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친구 수 150’ 법칙은 온라인사회에도 통할까?

현실 사회 닮은 온라인 게임의 가상사회 40만명 행동기록 분석

"긴밀한 ‘동맹’ 최대 136명 안넘어…인간관계 위계 구조도 비슷"

‘SNS시대에도 두뇌·시간 한계로 절친 규모는 150명 한계인가?’ 

  화제의 연구  

  
 
근 지구촌의 과학 뉴스들을 살피다가 "던바의 수(Dunbar’s Number)" 가설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찾아보니, 영국 옥스포드대학교의 진화인류학자인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1993년에 제시한 가설로, 많은 고고인류학적 연구 결과에 나타난 인간 집단의 규모를 종합해볼 때 우리 인간이 가깝게 사귀는 사람의 숫자는 최대 150명을 넘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는 1993년 논문에서 집단의 크기는 인간 이외 영장류에서 신피질의 부피와 함수 관계를 이루는데, 여기에서 추론해보면 수렵채집과 전통원예 사회의 집단 규모와 매우 비슷하게 현대인의 집단 크기를 예측해 산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 근거로 인간 뇌의 인지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에, 일정한 숫자 이상으로 절친한 인간관계를 늘 유지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지요.


좀 더 찾아보니 '던바의 수'는 이미 꽤나 알려져 있고 이와 관련한 기존 연구도 많이 있는 듯합니다. 근래에는 사회연결망 서비스가 널리 퍼져 있기에, 가깝게 알고 지내는 사람 수를 큰 제약 없이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는데, 로빈 던바 교수는 이에 관한 연구도 행했더군요. 던바는 2010년 논문에 이어 2011년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페이스북의 친구 수가 수천 명이 된다 해도, 결국에 신경 쓰면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에는 한계가 있다'며 기존 가설을 유지했습니다. 그저 알고 지내는 사람이야 훨씬 더 많겠지만, 말 그대로 ‘절친’ 관계는 여전히 일정한 한계를 넘기 힘들다는 것이지요.


2012년 던바 교수는 좀 더 다듬어진 가설을 다시 제시했습니다.


“(영장류 뇌 크기의 진화에 관한 설명 중 하나인) ‘사회적 뇌 가설(social brain hypothesis)’은 전형적으로 인간은 어느 시기에나 150명 넘는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예측한다. 이런 제약은 부분적으로는 인지적인 것(궁극적으로 뇌 용량으로 인해 결정되는)이며, 부분적으로는 시간의 제약이다. (반드시 친족 관계일 필요 없는) 가까운 관계(friendship)가 유지되는 것은 거기에 들이는 시간 덕분이며, 그렇자 못할 때 그 관계의 질이 원치 않더라도 악화한다. 인터넷, 특히 사회연결망 사이트의 등장으로 인해 디지털 미디어 덕분에 우리가 이런 제약의 일부나 전부를 피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래서 우리는 인간 사회성을 제한하는 이런 제약의 의미를 검증해보고자 한다. 새로운 사회연결망 사이트에 대한 연구가 상대적으로 적지만, 현재 접할 수 있는 연구들은 일반적으로 보아 많은 개인들한테 한번에 알리는 능력, 그리고 네트워크 구성원의 최근 행동과 생각을 지속적으로 이해한다는 것과 관련한 어떤 가능성 때문에 더 큰 규모의 네트워크는 유지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얼굴을 맞대는 상호작용이 없다면 상대적으로 약한 성질의 관계만이 유지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논문 초록에서)



라인 가상공간에서는 가까운 친구를 큰 제약 없이 늘릴 수 있다고 여기지만, 여기에도 던바의 숫자 법칙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또 하나의 최근 연구가 나와 일단 던바 가설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네이처출판그룹(NPG)에서 내는 공개형 과학저널인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낸 논문인데, 오스트리아와 미국 등지의 공동 연구진은 오스트리아에서 인기를 얻는 다중참여 온라인 게임(http://wwww.pardus.at)의 가상사회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현실사회에서 인류학자는 사회 내의 인간관계 연결망을 파악하려면 몸을 바쁘게 움직이며 무척 애를 먹겠습니다만 온라인 가상사회에서는 그런 인간관계망이 훨씬 더 쉽게 파악된다고 합니다. 모든 게 기록으로 남으니까요. (참조: <사이언스> 관련 뉴스)


“이런 사회 연결망에는 우정, 거래, 소통의 네트워크가 포함된다. 낮은 수준에서, 우정과 소통 네트워크 안에서 소규모의 우정과 지지 그룹이 나타난다. 조금 더 높은 수준에서는 사람들이 더 큰 그룹이나 클럽으로 조직화를 이룬다. 게임 참여자들은 명시적으로 공식적인 사회적 그룹을 형성하며 이것을 ‘동맹’으로 등록한다. 이 게임은 그런 그룹들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도구를 제공한다. …동맹의 크기는 어떤 식으로건 제한받지 않는다.” (논문에서)


