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터치다운! 나의 새로운 주소는 67P!”

한국시각 13일 새벽 1시3분, 필라이 '혜성안착 신호' 전해

혜성 쪽으로 밀착시켜주는 가스분사장치 작동안해 긴장감도


00rosettaphil3.jpg » 필라이의 혜성 표면 착륙 과정을 웹으로 전한 만화 140여장 가운데 마지막 장면. 출처/ http://xkcd1446.org/#142

 

망한 우주에서 ‘점’조차 되지 못할 작은 혜성의 표면에 착륙선 필라이가 살포시 안착했다. 유럽우주국(ESA)은 12일(유럽 현지시각) “필라이가 혜성에 안착해 혜성 표면 착륙이라는 역사상 최초의 위업을 이뤘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럽우주국이 운영하는 필라이 트위터 계정은 이날 "드디어! 10년만에 발을 뻗습니다. 착륙기어 전개!", "터치다운! 나의 새로운 주소는 67P!"이라며 지구촌 세상에 안착 소식을 재치 있게 전했다.


한국시각으로 13일 새벽 1시3분, 혜성 탐사선 로제타(Rosetta)에서 분리된 착륙선 필라이(Philae)가 혜성 67P(정식 이름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의 표면에 안착하고서 착륙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신호를 5억여 킬로미터 떨어진 지구에 보내왔다. 신호는 릴레이로 세상에 전해졌다. 먼저 필라이의 안착 신호는 수십 킬로미터 떨어져 혜성 주변에 있던 로제타에 전해졌으며, 이어 로제타의 중개 신호는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에 있는 유럽우주국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수신소에 포착돼,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유럽우주국 우주운영센터(ESOC)로 전해졌다. 세계시로 16시3분, 9시간 빠른 한국시각으로 새벽 1시3분이다.

00rosettaphil4.jpg » 로제타에서 분리돼 혜성 표면을 향해 나아가는 착륙선 필라이의 모습을 로제타의 영상장비가 촬영했다. 출처/ ESA하기 위해서 로제타에서 분리된


아슬아슬한 안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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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이의 착륙 과정은 뜻하지 않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순탄치 않았다. 필라이는 중력이 매우 약한 혜성 표면에서 퉁겨나가지 않도록 착륙 직후에 스크류 달린 세 발을 뻗어 혜성 표면을 붙잡고서 다시 작살 장비를 쏘아 자신을 고착할 예정이었다. 이때 작살을 쏘는 힘의 반작용으로 자신이 퉁겨 나가지 않도록, 몸통 꼭대기에는 위쪽 방향으로 가스를 분사해 필라이를 혜성 표면 쪽으로 밀어내려 밀착시키도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가스를 분사하는 반동추진엔진의 작동을 확인하는 최종 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다음은 유럽우주국이 필라이의 안착 이후에 발표한 내용이다.


"그러나 필라이를 로제타에서 분리하기에 앞서 착륙선 필라이의 건강 상태를 최종 점검하는 과정에서, 꼭대기에 달린 작은 반동추진엔진(thruster)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이 장치는 작살의 반동에 맞서서 착륙선을 혜성 표면 쪽으로 밀어내도록 설계돼 있었다. 반동추진엔진이 작동하느냐 아니냐를 비롯해 착륙을 위한 조건들이 혜성의 정확한 착륙 지점과 더불어 분석되었다."(유럽우주국 11월12일 자료


이때문에 가스를 분사하는 반동추진엔진이 작동되지 않은 채, 필라이는 아슬아슬하게 혜성 안착을 감행해야 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임무운영팀은 고칠 방법도 없었고 기다린다고 해도 달리 방도가 없었기에 착륙 작업을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필라이를 혜성 표면에 밀착시키는 기능을 하는 반동추진엔진과 작살 장비가 제기능 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필라이의 혜성 표면 생활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는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필라이의 정확한 상황이 아직 자세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불확실성이 10여 년 임무의 절정인 혜성 착륙을 지켜보는 과학자들의 분위기를 꺽지는 못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필라이의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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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이는 지구에서 가져간 배터리와 충전용 태양전지판의 동력을 이용해 임무를 수행한다. 유럽우주국은 필라이가 수행할 기본 임무와 연장 임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해 다시 발표했다.


