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복원의 "물리상식 마당"

상식처럼 자주 얘기되지만 그 자세한 원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물리현상들을 윤복원 박사가 그림을 곁들여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는 과학지식을 널리 공유하자는 바람으로 글을 쓴다.

행성, 소행성, 혜성이 둥글거나 울퉁불퉁한 이유

[3] 중력의 영향: 천체의 크기와 모양


로제타 탐사선이 지난 8월에 찍어 보낸 근접 사진을 보면, 이 혜성은 둥근 공 모양과는 거리가 먼 울퉁불퉁한 모양을 띠고 있다. 수십 킬로미터 길이의 소행성들도 둥근 공에서 벗어난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관측을 통해 밝혀졌다. 태양과 행성, 그리고 행성의 큰 달은 둥근 공 모양을 하고 있는데, 혜성이나 크기가 작은 소행성들이 울퉁불퉁한 모양을 띠는 이유는 뭘까?

00objectshape1.jpg » 그림1.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몬코의 모습(위)과 착륙선 착륙예정지점(아래) 출처/ 유럽우주기구 ESA


주의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천체망원경이 발명된 때는 17세기 초로 알려져 있다.[1] 태양계의 행성들과 행성 주위를 도는 큰 달들이 모두 둥근 공 모양임을 직접 본 것도 이때 이후다. 태양계 행성의 하나인 지구는 인간이 그위에 살고 있어 비교적 최근까지 그 모양을 직접 볼 수 없었지만, 이미 고대 그리스 때에도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한다.[2] 콜럼버스가 1942년에 아메리카 대륙에 도달한 탐험도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해, 아시아를 향한 서쪽 항로 개척이 목표였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3]


1521년에 마젤란이 유럽을 출발해 남아메리카를 돌아 아시아에 도착함으로써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4] 둥근 공 모양의 지구 전체를 직접 본 것은 아니었다. 우주선을 우주로 보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된 20세기 중반 이후에야 사진으로나마 지구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다른 행성에 비해 훨씬 늦게 지구의 모양을 본 셈이다. 과학과 기술이 계속 발달해 천체망원경의 해상도가 높아지고 태양계의 원하는 곳에 우주선을 보내면서, 태양계 행성들보다 훨씬 작은 천체들을 관찰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둥근 천체와 울퉁불퉁한 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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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천체중에 태양에 가까와지면 독특한 긴 꼬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천체가 있다.  핼리 혜성 덕분에 널리 알려진 천체인 혜성이다. 대부분 먼 태양계 외곽에서 만들어지고, 중심의 핵 주위를 기체와 먼지로 둘러싸고 있는 혜성은 충돌해서 초기 지구에 물을 공급했을것이라는 주장과 유기유기 화합물 분자 존재 등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5]  2004년 에 발사된 유럽우주기구(ESA)의 혜성탐사선 ‘로제타’는 10년만에 목적지인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몬코’ (이하 67P/C-G)의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해 현재 근접 관측을 하고 있고, 올해 11월에는 착륙선이 표면에 착륙해 혜성의 구성성분을  직접 분석할 예정이다.[6]


제타 탐사선이 지난 8월에 찍어 보낸 근접 사진을 보면[7] 이 혜성 중심의 핵은 길이  5킬로미터정도의 작은 천체로 둥근 공 모양과는 거리가 먼 울퉁불퉁한 모양을 띠고 있다. 이 혜성뿐 아니라 수십 킬로미터 길이의 소행성들도 둥근 공에서 벗어난 모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관측을 통해 밝혀졌다. 태양과 행성, 그리고 행성들의 큰 달들은 둥근 공 모양을 하고 있는데, 혜성이나 크기가 작은 소행성들이 울퉁불퉁한 모양을 띠는 이유는 뭘까?


널리 받아들여지는 태양계 생성 이론에 의하면, 태양계의 생성은 기체와 먼지의 구름으로부터 시작됐다.[8] 중심에 수소와 헬륨을 주성분으로하는 태양이 만들어졌다. 그 주위에서는 먼지가 모여 덩어리가 만들어지고, 덩어리는 다시 다른 덩어리나 먼지와 합쳐져 더 커지는 과정을 통해 큰 천체들이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기 천체들의 모양은 울퉁불퉁한 모양에서 출발한다. 이 울퉁불퉁한 천체가 어떤 조건하에서 둥근 공 모양이 되는지를 주목해야 한다.



