서 유추할 수 있고요. ㉠이 조절유전자인지, ㉡이 프로모터인지 부분이 문제인데... 프로모터는 반드시 구조 유전자와 바로 인접해 있어야 하는 것이 일종의 규칙이긴 한데...


해외 생명과학자 A

국내생명과학자 님이 이미 설명하셨고... 그래서 성장 패턴을 보면 A는 조절유전자가 망가져 있고, B는 프로모터가 망가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국내 생명과학자:

조절유전자도 DNA -> RNA -> 단백질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라, 이런 경우에는 RNA 중합효소가 조절유전자의 프로모터에 가서 결합해야 합니다.


해외 생명과학자 A:

사실 이 표현형 보고 유전형 맞추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문제인데...

@기자/ RNA 중합효소가 mRNA를 합성하려면 그 유전자를 쭉 읽고 지나가야 해요. 그래서 그걸 유전자에 RNA 중합효소가 결합했다라고 표현한다면... 뭐 어색한 표현이긴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기자:

@해외생명과학자A/ 프로모터 ㉡지점이 표시된 그림에서도 유효한 것인지요? ^^


해외 생명과학자 A:

무슨 말씀이신지...?


국내 생명과학자:

오, 교과서 내용은 제대로 되어 있네요.


기자:

@해외생명과학자A/ 저의 질문이 잘 전달되지 않아서 ^^;; 다시 정리해서 여쭈면, 그러니까 그림을 보면 A돌연변이는 조절유전자가 망가지고 B돌연변이는 프로모터가 망가진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 지문에서는 조절유전자의 위치와 프로모터의 위치가 설명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과 ㉡ 중 하나이다”로 되어 있습니다. 즉 ㉠이 조절유전자이고 ㉡이 프로모터라는 것은 문제의 지문에서는 확인할 수 없고, 다만 수업시간에 생물학교과서에서 오페론 구조를 배운다면 ㉠이 조절유전자이고 ㉡이 프로모터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1). 그렇게 보면, ㉠이 조절유전자 지점이고 ㉡이 프로모터 지점이라는 것을 아는 것은 그림을 풀어 찾는 게 아니라 사전지식을 통해 파악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게 첫번째 물음이고요 ....

(2) 또한 다른 그림을 보면서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말로 설명할 때 “조절유전자에 결합한다”고 해도 대충 통하지만, 조절유전자와 프로모터가 특정한 지점에 표시된 그림을 보면서 말할 때에는 프로모터 지점에 결합한다고 말해야 맞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게 두번째 물음이었습니다. 즉 프로모터 지점 표시가 있는 그림이 제시될 때에도 조절유전자에 결합된다고 말해도 맞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가 궁금했습니다. ^^



ㄴ을 ㄱ으로 착각한 오타일까?…


해외 생명과학자 A:

@기자/ 아...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어요. 문제를 다시 살펴 보니 정말 구조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하네요. 그런데 그 사전지식이 프로모터의 의미를 알면 당연한 거라... 프로모터는 발현되는 유전자 바로 앞에 있어야 하거든요. 프로모터의 의미를 안다면 ㉡을 고르는데 문제가 없습니다. ㉡이 프로모터라는 건 유전자 앞이라는 위치로 아는 거고, ㉡이 결여된 돌연변이를 찾는 것은 성장 패턴을 보고 아는 것이네요. 제가 그냥 당연하게 받아 들이고 있어서 질문을 이해 못했네요. ㅎㅎ


기자:

@국내생명과학자/ 네에 ㅠㅠ 제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서, 그냥 제가 이해하는 수준에서 말씀드리면 “젖당이 있을 때에만”으로 제한조건을 단 게 아니라 “젖당이 있을 때” 야생형대장균에서 (억제단백질이 작동부위에서 떨어져나가) RNA중합효소가 프로모터에 결합한다(그리하여 구조유전자의 전사를 시작한다)라고 한 진술은 일반 상황에서 틀리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RNA중합효소가 이때에 구조유전자의 프로모터 지점(㉡)가 아니라 조절유전자 지점(㉠)에 결합한다고 한 것이 더욱 더 이상한 진술이 아닌가 하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해외 생명과학자 A:

그래서 저도 ㉠에 결합한다가 아니고 ㉡에 결합한다고 문제를 내려다 실수한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국내 생명과학자:

아, 그렇겠네요. 저도 같은 생각이...


기자:

방송 뉴스, “학자들은 RNA 중합효소가 조절유전자에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조절유전자 앞의 다른 쪽에 결합하기 때문에 ㄱ도 틀렸다고 합니다”라고 전하네요. 근데 이게 뭔말인가요? “조절유전자 앞의 다른 쪽”이란 ㉡(구조유전자 프로모터)도 아니고 또다른 곳인가요? 억제단백질을 만드는 조절유전자의 프로모터는 아닐텐데요? 에휴 복잡해요.


해외 생명과학자 A:

@국내생명과학자/ repressor(억제 단백질)가 있다고 유전자가 전혀 발현되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요샌 single cell 실험도 하잖아요.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젖당을 넣어줬다고 해서, 모든 세포에서 동시에 lac operon(젖당 오페론)이 작동하기 시작하지 않더군요. 


국내 생명과학자:

예, 그렇죠. ^^


해외 생명과학자 A:

@기자/ 맞아요. 그분들은 조절유전자의 프로모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모든 유전자는 발현되려면 프로모터가 있어야 하고 조절유전자도 예외는 아니죠.


