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의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

생물학 연구의 모델동물인 ‘예쁜꼬마선충(별칭 엘레강스)’을 연구하는 다섯 명의 젊은 연구자들이 발생과 진화를 비롯해 생물학의 굵직한 주제를 담은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실험실 안과 밖의 진지하고 유쾌한 소통을 시작한다.

순수 클론은 없다

유전자 발현과 그 과정의 '잡음'


순수한 의미의 클론(clone)은 없습니다. 동일한 유전자, 동일한 환경을 가진 개체에도 유전자의 '잡음'이 나타납니다. 잡음이 부여한 다양성 덕분에 어떤 개체는 살아남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물은 다양할 여지를 언제나 남겨두고 있습니다. 잡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그 목소리는 자기만 낼 수 있기 때문에 잡음을 통해서만 개인으로 설 수 있는 개체도 있습니다. 이를 단순히 잡음이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요?

 

이번 글의 주제 논문


· RaJ A et al, (2010), Variability in gene expression underlies incomplete penetrance, Nature 463:913-8

· Burga A et al, (2011), Predicting mutation outcome from early stochastic variation in genetic interaction partners, Nature 480:250-5

· Casanueva O et al, (2012), Fitness trade-offs and environmentally induced mutation buffering in isogenic C. elegans, Science 335:82-5



난해 5월14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에 미국 인기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나의 의학적 선택(My Medical Choice)"이라는 제목의 칼럼에는 자신이 유방 절제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 이유와 수술 과정을 비롯하여 비슷한 결정을 하게 될 여성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림 1).


이 칼럼이 발표된 이후 다양한 의학적, 윤리적 논쟁이 촉발되었습니다. 의학적 논쟁은 주로 유방 절제술이라는 의학 기술이 실제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윤리적 논쟁은 유방암을 일으키는 주요 유전자로 알려진 BRCA1이나 BRCA2의 비싼 유전자 검진 비용이 기업체인 미리어드(Myriad genetics)가 그 두 유전자를 특허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에서 촉발 되었습니다. 유전자가 특허가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법정 공방으로 이어져 결국 특허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났습니다.

00noise2.jpg » 자신이 유방 절제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 이유를 밝힌 안젤리나 졸리의 <뉴욕타임스> 칼럼 내용[1]을 보도하는 미국 매체의 방송 화면. 출처/ foxct.com

번 글에서는 졸리의 칼럼 이후 촉발된 다양한 논쟁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유전 질환의 다른 측면을 보고자 합니다. 졸리가 의학적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자신이 BRCA1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 외할머니, 이모가 유방암으로 사망한 가족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균적으로 BRCA1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의 65%가 70세가 되기 전에 유방암에 걸린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BRCA1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이 모두 다 유방암에 걸리지 않는 것일까요?


이 질문은 차세대 염기분석(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을 이용하여 개인별 맞춤 의료의 시대를 열고자 하는 과학자들이 처해 있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차세대 염기분석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전체 유전 정보를 해독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나노포어 염기분석(Nanopore sequencing)’ 기술은 100달러로 유전체 분석을 할 수 있는 시대를 열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유전정보를 저비용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요? 유전정보 분석은 우리가 어떤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지 알려줄 것입니다. 그러한 돌연변이의 위험성은 다양한 질병 연구를 통해 축적된 실험 결과가 바탕이 된 ‘확률적인 값’으로 제시될 것입니다. 졸리에게 BRCA1 돌연변이에 대한 정보가 제공된 것처럼 말이죠.


우리가 유전정보 분석을 통해 얻고자 하는 정보는 암을 비롯한 심각한 질병이 실제로 나에게 나타날지 여부일 텐데, 아직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한정된 ‘경향성’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왜 유전자 돌연변이의 작동 여부가 개인에 따라 다른 것일까요? 가장 단순한 설명은 개인이 가진 유전적 다양성 때문에 돌연변이의 작동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식의 설명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TNRC9라는 유전자의 특정 변이를 가진 사람한테서는 BRCA1 돌연변이로 인한 유방암 발병 확률이 좀 더 증가합니다. 그렇다면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 간에는 이런 차이가 발생하지 않을까요?



