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상업용 양자컴퓨터' 성능평가 갑론을박

캐나다 개발 '디-웨이브', 지난해 '양자연산 능력' 호평 논문

이번엔 "일반 컴퓨터와 다른 양자 속도향상 확인 안 돼" 논문


00dwave1.jpg » 디-웨이브 시스템스가 128큐비트급으로 개발한 양자 컴퓨터용 프로세서('초전도 단열 양자 최적화 프로세서') 칩. 출처/ Wikimedia Commons


0과 1의 디지털 비트 외에 두 상태가 중첩할 수도 있는 기묘한 양자현상을 컴퓨터 연산에 '양자 비트(큐비트)'로 활용해 연산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최초의 상업용 양자 컴퓨터’가 실제로 월등한 연산 성능을 지녔는지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은 캐나다 기업 ‘디-웨이브 시스템스’가 지난 2007년 양자역학을 이용한 새로운 방식의 컴퓨터로 ‘디-웨이브’를 개발해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기존 컴퓨터가 전자회로의 켜짐과 꺼짐을 0과 1의 신호(비트)로 이용해 연산하는 데 비해(비트), 디-웨이브는 양자역학을 이용해 0과 1, 그리고 둘의 중첩상태 신호(큐비트)를 연산에 활용한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 연구자들은 디-웨이브가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범용 양자 컴퓨터와는 다른 방식이라며 평가절하 해왔으며, 디-웨이브 쪽은 범용은 아니지만 특정한 연산에 성능이 월등한 상업용 양자 컴퓨터라며 맞서왔다.


지난해에는 디-웨이브가 실제로 구글과 록히드마틴 기업에 한 대씩 판매되어 화제를 모은 가운데, 같은해 6월 디-웨이브의 연산방식이 전통적인 컴퓨터와는 달리 양자역학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미국 서든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의 논문이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려 언론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양자현상을 이용하는 쓸만한 컴퓨터가 탄생했는데, 물리학자들이 생각하고 이름 붙인 그런 양자 컴퓨터는 아니다”라는 학계의 반응도 만만찮게 계속되었지만, 새로운 연산 방식의 컴퓨터에 큰 관심이 쏠렸다. “디-웨이브 컴퓨터 칩의 양자역학 이용 연산을 과학자들이 확인하다” “구글이 구매한 양자컴퓨터, 진짜인 것으로 거의 입증되다” “디-웨이브가 새로운 방식의 양자 컴퓨터 제작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식의 보도가 잇따랐다 (<사이언스온>, 2013년 7월23일치).


런데 이번에는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양자역학을 응용한 연산을 하는 디-웨이브 컴퓨터와 전통적인 연산방식을 취하는 기존 컴퓨터의 연산 성능을 비교해보니 별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분석 논문이 과학저널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최근 발표됐다.


00Dwave.jpg » 최초의 상업용 양자컴퓨터를 표방한 '디-웨이브 양자컴퓨터'. 출처/ D-Wave Systems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의 마티아스 트로이어(Matthias Troyer) 등 연구팀은 디-웨이브 컴퓨터와 일반 컴퓨터가 특정한 연산 문제를 풀게 하고 그 연산문제의 규모가 커질 때 문제풀이 시간이 각기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측정해 비교했다. 복잡계의 난해한 함수에서 최고점, 최저점을 찾는 최적화 문제를 푸는 동일한 과제에 대해, 일반 컴퓨터는 ‘모사 어닐링(simulated annealing) 알고리즘’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했으며 디-웨이브 컴퓨터는 양자역학을 이용한 ‘양자 어닐링 알고리즘’을 사용하고 있기에, 이런 복잡계의 최적화 문제풀이는 둘을 비교 평가하는 데 동일한 평가잣대로 사용됐다.


연구팀은 논문 초록에서 양자 컴퓨터에서 나타나는 획기적인 연산 속도 향상을 뜻하는 ‘양자 속도향상(quantum speedup)’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여러 차례의 연산 비교에서 어떤 문제풀이의 경우에는 디-웨이브가 몇 배 이상의 연산 속도 성능을 보여주었으나 다른 문제풀이의 경우에는 오히려 일반 컴퓨터가 훨씬 더 높은 성능을 보여주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산의] 일부 경우에서는 디-웨이브 머신이 일반 컴퓨터보다 5배 더 빠르게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특정 문제에서는 양자 컴퓨터가 100배가량 더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책임연구자인] 트로이어는 (양자역학을 이용한) 디-웨이브의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수십년 넘게 연구되며 다듬어진 지금의 컴퓨터 칩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디-웨이브의 양자 속도향상 능력은 여전히 입증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와이어드> 보도에서)


물론 연구팀은 이런 결과와 다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논문에서 “우리 결과는 다른 종류의 연산문제에서는 (양자) 속도향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디-웨이브의 모든 성능을 확인해 평가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디-웨이브 쪽은 <사이언스> 뉴스 보도에서 '이번 평가에 사용된 연산문제들이 양자 컴퓨터 칩의 성능을 평가하기에는 너무 단순해 (기존 컴퓨터와 차별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는 “아직 제대로 된, 즉 보편 목적의 유니버설 양자 컴퓨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며 나름대로 특정 문제들을 기존의 디지털 수퍼컴퓨터보다 빨리 풀 수 있다고 말해 왔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만족할 만한 증거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게 (이번 논문이 보여주는 요지)”라며 “(디-웨이브 기술에 과장의 측면은 있지만) 그렇지만 의미 있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순칠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3월 미국물리학회에서 디-웨이브 컴퓨터에 관한 세션이 여러 개 열려 무척 흥미로웠다”며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은 미국물리학회의 여러 발표와도 일치하며, 사이언스 논문의 주장에 무게가 실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자 컴퓨터의 연구 동향과 관련해 “(양자 컴퓨터 개념이) 처음 제시될 때부터 지금까지 하드웨어의 구현이 핫이슈인데, 그동안 천천히 나노기술이 발전해 이젠 몇년 안에 그럴듯한 양자컴퓨터가 나올 것 같다”며 “최근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5년 내 상업용 양자 컴퓨터를 제작하겠다며 영국 정부에 5천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신청하고 있다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전문가 일문일답


