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철회, 재출판…돌아온 'GMO 종양 쥐' 논문

2012년 ‘200마리 쥐 2년간 실험관찰, GMO-종양 연관성’논문

2013년 학술지 “결론 확정적 아니다” 저자 동의 없이 직권철회

2014년 다른 학술지 “합리적 과학토론 위해 게재” 논문 재출판


00maize1.jpg » 농가에서 재배된 옥수수. 출처/ Wikimedia Commons


전자 변형(GM) 옥수수를 장기간 먹은 실험용 쥐들한테서 종양이나 조직 손상이 더 많이 발생했다는 실험 결과를 전해 논쟁을 일으킨 논문이 학술지에서 실렸다가 철회되는 곤경을 당한 지 반 년만에 다른 학술지에 다시 발표돼 ‘학문의 무대’에 복귀했다. 애초에 2012년 9월 미국 과학저널 <식품화학독성학(FCT)>에 실린 프랑스 캉대학 세랄리니(Gilles-Eric Séralini) 교수 연구팀의 이 논문은 출판 직후에 실험 방법이 적절했느냐를 두고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다가 2013년 11월 학술지 편집위원장이 ‘실험 데이터가 부정확하거나 연구부정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논문의 결론이 확정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저자 동의 없이 논문 철회를 직권으로 결정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사이언스온에 실렸던 관련 글들]


애초 연구팀은 200마리의 실험용 쥐를 10개 그룹으로 나누어 GMO가 장기간에 걸쳐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평가하는 실험을 벌였다. 실험 쥐의 서로 다른 그룹들에는 다국적기업 몬산토의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에 내성을 지니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GMO 옥수수인 ‘엔케이603(NK603)’과 제초제 라운드업 성분을 서로 다른 비율로 먹게 했으며, 이와 비교할 수 있도록 그 중 1개 그룹에는 일반 옥수수를 먹이로 주었다. 이 실험에서 연구팀은 GMO 옥수수를 먹은 쥐들한테서 종양과 조직 손상이 더 많이 발생했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언론매체에 크게 보도됐고, 뒤이어 실험 방법이 적절했는지, 비교 대상인 실험쥐의 수가 충분했는지 등과 관련해 찬반 격론이 벌어졌다.


00GMOdebate2.jpg » 철회된 논문(왼쪽)과 같은 내용으로 다른 학술지에 다시 출판된 논문. 출처/ FCT, ESEU 논문 철회 결정이 나온 것은 논문 발표 1년여 만이었다. 2013년 11월 학술지 <식품화학독성학(FCT)> 편집위원장은 논란이 된 논문을 검증하는 작업을 벌여 “논문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실험결과가 확정적이지 않아, 학술지가 요구하는 출판의 문턱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직권으로 논문 철회 결정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논문 철회 과정에 기업체의 영향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이미 전문가 동료심사를 거쳐 출판된 논문에 연구부정의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철회 결정을 하는 것은 출판윤리에도 위배된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논란이 퍼지면서 인터넷에선 ‘과학에 대한 검열을 종식하라’는 제목의 온라인 서명운동이 전개됐으며, 올해 초 미국의 환경보건 분야 학술지에는 ‘GMO 논문 철회의 사유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출판윤리위원회(COPE)의 가이이드라인에도 벗어난 것’이라며 논문 복원과 출판사 사과를 요구하는 사설이 실리기도 했다. 사설의 책임저자인 크리스토퍼 포티어는 당시 한겨레 사이언스온에 보낸 메일에서 “우리 저자들은 이것이 나쁜 선례라 믿고 있다”며 특히 ”산업계가 이번 논문에 가한 압력 때문에 나는 이번 논문 철회가 이런 방식의 논문 철회 결정에 어떤 기원이 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며, 또한 거대 시장을 갖춘 제품에 대해 앞으로 이뤄질 독립적 평가에 끼칠 영향을 크게 우려한다”며 사설 집필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이번에 다시 출판되는 논문은 공개접근형의 온라인 학술지인 <환경과학 유럽(ESEU)>에 실렸다. 상당한 권위와 전통을 갖춘 애초의 저널 <FCT>에 비하면, 영향력은 매우 낮은 편이라고 한다. 세랄리니 교수는 논문이 이 학술지에 정식 출판되기 전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이 학술지의 이름을 숨겼는데, 이는 GMO 기업의 압력으로 논문 게재가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고 연구윤리 보도전문 사이트인 <리트랙션 워치>는 전했다. 이번 재출판은 동료심사를 거치지는 않았다고 <환경과학 유럽> 쪽은 밝혔다. 이 학술지의 편집위원장은 <네이처> 뉴스 보도에서 "이 논문에 대한 동료심사는 이미 식품화학독성학 저널에서 수행됐고 속임수(fraud)나 잘못된 표현(misrepresentation)이 없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에" 논문에 대한 동료심사를 행하지는 않았으며 다만 재출판되는 논문의 내용에 바뀐 게 없음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


