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대의 "소설- 박사를 꿈꿔도 되나요"

‘박사우울증’이라는 게 있습니다. 많은 대학원생이 흔히 겪는 우울한 증상을 뜻한다고 합니다. 우리 시대 ‘박사우울증’을 앓는 많은 이공계 대학원생의 삶을 소설 형식에 담아 독자들과 나누고자 합니다. 서로 이해하며 보듬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카이스트 박사과정 김창대 님이 씁니다.

연구실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하면 돼요?


00PHD_pic8.jpg » 출처 / 김창대




#8. 또 하나의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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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전형과 면접을 통과해서 대학원에 들어오게 되면, 우리 학교에서는 또 하나의 입시가 벌어진다. 바로 연구실 배정이다. 더 많은 연구실을 직접 둘러보고 결정하라는 의미로 첫 학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연구실 배정을 한다. 특정 연구 분야에 대한 포부가 있는 신입생들은 자기가 원하는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실에 배정받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한다. 학위만 따러 들어왔어도, 어떤 연구실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진로도 어느 정도 정해지기 때문에 연구실 배정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어떤 지도교수를 만나고 어떤 사람과 함께 지내느냐의 문제기 때문에, 연구실 배정 기간에 정보에 굶주린 신입생들의 음주가 대폭 늘어난다.


석사과정 신입생들의 연구실 배정 기간, 메일이 하나 왔다.


김정원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석사 신입생으로 들어오게 된 이진석이라고 합니다.

학부는 한겨레대학교를 나왔고, 운이 좋게도 이번에 꿈꾸는대학교 석사과정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석사과정에 입학하여 어느 연구실에 들어가야 할지 살펴보던 중에 선배님께서 계시는.......


아, 누가 신입생 아니랄까봐, 메일 참 길다. 그러니까 우리 연구실에 관심 있으니 나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거다. 편한 시간을 알려달라고 한다. 그냥 자기가 언제 시간이 되는지 적어놓으면 편할 텐데, 무작정 알려달란다. 갓 들어온 신입생들이 수업 같은 게 많아서 일정 잡기 어렵지, 난 거의 연구실에 있는데.


하긴, 나도 신입생 때는 비슷했지. 대학원 6년차, 어느덧 완벽한 대학원생이 되어버린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불평하고 있는 내 모습을.


그래, 우리야 이메일을 거의 카카오톡 쓰듯 쓰지마는, 이 학생에게는 아직 편지 같은 느낌일 것이다. 출력만 하면 봉투에 넣고 집주소를 적어서 보낼 수도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 중학교 때나 배웠을 “편지 글의 구조”를 지키려고 노력한 흔적마저 보이려 한다.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했겠지. 허구한 날 효율, 속도 따위만을 이야기하는 이곳에서는 무조건 짧은 것이 예의인데. 그러면서도 있을 건 다 있는, 유식한 말 좀 써보자면 ‘간단명료’라고나 할까. 이제는 청첩장마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냥 시간과 장소만 알면 되는데, 왜 그리 비싼 종이를 쓰는지. 그러면서도 밥이 언제부터 나오는지는 안 적어놓는다. 언제 예식장에 갈 건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인데.

아, 사람과 사람이 맞닿는데, 효율이 웬 말인가. 참, 비인간적이다.


그럼에도, 대학원생의 메일답게 답장은 한 줄이었다.
 

수요일 오후 3시에 괜찮으신가요? 괜찮으시면 전산학과 1층 로비에서 만나죠.

 - 김정원


나 같으면 “그 때 뵙겠습니다.” 한 문장으로 끝낼 답장이 반갑다느니 고맙다느니 하면서 7줄 분량으로 왔다. 그래도 다행이다. 내가 제시한 시간이 안 됐으면 기나긴 메일을 또 주고받아야 했을 테니까.


약속은 잡았지만,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를 한다는 건 참 부담스럽다. 왜 대체 나일까. 연구실에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요일 오후 3시, 전화번호도 생김새도 몰랐지만, 로비에서 초조한 눈빛으로 앉아있는 걸 보니, 저 사람 같다.


 “저, 혹시 이진석....”


벌떡 일어난다.


 “네, 김정원 선배님이신가요?”

 “네, 저 대단한 사람 아니에요. 앉으세요.”