000Q.jpg 어떤 난해한 함수에서 최고점, 최저점을 찾는 최적화 문제라는 ‘어닐링(annealing) 문제’를 전통적인 컴퓨터와 디-웨이브 컴퓨터에서 풀도록 했더니, 연산문제의 규모가 커져도 연산속도 차이에 별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디-웨이브의 양자 속도향상(quantum speedup)'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또한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가 양자 컴퓨터로 제시되는 장치의 양자 속도향상을 확인하고 평가하는 평가방법을 제시한 것이라며 의미를 달고 있는 점도 눈에 띕니다. 논문의 주요 내용을 이렇게 이해하면 될런지요?

000A.jpg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 “예. 양자 컴퓨터의 속력향상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문제는 소인수분해 문제인데,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유니버설(보편적) 양자 컴퓨터를 사용해야 합니다. 디-웨이브의 양자 컴퓨터는 아직 아무 문제나 풀 수 있는 유니버설 양자 컴퓨터는 아니라고 그 회사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아무 문제나 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한 종류의 문제, 즉 여러 입자가 상호작용하는 경우 에너지가 가장 낮은 상태를 구하는 최적화 문제 같은 것은 기존 컴퓨터보다 빨리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여 이번 시도를 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서도 속력향상의 증거를 찾기가 어려웠다는 결론이군요. 그러면서 이 실험이 모든 걸 다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물론 디-웨이브는 이번 실험이 적절한 테스트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이번 사이언스 논문의 의미와 한계를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김재완 교수]  “아직 제대로 된, 즉 보편 목적의 유니버설 양자 컴퓨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나름대로 특정한 문제들을 기존의 디지털 수퍼컴퓨터보다 빨리 풀 수 있다고 말해 왔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만족할 만한 증거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근래에 양자 컴퓨터 연구자들 사이에서 디-웨이브 컴퓨터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지요?

[김재완 교수]  “기사에 나와 있는 대로 많이 과장되었다고 생각들 합니다. 그렇지만 의미 있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술 밥에 배부를 수 없고,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이니까요. 1940년대에 벨연구소에서 만든 첫 트랜지스터의 크기는 너무 커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컴퓨터까지 오리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게 첫 걸음이었습니다.” 


000Q.jpg 양자컴퓨터의 실현은 여전히 상당히 먼 미래의 일인지요? 근래에 이 분야에서 뜨거운 관심이 되는 주제는 무엇인지요?

000A.jpg [김재완 교수]  “디지털컴퓨터 회로의 하드웨어는 실리콘 위주로 되어 있지만, 양자 컴퓨터는 아직 어떤 식의 하드웨어로 구성될지 모릅니다. 여기 디-웨이브에서 하는 것처럼 초전도체 방식일 수도 있고, 핵자기공명 방식, 양자광학 방식, 이온 덫 등 다양한 방식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양자 상태의 결맞음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양자상태의 결맞음을 오래 유지하면서도 여러 가지 제어(콘트롤)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가장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것은 작은 것을 추구하는 나노기술을 넘어서는 양자기술의 가장 큰 문제입니다. “Quantum Beyond Nano!” 자연은 양자역학적이기에 아마도 양자기술의 궁극의 기술이 될 것입니다.” 

000A.jpg [이순칠 카이스트 교수] “처음 제시될 때부터 지금까지 하드웨어의 구현이 핫이슈이지요. 그간 천천히 나노기술이 발전해서 이젠 몇년 안에 그럴듯한 양자컴퓨터가 나올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의 반도체 기반 고전컴퓨터와 경쟁할 정도의 제품은 아니고요. 최근 옥스포드대학에서 5년 내에 상업용 양자컴퓨터를 제작하겠다고 영국 정부에  5천억원 규모의 연구비를 신청하고 있다 합니다.”


   논문 초록

 “소규모 양자 장치의 개발로, 이런 장치의 양자 속도향상(quantum speedup)을 어떻게 공정하게 평가하고 찾아낼 것인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 논문에서 우리는 양자 속도향상을 정의하고 측정하는 방법과 그런 속도향상을 덮거나 위장하는 함정을 피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는 최대 503큐비트를 갖춘 ‘디-웨이브 2’ 대상의 시험 데이터와 관련한 우리의 논의를 제시한다. 벤치마크로서 무작위 스핀유리 사례(random spin glass instances)를 사용했는데, 우리는 전체 데이터 세트를 고려할 때 양자 속도향상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개개 경우(instance)에 바탕을 두어 경우들의 데이터 세트를 비교할 때 어떤 확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 우리의 결과는 다른 종류의 연산문제에서는 속도향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양자 속도향상 문제가 복잡미묘한(subtle)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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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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