쌍둥이는 완전 동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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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존스홉킨스대학의 벨컬스쿠(Velculescu) 교수 연구팀은 일란성 쌍둥이 수만 쌍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쌍둥이 중 한 명에게 나타난 유전 질병이, 다른 한 명에게도 똑같이 나타나는지 조사한 결과를 <사이언스 병진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팀이 조사한 24개의 질병 중 23개의 유전질환(BRCA1 문제로 발생한 유방암을 포함)이 쌍둥이 중 한 쪽에서만 발병하는 불일치 현상을 보였습니다.


주변에 일란성 쌍둥이 친구가 있다면 이 결과가 그리 이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 일란성 쌍둥이를 만나면 그들의 차이점이 잘 보이지 않지만, 조금 더 알고 지내다 보면 그들 각각의 개성(외모부터 성격까지)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개성은 쌍둥이 각각이 경험하는 환경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설명되곤 합니다.

 

렇다면 환경까지 완전히 통제된 조건이라면 개체 간에 차이가 전혀 나타나지 않을까요? 사람을 대상으로 환경을 통제하는 실험을 할 수는 없으니 이런 환경통제 실험은 모델생물을 이용해 이뤄집니다.


록펠러대학의 스웨인(Swain) 교수 연구팀은 대장균(Escheriichia coli)을 이용해 흥미로운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단세포 생물인 대장균은 세포 분열로 자신과 ‘유전정보가 완전히 동일한’ 수 많은 개체를 만들어낼 수 있고, 그 개체들은 ‘완전히 동일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배양됩니다. 스웨인 교수 연구팀은 두 가지 빛(적색, 녹색)의 형광 염색 단백질이 동일하게 발현되도록(RNA 전사가 시작되는 DNA 부위인 프로모터도 동일하게 부착해) 두 단백질의 유전자를 대장균 유전체(게놈)에 끼워 넣었습니다. 만약 유전자와 환경이 모두 동일해 차이가 전혀 없다면 모든 대장균은 동일한 빛, 즉 적색과 녹색 빛이 섞인 노란색 형광의 대장균으로 관찰될 것입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리 적색, 녹색 형광이 갖가지 비율로 섞인 다양한 대장균이 나타났습니다 (그림 2). 왜 모든 조건이 동일한테 두 형광 유전자는 개체마다 다른 비율로 다른 발현 형태를 보인 것일까요? 이 연구팀은 이런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전기공학에서 사용되는 ‘잡음(noise)’이라는 용어를 도입합니다. 본래 잡음은 전기공학에서 기대하거나 의도한 것과 다른 결과물로 나타나는 전기 신호를 의미합니다. 즉, 동일한 유전정보와 동일한 환경의 조건에서 (의도된) 동일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현상을 ‘잡음’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00noise1.jpg » 그림 2. 동일한 유전자와 환경에서 다른 색깔을 내는 대장균들 / 출처 [2]

래 생물 내부 시스템은 화학 물질의 연쇄작용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런 화학반응에는 ‘무작위성’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특히, 적은 양의 물질로 이루어지는 반응일수록 무작위성이 강화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적은 양으로도 세포 안에서 충분히 제기능을 수행하는 분자들인 DNA, RNA, 단백질은 무작위성이 일어나는 주요 표적이 됩니다. 따라서 같은 유전자일지라도 무작위적인 화학반응의 속성 상 다양한 반응을 도출하게 됩니다.  


