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증상없는 면역력' 기존연구 새롭게 조명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에도 증상 없이 면역력 자연획득” 연구 사례들

백신·치료제 없는 비상 상황, 면역 갖춘 생존자 혈액 수혈요법도 관심


00ebola0_CDC2.jpg » 실 또는 관 모양을 띤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관측 영상. 출처/ CDC


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고도 별 증상 없이 면역력을 얻은 사례들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감염병의 치사율이 높더라도 일부는 감염병을 이겨내고 면역력을 얻었던 과거 전염병 역사의 전례처럼, 에볼라바이러스병의 경우에도 심각한 증상을 보이지 않고도 바이러스 면역력을 갖춘 사례가 꽤 있음을 보여주는 기존 연구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서부아프리카인 가운데 많은 이들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에볼라바이러스병이 유행하고 난 뒤에 이 지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몇몇 조사연구에서 ‘증상 없이 면역력을 얻은 에볼라 감염자’의 사례들이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학 등의 이 분야 연구자들이 저명한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현재 확산 중인 에볼라바이러스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증상 없는 감염자의 면연력에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글을 기고했다. 이들은 글에서 “많은 에볼라 감염자한테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는데도 이 점이 최근 질병 발생 보고나 전망에서 간과되고 있다”면서 백신과 치료제가 아직 없는 상황에서 '무증상 면역'에 대한 조사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주목해 제시한 사례 연구는 2000년과 2005년에 보고된 논문이다. 2000년 논문은 에볼라 환자들과 가깝게 지냈는데도 별 증상을 보이지 않았던 사람 24명에 대해 혈청 검사를 해보니 11명(46%)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나 증상 없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몸에 지녀 면역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2005년 논문은 예전에 에볼라바이러스병이 발생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혈청 조사 결과를 보고했는데, 이 내용에는 에볼라가 감염됐던 적이 있음을 보여주는 양성 혈청 반응을 보인 일부 사람 가운데에서 71%가 당시에 별다른 에볼라 증상을 앓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돼 ‘무증상 감염에 의한 면역력’의 사례로 추론된다는 보고가 담겼다.


<랜싯>에 글을 기고한 연구자들은 증상 없이 에볼라 면역력을 지닌 사람들이 폭넓게 존재한다는 점이 고려된다면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고 접종하는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어야 하며, 또한 에볼라 면역력을 이미 지닌 이들이 누구인지 정확히 식별할 수 있고, 이들이 현재 에볼라바이러스병에도 면역력을 지니는 게 확인된다면, 이들이 에볼라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 현장에서 간호 봉사나 주검 매장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런 연구 사례들을 전했다. 가장 최근의 연구 사례로는, 지난 1994년부터 2002년까지 네 차례의 에볼라 유행을 치른 중앙아프리카 가봉의 220개 마을에서 주민 4339명의 혈액 샘플을 얻어 항체 반응을 조사해보니 15%나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신문은 누가 이미 면역력을 지니고 있는지 정확히 찾아낼 수 있으며 이들이 실제로 에볼라 대처 의료현장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음이 확인된다면, 천연두 백신이 개발되기 이전에는 면역력 갖춘 이들이 천연두 환자를 돌보거나 주검을 처리해 도움을 주었던 것처럼 이들이 현재 사태의 해결에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전문가들의 반응을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어느 정도의 면역력이 안전을 보증할지, 그리고 그런 면역력이 현재 확산하는 에볼라 바이러스 종에도 효과가 있는지는 확증되지 않았기에, 이런 희망과 기대가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되는 데에는 복잡한 사전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와 함께,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에볼라바이러스병을 이겨내고 회복한 ‘생존자’의 면역력에도 여러 언론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일부 생존자는 건강을 회복한 뒤에 "다시 현장에 가서 의료활동을 돕겠다"는 뜻을 밝혀, 이를 지켜보는 이들한테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도 이들이 정말 안전할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에볼라바이러스병을 이겨낸 생존자의 몸에는 이에 맞설 항체가 생성되었을 테고 그래서 병원체인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얻었을 터이지만, 실제로 이들이 안전할지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불확실한 점이 남아 있다. 인간에 감염되는 에볼라 바이러스로는 현재까지 4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중 한 종의 바이러스에 대해 면역력을 얻은 생존자가 만일 다른 종의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에도 면역력을 충분히 발휘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췄더라도 큰 병을 앓고난 상태라 다른 병원체가 감염됐을 때의 건강 상태도 우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존자들의 에볼라 면역력이 과연 얼마나 오래 효력을 발휘면서 지속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도 분명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고 한다.