현재 정식 발표된 논문의 서두에는 이색적인 글이 추가됐다. 철회되었던 논문을 다시 출판하기로 결정한 <환경과학 유럽>의 편집위원이 논문 재출판의 이유를 설명하는 형식의 글이다. 편집위원인 빈프리드 슈뢰더는 이 글에서 “재출판 자체가 이 논문의 내용에 대한 어떠한 평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논문을 재출판함으로써 이 논문과 관련한 합리적인 토론을 가능하게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래는 이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00GMOdebate1.jpg "경험주의의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은 과거와 현재 현상을 기술하고 설명하며 그 현상의 미래 전개를 추정할 수 있는 지식을 생산한다. 이런 목적에는 정량적인 방법이 사용된다. 과학에서 진보하는 데에는 논쟁적인 논란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고 타당한 결과에 바탕을 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나가면서 진리적인 것에 근접해 갈 수 있다. 그런 방법론의 경쟁은 과학 진보에 필요한 에너지다. 이런 점에서 <환경과학 유럽(ESEU)은 세랄리니 외 저자들의 2012년 논문을 재출판함으로써 이 논문과 관련한 합리적인 토론을 가능하게 하고자 한다. 이런 재출판 자체가 이 논문 내용에 대한 어떠한 평가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일한 목적은 과학 투명성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며 이에 바탕을 두어 방법론적 논쟁을 감추지 말고 그것에 초점을 맞추는 토론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환경과학 유럽>의 ‘GMO-재배와 모니터링 연구’에 관한 주제 연재의 에디터인 빈프리드 슈뢰더(Winfried Schröder)"


또한 세랄리니를 비롯해 저자들은 논문과 별개로 자신들이 그동안 겪은 논쟁의 과정을 정리하며 자신들의 견해를 담은 글도 같은 학술지에 발표했다. 다음은 그런 긴 글의 초록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우리는 (몬산토 제초제인) 라운드업에 내성을 지닌 유전자 변형 옥수수(NK603) 그리고 환경과 관련되는 농도인 0.1ppb 수준부터 전체 라운드업 제초제 성분이 지니는 장기적 독성을 연구했다. 우리 연구는 애초에 2012년 9월19일 <식품화학독성(FCT)>에 출판되었다. 논문에 대한 비판의 첫번째 물결은 1주일도 되지 않아 나타났다. 주로 독성학 분야에서는 경험이 없는 식물생물학자들에서 나오는 비판이었다. 우리는 모든 비판에 답변했다. 그러고서 논쟁은 과학적 주장들로 확장됐고, 심각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이해관계를 지닌 이들에 의한 인신공격적이고 모욕적일 정도의 견해들이 다른 저널들에서 실려 등장했다. 

 같은 시기에, FCT는 생명공학 분야의 새로운 조력 에디터로 몬산토에서 근무했던 이를 받아들였다. 그는 그 이전에 FCT에 우리 연구에 대한 불만을 글을 발표한 바 있다. 이것이 FCT가 뒤늦게 우리의 1차 데이터(raw data) 분석을 요청했던 특별한 이유이다. 2013년 11월 19일, 편집위원장은 우리 데이터가 부정확하지 않다는 점과 우리의 전체 1차 데이터에 연구부정이나 속임수 또는 의도적인 오해석이 없음을 인식하면서도 우리 연구물의 철회를 요청했다. 이는 과학 출판 분야에서 이례적이거나 심지어 전례없는 조처였다.

 편집위원은 우리가 2년에 걸쳐 그룹당 10마리 쥐를 연구했기 때문에, 또 그 실험쥐들이 스프라그 돌리계 래트(Spague Dawley rats)이기 때문에, 그리고 데이터가 암에 관해 확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 논문에서) 확정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 연구물이 학술지에 제출될 당시에 이미 알려진 것들이다. 그렇지만 우리 연구가 발암 연구 분야에 참여한 적이 없다. 우리는 우리 논문에서 ‘암’이라는 단어를 쓴 적도 없다. 이 글은 세계에 상품으로 팔리는 제품에 대한 과학적 평가 분야에서 이해관계의 충돌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례로서, 논문 철회에 이른 논쟁을 요약한 것이다. 우리는 또한 논문 철회 결정이 어떤 분별 있는 과학적 또는 윤리적 근거에서 볼 때에 합리화될 수 없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건강 위험을 살피는 연구물에 대한 검열은 과학의 가치와 신뢰성을 해친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우리 논문을 다시 출판한다.”


애초 논문을 철회했던 <식품화학독성학(FCT)의 편집위원이자 전직 몬산토 연구원인 리처드 굿맨(Richard Goodman)은 GMO 논문의 재출판 소식과 관련해, 과학저널 <네이처>의 뉴스 보도에서 “내가 알기로는 스프라그 돌리 래트에 2년 동안 먹이를 주는 연구를 통해서 사람이나 동물 건강에 실제 위험을 주는 어떤 위해(hazard)를 밝혔다고 입증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세랄리니 논문에서 확실한 결론을 도출하기는 어렵다는 기존 견해를 유지했다. 실험에 사용된 쥐들이 본래 종양에 걸리기 쉬운 종이며 실험 방법과 통계 분석 기법에 결함이 실려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재출판 자체가 논문의 결론을 확인해주거나 뒷받침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GMO 논쟁에서 정식 출판 논문으로서 과학계에 인용될 수 있는 자격을 얻었을 뿐이다. 극심한 찬반 논쟁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출판논문 인용의 학문 세계에서 일종의 '퇴출'까지 경험했다가 학술 논쟁의 무대에 정식 복귀한 세랄리니 교수 논문은, GMO 과학 논쟁의 역사에서 출판, 철회, 재출판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기게 됐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고침] 본래의 글에서는 세랄리니 논문의 재출판이 "동료심사를 거쳐" 이뤄졌다고 서술됐으나, <네이처>와 다른 매체의 후속 보도를 보면 동료심사 절차가 따로 없었던 것으로 나타나기에 이 문구를 삭제했습니다. 아울러 "이 학술지의 편집위원장은 <네이처> 뉴스 보도에서 '이 논문에 대한 동료심사는 이미 식품화학독성 저널에서 수행됐고 속임수(fraud)나 잘못된 표현(misrepresentation)이 없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에' 논문에 대한 동료심사를 행하지는 않았으며 다만 재출판되는 논문의 내용에 바뀐 게 없음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고 밝혔다"는 문구를 집어넣었습니다. 2014년 7월1일 오전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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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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