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실은 '소용돌이 빛' 도심 상공 가로지르다

오스트리아 연구진, 빈 도심 상공서 3km 거리 송·수신 실험

광통신 새기술 ‘휘돌이 빛’에 정보 실어 모차르트 그림 전송


   화제의 연구   

[ 동영상 http://youtu.be/OEupkfMqKGY ]


용돌이 치며 날아가는 빛.

빛은 그저 직진만 하며 퍼지는 게 아니라 확산 방향을 축으로 삼아 그 둘레를 나선 모양으로 휘돌며 날아가는 속성도 지닌다. 빛이 지닌 궤도각 모멘텀(OAM: orbital angluar momentum)이라는 성질 때문이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 광학적 조작을 적절히 가하면, 똑같은 파장의 빛도 그 동일한 파장 안에서 한 번 회전하며 날아가는 빛, 열 번 회전하며 날아가는 빛 식으로 서로 다른 소용돌이 패턴을 지닐 수 있고, 또한 이런 소용돌이 빛의 패턴은 식별될 수 있다 한다.


그러니 이처럼 여러 패턴의 소용돌이 빛을 적절히 제어하면서 여기에 정보를 실어 전송할 수 있다면, 동일한 파장(주파수)도 여러 가지 정보를 동시에 전송할 수 있는 여러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통신 기술 분야에서 제한된 대역의 한계를 넘어서서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법에 관한 연구개발이 이 분야에서도 이뤄져왔으며, 근래에는 지난해 소용돌이 빛을 이용해 특별하게 제작된 1.1킬로미터 길이의 광섬유를 통해 400 기가바이트 규모의 정보를 1초만에 전송하는 실험 결과가 발표돼 주목받은 바 있다. 더 멀리 더 안정적으로 소용돌이 빛 정보를 보내는 기술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있다.


광섬유에서 소용돌이 빛을 전송하는 연구와는 다른 갈래에서, 심한 교란이 일어나는 대기중에서 빛 정보를 안정적으로 전송하는 데에 소용돌이 빛을 활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이 최근 도심 상공에서 벌어졌다.

00OAM3.jpg » 소용돌이 빛의 도심 상공 전송 실험의 개념도. 출처/ http://youtu.be/OEupkfMqKGY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등의 물리학 연구진(교신저자 Anton Zeilinger 등 8명)은 녹색 레이저로 소용돌이 빛의 패턴(양식) 16가지를 구현하고서, 수도인 빈 도심에 있는 한 연구소 건물 꼭대기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빈대학교 건물 꼭대기에 설치한 수신장비에 영상 정보를 담은 이 빛을 전송하는 실험을 벌였다. 연구진은 대기중에서 소용돌이 빛 정보를 전송하는 실험은 지금까지 400미터 거리 정도에서 성공했으나 이번엔 크게 넓혀 3킬로미터 거리에서 전송 실험을 벌였다고 전했다. 전송실험은 성공해 그 결과가 물리학저널 <뉴 저널 오브 피직스(New Journal of Physics)>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소용돌이 빛의 16가지 패턴 하나하나에 흑백 명도의 정보를 지정해 두었다. 1번 패턴은 백색, 16번 패턴은 흑색, 그리고 3번 패턴은 옅은 회색, 12번 회색은 짙은 회색 식이다. 각 패턴은 디지털 영상에서 1픽셀의 단위를 구성하도록 했다.


연구진은 오스트리아의 자존심이라 할 만한 세계적인 역사인물인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루드비히 볼츠만과 에르빈 슈뢰딩거의 그림 파일을 전송 실험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 그림을 디지털 영상의 픽셀 단위로 쪼개어 16가지 소용돌이 빛 패턴으로 변환했으며, 이를 1초에 4번 깜박거림의 속도로 전송했다.


3킬로미터 떨어진 수신장비는 빛 패턴 인식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수신한 빛의 패턴을 다시 픽셀 정보로 바꾸어 전송한 원래 그림인 모차르트, 볼츠만, 슈뢰딩거의 인물 그림을 오차율 1.7퍼센트 수준에서 성공적으로 복원했다. 연구진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실험은 정보를 소용돌이 빛으로 암호화해서 대기중의 강한 교란을 뚫고 도심의 3킬로미터 거리를 전송할 수 있음을 처음 보여주었다”며 이런 소용돌이 빛 전송 기술이 지상과 위성 간의 소통처럼 교란이 심한 대기중에서 안정적으로 통신하는 데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00OAM2.jpg » 빛의 소용돌이 양식(mode)에 따라 다르게 비치는 빛들. 출처/ http://youtu.be/OEupkfMqKGY

