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P사태: '획기적 줄기세포' 경쟁에 뿌예진 연구투명성

STAP 세포 연구부정 사태를 지켜보며
이화학연구소 연구원 최승원 박사의 글

00STAPskeptic1.jpg » 오보카타의 2011년 박사학위 논문에 쓴 이미지들(오른쪽)이 네이처 논문의 다른 실험 이미지에 쓰여 날조의 연구부정이 있었다고 이화학연구소 조사위가 지난 4월1일 밝혔다. 논문의 영상 데이터에는 이밖에도 다른 오류와 부정이 밝혀졌다. 출처/ http://stapcells.blogspot.com


“안녕하세요. 이화학연구소(RIKEN, 리켄)에 근무하고 있는 30대 여성 연구원입니다.”

연구소 밖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나의 가장 단순한 소갯말이다.  요새는 나의 이 단순한 소갯말에 모두들 걱정스런 웃음부터 짓는다. 그리고는 나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지금 그곳 분위기는 어때요? 연구하는 데 지장 없어요?”


그리고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지금 가장 주목 받고 있는 ‘리켄의 30대 여성 연구원’과 나는 같은 연구소에 있다 해도 소재지가 다른 캠퍼스에 있을 뿐 아니라 소속된 센터도 다르기 때문에 체감하는 변화는 거의 없어요.”


그런데 갑자기 나는 그렇게 대답하는 내 자신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란의 중심과 물리적으로 멀다고 해도 같은 연구소에 있는데 왜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는 걸까.



기쁨도 잠시 실망과 야유로

00dot.jpg

이야기는 약 5개월전인 1월 말, ‘자극 촉발에 의한 다분화능 획득(STAP, 스태프)’ 줄기세포가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된 그날 시작된다. 약산성의 간단한 자극만으로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이 획기적인 연구 결과에, 일본 안에서는 역분화 줄기세포(iPS 세포)를 처음 만든 야마나카 교수의 노벨상 수상에 이은 일본 과학계의 ‘쾌거’라며 환호했고 과학 선진국으로서 일본의 자존심을 지켰다며 들떠 있었다.


더욱이 그것이 오보가타 하루코라는 30세의 젊은 여성 과학자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일본의 최대 연구기관인 리켄이 젊은 연구자의 대담한 아이디어를 지원한 점에서 많은 찬사를 받았다.


러나 기쁨도 잠시. 논문에 실린 사진의 조작 의혹에다 연이은 실험 재현 실패와 더불어 오보가타의 박사 졸업 논문도 또한 짜집기 편집 된 것이라는 사실이 불거져 나오면서 사태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이화학연구소는 부랴부랴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에 나섰고, 3월14일과 4월1일 두 번에 걸쳐 스태프 세포 논문에 오류가 있음을 발표하면서 스태프 세포를 향한 찬사는 단 두 달 만에 실망과 야유로 바뀌고 만다.


이런 논란의 나날이 계속되던 3월, 연구실 내의 점심시간 화제는 단연 오보가타였다. 오보가타의 기초적인 과학자 자질에 대한 비판이 주된 내용이었다. 오보가타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서론 부분이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인터넷 웹에 실린 설명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점이나 <네이처> 논문에 실린 사진의 가공 등은 과학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내가 하는 연구가 동물이 아닌 식물 분야이지만, 같은 실험 과학을 하는 내 주변의 연구자들은 한결같이 오보가타에 대해 냉소적이었고, 그렇다 보니 이번 논문에 발표된 스태프 세포의 존재에 대해서도 당연 부정적이었다.



핑크빛 실험실과 앞치마의 ‘리케죠(이과여자)’

00dot.jpg

그런데 뜻밖으로 연구실 밖에서 만난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리켄과 미디어가 너무 오보가타만 추궁하는 건 아닌지, 이로 인해 젊은 연구자들이 위축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었다. 누가 이야기를 해도 이야기는 오보가타만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도 그럴 것이 스태프 세포 논문이 발표된 그날부터 스포트라이트는 오보카타만을 향해 있었다. 하지만 기존 생물학의 학설을 뒤집을 정도의 성과라는 연구의 중심에 있던 연구자였지만 그는 그런 스포트라이트에서는 과학자로서 비춰지지 못했다. 그는 언론에 의해 연구실 벽 색깔인 핑크 빛과 실험복을 대신한 앞치마에 둘러싸여 “리케죠(이과여자)”라는 희한한 별명까지 얻는다.