아, 저 예의, 부담스럽다. 메일에야 연구실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서 만나고 싶다는 했지만, 나에게 잘 보이면 연구실에 들어오는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도 있을 테니까. 도움은 개뿔, 아무 영향도 없는데. 책상 위에 비타민 음료 열 개 들이 박스가 놓여 있다. 설마 나 주려는 건가? 교수님 뵐 때 사들고 가는 신입생들은 봤어도, 유난이군.


 “이거 설마 저 주려는 거예요?”

 “아, 네 선배님.”

 “하하하, 이런 뇌물은 받을 수 없어요.”


사실 내가 연구실 배정에 아무 힘이 없기 때문에, 뇌물이 될 수조차 없다. 그렇지만 아직 공적인 사이인데, 뭔가를 받기도 그랬다. 흠, 전부 거절하기도 미안한데….


 “사오긴 하셨으니까, 여기서 딱 한 개만 마실 게요. 나머진 동기 친구들 나눠주세요. 인기 올라 갈 거예요.”


진석 학생이 약간, 당황한다. 그럴 만도 하지. 어색한 순간이 싫어서 서둘러 비타민 음료 박스를 뜯어 하나만 꺼낸 뒤, 바로 말을 이었다.


 “뭘 물어보고 싶죠?”

 “제가 원래 컴퓨터구조나 운영체제 같은 데 관심이 많기는 한데요, 아직 아는 게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연구실에서 어떤 연구를 하는지가 제일 궁금해요. 홈페이지에서 논문 목록은 좀 봤는데요, 그걸 다 읽어 보기엔 너무 어렵고 해서요.”


신입생과 만나면 늘 받는 질문. 최근에 논문이 나온 것을 중심으로 몇 가지를 설명해줬다. 당연히, 준상이의 논문들이다.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수행했던 프로젝트나.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던 진석 학생이 다시 묻는다.


 “그럼, 선배님께서는 어떤 연구를 하고 계세요?”


아씨, 연구 안 하는데. 그렇다고 연구를 안 한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난 지금 이 학생에겐 연구실을 대표하고 있으니까.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겸손과 너스레로 포장해서 진실을 말하기로 했다.


 “음, 연구 안 하는데. 하하하하. 매일 뭔가를 하긴 하는데요, 하루하루를 떼놓고 보면 연구라고 말하기 좀 그렇거든요. 실제로 뭔가를 구현한다거나 논문을 쓰는 날은 거의 없어요. 뭘 좀 시작하려면 프로그램 설치가 잘 안 돼서 며칠 날리고, 컴파일[1] 안 돼서 며칠 날리고, 뭘 좀 바꿔보려면 원래의 것을 분석해야 되잖아요? 그게 몇 주도 걸리고, 또 논문 좀 읽다보면 하루가 다 가니까 논문 몇 개 읽으려면 며칠 날리고, 그렇게 몇 달을 보내서 겨우 뭔가 실험을 하잖아요? 그리고 결과를 보면 딱 깨달아요. 아, 내가 뻘짓했구나. 그러면 또 다른 주제를 찾아야 되고, 그럼 또 컴파일이 잘 안 돼서 며칠 날리고…”


아, 내가 다 서글프다.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모르겠을 진석 학생의 표정은 무표정이다. 아차 싶다. 연구실 이미지 관리에 들어갔다.


 “아, 그렇다고 정말 아무 것도 안 하는 건 아니고요, 요즘엔 뭘 하려고 하냐면요, 프로그램이 여러 개가 실행될 때, 중앙처리장치에 달린 캐시 메모리[2]를 어떻게 나누어 쓸 것인지랑, 그 때 스케줄러[3]는 어떻게 도와주면 더 잘 될지를 연구해보려고 해요.”




문 용어 몇 개를 섞어 연구 주제를 설명하니 비로소 뭔가 들으려는 눈치다.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한, 컴파일부터 잘 안 돼서 막혀 있는 주제를 마저 설명했다. 말해 놓은 게 부끄러워서라도 연구 좀 해야겠다. 그래, 컴파일이 안 돼서 삽질하는 것도 연구의 일부분이긴 하니까.


어차피 준비해온 질문도 몇 개 없을 터, 내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분야만 보고 연구실 고르지 마세요. 그보다 누가 지도교수님이냐가 훨씬 중요할 거예요.”

 “네?”

 “지금은 하고 싶은 분야가 확고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어느 분야든, 실제로 해보면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차라리 사람보고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에요.”

 “아, 저도 사대천왕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근데 사대천왕이 누구에요? 아무도 안 알려주더라고요.”