이런 무작위성이 있더라도 쌍둥이는 분명 쌍둥이로 불릴 만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명체는 내재된 무작위성에 의해 예외가 발생하더라도 일관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견고한(robustness)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림 3). 견고한 시스템은 유전자의 네트워크로 구성되며, 다양한 되먹임 회로를 통해 조절됩니다. 그렇다면 네트워크가 망가져 네트워크가 제어하던 잡음이 증가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00noise3.jpg » 그림 3. 견고한 시스템의 예. 좌측 그림은 비행기 운행 시스템의 예. 오른쪽은 실제 회로가 견고하게 구성되는 방식 / 출처 [3], [4]



왜 유전질병이 특정 개체에만 나타날까? ‘잡음’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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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발생 과정은 생명체의 견고한 시스템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특히 예쁜꼬마선충은 불변하는 정확한 발생 과정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모델 동물입니다. 프로그램된 세포사멸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한 공로로 주어진 2002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사실상 예쁜꼬마선충이 받은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명의 공동 수상자 가운데 한 명인 설스턴(Sulston) 교수는 예쁜꼬마선충 발생 과정을 눈으로 계속 관찰하면서 직접 손으로 그리는 방식으로 다세포 생물에서 최초로 완벽한 세포 계보 지도를 완성했습니다(그림 4)

00noise4.jpg » 그림 4. 예쁜꼬마선충의 세포계보지도 / 출처 [5]

쁜꼬마선충의 발생은 초기 배아의 연속적인 난할(수정란의 세포분열)로 시작됩니다. 초기 배아의 발생에 꼭 필요한 유전자는 주로 어머니의 난자를 통해 직접 자식에게 전달됩니다. 두 번의 난할로 생성된 4개의 할구 세포 가운데 장차 내배엽을 형성하는 것은 EMS 할구입니다. 초기 발생 단계에서 EMS 할구가 만들어지려면 다양한 유전자로 이루어진 네트워크가 적절하게 작동해야 합니다. 이 네트워크를 작동시키는 유전자는 어머니의 난자를 통해 자식에게 전달되는 skn-1이라는 유전자입니다 (그림 5).


00noise5.jpg » 그림 5. EMS 할구의 생성과, skn-1 유전자의 작동 / 출처 [6] skn-1 유전자가 망가지면 대부분의 개체가 발생 단계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런데 BRCA1의 경우와 유사하게 skn-1 유전자에서도 변이가 발생했을 때 그 변이 유전자를 지닌 개체의 일부는 정상 발생 단계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생물학에서 어떤 유전자가 일으킨 변화가 개체의 실제 표현형으로 나타나는 정도를 ‘침투(penetrance)’라고 부르는데, skn-1이나 BRCA1 같이 유전자의 표현형이 확률론적으로 일부 개체에서만 나타나는 경우를 ‘불완전 침투(incomplete penetrance)’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왜 skn-1 유전자는 불완전 침투를 보이는 것일까요? 예쁜꼬마선충은 자웅동체로 개체들 간 차이가 거의 없는 사실상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개체입니다. 또한 예쁜꼬마선충의 배양 환경도 개체들 간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어떠한 변화가 발생의 진행을 좌우하는 정도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걸까요?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우데나르덴(Oudenaarden) 교수 연구팀은 동등한 조건의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내재적 차이인 ’잡음‘을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많은 경우 잡음은 메신저RNA(mRNA) 분자의 미세한 개수 변화로 나타나기 때문에, 잡음의 정도를 측정하려면 mRNA 분자의 개수를 정확하게 셀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mRNA 분자를 세는 것은 기본적으로 빛을 내는 유도미사일이 표적을 찾아가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표적이 되는 mRNA와 상보적인 결합이 가능한 DNA 조각에 형광 물질을 부착하면, DNA 조각이 결합한 mRNA의 위치를 알 수 있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개수를 파악하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현재 기술로는 DNA 조각 하나가 내는 빛을 감지하기가 어려워, 많은 양의 mRNA가 뭉쳐 있는 경우만 관측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 연구팀은 이 한계를 극복하고, 잡음을 추적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 기법을 개발했습니다. 2008년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에 이 연구팀이 발표한 방법은, 추적하고자 하는 표적 mRNA 하나에 결합하는 DNA 조각을 수십 개로 늘려, 각각의 DNA에 형광 물질을 부착하는 방식입니다. 즉, 하나의 표적에 빛을 내는 수십 개의 유도미사일이 달라 붙어 상당히 강한 빛을 방출해 먼 거리에서도 쉽게 관측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죠 (그림 6).