빛의 확산에도 뚜렷하게 식별할 수 있는 서로 다른 패턴 또는 양식(mode)이 무수히 존재할 수 있으며 그것들이 통신 기술 중 하나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고, 기술 혁신의 실속을 갖춘 이번 실험이 도심 상공에서 역사인물인 예술가와 과학인의 모습을 빛으로 전송하고 수신하는 흥미로운 이벤트처럼 진행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소용돌이 빛(optical vortex, twisted light)에 관한 몇 가지 설명들

00OAM5.jpg » 소용돌이 빛(광학적 소용돌이 빔)을 만드는 방출기의 개념도. 출처/ http://youtu.be/U_Lj860cxr0 보통의 빛은 확산 방향과 관련해 변하지 않는 파면을 유지하는 데 비해, 궤도각모멘텀(OAM)을 지닌 소용돌이 빛은 확산 방향의 축 둘래에서 회전하는 파면을 지녀 일종의 나선 또는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Physicsworld.com).
여기에서 궤도각모멘텀은 달리 말하면 한 번의 파동 길이(파장) 안에서 빛이 휘도는 횟수로 구분된다. 한번 휘도는 빛과 열번 휘도는 빛이 있는데, 이론적으로는 그 소용돌이 횟수에는 제한이 없다 (영국 브리스톨대학 보도자료)
물리학자와 공학자들은 그동안 광학 파동이나 라디오파에 집어넣는 데이터의 양을 늘리는 기법을 개발해왔다. 예컨대 광대역을 몇 가지의 채널로 쪼개거나 하는 기법 등이 그런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소용돌이 빛은 훨씬 더 큰 용량 증대를 제공할 잠재력을 지닌다. 빛의 파동이 서로 다른 궤도각모멘텀을 지닌다는 것은, 비유하면 병사들이 일렬정대로 행진하면서도 서로 다르게 팔을 휘젓는 것과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다. (Nature News).
이전 연구들에서 어느 한 파장의 빛을 소용돌이로 만들면 데이터 전송 채널의 수를 엄청나게 늘릴 수 있음이 밝혀진 바 있다. 파장 하나를 데이터 전송 채널 하나로 쓰는 게 아니라, 이론적으로 얘기하면 빛을 무한 횟수의 소용돌이 양식으로 만들 수 있고, 각 소용돌이 양식은 개개의 통신 채널이 될 수 있다 (iop.org/news)
소용돌이 빛은 광통신 기술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빛이 물질과 상호작용하면 물질에 회전력을 발휘하게 한다. 따라서 이는 마이크로 수준의 입자를 회전시키거나 붙들어둘 수 있는 광학 집게, 광학 스패너로도 사용될 수 있는 성질을 지니는 것이다 (영국 브리스톨대학 보도자료).


  ■ 논문 초록

00OAM4.jpg » 소용돌이 빛에 실려 전송되고 복원된 모차르트, 슈뢰딩거, 볼츠만의 영상. 출처/ http://youtu.be/OEupkfMqKGY 가로지르는 빛의 공간적 양식(modes)은 흥미로운 물리적 속성을 지닌 커다란 상태-공간을 제공한다. 이런 빛의 공간적 양식을 미래의 장거리 실험에 이용하려면, 그 양식이 연결점 사이에 교란이 일어나는 자유 공간(turbulent free-space links)을 지나 전송되어야 한다. 최근의 여러 실험실 수준 실험들에서 교란 시뮬레이션과 연속적 동기식 검출(consecutive coherent detection)를 통해 전송된 이후에, 그런 양식의 질이 뚜렷히 저하됨이 확인되었다. 이번에 우리 연구진은 잘 알려진 공간적 양식 중 하나인 ‘궤도각 모멘텀(orbital-angular momentum), 즉 OAM을 빈 도심 상공에서 강한 교란이 일어나는 3km 거리 너머로 전송하고서 그것을 분석하는 실험을 벌였다. 동기식 위상-의존적 측정을 행하는 대신에, 우리는 우리는 서로 다른 공간적 양식의 분명한 세기 패턴(unambiguous intensity patterns)에 따라 달라지는 비동시식 검출 방법을 도입했다. 우리는 수신기의 스크린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양식 패턴을 식별하기 위하여 패턴 인식 알고리듬(인공신경연결망)을 사용했다. 우리는 16가지의 OAM 양식 중첩(superpositions)을 최대 1.7% 오차율만으로 식별할 수 있었으며 그것을 사용해 소규모 흑백 영상을 코드로 만들어 전송할 수 있었다. 더욱이 우리는그런 중첩 양식의 상대적 위상이 대기의 영향을 받지 않음을 발견했으며, 광자의 OAM을 장거리 양자 실험을 행하는 데 사용 가능함을 보였다. 우리의 검출법은 분명한 세기 패턴을 지닌 다른 종류의 공간적 양식에도 작동하며 최근의 패턴 인식 기법을 이용하면 더욱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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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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