힉스 이후…중국도 세계최대 입자가속기 건설 도전장
힉스 검출 이후 초대형 차세대 국제가속기 논의중
둘레 50~100km 원형 장치, 길이 31km 선형 장치
유럽·일본 건설계획 중에 중국 독자건설 구상 발표
»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있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대형 강입자충돌기(LHC). 힉스 검출 이후에 규모를 키운 차세대 입자 가속충돌기의 건설 계획 논의가 활발하다. 출처/ CERN
'힉스 검출, 그 이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있는 대형 강입자충돌기(LHC)에서 2012년 힉스 입자가 검출된 이후, 세계 입자물리학계가 대량의 힉스 입자(Higgs boson)를 만들어 힉스 입자의 속상을 더 자세히 연구할 수 있는 초대형 입자가속기인 이른바 ‘힉스 공장(Higgs Factory)’의 건설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어느 곳에 어떤 방식의 입자가속기를 어느 정도 규모로 건설할 것이냐가 논의의 초점이다. 장기간의 사업이 될 초대형 가속기 건설에 이미 유럽과 일본이 큰 관심을 기울이며 설계 방안을 제안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중국 과학자들도 2028년까지 현재 최대인 LHC보다 훨씬 큰 입자가속기의 건설 추진 계획을 밝혀 주목받고 있다.
» 출처 / 한겨레 (* 클릭 하면 화면 확대)
과학저널 <네이처>는 지난 7월 뉴스 보도에서, 중국 물리학자들이 전자와 반전자(양전자)를 가속해 충돌시켜 이때에 생기는 여러 기본입자 신호를 분석해 힉스의 속성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둘레 52~80킬로미터의 지하 원형 가속기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도는 둘레 27킬로미터인 LHC보다 훨씬 큰 규모로, 힉스 입자의 속성을 높은 정밀도로 연구할 수 있다고 한다. 중국 쪽이 추산하는 건설 비용은 30억 달러(대략 3조 원)인데, 네이처는 경제성장의 자신감 덕분에 중국 과학자들은 이런 계획에 우호적인 정치 환경이 무르익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풀이를 전했다.
만일 이런 규모의 입자충돌기가 중국에 세워진다면, 입자물리학 분야에서 “이 장치는 중국에 커다란 도약이 될 것”이며, 중국은 “세계 입자충돌기의 수도가 될 것”이라고 네이처는 내다봤다. 대형 가속기는 건설 비용이 매우 커, 중국이 먼저 거대 가속기 건설을 시작한다면 세계의 고에너지 물리학 분야에서 주도권을 쥘 수도 있을 것으로도 풀이된다.
2012년 힉스 입자가 처음 검출된 이후에 힉스 물리학 분야에서는 새로운 물음들이 제기됐다. 그런 물음은 힉스 입자가 우주 만물의 물질과 기본 힘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입자물리학 표준모형이 예측한 대로 그런 속성을 지닌 입자인지, 아니면 이와 달리 알려지지 않은 다른 속성을 지니는지, 또는 검출한 힉스 입자와는 다른 유형의 힉스 입자가 더 존재할 수 있는지에 쏠리고 있다. LHC 이후의 차세대 입자충돌기는 힉스 입자의 생성과 관찰에 적합해 이런 물음에 대한 답을 줄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 중국 과학자들이 제시한 차세대 원형 입자충돌기의 기본 구상(2013). 출처/ http://slideplayer.us/slide/1578853/ , Proceedings of PAC2013. (* 클릭 하면 화면 확대)
네이처 보도를 보면, 지난 7월 스페인에서 열린 ‘고에너지 물리학 국제학술회’에서, 중국 베이징의 고에너지물리연구소(IHEP) 소장인 왕이팡(Wang Yifang)이 이런 계획을 발표했다. 왕 소장이 제시하는 계획안은 우선 2028년까지 기본입자인 전자와 반전자를 가속하다가 충돌시켜 힉스 입자와 다른 여러 기본입자를 만들어내는 원형 가속충돌기를 건설한 다음에, 이어 같은 시설을 활용해 2035년까지 더 큰 에너지가 들어가는 양성자-양성자 충돌기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왕 소장은 다른 나라가 건설 비용 분담에 나서지 않더라도 중국은 독자적으로 둘레 52킬로미터 규모의 건설에 나설 계획이며, 만일 다른 나라가 참여해 국제 협력연구 시설로 건설된다면 그 규모를 둘레 80킬로미터의 충돌기로 확대할 것이라고 네이처 뉴스에서 밝혔다.

중국의 구상과 별개로, 대형 강입자충돌기의 뒤를 이을 차세대 가속기 건설 흐름은 유럽을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지난 2월에는 LHC를 관리하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주최로 미래의 원형 충돌기(Future Circular Collider: FCC) 건설의 가능성을 따져보는 5개 년 조사·연구 사업이 본격 출범했다. 당시에 제안된 초안은 현재 둘레 27킬로미터인 원형 가속기 LHC의 부근 지하에 둘레 80~100킬로미터에 달하는 터널을 새로 건설해 차세대 가속기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현재의 가속기보다 대략 4배 더 큰 규모다.
» 일본이 유치하려는 차세대 국제선형가속기(ILC)의 기본 설계 구상. 출처/ Wikimedia Commons (* 클릭 하면 화면 확대) 원형의 터널에서 입자를 가속하다 충돌시키는 원형 충돌기의 방식과는 달리, 긴 직선 구간에서 입자를 가속시켜 충돌시키는 선형 가속기의 건설 계획도 이미 한창 논의돼 왔다. 이 분야에서는 일본이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은 길이 31킬로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국제 선형 가속기(ILC)'를 자국에 건설하겠다는 계획과 기본설계안을 내놓으며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힉스 입자를 검출한 현재 세계 최대 가속기인 LHC의 건설이 1980년대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듯이, 2030년대를 내다보는 차세대 가속기의 설계와 건설 논의가 벌써부터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다. 차세대 입자 충돌기가 유럽, 일본, 중국 가운데 어디에 세워질지, 원형과 선형 가속기의 장단점이 어떻게 논의될지, 그 중 무엇이 우선적으로
선택될지, 또는 두 방식이 별개로 건설될지 등이 앞으로 상당 기간에 걸쳐 입자물리학계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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