력의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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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의 크기에 따라 모양이 다른 이유와 관련해, 2006년 체코 프라하에서 열렸던 국제천문연맹 총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총회에서는 1930년에 발견되어 70년 넘게 태양계 행성의 하나로 인정되던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 목록에서 제외되는 중요한 결정이 있었다. 왜행성이라는 새로운 분류가 만들어지고, 명왕성은 세레스(Ceres), 에리스(Eris)와 함께 왜행성에 속하게 되었다. 이때 새로 확립된 행성과 왜행성의 정의를 보면, 공통으로 포함된 조건들 중에 “질량이 충분히 커서 자체 중력으로 둥근 모양을 하고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9] 한편으로 이는 “질량이 충분히 크지 않으면 자체 중력이 약해 둥근 모양을 갖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천체가 둥근 모양을 하고 있느냐 아니냐가 천체의 질량과 중력의 문제라는 것이다.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중력은 질량이 있는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다. 행성, 별, 달 같은 모든 천체는 중력으로 천체 위의 모든 물체를 끌어당긴다. 떠받치는 힘이나 미끌어지는 것을 막는 마찰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높은 곳에 있는 물체는 중력에 의해 낮은 곳으로 떨어진다. 중력의 방향이 천체의 중심을 향하는 것을 감안하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곧 천체의 중심에서 먼 곳에 있는 물체나 물질이 중심에서 가까운 곳으로 옮겨간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도,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도, 지구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물체나 물질이 중력에 의해 지구 중심에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높낮이가 큰 울퉁불퉁한 표면이 좀 더 매끄러워진다.

00objectshape2.jpg » 그림 2. 표면의 움직임으로 울퉁불퉁한 표면이 좀 더 매끄러워지는 과정. 삽화/ 윤복원 (이하 동일)

약 높은 곳에 있는 물체나 물질이 모두 낮은 곳으로 옮겨가 채워져 천체 표면이 모두 같은 높이가 되면, 더 이상 표면에서느 중력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없는 가장 안정적인 모양이 된다. 천체 중심에서 표면까지 거리가 일정한 공 모양인 경우다.[10]


기체나 액체처럼 쉽게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유동체로 천체 내부가 만들어진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런 천체가 공에서 벗어난 모양을 하고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공 모양에서 벗어났다는 말은 천체의 질량 중심에서 표면까지 그 거리가 일정하지 않아 높낮이가 있다는 뜻이다. 높은 곳에 있는 물질이 표면에서 움직여 낮은 곳으로 갈 수도 있지만, 천체 내부에서도 물질이 이동해 높이가 다른 두 곳의 표면을 같은 높이로 만들기도 한다.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 아래 그림을 보자.

00objectshape3.jpg » 그림 3. 내부의 움직임으로 모양이 변하는 과정.

이 들어 있는 U자형 유리관의 왼쪽에 물을 더 넣으면 그 순간에 왼쪽의 물이 더 높아진다. 높아진 만큼 중력에 의해 더 많은 물이 눌러 물이 누르는 힘은 왼쪽이 더 크다. 연결된 아랫부분을 통해 더 세게 누르는 왼쪽에서 더 약하게 누르는 오른쪽으로 물이 이동한다. 시간이 지나면 양쪽 끝의 물 높이가 같아지고 누르는 힘도 같아져 더이상 물이 이동하지 않는다. 양쪽 물 높이가 같아졌을 때 지구 중심에서 양쪽 물 표면까지 거리는 같다. 유동체로 만들어진 천체도 U자형 유리관 속 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천체 표면의 높이가 모두 같아지는 공 모양으로 변하는 방향으로 내부 물질이 이동한다.