00noise6.jpg » 그림 6. 왼쪽: 표적 mRNA를 검출하는 기술. 오른쪽: 예쁜꼬마선충에서 실제 적용한 예 / 출처 : [7],[8]

연구팀은 단일 mRNA을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토대로 skn-1 돌연변이가 불완전 침투를 보이는 이유, 즉 돌연변이의 결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추적했습니다. 그 결과를 2010년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skn-1 유전자는 med-1/2 → end-3 → end-1 유전자를 거쳐 분화 유도 유전자인 elt-2를 작동시켜 대표적인 내배엽인 대장을 형성합니다. 이 연구팀은 skn-1 유전자가 망가지면 발생이 일부 개체에서만 일어나는 동시에, 분화 유도 유전자인 elt-2도 일부 개체에서만 발현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림 7). 그런데 이상하게도 skn-1 신호를 elt-2로 전달하는 중간과정에 있는 med-1/2와 end-3 유전자의 발현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일부 세포에서 elt-2가 발현할 수 있었을까요?


00noise7.jpg » 그림 7. elt-2 mRNA 검출 결과. skn-1 돌연변이를 보면 어떤 배아에는 elt-2 mRNA가 충분히 발현하지만 어떤 배아에는 전혀 발현하지 않습니다. / 출처 [9] 그 이유는 skn-1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잡음을 제어하던 네트워크가 망가지면서 end-1 유전자의 잡음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그림 8). 그 결과 end-1 유전자의 발현이 대장균의 형광 단백질 경우처럼 어떤 개체에서는 많이, 또 어떤 개체에서는 적게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다양하게 end-1 유전자를 발현하는 개체들 가운데, end-1 유전자를 특정 임계 이상으로 높게 발현하는 개체에서만 elt-2가 발현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림 9). 이 결과를 종합해보면 skn-1이 망가졌을 때 불완전 침투가 일어나는 이유는 skn-1에 의해 활성화되는 유전자 네트워크의 주요 요소들이 망가져 end-1의 잡음이 제어되지 않고,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00noise8.jpg » 그림 8. 각 배아의 mRNA 개수를 측정한 결과. end-1의 경우 잡음이 증가하였음을 할 수 있습니다. / 출처 [9]

즉, skn-1 유전자가 망가지면 ‘skn-1 네트워크’에 있는 med-1/2, end-3의 발현은 완전히 사라지지만, end-1의 발현은 아직 알지 못하는 이유로 사라지지 않고 잡음이 심해지는 형태로 바뀝니다. 그 결과 어떤 개체에서는 충분한 수의 end-1이 발현되기 때문에, 그 개체에는 완전한 분화를 유도하는 데 필요한 elt-2가 온전히 발현하여 ‘skn-1 돌연변이’ 형질이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따라서 skn-1 돌연변이에서 나타나는 불완전 침투 현상은 그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 연관된 유전자의 잡음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00noise9.jpg » 그림 9. skn-1 돌연변이 개체 중 정상으로 발생하는 개체는 end-1 발현이 임계 이상으로 발현하고, 그로 인해 elt-2 유전자가 발현합니다. / 출처 [9]



통제되지 않은 '잡음' 예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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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BRCA1 이야기로 돌아가봅시다. BRCA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평균 65%의 여성이 70세가 되기 전 유방암에 걸린다고 합니다. 만약 돌연변이로 인해 잡음을 내는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다면 65%의 발병 확률에 포함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예측할 수 있을까요? 단지 평균적인 전망이 아니라 당신은 BRCA1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고, 잡음이 심해진 어떤 유전자 A가 높게 발현하므로, 혹은 낮게 발현 하므로 당신은 유방암에 걸릴 것이 확실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차세대 염기분석 기술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고, 질병과 연관된 돌연변이 유전자의 위치들이 많이 규명되고 있지만, 개인이 가진 특이적인 유전적 변이들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할지 다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해야 할까요? 많은 과학자들은 단순한 모델 동물에서 출발하여, 어떻게 하면 유전정보에서 정확한 표현형을 읽어낼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습니다.