00dunbarnumber1.jpg » 게임 참여자 1인의 연결망 구조. 파란색 타원은 조직화의 다양한 층위를 보여준다. 점들은 게임 참여자들이다. 긴 점선은 다른 층위에 놓인 동일한 게임 참여자를 이은 것이다. 빨간 선은 강한 연대를, 초록 선은 우정의 연결을, 분홍 점선은 같은 동맹 구성원을 나타낸다. 그림에는 4개 층위가 나타나며, 각 층위에는 1명, 4명, 12명, 24명이 참여하고 있다. 층위마다 참여자가 다를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층위3(우정)이 층위4(동맹)의 하위집단이 아님을 볼 수 있다. 출처/ Scientific Report 연구진은 온라인 게임의 가상사회에서 게임 참여자들 사이에 나타나는 동맹, 제휴, 거래, 경쟁 등의 여러 인간관계 기록을 분석했다고 합니다. 거의 3년 반에 걸친 기록을 분석해보니, 거기에선 현실의 인간사회에 나타나는 관계망의 위계와 비슷한 구조가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즉, 온라인 가상사회의 인간관계 구조도 실제 사회와 기본적으로 같다는 것이지요. 다음은 결론 부분입니다.


“요약하면, …(여러 다른 층위가 위계 구조를 이루는 인간사회의 위계적 조직화) 이런 조직화 원리가 실제적이고 물리적인 세계의 제약에서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온라인 게임 같은) 사회에서도 발견된다는 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런 조직화 원리는 다른 배경과 맥략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이 그동안 아주 많은 사례에서 밝혀져 왔다. 이런 사회적 조직화의 원리가 가상사회에도 존재한다는 것은 그 원리가 인간 심리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중적 관심을 받고 있는 ‘던바의 숫자’와 관련한 대목도 논문에서는 눈에 띕니다.


“흥미롭게도, ‘동맹’의 크기에는 상한선이 없는데도 가장 큰 동맹의 구성원이 136을 넘는 경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치는 이른바 ‘던바의 숫자’에 눈에 띄게 근접하는 것이다. 던바는 인간이 사회적 연결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뇌의 인지적 용량에 한계를 지니기 때문에 대략 150명 넘는 구성원으로 긴밀한 그룹(tight group)을 형성하기는 어렵다고 추정했다. 그것이 인간사회의 여러 층위들 중 하나에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최대 수라고 논증이 제시돼 왔다. 이 숫자는 디지털 소통 미디어를 사용해도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논문은 던바의 숫자와 관련해 단정적인 표현을 삼갔습니다. ‘추정했다(conjecture)’ ‘여겨진다(assumed)’ 같은 낱말이 사용된 것만 봐도 그렇고, 사실 이런 숫자가 모든 경우를 조사하고 나서 찾아낸 마법의 숫자도 아니며, 미디어 환경이 크게 달라진 현대인의 경우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느데다, 이런 숫자를 필연적으로 도출하는 어떤 과학적 메커니즘이 밝혀진 것도 아니니까요.


그렇더라도 던바의 숫자는 대중적 관심사입니다. 인간관계망에 관심 많은 인간사회에서 던바의 수는 충분히 회자될 만한 이야기거리이기도 합니다. 또한 1993년 던바의 수 가설이 처음 제시된 이후에, 이를 대체하는 대안의 과학적 주장이 제시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를 뒷받침하는 후속 연구도 나오는 터이고, 또한 이번 연구에서도 연구진이 3년 반 동안 40만 명의 게임 참여자들이 남긴 기록을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이라 하니, 던바의 수는 앞으로도 인간관계 연결망을 이야기할 때에 종종 언급되는 화젯거리가 될 듯합니다.


   논문 초록

인간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이다. 인간이 형성하는 사회는 다양한 성질, 크기, 구조를 지니며 위계적 층위를 이루는 그룹들로 이루어진다. 인류학 연구서들은 이런 그룹을 지지파벌(support cliques), 공감그룹(sympathy groups), 무리(bands), 인지적 그룹(cognitive groups), 부족(tribes), 언어적 그룹(linguistic groups) 등등으로 분류해 왔다. 인류학적 데이터는 평균적으로 각 그룹이 대체로 세 가지 하위 그룹으로 나뉨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서로 다른 층위에 있는 그룹들의 구조적 의존도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연구는 대체로 부족하다. 우리는 이미 이뤄진 초기 연구성과를 매우 크며 정확도 높은 인터넷 기반의 사회연결망 데이터로 확장해 살펴보았다. 우리는 완결적이며 다면적 관계가 나타나는 큰 규모의 다중적 사회연결망의 조직 구조를 분석했다. 그것은 서로 다른 층위에 있는 다양한 그룹 구성원에 관해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40만 명의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대규모 무제한 다중플레이어 온라인 게임의 사회이다. 눈에 띄는 점은 온라인 게임 플레이어들의 사회는 수렵-채집사회에서 발견되는 것과 동일한 유형의 구조적 위계 층위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우리의 발견은 인간사회의 위계적 조직이라는 것이 인간의 심리에 깊게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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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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