태양과 목성류 행성들은 내부가 대부분 기체나 액체인 유동체로 채워져 있어 천체 내부에서 물질이 이동하기 쉽다. 천체가 안정적인 공 모양이 되는 데 유리한 부분이다. 그런데 모양을 바꾸기 어려운 고체로 만들어진 천체도 많다. 지구나 화성 같은 경우는 내부를 구성하는 물질 대부분이 매우 단단한 암석인데도 전체적으로는 둥근 공 모양을 하고 있다. 이런 공 모양의 암석 행성을 설명하려면 행성 자체의 무게로 인해 생기는 천체 내부의 압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력이 만드는 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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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중력은 대기권에 있는 공기도 끌어당긴다. 이 때문에 지표면에 있는 모든 물체는 공기가 누르는 압력을 받는다. 바다 수면과 같은 높이(해발 0미터)에서 공기가 누르는 압력의 평균 크기는 1기압이다. 대략 1킬로그램의 물체가 지구 중력에 의해 손톱 넓이 정도인 1제곱센티미터 넓이의 표면을 누르는 압력의 크기다. 인체는 이에 적응해 평소에는 이런 압력을 느끼지 못하지만, 차를 타고 높은 산에 올라가면 귀가 멍해지는 것을 느낀다. 공기 압력이 낮아져 낮은 곳에서 맞춰져 있던 귀 속 압력과 차이가 생기고 그 차이를 귀로 느끼는 것이다. 해발 1000미터 높이에서는 약 0.9기압으로, 바다 수면에 비해 공기 압력이 10퍼센트 정도 낮아진다.

00objectshape4.jpg » 그림 4. 공기 압력과 물 속 압력.

구 중력은 지구 위의 물도 끌어당긴다. 이 때문에 물 속에서는 물에 의한 압력을 받는다. 물 속에 깊이 들어갈수록 위쪽에 더 많은 양의 물이 위에 있게 되고 그만큼 더 큰 무게로 눌러 압력도 더 커진다. 여기에 더해 물은 같은 부피의 공기보다 훨씬 무겁다. 공기 중보다 물 속에서 더 빠르게 압력이 변하는 이유다. 물 속 10미터를 더 들어갈 때마다 압력이 약 1기압씩 커진다. 이렇게 빨리 변하는 압력은 전문 잠수사도 내려갈 수 있는 물 속의 깊이를 수십미터로 제한한다. 인체가 견딜 수 있는 압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부피의 물보다 무거운 암석 성분으로 구성된 땅 속에서는 압력이 더 빨리 커진다. 지구의 가장 바깥 구조를 ‘지각’이라고 하는데, 대륙 밑의 지각을 구성하는 물질의 질량은 같은 부피의 물보다 대략 2.7배 크다. 이 크기를 가지고 계산하면 3.8미터를 땅 속으로 내려갈때마다 압력이 1기압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3.8킬로미터 땅속에서는 1000기압 정도의 압력을 받고 38킬로미터 땅속에서는 무려 1만 기압 정도의 압력을 받는다.[11] 지구의 평균 지름이 1만2742 킬로미터인 것을 고려하면 3.8킬로미터와 38킬로미터 깊이의 땅 속은 지구 표면의 아주 얇은 껍데기에 불과한 지점이지만, 받는 압력은 1기압의 천 배와 만 배 크기다. 이 압력으로 어떤 물질을 부수거나 모양을 변하게 할 수 있는지를 알면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물질의 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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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가 쉽게 부술 수 있는 두부를 보자. 두부 한 모를 손바닥으로 살짝 누르면 두부 모양이 약간 변하긴 해도 누르고 있는 손바닥을 떼면 다시 원래 모양으로 돌아온다. 세게 눌러 손바닥이 누르는 압력을 점점 크게 하면 두부는 찌그러지고 누르고 있는 손바닥을 떼도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외부에서 힘을 가했을 때 모양이 변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정도를 그 물질의 ‘강도’라고 하는데, 그중에서 누르는 압력으로 측정한 강도를 압축강도라고 부른다. 두부의 경우는 손바닥 힘만으로도 쉽게 찌그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압축강도가 약한 경우다.[12]

00objectshape5.jpg » 그림 5. 압축강도는 원래 모양을 유지하면서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압축 힘을 물체의 단면적으로 나눈 값이다.