04992399_P_0.jpg » 일본 이과학연구소의 과학자 오보카타 하루코가 지난 1월 말 고베에서 자신이 만들었다는 스태프 줄기세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고베/로이터 뉴스1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과학 밖의 영역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스태프 세포의 생물학적 현상이 왜 그토록 놀라운 일인지 그 본질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웠고 오보가타 없이는 이야기를 시작할 수 없었다. 오보가타 자신조차 그런 시선에 부담을 느끼고 연구결과로서 자신을 내보이겠다며 언론에 자제를 요청했던 것까지는 좋았지만, 불행히도 그후 오보가타가 언론 앞에 선 것은 약 2개월 뒤, 논문 부정 의혹이 지적되고 리켄의 조사결과가 발표된 뒤였다.


사죄와 함께 리켄이 내린 조사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을 밝힌 기자회견장에서 오보가타는 눈물을 글썽이며 “스태프 세포는 있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잘못을 인정한 만큼, 이제 그의 말은 증거 없는 주장일 뿐이었지만 오보가타에 대한 달아오른 관심과 맞물려 동정의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는 있습니다”라는 말은 그 말투와 함께 패러디 되고 희화화 되어 오보가타의 모습은 어느새 ‘스캔들 여배우’의 그것과 닮아가고 있었다.


그런 동정론은 이제 오보가타가 참여하는 재현 실험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시선들이 과학의 재현 가능성에 향해 있다기보다는 오보가타 개인의 성공 여부에 향해 있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 지난 7월2일에는 재현 실험을 위해 리켄에 출근한 오보가타의 모습이, 리켄 건물로 들어가는 뒷모습과 함께 언론에 기사가 되었다. 이제부터 진행될 스태프 세포의 재현 실험을 통해 과학자로서 오보가타가 보여지길 바라는 것은 너무 큰 바람일까.



리켄, 획기적 연구성과 매달려 내부검증 소홀

00dot.jpg

과학을 하는 사람들도 이야기가 오보가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글 서두에서 내가 느낀 이상함의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오보가타와 자신의 입장을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따로 떼어놓고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오보가타의 논문에서 발각된 부정행위가 연구자로서는 해선 안 되는 행위라 해서, 오보카타만을 손가락질할 것은 아니다. 당장 그를 비판하는 것은 쉽지만 논의가 오보가타를 넘지 못한다면 지금 과학계가 지닌 구조적인 문제를 그저 방관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


이번 사건이 그 연구의 영향력과 비례해서 크게 보도가 되었을 뿐 그간 일본 내에서도 크고 작은 논문 스캔들이 있어 왔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물론 이번 사건을 통해 리켄 또한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리켄은 그에 관해 연구원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내부 혁신을 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왜 논문 발표 후 불거져 나온 문제점들이 그들 내부에서는 사전에 지적되지 못했는가.


오보카타의 스태프 세포 연구는 그가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낸 2008년 하버드대학에서 시작되는데 리켄의 연구원이 된 것은 2011년, ‘유닛리더’라는 연구책임자의 자리에 들어서는 것이 2013년이다. 그가 어떻게 연구 책임자가 될 수 있었는지 내부 인사 문제에도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기 시작했다.


리고 이번 사건이 터진 리켄의 발생·재생과학 종합연구센터(CDB)가 최근 발표한 ‘자기점검 검증 보고서’에 따르면 스태프 세포의 아이디어를 다른 연구원 또는 다른 연구기관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연구 내용을 내부에서만 공유했던 상황이 연구부정을 사진에 눈치채지 못하게 한 하나의 원인이라 지적했다. 이것은 해당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 외부인의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받지 못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왜 내부 과학자들은 비판과 자기검증이라는 과학의 잣대를 자신들의 연구에는 제대로 세우지 못했던 것일까.