예로부터 절대 기피해야 할 지도교수 네 분이 사대천왕이라는 별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주로 졸업을 늦게 시킨다거나, 자신이 퇴근하기 전에는 학생들이 퇴근하지 못하게 하는데 자신이 정말정말 퇴근이란 걸 안 한다거나, 주말에도 반드시 나와야 한다거나 하는 이유들이다. 하지만 초면에 그 목록을 말해주긴 곤란했다. 흘러 흘러 교수님들 귀에 들어갈 수도 있으니까.


 “그걸 제가 이런 데서 말씀 드리긴 곤란하고요, 나중에 신입생 재학생 상견례 같은 거 하면 뒤풀이 가잖아요. 거기 술자리 가서 물어보세요. 그런데, 그 사대천왕이란 것도 좀 업데이트가 필요해요. 그 연구실들 중에 빡세긴 한데 재밌는 연구를 하니까 의외로 사람들이 만족하면서 지내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요즘 새롭게 떠오르는 사람들도 있고요.”


학생에게 재떨이를 던졌다거나,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등의 몇 가지 에피소드가 더 떠올랐지만, 진석 학생과 나 사이엔 아직 신뢰 관계가 없었다.


진석 학생이 말했다.


 “그럼, 권대성 교수님은 어떠세요?”

 “우리 교수님이요? 좋죠. 교수님들 중에서도 참 좋은 편이에요. 제가 지금 연구실 마케팅하려고 이런 말 하는 건 아니고요. 일단 연구실 출퇴근 시간이 아주 자유롭고요, 교수님이 퇴근 안 하셨어도 우리는 마음대로 퇴근하고 그래요. 학생들 의견에도 꽤 귀 기울여 주시고요. 물론, 프로젝트를 몇 개 하니까 할 일은 꽤 있는데, 월급 받는 거 생각하면 그 정도는 해야겠다 싶은 정도에요. 프로젝트도 되도록 연구랑 관련 있게 만들려고 노력하시고요.”


그래, 사실, 내가 박사과정에 불만족스러운 건 다 내 탓이다. 제길. 남들은 교수 탓도 많이 한다는데. 원망할 길 없이 자책만 하려니 더 힘들기도 하다. 복에 겨웠지 뭐.


 “사실, 권대성 교수님 연구실이 소문도 좋게 나 있고 그래서 다들 가고 싶어 하거든요. 그런데 선배님 말씀을 듣다 보니까 더 가고 싶어졌어요. 연구실에 뽑히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글쎄요? 그건 저도 모르는데…. 완전히 교수님 마음이거든요. 생각해보세요. 일단 우리 학교 입시를 통과했다면, 다들 실력은 비슷비슷하다고 보면 돼요. 대학원에서 필요한 능력은 연구하고 논문 쓰는 능력인데, 학부과정에서 제대로 된 연구 경험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잖아요. 그러면 다 거기서 거기에요. 그러니까, 그냥 교수님 마음이죠. 누구는 그 교수님이 쓰신 논문을 좀 읽어보고 가면 도움이 된다고도 하는데, 갓 학부 졸업한 분들이 논문 읽고 이해하는 것도 쉽진 않은 거잖아요. 안 그래요? 음, 우리 교수님 찾아갈 때 이력서는 꼭 준비해 가세요. 이력서 갖고 오는 걸 당연하게 여기시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네요.”


더 이상은, 할 말도 없거니와, 해서도 안 되는 것 같았다. 확실하지 않은 말을 내뱉어서 이 학생이 뻘짓을 하게 만들 수도 없는 것이고, 내가 책임질 수도 없으니까.


 “그럼 혹시, 선배님 배정 받으셨을 때는 어땠는지 얘기해 줄 순 없으세요?”


절박하긴 절박한가 보다. 비법이 없다고 하자 예시 답안이라도 찾는 걸 보면.


그러게, 정말 나는 어떻게 이 연구실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당시에도 인기가 꽤 높았던 이 연구실에 말이다. 이 대학 학부 출신이기 때문일까? 학점이 높았던 건 아니니 그것 때문은 아닐 것이고. 학부 졸업논문을 써보긴 했지만, 남들도 다 쓰는 것이다. 그 논문이 특출났던 것도 아니다. 누구나 그렇듯 교수님을 찾아뵐 때는 말쑥하게 차려입고 또박또박 대답하고 그랬는데, 그게 좋아보였을까? 혹시, 지금은 날 뽑았던 걸 후회하진 않으실까? 6년이나 데리고 있는 데도 변변한 저널 논문 하나 못 써내니까.