편 웬만한 압력으로는 부수기 힘들 뿐 아니라 모양을 변형하기도 어려운 물질도 있다. 건물을 만드는 데 쓰는 콘크리트는 수백 기압 정도의 압축강도를 지니고, 암석은 종류에 따라 수십 기압에서 수천 기압 정도의 압축강도를 지닌다.[13] 따라서 3.8킬로미터 땅 속의 압력인 1000기압은 일반 콘트리트로 만든 구조물을 부술 수 있는 압력이고, 38킬로미터 땅 속의 압력인 1만 기압은 강도가 매우 큰 암석으로 만든 구조물도 부술 수 있는 압력에 해당된다.


물질의 강도 때문에 그 물질로 모양을 유지하면서 만들 수 있는 물체의 크기에 한계가 있다. 매우 큰 크기의 두부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두부 자체도 질량이 있기 때문에 중력에 의해 윗부분에 있는 두부는 아랫부분에 있는 두부를 누른다. 외부에서 힘을 가하지 않아도 중력에 의한 자체 무게로 압력이 생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두부의 크기가 수직으로 커질수록 두부 아랫부분에서 받는, 두부 자체에 의한 압력도 커진다. 수직 크기가 너무 커지면 두부의 강도가 자체 압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아랫부분부터 찌그러지기 시작한다. 모양을 유지하면서 만들 수 있는 두부의 크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른 가장 큰 두부의 크기는 가로 2.2미터 세로 1.2미터에 높이가 0.9미터라고 한다.[14] 두부의 가로와 세로의 길이를 더 늘리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두부의 높이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높게 만들면 자체 무게에 의한 압력이 지나치게 커져 두부가 찌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부를 더 높게 만드는 방법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지구 표면보다 중력이 더 작은 화성 표면에서는 두부의 무게가 작아지기 때문에, 훨씬 더 높은 크기의 두부를 찌그러뜨리지 않고 만들 수 있다.



지구의 에베레스트 산과 화성의 올림푸스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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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objectshape6.jpg » 그림 6. 천체의 크기에 따른 울퉁불퉁한 정도. 지구 위에는 8848미터 높이의 에베레스트 산을 비롯해 수천 미터 높이의 산들이 많다. 산은 주로 암석으로 만들어져 있고, 두부와 마찬가지로 암석도 어느 정도의 압력까지는 부서지거나 변형되지 않는 강도를 지닌다. 이 때문에 두부가 만들 수 있는 한계가 있듯이 산의 높이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차이점은 암석의 강도가 두부보다 훨씬 커서 수천 미터 높이의 산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에베레스트 산이 존재하므로 지구 표면에서 가능한 산의 최대 높이는 적어도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보다는 높다.


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화성 표면에서는 같은 크기의 산 내부에서 받는 압력이 그만큼 작다. 같은 구성물질이라면 강도도 같기 때문에 화성 표면에서는 더 높은 산이 만드는 압력도 버틸 수 있다. 이론상으로 지구 표면의 산보다 더 큰 산이 화성 표면에서는 안정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화성에는 “올림푸스 산”으로 불리는 무려 22킬로미터 높이의 산이 존재한다.[15]


산의 높이에 한계가 있다는 말은 그만큼 표면이 울퉁불퉁한 정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는 지구 평균지름의 1440분의 1이고 올림푸스 산의 높이는 화성 평균지름의 300분의 1 정도이기 때문에, 행성 전체를 한꺼번에 보면 이런 산들이 만드는 울퉁불퉁한 정도는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하지만 천체의 크기가 더 작으면 약한 중력으로 인해 더 큰 산이 만들어질 수 있어, 울퉁불퉁한 정도가 상대적으로 더 커질 수 있다. 심할 경우 울퉁불퉁함 때문에 천체의 모양을 둥근 공 모양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가능하다.



고체이면서 유동체처럼 움직이는 지구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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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내부로 좀 더 깊숙히 들어가면 지하 수십 킬로미터에서 지하 2900킬로미터 지점까지 ‘맨틀’이라는 구조가 존재한다. 지표면에서 가까운 곳은 수천 기압의 압력을 받고, 맨틀의 바닥 부분은 140만 기압의 압력을 받는다고 한다.[16] 암석뿐 아니라 강철의 모양도 변화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압력이다. 여기에 더해 맨틀 내부의 온도도 깊이에 따라 섭씨 500도에서 4000도까지 이른다고 한다. 물질의 물리적 성질도 변할 수 있는 온도다. 맨틀을 구성하는 물질이 대부분 고체상태이지만, 이런 조건들로 인해 아주 긴 지질학적 시간으로 보면 맨틀도 마치 유동체처럼 움직인다.[16] 여기에 더해 맨틀의 밑부분에 존재하는 ‘외핵’은 상대적으로 더 쉽게 모양이 변할 수 있는 액체상태로 존재한다.[17]