국내 생명과학자:

ㅎㅎ 지금 몇 사람이 모여서 열심히 토론한 결론. 뭐가 잘못되었는지 드디어 파악이 되었네요. <보기 ㄱ>에서 원래 의도는 ㉡으로 출제하려던 문제였는데, ㉠으로 오타? 드디어 논리적으로 명확하게 이해가 되네요. 하던 일을 미루고 페북 토론에 매달린 보람이 있네요 ^^


기자:

그러면 결국 교과서의 설명에 큰 문제는 없고, 교과서에 바탕을 두어 문제를 풀 때에, 맞는 말은 ㉡뿐인 게 되는 거겠군요(결과적으로 문제 정답 처리가 잘못됐다는 결론은 동일하겠지만요). 근데 방송 뉴스는 혼란스럽습니다. 아까 인용된 부분도 그렇고, 뒤이어 나오는 “수능 이의신청 게시판에도 이미 100개가 넘는 글이 올라와 있습니다. 하지만 고교 과정에서는 조절 유전자의 상세한 기능에 대해서는 배우지 않기 때문에 논란은 남아 있습니다.” 이건 조절유전자의 상세한 기능과 관련된 게 아니라, 오페론의 일반적인 작동 메커니즘을 묻는 거로 볼 수 있는 거고, 사전지식으로 익힌 프로모터와 조절유전자의 위치를 알고 있으면 풀 수 있는 게 아니었을까요?

장시간의 페북토론의 결론- 이건 출제자의 단순실수 같습니다. ㅎ


국내 생명과학자:

그러니까, 출제자가 잘못 출제한 문제가 아닌 겁니다. 그냥 워드프로세서 입력 오타인 거죠. 이해 부족으로 잘못 출제한 문제도 아님. 그냥 오타임. ㅠㅠㅠㅠㅠㅠ.. 오타설은 설이 아니고 명확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해외 생명과학자 A:

@국내생명과학자/ … 그 오타의 가능성은 제가 한참 전에 저 위에 써놓았던 것. ㅎㅎ 근데 뭐 추측일 뿐이니까요. 근데 오타를 가지고 아니라고 우기는 게 말이 될까요? 만일 그렇다면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이죠. ㅎㅎ


국내 생명과학자:

오타라면 모든 게 설명이 됩니다. 반면에 그밖의 다른 설명은 모두 조금씩 개운치가 못함.


해외 생명과학자 A:

동감. ^^



…'과잉 의미' 보도?


기자:

어찌보면 과학계 논란보다는 보도 해프닝으로 보이기도 해요. 교과서를 직접 확인했으면 별로 어렵지 않게 왜 수험생들이 문제제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학술적인 논란 식으로 확장된 것 같습니다. 이런 토론을 벌이고 나서 아침에 읽은 어느 기사도 다시 보니 해프닝처럼 보이네요. 여기 페북 토론 내용을 약간 다듬어서 “생명과학2 수능문제 둘러싼 페이스북 토론”을 익명 처리해 올릴까 합니다.^^;


해외 생명과학자 A:

@기자/ 프로모터가 그림에 표시되어 있을 때에도 조절유전자에 중합효소가 결합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물으셨죠? 젖당이 있을 때 구조유전자가 만들어지니 프로모터에는 당연히 붙는 거구요, 조절유전자에도 붙는다고 해도 틀렸다고 하긴 그렇지만 표현이 좀 어색하다… 뭐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요.


국내 생명과학자:

저도 동감. 학술적인 논란 거리가 전혀 아닙니다. 세상에, 단순 워드프로세서 입력 오타 가지고 학술적인 논란이라니... ㅠㅠ


해외 생명과학자 B:

저도 공감!!! 처음에 저는 문제에 작동부위라고 적혀 있는 걸 못봐 헷갈렸어요. (해외생명과학자A 님이 알려주시더군요) 작동부위도 사실 여러 의미가 담길 수 있지만...저는 처음에 조절유전자가 operator를 지칭하는 줄 알았어요... 여전히 한국말의 예매함이... 정말 한국말 용어에 대한 정리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해외 생명과학자 A:

어느 신문 기사에선 야행성 대장균이라고 하네요. 또 ‘교과서 내용을 봐서는 맞는 답’이라니…, 이건 뭔 소리인지.


국내 생명과학자:

ㅎㅎ 거국적인 희극 한 편이네요.


기자:

교과서 vs 현장지식의 구도인 것 같아요.


국내 생명과학자:

(읔, 하던 일 마감 시간이 1시간 반밖에... 일단 일부터 하고 있을게요. ^^)


해외 생명과학자 A:

교과서 대 현장지식이라... 한마디로 그런 프레임으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서 교과서를 까고 있는 그런 건가요? ㅎㅎ 나름 정확하게 잘 설명하는 기사도 있네요. 다양한 의견도 반영하고 있고요. http://www.dongascience.com/news/view/5493

지금 다른 관련 기사들을 읽어 보고 있는데, 2번을 고른 학생이 70%, 4번을 고른 학생은 10%네요. ㅎㅎ 이게 한 문제에 3점짜리라네요. 복수정답 인정하면 90%가 맞춘 게 되는군요. 그러고도 틀린 10%의 학생들은 참...

또다른 방송 뉴스도 살펴 봤습니다. “중합효소가 조절유전자와 ‘결합한 상태이다’라고 썼다면 문제가 없었습니다”라고 하네요, 뭔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결합한다는 틀렸고 결합한 상태는 괜찮다고요? 더 말이 안 되는 거 같은데... 다른 방송 뉴스에서는 ‘교과서를 근거로 봐도 문제가 이상하다’고 설명을 하고 있군요.



정리/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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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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