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와 필라이, 첫 혜성 착륙 어떻게 할까

‘지구중력 10만분의1’ 혜성에 1m/s로 천천히 접근

혜성 표면 영상 기록, 표면 아래 굴착해 성분 분석


한국시각 12일 밤~13일 새벽, 유럽우주국 생중계

00Rosetta_1112Philae1.jpg » 혜성 67P의 표면에 안착한 착륙선 필라이의 상상화. 출처/ ESA


제타의 이야기는 드라마틱하다.

지난 10년 넘게 망망한 우주 대해에서 고독한 추격 비행을 벌인 끝에 마침내 혜성 67P(정식 이름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와 랑데뷰를 했으며, 비행 중에 연료를 절감하고자 957일 동안 깊은 동면에 빠져 있다가 깨어난, 로제타의 이야기는 우주를 배경으로 그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더욱 눈길을 끌 만한 절정의 이벤트는 11월12일(유럽시각)에 벌어진다. 이날 혜성 탐사선 로제타(Rosetta)가 혜성 67P에 근접하며, 이어 로제타에 실린 가로, 세로, 높이 1m 크기로 네모 상자 모양의 착륙선 필라이(Philae)가 마침내 혜성의 표면에 내려앉는다. 착륙의 절정은 한국시각으로 13일 0시22분20초에 시작해 40분가량 진행되는데, 이 상황은 유럽우주국(ESA)이 웹캐스트로 생중계한다.



7시간 거쳐 접근, 착륙

00dot.jpg

지난 7일, 유럽우주국(ESA)은 누리집에 필라이가 벌일 하강·착륙 작업의 상세한 시간표를 공개했다(물론 실제 상황에서 이 시간은 바뀔 수 있다). 시간표를 보면, 최초의 혜성 표면 착륙으로 기록될 필라이의 착륙 작전은 대략 7시간에 걸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각으로 12일 오후 4시35분에 착륙 임무를 실제로 시행할지 최종 판단이 이뤄지며, 1시간반 정도 뒤인 오후 6시3분께 로제타에서 필라이가 마침내 분리된다. 이어 그동안 잠들어 있던 여러 착륙, 탐사 장비들의 스위치를 하나둘씩 켜 제기능을 확인하면서, 또한 분리되어 멀어지는 로제타의 모습을 영상에 담는 작별 순서가 이어지고….


숨가쁘게 진행될 ‘터치다운’의 단계는 한국시각으로 13일 새벽 0시22분쯤에 시작돼 40분가량 진행될 예정이다. 필라이의 안착 소식은 새벽 1시2분 무렵에나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필리아의 혜성 터치다운이 진행되는 주요 일정의 시간표이다.


 세계시(12일)

 한국시각

  진행

 07:35:00 

 [12일] 오후 4시35분

 로제타에서 필라이 분리

 09:03:20

 오후 6시3분20초

 착륙 시행 최종 결정

 09:04:12

 오후 6시4분12초

 필라이, 멀어지는 로제타 영상 촬영(‘작별 영상’)

 15:22:20

 [13일] 0시22분20초

 터치다운 단계 개시

 16:02:20

 새벽 1시2분20초

 터치다운, 착륙 신호

 16:07:12

 새벽 1시7분12초  

 필라이, 혜성 표면 영상 첫 전송

 19:03:00

 새벽 4시3분       

 필라이/로제타 첫 교신 종료


혜성 착륙 작전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필라이의 착륙 대상인 혜성이 달이나 화성과 달리 매우 작은 중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대략 서울 여의도보다 조금 큰 정도의 최대 지름을 지니는 울퉁불퉁한 모양의 이 혜성은 몸집이 작아 중력도 매우 작기 때문에, 필라이는사실상 혜성 표면에 떨어지듯이 착륙하는 게 아니라 서서히 접근하다가 그 표면에 도달해 달라붙게 된다.