체의 형성과정에서 공 모양을 벗어날만큼 큰 규모의 높낮이 변화가 표면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모양 변화는 자체 중력으로 생기는 내부 압력에 변화를 가져오고, 유동체처럼 또는 유동체로 움직이는 천체 내부 물질은 이동하기 시작해, 오랜 시간에 걸쳐 표면 높이가 같아지는 공 모양으로 변해간다.


천체의 질량과 크기가 작으면 자체 중력으로 인한 내부의 압력도 작다. 천체의 크기가 충분히 작아 내부 압력이 천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강도에 못미치면, 울퉁불퉁한 모양에서 생기는 내부의 압력 차이에도 물질이 이동하기 어렵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천문학적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공 모양이 되지 않고 울퉁불퉁한 상태로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둥근 공 모양과 울퉁불퉁한 모양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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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궤도와 목성 궤도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는 천체의 모양과 관련해 중요한 두 개의 천체가 있다. 소행성대에서 가장 크고 질량도 크면서도 왜행성으로 분류된 세레스(Ceres)와, 소행성대에서 두 번째로 질량이 크지만 왜행성으로 분류되지 못한 베스타(Vesta)가 그 두 천체다.[18][19] 세레스(Ceres)는 평균지름이 950킬로미터이면서 둥근 공 모양을 하고 있고, 베스타는 평균길이가 525킬로미터이면서 공 모양에서 벗어난 모양을 하고 있다. 두 천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평균 질량밀도는 서로 다르지만 주요 구성성분이 암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두 천체의 크기 사이에 ‘둥근 공 모양의 천체’와 ‘둥근 공에서 벗어난 모양의 암석 천체’을 나누는 경계의 크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00objectshape7.jpg » 그림 7. 세레스(Ceres, 위의 왼쪽), 베스타(Vesta, 위의 오른쪽), 미마스 (Mimas, 아래 왼쪽), 히페리온 (Experion, 아래 오른쪽). 출처/ NASA

일한 밀도의 물질로 구성되었다고 가정하고 계산한 중심부의 자체 내부 압력은 세레스가 약 1350 기압, 베스타는 약 1100기압이다.[20] 같은 가정으로 1000기압의 압력을 받는 곳의 위치를 계산해보면, 세레스의 경우는 중심과 표면의 중간지 점인 반면에 베스타의 경우는 중심과 표면에서 1대2의 비율인 지점, 즉 표면에 비해 중심에 훨씬 더 가까운 지점이다. 천체의 공 모양 여부가 결정되는 내부 압력의 기준도 또한 이 두 소행성 사이에 있다고 보면 되겠다.


한편 암석이 아닌 물질이 주요 구성물질인 천체들도 있다. 그림 7 아래 사진들은 토성의 여러 달들 중에 공 모양과 공 모양이 아닌 경계의 근처에 있는 세개 달들의 사진이다.[21] 이 달들은 많은 부분이 얼음으로 구성된 천체들이다. 얼음는 암석에 비해 질량밀도가 작다. 이 때문에 같은 크기의 암석으로된 천체에 비해 질량이 작아 자체 중력에 의한 내부 압력도 작다. 하지만 얼음의 강도는 암석에 비해 훨씬 작아[22] 베스타 소행성보다도 작은 크기의 천체에서 둥근 공 모양을 하는 경우가 발견된다.