 

근 과학자들은 단순히 하나의 유전자 기능을 들여다보는 것을 넘어 유전자와 유전자의 관계, 더 나아가 전체 시스템을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효모(yeast)를 이용하여 유전자들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2010년 토론토대학의 연구자들이 주축이 되어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단지 6000개의 유전자를 가진 효모에서 17만 개 유전자 쌍이 다양한 조건에서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림 10).

00noise10.jpg » 그림 10. 효모를 이용하여 유전자 네트워크를 그리려는 시도 / 출처 [10]  

이처럼 다양한 환경에서 유전자는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유전 정보를 가지고 얼마만큼의 표현형을 예측할 수 있을지는 이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1년 스페인의 레너(Lehner) 교수 연구팀은 실제로 유전자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일이 돌연변이를 예측하는 능력을 높여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의 tbx-9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 유전자는 50% 확률로 근육과 표피의 정상적인 발생을 방해하는 불완전 침투현상을 보입니다 (그림 11). 예쁜꼬마선충의 유전체에는 tbx-9의 유전자 중복(gene duplication)으로 발생한 tbx-8이라는 유전자가 존재합니다. 유전자 중복은 DNA 복제과정에서 오류 등의 이유로 우연히 유전체의 특정 지역이 여러 개로 복제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현상은 진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중복된 두 유전자는 85%의 염기서열이 동일합니다. 염기서열이 비슷한 만큼 이 둘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실제로 두 유전자가 동시에 망가지면 100% 확률로 근육과 표피의 발생에 문제가 생깁니다.

00noise11.jpg » 그림 11. tbx-9 돌연변이가 보이는 불완전 침투, tbx-9과 tbx-8이 동시에 망가지면 100% 확률로 문제가 발생 / 출처 [11]

너 교수 연구팀은 tbx-9의 불완전 침투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tbx-9과 기능적으로 연결된 유전자의 잡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우선 tbx-9과 관련성이 높은 tbx-8에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tbx-9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비슷한 기능을 하는 tbx-8의 발현이 증가하여 완충작용을 수행합니다. 그런데 tbx-8의 발현은 분명 평균적으로는 증가했지만, 동시에 잡음도 같이 증가하는 패턴을 보였습니다(그림 12). 이 경우도 앞서 살펴본 skn-1 돌연변이에 의한 end-1 유전자의 잡음 증가 현상과 유사하게, 높은 tbx-8 발현을 가진 개체에서 tbx-9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극복하고 정상적인 발생을 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00noise12.jpg » 그림 12. tbx-9 돌연변이에서 발생한 tbx-8 유전자의 변화 / 출처 [11]

이렇듯 견고한 네트워크 속에 통제되어 있던 잡음은 네트워크가 위협 받으면 다시 자신의 존재를 드러냅니다. 그렇다면 tbx-9 돌연변이에서 tbx-8의 잡음을 측정해보면, tbx-9 돌연변이들 가운데 어떤 개체가 돌연변이 형질을 보일지 예측 가능할까요? 기대와는 달리 tbx-8 하나만으로는 돌연변이 개체를 완전히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팀은 돌연변이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tbx-9과 관련된 또 다른 유전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은 샤페론(chaperone) 단백질에 주목했습니다 (그림 13). 생명체의 견고한 네트워크는 단순히 유전자들의 되먹임 조절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샤페론은 직접적으로 tbx-9의 기능을 조절하는 단백질은 아니지만, 네트워크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절인자 중 하나입니다.

