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해상도 현미경' 노벨상 수상자, 다시 한걸음 더

미국 베치그 연구팀 더 적은 빛으로 고해상도 구현

살아 있는 세포·개체의 생동하는 생명 현상 보여줘


[짧은 뉴스]

00tcell2.jpg » 중요한 면역세포인 T세포(주황색)가 다른 표적 세포(파란색)를 공격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출처/ Betzig Lab


‘연구와 혁신은 계속된다….’

가시광선으로 볼 수 있는 현미경의 자연한계(아베 회절 한계) 너머의 미시세계를 보는 초고해상도 광학현미경 기법을 개발한 공로로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에릭 베치그(Eric Betzig·54)의 연구팀이 다시 새로운 광학 현미경 기법을 내놓았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형광단백질을 이용하면서도 이번 현미경 기법에선 형광을 일으키기 위해 쏘는 빛의 양을 대폭 줄여 빛이 세포나 개체에 가하는 손상('광독성')을 줄이면서도 높은 해상도의 영상과 처리 속도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생명의 미시적 역동성(dynamics)을 한층 더 생동감 있게 관찰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베치그가 속한 미국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 연구진을 비롯해 모두 27명의 미국·독일·일본 공동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낸 논문(책임저자 베치그, 제1저자 첸비창)에서 빛을 초막박으로 나누어 쏘아 살아 있는 세포에 가하는 손상을 크게 줄이면서 영상 포착 속도를 높인 이른바 ‘격자 시트광 현미경(Lattice light sheet microscopy)’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이 기법을 이용해 세포 내 단일 분자들의 이동, 세포 분열의 장면, 예쁜꼬마선충과 초파리의 배아 발생 과정 등 모두 20가지의 크고 작은 생명 현상을 영상에 담아 공개했다. 


영상화 과정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격자 시트광(파란색/녹색)이 세포(회색)의 단면을 지나면, 그 빛이 형광단백질을 들뜨게 해 형광(주황색)을 일으킨다. 시트광으로 세포 전체를 훑으면, 형광의 2차원 영상들이 기록되며 이것들이 모여 세포의 3차원 영상이 만들어진다. 출처/ Betzig Lab, HHMI http://vimeo.com/109403514


베치그는 지난 10월8일 0.2마이크로미터보다 더 작은 물체는 결코 식별할 수 없다는 이른바 ’아베 회절 한계(Abbe diffraction limit)’를 넘어서는 광학 현미경 기법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스탠퍼드대학 윌리엄 머너(61), 독일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화학연구소 슈테판 헬(52)과 함께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특정 파장의 빛을 쏘면 끄고 켤 수 있는 형광 단백질을 이용해 미세한 형광을 여러 번 찍은 다음에 그 영상을 합쳐 세포 안 단일 분자들을 선명한 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단일 분자 현미경을 개발했으며, 이 도구는 생명과학 실험실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노벨화학상] 광학관측의 자연한계 우회…초고해상도를 쏘다


그러나 이번에 새로 개발된 현미경으로도 몸집이 크고 두꺼우며 복잡한 대상을 관측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베치그는 말한다. 과학잡지 <더 사이언티스트>는 "베치그의 목표는 이런 기법을 이용해 더 큰 대상의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광학을 구현하는 것이며, 그게 이뤄진다면 이는 (또 다시) 놀랄 만한 일이 될 것"이라는 다른 생물학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쪽은 보도자료에서 "이 현미경은 연구소의 자넬리아고등광학센터를 찾는 방문 과학자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연구진이 새로운 현미경 기법으로 관측해 얻은 영상들이다. 더 많은 영상을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볼 수 있다.


면역세포인 T세포(주황색)가 다른 표적 세포(파란색)를 공격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출처/ Betzig Lab http://vimeo.com/109402660

단세포 섬모충류 원생동물인 테트라하이메나(T. thermophila)에 달린 작은 섬모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출처/ Betzig Lab http://vimeo.com/109404940

세포 분열의 다섯 단계. 출처/ Betzig Lab, Mimori-Kiyosue Lab http://vimeo.com/109402304


   논문 초록

“형광 현미경은 살아 있는 관찰 대상체의 생리 현상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중요한 창이 되고 있지만, 많은 생물학적 과정은 너무 연약하고 너무 작거나 너무 빠르게 일어나 기존 관측 도구로는 그것을 명확히 볼 수 없다. 우리는 2차원 광학 격자(2D opitical lattices)를 이용해 초박막 시트광(ultrathin light sheet)을 만들었으며, 이를 이용해 수백 배의 체적에 대한 역동적 3차원 영상을 종종 초 단위 이하의 시간간격으로, 회절 한계 그 이상의 해상도로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3차원 매트릭스에 있는 줄기세포 구상체 내 개별 전사인자 분자들의 확산, 유사분열 단계 미세소관(microtubule)의 불안정한 역동성, 면역학적 시냅스, 호중성백혈구의 이동성, 그리고 예쁜꼬마선충과 초파리의 배아 발생을 비롯해 시공간에서 수만배 차이가 나는 생물계에다 이 기법을 적용해 보았다. 그 결과는 살아 있는 생물계의 아름다움과 복잡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저널 에디터의 요약

“생동(animation)이 곧 생명이다. 살아 있는 관측 대상체 안에서 일어나는 역동적인 생물학적 과정의 3차원 영상은 생명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살아 있는 상태의 영상, 특히 3차원 영상을 얻으려면 필연적으로 해상도, 속도, 광독성(phototoxicity)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첸(Chen) 등 연구진은 이런 우려 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현미경 기법을 선보인다. 이들은 2차원 광학 격자로 알려진 비회절 빔을 사용했다. 이 기법은 보려는 전 영역에 들뜸 에너지(excitation energy)를 발산하면서 동시에 초점에서 벗어나는 들뜸은 제거한다. 격자 시트광(Lattice light sheets)은 영상 획득의 속도를 증진하며, 관측할 수 있는 생물학적 문제를 일으키는 광독성을 줄여준다. 논문 저자들은 단분자의 결합 운동부터 세포 이동과 분열, 면역학, 배아 발생을 포괄하는 서로 다른 20가지 생물계를 대상으로 이 기법의 성능을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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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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