평균지름이 400킬로미터 정도인 미마스(Mimas)의 경우, 큰 크레이터가 있지만 둥근 공 모양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없는 모양을 하고 있다.[23] 평균길이가 270킬로미터 정도인 히페리온(Hyperion)은 둥근 공 모양으로 보기 어려운 모양을 하고 있다.[24] 얼음으로 만들어진 천체가 공 모양을 하는 최소 지름의 크기는 미마스와 히페리온 사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균일한 질량밀도라고 가정하고 계산한 미마스 중심부의 압력은 70기압 정도로 암석으로 만들어진 천체인 베스타보다 훨씬 작다. 그런데도 미마스가 공 모양인 것은 그만큼 미마스를 구성하는 물질의 강도가 작음을 의미한다.[25]



혜성이나 소행성의 울퉁불퉁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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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가 수십 킬로미터이거나 이보다 작은 소행성들은 일반적으로 공 모양이 아닌 울퉁불퉁한 모양을 하고 있다. 내부 물질을 움직여 모양을 변해 공 모양이 되기에는 중력에 의한 압력이 너무 작은 경우들이다. 한 예로 7000만 년 전 지구에 충돌해 지구상의 공룡을 멸종시켰을 가능성이 있는 약 10킬로미터 길이의 소행성의 경우를 보자. 지구 대륙지각의 평균 질량밀도를 가진 물질이 균일하게 운석 내부를 채우고 있다고 가정하고 내부 압력을 계산해보면 중심부에서는 약 0.25기압의 압력을 받는다는 결과가 나온다. 우리가 지표면에서 받는 공기 압력의 4분의 1에 불과한 압력이다. 이 압력의 크기는 암석의 모양을 변하게 하기에는 턱없이 작아, 울퉁불퉁한 소행성 모양이 공 모양으로 변하눈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번에 혜성탐사선 로제타가 접근해서 찍은 사진으로 그 모양이 알려진 67P/C-G 혜성의 울퉁불퉁한 모양도 같은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혜성의 구성물질 밀도는 암석으로 만들어진 소행성보다 훨씬 작다.[5]  핼리혜성의 질량밀도로 계산한 67P/C-G 혜성 중심에서의 압력은  천분의 1기압정도 밖에 안되는 아주 미미한 압력을 받고 있어, 태양에 가까이 접근해 녹지 않는 이상 모양이 변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2007년에 발사되어 2011년에 베스타 소행성의 궤도에 진입해 14개월동안 관측 임무를 마친  돈(Dawn: 새벽) 이라고 이름지어진 소행성 탐사선이 지금은 같은 소행성대에서 가장 큰 천체인 세레스를 향해가고 있다.[26] 내년 봄에 세레스의 궤도에 진입해 두번째 소행성 관측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한편 2006년에 발사된 뉴 호라이즌스 (New Horizons) 우주선은 내년 여름에 명왕성 근처 10000 킬로미터 지점까지 접근한다고 한다.[27] 불과 몇개월 간격을 두고 각기 다른 우주선이 두 왜행성에 가까이 접근해 관측한 귀중한 자료들을 지구로 보낸다.  특히 흐릿한 사진만 있는 세레스와 아직 이렇다할 사진조차 없는 명왕성과 그의 위성 카론의 선명한 모습을 담게될 사진들이 기다려진다.


[주]


[1] History of the telescope, http://en.wikipedia.org/wiki/History_of_the_telescope

[2] Spherical Earth, http://en.wikipedia.org/wiki/Spherical_Earth

[3] Christopher Columbus http://en.wikipedia.org/wiki/Christopher_Columbus

[4] Ferdinand Magellan http://en.wikipedia.org/wiki/Ferdinand_Magellan

[5] Comet http://en.wikipedia.org/wiki/Comet
[6] Rosetta (spacecraft) http://en.wikipedia.org/wiki/Rosetta_(spacecraft)

‘J’ Marks the  Spot for the Rosetta’s Lander  http://www.esa.int/Our_Activities/Space_Science/Rosetta/J_marks_the_spot_for_Rosetta_s_lander

[7] Amazing Comet Photos Reveal Rosetta Spacecraft's Target Like Never Before http://www.space.com/26731-amazing-comet-photos-rosetta-spacecraft.html

5 Amazing Facts about Europe's Comet-Chasing Rosetta Probe http://www.space.com/26754-rosetta-comet-spacecraft-5-amazing-facts.html?cmpid=514630_20140807_29286356

[8] 성운(nebula)이론이라 불리는 이 이론은 이미 18세기에 주창되었지만 비판을 받아오다가, 1980년에 이르러 젊은 별들의 관측결과가 이 이론이  예측한 내용과 일치하면서 다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Formation_and_evolution_of_the_Solar_System)

[9] 발표된 행성과 왜행성의 정의에는 “유체정력학적인 평형 상태 모양”이라는 좀 더 구체적인 표현이 기술되어 있다. 