답이 없다는 걸, 어떻게 말해줄 수 있을까 하다가,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연구실 배정은요, 소개팅 같은 거예요.”

 “네?”

 “생각해 보세요. 소개팅을 할라치면, 기본적인 조건들은 미리 점검하잖아요. 나이가 어느 정도여야 한다거나, 키는 나보다 작거나 커야 한다거나, 뭐 사람에 따라서는 학벌을 보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그런 것 때문에 그 사람과 사귀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잘 생겼거나 돈이 많다고 반드시 된다는 보장도 없고요. 물론, 연락을 자주하고, 얼굴을 자주 본다면 그 사람과 사귈 가능성을 높일 순 있겠지만, 실상은 연락 자주 한다고 그 사람과 사귀게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물론, 아예 연락이 없으면 소개팅 자체가 쫑나는 거겠지만요. 연구실 배정도 똑같아요. 입시라는 과정은 모두 통과했으니 기본적인 조건은 되는 거예요. 물론 교수님을 자주 찾아뵙고 한 마디라도 더 나누고 하면 뽑힐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그렇다고 꼭 뽑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리고 이제까지 뽑힌 학생들을 보면, 학점이나 영어 성적이 특출난다고 꼭 뽑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제가 더 이상 해드릴 수 있는 말은 없어요. 제 말대로 했다가 안 된다고 책임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수긍하는 듯 하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럼요, 혹시 선배님. 선배님께서 교수님께 말씀을 좀 잘 해 주시면 좀 좋지 않을까요?”


일단 내가 이 학생에 대해 교수님께 드릴 수 있는 ‘좋은 말씀’이 뭔지도 모르겠다. 왜 ‘좋은 말씀’을 드려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하하하, 제가 교수님 측근이 아니라서요. 제가 말씀드린다고 영향 받고 그러지 않으세요.”


이제 더 이상 할 말도 없는 것 같아서, 내가 이야기 내내 궁금했던 걸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왜 저한테 연락을 주신 거예요? 다른 사람도 많이 있잖아요.”

 “아, 그게요, 연구실 홈페이지에서 한 명 한 명에 대한 웹페이지들을 찾아들어가 봤는데, 거기서 선배님 블로그 링크가 있길래 들어가봤거든요. 그런데 그게 제가 학부 때 몇 번 봤던 블로그인 거예요. 그 때 되게 유용하게 잘 봤거든요. 그래서 반갑기도 하고….”

 “아, 설마, 그 리눅스[4] 공부한 거 몇 가지 적어놓은 블로그요?”

 “네.”

 “그거 글 안 올린 지 몇 년은 된 것 같은데…. 알겠습니다. 어쨌거나, 같은 연구실에서 만나게 되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

 “네, 안녕히 가세요. 잘 좀 부탁드립니다.”




사치레와 함께 서둘러 물러났다. 아, 그 블로그였구나. 석사과정 때, 리눅스를 가지고 이런저런 것을 해보고 나면 그 과정을 꼬박꼬박 정리해놓곤 했다. 이왕 정리해놓은 거 블로그에 올려놓으면 다른 사람 알려주기도 쉽겠다 싶어서 만들었던 것이다. 누군가가 질문을 했을 때, 답을 하는 대신 블로그 링크를 알려준 적도 꽤 많다. 그래, 그 땐 참 열심히 살았는데.


신입생 시절이 떠오르고, 나름 열심히 살던 석사과정 시절이 떠오르다가, 갑자기 박사 4년차라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어느덧, 대학원에 들어 온지도 6년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 연구하기 싫어하는 이 순간, 실은 연구하기 두려워하는 이 순간에도 하루하루는 흐른다. 그리고 이미 꽉 찬 연차만 더 쌓여간다.


또 한 명의 신입생이 들어오기 전에, 연구란 걸 본격적으로 시작해봐야겠다. 마침 아무 일도 없으… 아차, 내일 논문 스터디 발표가 있구나. 아씨, 연구 좀 시작할라치면 꼭 뭐가 있다니까. 내일이면, 서둘러 준비해야겠다. 투덜대며, 연구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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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컴파일(compile): 스마트폰을 포함하여 일반적인 컴퓨터는 0과 1로 구성된 기계어만을 해독해서 실행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0과 1만을 써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것은 너무 어려우므로, 사람이 알아보기 쉬운 언어(물론 전공자들에게나 쉽지 일반인에겐 영어 단어들의 이상한 조합이다)를 사용해서 프로그램을 작성한 다음, 이를 기계어로 번역해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컴퓨터에서 구동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곤 한다. 이 때, 기계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컴파일’이라고 한다.