유럽우주국 쪽은 발표 자료에서 혜성 67P의 중력이 지구 중력의 10만분의 1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필라이가 사람이 걷는 속도, 즉 1초당 1미터의 속도로 혜성 중력에 이끌려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력이 이토록 미약하니 표면에 착륙하다가 자칫 퉁겨져 나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필라이는 3개의 발과 작살 같은 고정장치 2개를 혜성 표면에 찔러넣어 고착하며, 또한 약한 위쪽으로 추진 가스를 뿜어내어 퉁겨나가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필라이의 활약

00dot.jpg

필라이 배터리의 수명은 64시간 정도라고 유럽우주국은 전했다. 대략 이틀 반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필라이가 10년 동안 날아와 이제 마쳐야 할 임무는 상당하기에 필라이는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먼저, 자신의 착륙지점(‘아질키아[Agilkia]’라는 이름이 붙었다)을 중심으로 혜성 표면의 경관을 영상에 담으며, 착륙지점 바로 아래의 표면은 매우 정밀한 3차원 영상으로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혜성의 표면을 이루는 얼음과 유기물이 과연 어떤 성분인지 처음으로 현장에서 분석한다. 아무래도 가장 까다롭고 중요한 임무는 혜성 표면을 뚫고서 23센티미터 밑에 있는 시료를 파낸 다음에 이를 필라이 내부에 있는 이른바 ‘실험실’로 옮겨 혜성의 핵이 과연 어떤 전기적, 역학적 성질을 지니는지 여러 분석 작업을 시행해야 한다.


유럽우주국은 필라이가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대략 5억110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있고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지상통제센터가 항상 통신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필라이가 지상의 원격명령에 따라 작동하는 게 아니라 상당 부분은 자율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리 설정된 작업 수행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인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필라이를 지켜보는 지원자는 있다. 대략 12시간 주기로 자전하는 혜성 67P의 주변에서 함께 비행하는 탐사선 로제타는 필라이가 혜성 표면에서 획득한 영상과 분석 데이터를 통신으로 넘겨받아 저장한 다음에, 지상통제센터와 통신할 여건이 될 때에 지상에 그 데이터를 전송해준다.


필라이의 배터리 수명은 이틀 반 정도이지만, 필라이는 태양전지도 갖추고 있어 충분히 햇빛을 받는 상황에서는 기본임무를 마친 뒤에도 혜성에 달라붙어 있으면서 태양에 접근하는 혜성의 표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관찰하는 추가 임무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유럽우주국은 기대하고 있다.

[※ 참조: 유럽우주국, 언론 제공 자료]

00Rosetta_1112Philae2.jpg » 탐사선 로제타는 독특한 궤도를 그리면서 혜성에 점차 접근해 필라이가 혜성 표면에 안착하도록 돕는다. 출처/ ESA (클릭 하면 그림 확대)

[ 동영상 http://youtu.be/fNBUep7mPdI ]



필라이 이후, 로제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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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이의 혜성 터치다운과 과학탐사 임무를 마친 뒤에도, 로제타는 혜성 67P를 계속 뒤따르면서 태양에 가까워지는 혜성의 표면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실제로 관찰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혜성은 태양계 초기의 역사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천체이기 때문에, 그리고 먼 과거의 지구에다 얼음과 유기물을 전해주어 지구 물과 생명의 기원이 되었을 것이라는 혜성 기원설의 주인공이기도 하기에, 이번 혜성 탐사는 특히나 주목받고 있다. 혜성을 이처럼 가까운 곳에서 오랜 동안, 그리고 혜성 표면에 내려 앉아 직접 혜성 성분을 분석한 일은 없었기에, 태양계와 지구 역사를 이해하는 데 요긴한 단서들이 전에 없이 새롭게 제시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로제타 탐사선은 혜성 67P가 태양에 가장 가깝게 비행하는 2015년 8월 무렵을 거치고도 12월까지 혜성 추적자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혜성 67P를 뒤쫓는 로제타의 우주비행 궤적. 출처/ ESA, http://youtu.be/iEQuE5N3rwQ ]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이전 글에서 Philae의 우리말 표기를 '파일리'라고 하였으나, 'fee-LAY'로 발음한다고 밝힌 미국항공우주국 자료를 따라서 이 글에서 '필라이'로 표기했습니다.


   [로제타와 필라이 이야기]

행성, 소행성, 혜성이 둥글거나 울퉁불퉁한 이유

혜성탐사선, 10년 추격 끝에 11월 혜성표면 착륙

우주동면 957일 만에, 다시 깨어난 혜성탐사선 로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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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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