[10] 천체 중심에서 같은 거리에 있다 해도 방향에 따라 내부 물질의 질량밀도가 다르다면, 천체가 완벽한 공 모양을 하고 있어도 천체 표면에 있는 물체는 위치에 따라 위치에너지가 달라져 중력에 의해 다른 위치로 옮겨갈 수도 있기는 하다.

[11] 땅 속을 구성하는 물질의 성분이 지역과 깊이에 따라 다르고 깊이 들어갈수록 중력가속도에도 변화가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압력을 받는 실제 깊이가 달라진다. 하지만 지구의 경우 수십 킬로미터 정도의 지하까지는 지구의 얇은 껍데기에 불과해 중력가속도 변화가 크지 않다. (참조: http://en.wikipedia.org/wiki/Gravity_of_Earth)

[12] 어떤 물체가 외부의 힘을 받고 원래 모양을 그대로 지닐 수 있는지는 그 물체를 구성하는 물질의 ‘강도’에 달려 있다. 강도는 측정하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누르는 힘으로 측정하는 ‘압축강도’가 대표적인 강도의 하나다. 외부에서 물체에 힘을 가하면, 이 힘에 물체의 모양이 변하지 않으려고 대항하는 하는 힘이 물질 내부에서 생긴다. 이렇게 외부에서 가하는 힘을 면적으로 나눈 것을 “압력”이라고 하고, 물질 내부의 힘을 면적으로 나눈 것을 “응력”이라고 한다. 압축강도는 물체가 모양을 유지하고 버티는 최대 응력으로 나타낸다.

[13]  Online Materials Information Resource - MatWeb http://www.matweb.com/

Some Useful Numbers on the Engineering Properties of Materials (Geologic and Otherwise) http://web.stanford.edu/~tyzhu/Documents/Some%20Useful%20Numbers.pdf

[14] Largest Piece of Tofu http://www.guinnessworldrecords.com/records-3000/largest-piece-of-tofu/

[15] Olympus Mons http://en.wikipedia.org/wiki/Olympus_Mons

[16] Mantle (geology) http://en.wikipedia.org/wiki/Mantle_(geology)

[17] Outer core http://en.wikipedia.org/wiki/Outer_core

[18] Ceres (dwarf planet) http://en.wikipedia.org/wiki/Ceres_(dwarf_planet)

[19] 4 Vesta http://en.wikipedia.org/wiki/4_Vesta

[20] 균일한 질량밀도를 가정하면 내부 압력 계산이 비교적 간단하다. (참조: http://www.mso.anu.edu.au/~charley/papers/Potato%20Radiusv8.pdf) 하지만 천체의 질량밀도는 내부 깊이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실제 압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좀 더 정확한 내부 압력을 계산하려면 깊이에 따른 질량밀도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21] Moons of Saturn http://en.wikipedia.org/wiki/Moons_of_Saturn

[22] 음식을 먹다가 조그만 돌을 이로 씹으면 이가 상할 만큼 돌(암석)의 강도는 크다. 하지만 얼음의 경우는 강도가 암석보다 훨씬 작아, 조그만 얼음은 이로 씹어 부숴 먹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23] Mimas (moon) http://en.wikipedia.org/wiki/Mimas_(moon)

[24] Hyperion (moon) http://en.wikipedia.org/wiki/Hyperion_(moon)

[25] The Structure and Mechanical Behavior of Ice http://www.tms.org/pubs/journals/JOM/9902/Schulson-9902.html ; The Compressive Strength of Ice Cubes of Different Sizes http://offshoremechanics.asmedigitalcollection.asme.org/article.aspx?articleid=1453083

[26] Dawn (spacecraft) http://en.wikipedia.org/wiki/Dawn_(spacecraft)

[27] New Horizons http://en.wikipedia.org/wiki/New_Horizons


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물리학)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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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물리학과 전산재료과학센터 연구원
나노클러스터, 나노촉매 등 나노과학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함께 생각하고 나눌 수 있는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메일 : bwyoon@gmail.com       트위터 : bw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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