“착륙선 필라이는 주배터리가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면 이틀반 동안 기본 과학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햇볕의 여건이 괜찮고 태양전지판 위의 먼지가 방해를 하지 않는다면, 충전용 2차 배터리를 사용하는 과학탐사 단계를 연장할 수도 있다. 이 연장 단계는 2015년 3월까지 지속될 수 있으며, 그 이후에는 (혜성이 태양에 근접하면서) 착륙선이 너무 뜨거워져 작업을 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 임무 단계의 과학탐사 활동에는 착륙 지점 부근의 파노라마 영상 촬영, 착륙선 바로 아래 혜성 표면의 3차원 정밀 영상 촬영, 그리고 혜성 표면 물질의 성분 분석이 포함된다. 또한 착륙선은 23cm 아래의 시료를 채굴해서 착륙선 내부의 실험실로 보내 분석을 행할 것이다.

 착륙선은 또한 혜성 표면의 전기적, 역학적 특성을 측정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필라이와 로제타가 혜성 핵을 관통하는 낮은 주파수의 라디오파를 주고받으면서 혜성 내부 구조를 탐사할 것이다.”



말말말…"우주탐사 위업" "10년만에 발 뻗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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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야심찬 로제타 미션이 이제 역사의 책자에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것은 혜성과 만난 최초의 랑데뷰이며 최초의 혜성 둘레 궤도 비행이며, 또한 혜성 표면에 착륙선을 안착시키는 최초의 위업입니다.” “로제타와 더불어, 우리는 지구 행성의 기원을 들여다볼 문을 열고 있으며, 우리 미래에 대한 이해를 더욱 넓히고 있는 중입니다.”

-장-자크 도댕, 유럽우주국 국장(Jean-Jacques Dordain, Director General) (유럽우주국 12일 자료에서)

“우주를 10년 넘게 여행한 끝에, 우리는 이제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오래된 잔존물 중 하나를 전례 없이 최고의 수준으로 과학 분석을 행하고 있습니다.” “수십년 간의 준비 과정이 오늘 성공에 이르는 데 길을 닦아주었으며 로제타가 혜성 과학과 우주 탐사에서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흐름을 바꿀 만한 중요한 인물이나 사건)가 될 것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습니다.”

-알바로 히메네스(Alvaro Giménez), 유럽우주국 과학·로봇탐사 책임자 (유럽우주국 12일 자료에서)

“우리가 저기에 있어요, 필라이가 우리한테 말하고 있어요. 우리가 혜성 위에 있는 겁니다.”

-스테판 울마멕(Stephan Ulamec), 착륙선 운영자 (뉴욕타임스 보도에서, 필라이의 안착 신호를 받고서)

00rosettaphil1.jpg “터치다운! 나의 새로운 주소는 67P!”



“드디어! 10여 년만에 발을 뻗고 있어. 착륙기어 전개!”



“나는 지금 혜성에 있어. 그런데 작살이 발사되지 않았어. 나의 임무팀이 원인을 규명하려고 열심히 움직이고 있어.”

- 유럽우주국이 운영하는 필라이의 트위터 계정 (@Philae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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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로제타, 너는 지구와 접촉하고 있는거니? “ “응. ...사람들이 너의 위쪽 반동추진엔진에 대해 조금 걱정하고 있어.”(착륙 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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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이? 괜찮니?” “나 착륙했어. 여기 혜성 위에 있어. 나는 괜찮아. 여기 혜성 위에 있어.”(착륙)


- 필라이의 착륙 과정을 그림으로 중계한 웹툰 XKCD.com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Philae를 'fee-LAY'로 발음한다고 전한 미국항공우주국 자료를 참조해 Philae를 '필라이'로 표기했습니다.

[고침] 네이처의 보도와 유럽우주국 자료 일부를 추가해 업데이트했습니다. 2014년 11월13일 오후 2시20분.


   [로제타와 필라이 이야기]

로제타와 필라이, 첫 혜성 착륙 어떻게 할까?

행성, 소행성, 혜성이 둥글거나 울퉁불퉁한 이유

혜성탐사선, 10년 추격 끝에 11월 혜성표면 착륙

우주동면 957일 만에, 다시 깨어난 혜성탐사선 로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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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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