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빠른 에볼라 게놈 해독…연구팀 중 5명 감염 사망

서아프리카 공저자 58명 중 5명 논문 발표 전 숨져


동물→인간 감염서 비롯해…10년전에 비해 385차례 변이

“감염 확산 지속될수록 돌연변이 기회 커져 위험” 경고도 


은 희생자를 낳으며 서아프리카에서 확산 중인 에볼라 바이러스는 10년 전쯤에 유행했던 바이러스 계통에서 분리돼 빠르게 변이를 일으켜 왔으며,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발병의 최초 사건은 '동물에서 인간으로' 옮은 데에서 비롯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추정의 결론은 환자의 혈액에서 얻은 에볼라 바이러스 유전체를 해독하고 분석해서 얻어졌다. 논문의 공저자 58명 중 5명은 연구 도중에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논문 발표 전에 숨졌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먼저 발표한 논문에서,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 케네마정부병원(KGH)의 어거스틴 고바 등 연구팀은 “숙주 간, 숙주 내에서 이뤄지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전체(게놈) 변이가 빠르게 축적되었음을 관찰했으며 이를 통해 이 유행병이 일어난 초기 몇 주 동안에 나타난 바이러스 전파 패턴의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서아프리카 변종은 10년 전에 발병한 중앙아프리카 계통에서 분화했으며, 지난 10년 동안 385차례 넘게 돌연변이를 거듭해온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지난 5월 시에라리온에서 첫 감염자가 발견된 이래 최초 24일 동안 발생한 환자 78명의 검진용 혈액에서 얻은 에볼라 바이러스 99건을 불활성화하는 화학 처리를 한 뒤, 미국 매세추세츠의 케임브리지 브로드연구소에 보내 이곳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게놈 염기서열을 최대 2000번 반복해 매우 높은 정확도로 해독했다. 이 염기서열 정보를 지난 4월에 발표된 이웃나라 기니의 에볼라 바이러스 게놈 해독 자료와 비교해, 바이러스의 변이 특성을 살폈다. 이번 게놈 해독 데이터는 온라인에 모두 공개됐다.


다음은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게놈 분석의 결과를 간추려 전한 과학저널 <네이처>의 보도 중 일부이다. 전문가들은 빠른 속도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특성을 감안할 때, 바이러스의 확산이 오래 지속될수록 더욱 위협적인 변종이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며 바이러스 확산 통제와 돌연변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에라리온의 에볼라 바이러스 00ebola_2.jpg » 에볼라 바이러스의 계통 분화 나무그림. 'Sierra Leone, 2014'이나 '2014'으로 표시된 것이 이번에 해독된 에볼라 바이러스들이다. (클릭 하면 화면 확대) 출처/ Science 유전체를 해독한] 이번 데이터를 [지난 4월에 나온] 기니의 에볼라 바이러스 염기서열 데이터와 비교함으로써, 고바 연구팀은 에볼라가 기니에서 열린 한 장례식에 참석한 12명에 의해 시에라리온으로 들어왔으며 서아프리카 발병은 한 동물에서 한 사람으로 옮은 단일 사건(single event)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후속 비교 연구에서 이번 발병을 일으킨 바이러스가 대략 10년 전에 에볼라 발병을 일으킨 바이러스에서 분리되어 나왔을 것으로 보았다. 바이러스는 10년 전 당시와 이번에 마지막 샘플을 수집한 6월 사이에 385차례 넘게 돌연변이를 축적해왔다.

 연구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첫 달 동안 50차례의 돌연변이를 축적했음을 알아냈다. 이들은 이런 돌연변이 중 어느 것도 에볼라 바이러스의 특성(예컨대 인간 대 인간의 감염 능력 또는 감염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능력)을 변화시킴으로써 전례 없는 발병 규모에 기여했다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이런 의문에 대해 현재 조사 중이다.

 그런 위험은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확산할 때 커진다. ”우리가 발병이 지속하도록 오래 놔둘수록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킬 기회는 더 많아진다. 바이러스가 지금 모습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형태로 변이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의 감염질환의사인 찰스 치우(Charles Chiu)는 말한다.

 이 돌연변이가 이번 발병 환자들한테 투여된 실험적인 치료약과 백신의 효과에 영향을 끼치는 것 같지는 않다. 일부 변화는 진단 테스트가 표적으로 삼는 게놈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는 테스트가 효과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점을 확인하고 돌연변이를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라고 치우는 말한다.


