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P논문 '퇴장': 사후검증 매서움에 덜미잡힌 오류·부정 '반칙'

네이처 논문2편-해설1편 철회조처, 사설 “출판절차 개선필요”

발표 다섯달만에…STAP 재현시도 계속, 예비결과 발표 예정

다중의 사후검증, 신속 조사...그나마 "과학계 자정능력" 평가


00STAP11.jpg » 자극 촉발에 의해 만들어진 다분화능 세포(STAP 세포). 출처/ 일본 이화학연구소


편한 약산성 자극으로 분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는 실험결과를 밝혀 화제와 논란을 낳은 일본·미국 연구팀의 논문 2편이 공식 철회됐다. 지난 1월 말 사전심사를 거쳐 두 논문을 실은 과학저널 <네이처>는 2일치에서 ‘자극 촉발에 의한 다분화능 획득(STAP)’ 줄기세포 논문 2편과 이 연구를 다룬 해설 논문 1편 등 모두 3편을 철회한다고 공지했다. 사설은 네이처 논문 출판 절차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태프(STAP) 줄기세포 논문 철회 사태는 저명한 학술지의 사전심사와 출판 절차에도 허점이 있음을 다시 보여주었으며, 이런 허점을 출판 이후에 익명의 다중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사후심사 과정에서 밝혀내 의혹과 논란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사전검증과 더불어 사후검증이 연구진실성을 지키는 데 중요함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의혹과 문제가 제기되자 주요 저자가 속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가 신속하게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논문의 오류와 연구부정을 확인해 공개하고, 저자들한테 단호하게 논문 철회를 권고하는 조처를 취한 점도 그나마 논쟁의 혼란을 줄이고 과학계의 자정능력을 보여주는 데 기여했다.

[사이언스온의 'STAP 세포 논란' 관련 글들]


네이처의 이날 논문 취소 공지로, “획기적이고 놀라운 발견”으로 한때 주목받던 스태프(STAP) 줄기세포 논문은 발표 다섯 달만에 ‘없던 일’이 됐다. 그러나 핵 치환이나 유전자 조작 없이 간단한 외부 자극으로 줄기세포를 실제 만들 수 있는지 검증하는 리켄 내부의 재현 실험은 계속돼, 그 예비적인 결과가 7월 말이나 8월 중에 발표될 예정이라고 네이처 뉴스는 전했다.



■ 네이처 “논문 실수에 사과” “당시 논문 신뢰는 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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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네이처가 논문 철회 공지에서 밝힌 철회 결정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 저널에 실린 논문 2편에서 중대한 오류 몇 가지가 발견되었으며, 이로 인해 연구기관인 이화학연구소(RIKEN)는 심층조사를 수행했다. RIKEN 조사위원회는 오류 중 일부를 연구부정의 범주로 규정했다. 리켄 보고서에 다뤄지지 않았으나 저자들이 확인한 추가 오류는 다음과 같다.

 …(다섯 가지 추가 오류들)…

우리는 논문 2편에 포함된 실수에 대해 사과 드린다. 이런 여러 가지 오류는 연구물 전반의 신뢰성을 해쳐, 우리는 스태프 줄기세포 현상이 실재하는지를 의심 없이 말할 수 없다. 진행 중인 연구에서 이런 현상이 새로이 조사되고 있는 중이지만, 현재 발견된 오류들이 폭넓게 나타남을 감안할 때 우리는 두 논문을 철회하는 것이 적절한 조처라고 판단한다.”


네이처는 "철회된 스태프(STAP retracted)" 제목의 사설에서 문제의 논문에 대한 내부 심사와 점검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되짚어 조사했으나 “(당시로서는) 논문 심사자들이 논문에서 제시된 것을 신뢰하는 보고서를 낸 것은 매우 적절한 것”이라며 “우리와 심사자들이 두 논문을 크게 훼손하는 문제들을 찾아낼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래는 사설의 '요점'이다.


“요점: (네이처의) 에디터들과 논문 심사자들이 이번 연구에서 치명적인 결점을 찾아낼 수는 없었을 것이라 해도, 이번 사태는 네이처의 (출판) 절차 그리고 우리와 함께 출판하는 기관들의 절차에 있는 문제를 더욱 더 도드라지게 했다. 연구비 제공자, 연구 실행자, 연구기관, 그리고 학술저널을 비롯해 우리는, 정부가 기탁하는 연구비가 낭비되지 않도록, 그리하여 과학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배신당하지 않도록, 우리가 다뤄야 할 의제들 중에서 (연구성과에 대한) 질적 보증과 실험실 전문직업주의를 훨씬 더 중시해야 한다.”