00noise13.jpg » 그림 13. 단백질을 적절하게 접기 위해 사용하는 샤페론 / 출처 [12]

네트워크 내에서 작동하는 다양한 단백질들은 수많은 환경적인 이유로 변성됩니다. 샤페론은 변성된 단백질, 그 중에서도 잘못 접힌 단백질은 적절하게 접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하는 단백질입니다. 많은 돌연변이는 단백질 변성의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샤페론의 양이 많으면 일부 돌연변이 단백질의 기능이 회복되어 돌연변이 개체의 비율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견고한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중요한 조절자인 샤페론의 발현도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에서 다른 발현 형태, 즉 잡음을 보였습니다. 예상대로, tbx-9 돌연변이 중 샤페론 유전자의 발현이 높은 개체에서 정상적인 발생에 성공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그림 14). 이 결과를 토대로 두 유전자, 즉 tbx-8과 샤페론을 이용하면 tbx-9 돌연변이에서 어떤 개체가 정상적인 개체가 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00noise14.jpg » 그림 14. 정상적으로 발현하는 개체에서 높은 샤페론 발현 양을 보임. daf-21은 샤페론 유전자 / 출처 [11]

실제로 tbx-9 돌연변이 가운데 tbx-8과 샤페론의 발현이 증가한 개체는 거의 대부분(92%) 정상적인 발생에 성공했습니다 (그림 15). 2012년 스페인의 레너 교수 연구팀이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샤페론의 양은 다양한 환경조건에서 변화를 나타냅니다. 즉, 샤페론의 양은 개체가 환경에서 받은 영향을 드러내는 하나의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00noise15.jpg » 그림 15. 샤페론과 tbx-8을 이용하여 정확한 돌연변이 예측. 녹색 : tbx-8, 빨간색 : 샤페론, L : 낮은 발현, H : 높은 발현 / 출처 [11] 러므로 불완전 침투는 돌연변이 유전자와 직, 간접적으로 관련 있거나 환경에 영향을 받는 다양한 유전자들의 무작위적인 발현 양상, 즉 잡음에 의해 발생합니다. 인간의 질병도 관련 있는 다양한 유전자의 잡음을 측정할 수 있다면 좀 더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이 의사라고 가정했을 때, 특정 유전자의 변이를 지닌 환자에게 당신은 그 변이로 인한 문제를 반드시 겪을 것이라고 진단해주려면 어떤 정보가 필요할까요? 반드시, 즉 “100%”가 생명체에서 가능한 문제인가 하는 의문은 잠시 배제하고 생각하면,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그 변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유전자 그리고 샤페론의 양으로 대표되는 환경 정보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림 16).


과학 기술이 더 발전하면 모든 유전자의 연결고리, 그리고 특정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변하는지 전부 알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고 대답하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결국 유전자를 통한 질병의 예측은 확률의 문제로 남을 것입니다.

00noise16.jpg » 그림 16. 돌연변이 유전자와 반응하는 다양한 유전자와 환경 / 출처 [13]



잡음인가 다양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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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유전체, 동일한 환경 조건에서도 나타나는 잡음은 사실 어떤 유전자에나 나타나는 본질적인 현상입니다. 이러한 잡음의 역할이 단지 무의미한, 정보의 온전한 전달을 방해하는 신호에 불과한 것일까요?

 

스페인 레너 교수 연구팀의 2012년 <사이언스> 논문에 따르면, 발생 초기 몇 시간 동안 높은 온도에서 생활한 예쁜꼬마선충의 평균 샤페론 발현이 증가 합니다. 그런데 이 반응에도 어김없이 잡음이 끼어들어 어떤 개체는 적게, 어떤 개체는 많이 발현하게 됩니다. 샤페론이 많이 발현한 개체는 열에 잘 버틸 뿐만 아니라 돌연변이 확률도 낮추고, 오래 살기까지 합니다.