한편, 에볼라 바이러스 질환에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대되는 실험적인 치료 약물인 지맵(Zmapp)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최근 보고된 논문에서 이번에 퍼진 에볼라 바이러스와는 다르지만 같은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실험동물 원숭이 18마리에 지맵 치료약물을 투여해보니 매우 희망적인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동물실험 결과여서, 사람한테도 안전하면서 치료 효과가 나타날지는 아직 확인할 수는 없다. 동물실험과 별개로, 감염 환자 일부에 지맵을 투약해 더러 치료 효과가 나타났으나 이것이 약물 효과인지 또는 다른 요인의 효과인지는 분명하게 가려지지 않은 터라 약물의 안전성과 효과를 두고서 결론을 내리기가 성급하다는 것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에볼라 치료 약물의 체계적인 임상시험 계획은 현재 준비 중이라고 한다.


‘살신성인의 연구자들’

00Ebola1.jpg 이번 논문의 말미에는 함께 논문을 준비하다가 에볼라에 감염돼 안타깝게 숨진 5명의 넋을 기리는 추도문도 실렸다. 숨진 공저자들은 오랜 현장 경험을 지닌 간호사, 테크니션, 의사 등(오른쪽 사진)이었다고 <사이언스> 뉴스는 전했다.


추도문: 비극적인 일이다. 시에라리온에서 공중보건과 연구 활동에 크게 이바지한 다섯 명의 공저자는 연구 도중에 에볼라 바이러스 질환에 감염돼, 논문이 출판되기도 전에 에볼라에 맞선 싸움에서 지고 말았다. 우리는 그들의 넋을 기리고자 한다.


실제로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사태에선 많은 보건의료 인력이 희생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지 소식을 전하는 자료에서 “(8월25일) 현재까지 기니,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시에라리온에서 보건의료 인력 240명 이상이 질환에 걸려 120명 이상이 숨졌다”며 보건의료 인력의 높은 사망자 수치가 전례 없는 일이라고 애도했다. 한편, 에볼라 발병이 확인된 지난 1월 이래 34주째인 8월 말 현재, 서아프리아 4개국에선 3052명이 감염돼 1546명이 숨졌다. 감염 확산 추세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는 에볼라 감염자가 2만 명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00ebola_1.jpg » 서아프리카 지역의 에볼라 감염 확산 추세. 발병 1주째인 1월 이래 34주째인 8월 말까지. 출처/ WHO
 

   논문 초록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로 발병한 에볼라 바이러스 질환이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과 나이지리아에 퍼지고 있다. 우리 연구진은 시에라리온에 있는 78명 환자한테서 채취한 에볼라 바이러스 99건의 유전체(게놈) 염기서열 정보를 최대 2000번 반복해 해독했다. 우리는 숙주 간, 숙주 내에서 이뤄지는 게놈 변이가 빠르게 축적되었음을 관찰했으며, 이를 통해 이번 유행병의 초기 몇 주 동안에 나타난 바이러스 전파 패턴의 특징을 찾을 수 있었다. 이번 서아프리카 변종은 2004년 이래 중앙아프리카 계통에서 분화했으며, 2014년 5월 기니에서 시에라리온으로 건너왔으며, 인수공통감염의 출처를 보여주는 다른 추가 증거는 없는 가운데 지속적인 인간 대 인간의 전파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다수 변종들은 단백질 서열을 변화시키고 다른 것들은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표적들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발병 대응에 중요한 진단, 백신, 치료에 영향을 끼치므로 이 변종들은 감시 대상이 되어야 한다.(논문 초록에서)


   WHO 자료

에볼라: 일반인을 위한 보호조처 (출처/ WHO)


당신이 알아두어야 할 것

 

에볼라 전파의 위험은 낮다. 감염의 조건은 에볼라 바이러스 질환(EVD)에 이미 감염됐거나 그 질환으로 숨진 사람의 체액(구토물, 배설물, 오줌, 혈액, 정자 등)과 직접적이고 신체적인 접촉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VD의 전파를 막고 여러분 자신과 가족과 공동체를 보호하려면, 당신한테 고열, 몸살(body aches), 관절통(joint pain), 설사(diarrhoea), 출혈(haemorrhaging)과 같은 EVD 증상이 나타날 때 즉시 가까운 보건시설에 보고하라. 격리와 전문적 치료가 생존 기회를 높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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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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