미국의 에볼라 생존자인 낸시 라이트볼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와 한 최근 인터뷰에서 “의사들도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확신할 수 없고, 그런 건 연구된 적이 없다고 말한다”며 “면역력이 없다고 생각하며 행동하는 게 현명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항체를 지니고 있을 생존자 혈액도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에볼라 감염에서 회복해 면역력을 지닌 생존자의 혈청을 수혈하면 에볼라 환자가 면역력을 갖춰 질병에 대항하는 데 도움을 주는 치료법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세계보건기구(WHO)도 인정한 바 있으며, 생존자의 혈액(혈청)을 이용하는 수혈요법이 에볼라 환자의 치료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된 바 있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생존자 혈액이 전문 의료기관의 위생과 검증 절차 없이 암시장에서 거래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충분한 검증 없이 수혈요법이 시행되면 에볼라 생존자가 지닌 다른 질환이 수혈요법을 통해 추가 감염되거나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편, 지난 10월17일 발표한 상황보고에서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14일까지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9216명(확진·의심 포함)이며 사망자는 4555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다행히 17일과 20일에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입돼 감염 환자가 소규모로 발생한 세네갈나이지리아가 에볼라 감염국에서 제외한다는 에볼라 종식 선언이 세계보건기구에서 나왔다. 두 나라에선 에볼라 바이러스의 최장 잠복기로 알려진 21일의 2배인 42일 동안 에볼라 감염이 추가 보고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나라의 에볼라 종식 선언에도 불구하고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시온 등 서부아프리카 3국에서 에볼라 확산은 여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이다.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최근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하는 상황보고의 감염자 수치는 실제보다 낮을 수 있어, 실제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문을 전해, 에볼라 사태의 현장에서 큰 희망을 보기에는 아직 상황이 엄중함을 보여주었다.


  ■ 에볼라 바이러스는…

에볼라 바이러스에는 현재까지 같은 속(Ebolavirus)에 속하는 서로 다른 다섯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가운데 네 종이 사람들 사이에서도 전파돼 치명적인 출혈열 등을 일으킨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1976년 현재의 콩고민주공화국(옛 자이레)에 있는 '에볼라 강' 근처에서 처음 발견됐다. 이후에 지금까지 콩고, 가봉, 수단, 우간다, 코트디부아르 등 6개국에서 24차례 발생했으며, 이번 서부아프리카 지역의 발병이 규모에서 가장 크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원통형의 단백질껍질 안에 유전물질인 RNA를 지녀 겉모습이 실처럼 보이는데, 그 지름은 대략 80나노미터(nm)이며 길이는 보통 800~1000n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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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생활사를 보여준다(미국 질병통제센터 제공). 에볼라 바이러스의 보균 숙주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재로서는 유사한 바이러스들의 특성에서 비춰볼 때 야생의 과일박쥐가 에볼라 바이러스 숙주로 유력하게 지목돼 왔다. 인간 감염은 인간이 감염된 박쥐나 다른 야생동물과 접촉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 안전성과 효과의 검증 절차를 마쳐 승인된 에볼라 백신은 없다. 실험적인 백신이나 치료법이 개발 중이지만 아직 안전성과 효험이 충분히 검증되지는 않았다. 개발된 백신에 대한 안전성과 효능 시험이 오는 몇 달 동안 시작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전했다.

에볼라 치료는 간호와 보살핌, 그리고 환자 면역력에 따라 달라진다. 에볼라 감염에서 회복된 사람은 적어도 10년 동안 지속되는 항체를 지닌다. 회복된 사람이 평생 동안 면역력을 유지하는지 또는 다른 에볼라 바이러스 종에는 감염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에볼라에서 회복한 일부 사람은 장기 합병증을 지니기도 한다.
(출처/ wikipedia.org, ko.wikipedia.org, CDC.gov)


  꼭 알아둬야 할 것들

[세계보건기구 자료]

당신이 알아두어야 할 것:
에볼라 전파의 위험은 낮다. 감염의 조건은 에볼라 바이러스 질환(EVD)에 이미 감염됐거나 그 질환으로 숨진 사람의 체액(구토물, 배설물, 오줌, 혈액, 정자 등)과 직접적이고 신체적인 접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VD의 전파를 막고 여러분 자신과 가족과 공동체를 보호하려면, 당신한테 고열, 몸살(body aches), 관절통(joint pain), 설사(diarrhoea), 출혈(haemorrhaging)과 같은 EVD 증상이 나타날 때 즉시 가까운 보건시설에 보고하라. 격리와 전문적 치료가 생존 기회를 높여준다.
(출처/ WHO.int)


[미국질병통제센터 자료]

에볼라바이러스병의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에볼라 감염이 퍼지지 않는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때부터 병의 증세나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걸리는 기간(잠복기)은 2~21일이다. 평균 8~10일이다. 에볼라 증세로는 발열, 두통, 근육통, 구토, 설사, 복통, 그리고 알 수 없는 출혈이나 멍 같은 증상이 있다.
에볼라는 혈액이나 체액과 직접 접촉할 때 퍼진다.
에볼라는 (찢어진 피부나 눈, 코, 입을 통해) 다음과 같은 것을 직접 접촉했을 때 퍼진다.
- 에볼라바이러스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혈액이나 체액(오줌, 똥, 침, 구토물, 땀, 정액)
- 에볼라바이러스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혈액이나 체액에 오염된 물건(주사바늘 등)
에볼라는 공기, 물, 음식을 통해 퍼지지는 않는다.
에볼라를 피해 자신을 보호하라.
FDA가 승인한 에볼라 백신은 아직 없다. 실험적인 백신이나 치료법이 개발 중이지만 아직 안전성과 효험이 충분히 검증되지는 않았다. 에볼라를 피해 자신을 보호하려면 다음과 같이 행동하라.
- 비누와 물로 손을 자주 씻거나 알코올 손 살균제를 사용하라.
-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오줌, 똥, 침, 구토물, 땀, 정액)을 건드리지 말라.
-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과 접촉했을 법한 물건(옷, 침대, 주사바늘, 의료장비)을 다루지 말라.
- 에볼라로 숨진 사람의 몸을 건드리지 말라.
(출처/ CDC.gov)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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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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