[2] 캐시메모리: 일반적으로 중앙처리장치(CPU)의 연산 속도에 비해,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속도는 많이 느리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처리장치에 용량은 작지만 속도는 빠른 메모리를 넣어서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를 저장해놓고 사용한다. 이 메모리를 캐시메모리라고 한다. 중앙처리장치를 소개할 때 ‘CPU/3.4GHz/6MB/LGA1155)’와 같이 쓰기도 하는데, 이 때 세 번째인 ‘6MB’가 캐시메모리의 용량을 나타낸 것이다.

[3] 스케줄러: 요즘 컴퓨터에는 중앙처리장치도 여러 개 달려 있고, 프로그램도 동시에 여러 개가 수행된다. 또 각 프로그램이 여러 개의 중앙처리장치를 동시에 사용하기도 한다. 이 때, 어느 프로그램의 어느 부분을 어느 중앙처리장치에서 실행시킬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를 운영체제 속에 포함된 스케줄러가 담당한다.

[4] 리눅스(Linux): 윈도우즈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컴퓨터 운영체제. 소스 코드가 완전하게 공개되어 있어서 운영체제 관련 연구를 할 때 많이 쓰인다.



   작가의 말

 제가 쓰고 있긴 하지만, 이 소설 참 ‘재미’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로맨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이런 걸 누가 좋아할까, 계속 쓰는 게 의미가 있는 걸까, 라는 생각도 많이 해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 싶었어요. 권대성 교수님과 박사 4년차 강준상이 해외 학회에 가다가 비행기가 추락해서 갑자기 죽는 거예요. 그래서 나머지 연구실 구성원들은 각기 다른 연구실로 재배정되는데, 김정원(주인공)과 전보영만 같은 연구실에 배정되죠. 그리고 졸지에 다른 연구실 학생들을 맡게 된 새 지도교수님은 두 사람을 계모인양 구박합니다. 그런데 권대성 교수님 귀신이 매일 밤마다 주인공의 꿈에 나타나는 거예요. 그리고 비행기가 사고로 추락한 것이 아니라 국제테러조직에 의해 자살테러를 당한 거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심지어 이미 죽은 교수님께 이메일까지 받게 되죠. 처음엔 믿지 않던 주인공은 매일 (교수님이 나오는) 악몽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범인을 잡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누가 믿어줄까 하는 생각에 절망하죠. 아니나 다를까, 경찰에 신고했더니 정신병자 취급을 받고요. 그러다가 전보영도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두 사람이 힘을 합쳐 꿈속에서 교수님이 알려준 대로 국제테러조직의 전산망을 해킹합니다. 마침내 진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힘을 합쳐 범죄조직을 쫓죠. 고난이도의 해킹과 치열한 도청, 잠복을 반복하던, 주인공과 전보영 사이에는 역시나 사랑이 싹트게 됩니다. 치밀한 수사를 통해 미국 FBI의 협조를 얻어내 국제테러조직을 일망타진 하게 된 두 사람은 찐한 키스를 나누게 되죠. 그리고 다시 연구실로 출근해 새 지도교수님께 연구는 안 하고 어딜 다니느냐고 구박을 받는다는 스펙타클 스릴러 새드엔딩 스토리,를 생각해봤어요.

 하지만, 대학원생의 일상이 그렇진 않잖아요. 미국드라마 ‘빅뱅이론’처럼 매일 또라이 같은 사건이 터지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이 소설은 계속 대학원생의 일상에서 의미를 찾는 데 주목하기로 했어요. 큰 웃음보다는 잔잔한 공감을 추구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계속 읽어 주실 거죠? ^^;


김창대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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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대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과정
20대를 공대에서 보내고 30대도 공대에서 맞이한 전산학도. 그리고 소설 쓰는 사람. 무언가를 고찰하여 글로 표현해내는 것을 좋아한다. <용감한 작가들> 회원이며 페이스북 페이지 <글 쓰는 김창대>를 운영 중이다. https://www.facebook.com/holypsychowrites
이메일 : holypsy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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