‘연구부정 재생 방지를 위한 개혁 위원회’는 이를 역분화 줄기세포(iPS 세포) 연구를 능가하는 획기적 성과를 얻으려 한 리켄 CDB 센터의 강한 동기가 문제 발생의 원인이라 꼽으면서 연구부정 재발 방지대책으로 CDB 센터의 해체를 통한 내부 개혁을 조언했다. 물론 센터의 해체는 사태의 책임을 묻는 강력한 조처이기는 하지만 개혁 조처로서 센터 해체만이 시행된다면 내부 문제는 여전히 쉬쉬되는 폐쇄적 집단의 폐해를 근본 해결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도 리켄은 국가를 대표하는 연구기관으로서 왜 스태프 세포와 같은 연구가 논문에 실리기 전까지는 폐쇄적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근본 원인에 대해 앞장서서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



연구 투명성을 개인 윤리에만 기대기에는…

00dot.jpg

지난 4월 말에는 와코 시에 있는 리켄에서 ‘오픈 캠퍼스’ 행사가 열렸다. 연례 행사인데도 올해에는 유난히 리켄의 실험노트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고 한다. 오보가타의 실험노트가 연일 화제였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리켄에서는 실험노트의 작성과 관리를 예전보다 더 철저히 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실험노트는 연구에서 중요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감시 도구는 아닐 뿐더러 조작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더 이상 연구 투명성을 개인 윤리에만 기대기에는 연구의 영향력이 너무나도 크다.


켄에서 역분화 줄기세포 임상실험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다카하시 마사요 프로젝트 리더는 지난 7월1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리켄의 윤리관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스태프 세포 사건과 관련해 리켄의 대응에 불만을 내비쳤다. 임상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관계가 무너진다면서 실험 중지 또한 고려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한편 일본분자생물학회에서는 연구부정을 행한 본인이 재현 실험에 참가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반대 성명을 냈다. 더 이상 논의는 오보가타가 옳았느냐 나빴느냐에 있지 않다. 연구자로서 그저 조용히 실험 노트를 적어 내려간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잘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최승원 일본 이화학연구소 특별연구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최승원 일본 이화학연구소 특별연구원(포스트닥터), 식물병리
과학을 짝사랑하는, 식물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 식물이 주위 환경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를 세포수준에서 연구하고 있다
이메일 : pleiades20@hotmail.com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과학기술인의 ‘대화’와 정치활동과학기술인의 ‘대화’와 정치활동

    전망대강연실 | 2017. 02. 28

    - 과학기술 지원정책 타운미팅 참관기 - 과학자의 정치활동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행사가 끝난 뒤 나에게 남은 질문이다. 많은 이들은 과학계가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녹색성장’이나 ‘창조경제,’ 그리고 아주 최근에 각광...

  • 우리가 실험실에서 페미니즘을 공부한 이유우리가 실험실에서 페미니즘을 공부한 이유

    전망대김준 | 2016. 12. 29

      내가 보낸 2016년  ‘더 좋은 사회에서 자라날 더 좋은 연구실문화’“으아, 실험하기 싫다.”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할 때면 이불 밖으로 한 발짝 벗어나기가 그렇게나 힘들다. 크리스마스 하루 전 날은 고단함이 더해져서 더욱 출근하...

  • 과학자와 ‘자유’과학자와 ‘자유’

    전망대사이언스온 | 2016. 04. 25

      기 고   글쓴이: 김태신 생명과학 박사, 현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대학원생 낡은 문이나 창문만을 그리는 한 화가의 전시회에 간 적이 있다. 전시된 작품 중에는 낡은 문고리를 표현한 것이 있었는데, 문고리 주변의 패인 홈이 어떻...

  •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존중 사회를 생각하며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존중 사회를 생각하며

    전망대사이언스온 | 2016. 03. 23

     기 고  글쓴이: 임종관 이탈리아 트렌토대학교 박사후연구원(로봇공학) 서구 인공지능 로봇 기술은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요구를 바탕으로 발전해왔다. 인공지능 로봇 연구의 토양에는 오히려 인간적인 삶에 대한 갈구도 놓여...

  • 알파고의 계산성능알파고의 계산성능

    전망대사이언스온 | 2016. 03. 16

      기 고   글쓴이: 추형석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가 무섭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알파고를 더 깊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아직 10년은 더 필요했을 것이라 전망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 세계 최...

자유게시판 너른마당

인기글

최근댓글

트위터 팔로우

sub2 untitl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