 

렇다면 모든 개체가 샤페론을 많이 발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 좋은 것 아닐까요? 잡음이 무슨 쓸모가 있길래 자연선택 될 수 있었을까요? 진화는 개체가 오래 사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가 더 잘 전달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흥미롭게도 완벽할 것 같았던 샤페론을 많이 발현하는 개체에서 자손의 수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림 17).

00noise17.jpg » 그림 17. 샤페론 발현에 존재하는 트레이드 오프 / 출처 [14]

잡음은 어떤 환경에도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생명체의 현명한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환경이 자주 변하는 조건에서는 일관적인 군집보다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군집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잡음이 만들어낸 다양성이 개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예는 다른 종에도 많이 존재합니다.

 

초파리에서는 눈 발생과정에서 눈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의 잡음으로 인해 한 파장을 인지하는 광 수용체가 아닌 여러 파장을 인지할 수 있는 광 수용체를 발현하게 됩니다. 또한 줄기세포가 어떤 계보로 발생할지 결정하는 일에 잡음이 관여한다는 많은 보고가 있습니다. 심지어 고초균의 경우 한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한 잡음이 새로운 형질의 진화를 촉진하기도 합니다.

 

순수한 의미의 클론(clone)은 없습니다. 동일한 유전자, 동일한 환경을 가진 개체에도 유전자의 '잡음'이 나타납니다. 잡음이 부여한 다양성 덕분에 어떤 개체는 살아남기도 합니다. 이렇게 생물은 다양할 여지를 언제나 남겨두고 있습니다. 잡음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만, 그 목소리는 자기만 낼 수 있기 때문에 잡음을 통해서만 개인으로 설 수 있는 개체도 있습니다. 이를 단순히 잡음이라고만 부를 수 있을까요?

 

함께 참고한 논문


[1] http://www.nytimes.com/2013/05/14/opinion/my-medical-choice.html?_r=1&

[2] Elowitz M et al, (2002), Stochastic gene expression in a single cell, Science 297:1183-86

[3] Kitano H, (2004), Biological robustness, Nature Reviews 5:826-37

[4] Chalancon G et al, (2012), Interplay between gene expression noise and regulatory network architecture, Trends in Genetics 28:221-32

[5] http://www.stembook.org/sites/default/files/chapters_new/Kimble_F01_0.jpg

[6] Hunter C et al, (1996), Spatial and Temporal Controls Target pal-1 Blastomere-Specification Activity to a Single Blastomere Lineage in C. elegans Embryos, Cell 87:217-26

[7] http://www.biocat.com/cgi-bin/page/sub1.pl?main_group=genomics&sub1=rna_single_molecule_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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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RaJ A et al, (2010), Variability in gene expression underlies incomplete penetrance, Nature 463:913-8

[10] Costanzo M et al, (2010), The genetic landscape of a cell, Science 327: 425-31

[11] Burga A et al, (2011), Predicting mutation outcome from early stochastic variation in genetic interaction partners, Nature 480:250-5

[12] http://mol-biol4masters.masters.grkraj.org/html/Co_and_Post_Translational_Events4-Glycosylation_of_Proteins.htm
[13] Lehner B et al, (2013), Genotype to phenotype: lessons from model organisms for human genetics, Nature Reveiws 14:168-78

[14] Casanueva O et al, (2012), Fitness trade-offs and environmentally induced mutation buffering in isogenic C. elegans, Science 335: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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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der et al, (2010), Functional roles for noise in genetic circuits, Nature Reviews 467:167-73

Raser et al (2005), Noise in gene expression: origins, consequences, and Control, Science 309: 2010-13


김천아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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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아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유전과 발생 연구실, 박사과정
실험보단 논문과 책읽는 것을 좋아하는 박사과정생입니다. 이야기 될 수 있는 과학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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