00STAP2.jpg » 약산성 자극으로 만들어진 STAP 세포의 줄기세포 성질을 확인하기 위해 STAP 세포를 쥐의 배아에 주입한 모습. 출처/ Nature 사설은 철저한 심사 체제를 갖춘 저널로서 이름난 네이처에서도 출판 전 사전심사 체제에 한계가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런 사설과 관련해 연구윤리 전문매체인 <리트랙션 워치>는 사전심사의 한계를 네이처가 인정한 데 대해 “좋은 일”이라고 평했으나, 다른쪽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스태프 줄기세포 논문의 의혹을 초기부터 제기해 주목받은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의 폴 크뇌플러(Paul Knoepfler)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논문들에 있는 특정 종류의 연구부정을 논문 심사자와 저널이 언제나 잡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스태프 세포 논문에는 (쉽게 눈에 띌만한는) ‘큰 빨간 깃발’ 같은 게 있었다…나는 이 논문을 읽자마자 뭔가 심각하게 잘못됐음을 느꼈다”며 사설이 사전심사의 문제를 충분히 인정하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스태프 줄기세포 논문 2편이 데이터의 오류와 조작이 확인돼 공식 철회되면서 스태프 줄기세포 논란은 이제 종결 국면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스태프 세포가 실제 만들어질 수 있는지 검증하자는 재현 실험은 내년 3월까지 계속될 예정이어서, 최종의 마침표는 더 지켜봐야 한다. 한편 네이처는 뉴스 보도에서, 간단한 자극을 가해 배아 줄기세포보다도 더 뛰어난 분화 능력을 지닌 줄기세포가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은 믿기 힘들지만, 세포에 가하는 물리적인, 또는 화학적인 자극이 세포의 역분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연구할 가치가 있다는 몇몇 연구자들의 반응을 함께 전했다.



■ 발표 이후 환호와 논란에서 철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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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오보가타 하루코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원을 비롯해 일본·미국 공동 연구팀은 지난 1월 말 <네이처>에 낸 논문 2편에서 갓 태어난 쥐의 분화한 세포를 핵 치환이나 유전자 조작 같은 복잡한 기법 없이 약산성 용액에다 수십 분 동안 담갔다가 일정한 배양 처리를 하니 이 세포가 분화 이전의 초기 상태(줄기세포)로 바뀐다는 쥐 세포 실험 결과를 밝혔다. 이 연구는 발표 직후 역분화 줄기세포 연구에 큰 전환을 마련하고 생물학의 기존 상식을 뒤집었다는 점에서 획기적 성과로 받아들여졌다.


04992399_P_0.jpg » 일본 이과학연구소의 과학자 오보카타 하루코가 지난 1월 말 고베에서 자신이 만들었다는 스태프 줄기세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고베/로이터 뉴스1 하지만 환호는 곧 멈췄다. 일부 연구자들 사이에서, 실제로 스태프 줄기세포가 이처럼 간편하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의문이 일었고, 더 나아가 네이처 논문에 실린 영상 데이터에 ‘부자연스런’ 흔적이 있다는 조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문은 의혹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2월12일 일본의 누리집과 논문 검증 커뮤니티인 ‘퍼브피어(Pubpeer.com)’에서 처음 이런 의혹이 제기되자, 곧이어 이화학연구소는 연구진실성 조사 활동에 나섰다고 언론에 밝혔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스태프 세포가 논문이 밝힌 것처럼 쉽게 재현되지 않는다는 재현 논란과 더불어, 주요 저자인 오보카타 하루코 연구원의 박사학위 논문에 실린 영상이 네이처 논문에 쓰였다는 의혹, 학위 논문에 심각한 표절이 있다는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파장은 계속 커졌다.


4월1일 이화학연구소는 논문에 제기된 의혹을 조사한 결과를 정리한 조사보고서를 내어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된 스태프 논문 한 편에서 2건의 연구부정 행위가 인정된다”며 논문 저자들한테 연구부정과 관련한 논문 한 편의 철회를 권고하고 규정과 절차에 따라 엄정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소 쪽은 스태프 줄기세포가 실제 만들어지는지를 검증하는 조사 활동은 대략 1년 동안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논문에서 제시한 것처럼 갓 태어난 쥐의 림프구 세포를 약산성 처리하는 방법으로 다분화능 세포(줄기세포)로 전환할 수 있는지 등을 검증할 계획이며, 검증그룹은 활동 시작 4개월 뒤 중간보고를 하고 검증이 완료된 뒤에는 최종보고서를 낸다).


논란이 확산하고 논문 철회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6월4일께부터 일본 언론에서는 ‘오보카타 연구원이 두 편 논문을 모두 다 철회하는 데 동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최근인 지난 6월16일에는 공동저자인 와카야마 데루히코 야마니시대학 교수가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갖고 있던 스태프 세포를 제3의 연구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서 이 세포가 스태프 줄기세포가 아닌 것으로 분석됐으며 이 연구와 무관한 배아줄기세포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로써 스태프 줄기세포가 아예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으며 연구용 세포의 ‘바꿔치기’ 의혹마저 불러일으켰다.


네이처는 7월2일 문제의 논문 2편에서 오류와 연구부정이 확인됐다는 이화학연구소의 조사보고서와 네이처 내부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저자들의 동의를 받아 논문 2편을 공식 철회했다. 논문 발표 이후 다섯 달만으로, 이런 철회 결정 과정은 비교적 신속하게 이뤄졌다.

[※ ‘논란에서 철회까지’ 부분은 이전 글들의 내용 일부를 종합하고 보강한 것입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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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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