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세포 연결망은 활성중…‘숲 전체를 보다’

MIT와 비엔나대학 연구팀, 3D 실시간 영상 기법 개발

행동과 반응의 신호처리 신경망 전체과정 이해에 도움


 +  일문일답: 공동 제1저자 윤영규 박사과정 연구원

00Celegansneurons.jpg » 총 302개의 신경세포를 지닌 예쁜꼬마선충에서 어떤 행동과 반응이 나타날 때 몸 전체의 신경세포 활성 과정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영상기법이 개발됐다. 출처/ Nature, MIT Ed Boyden 실험실


아 있는 동물이 어떤 행동을 할 때 작동하는 신경세포(뉴런) 활성의 연결망 전체를 실시간으로 보는 새 기법이 개발됐다. 낱개나 몇몇 신경세포를 넘어 전 신경망을 관찰하는 영상기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나무를 자세히 보는’ 것과는 다른, ‘숲 전체를 보는’ 기법인 셈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에드 보이든(Ed Boyden) 교수 연구팀과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 알리파샤 바지리(Alipasha Vaziri)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에 감각 정보를 연쇄 처리해 특정 행동을 일으키기까지 이어지는 신경세포 연결망의 활성 과정을 3차원 실시간 영상으로 보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칼 다이서로스(Karl Deisseroth) 교수 연구팀에서 박사과정생으로 연구하면서 광유전학(optogenetics)을 포유류 신경세포에 적용해 빛으로 신경세포를 켜고 끄는 기법을 처음 선보였던 에드 보이든 교수가 이번 연구논문의 공동 책임저자 중 한 명이다. [ 광유전학: "‘신의 리모컨’ 광유전학, 뇌의 판도라 상자를 열까", 사이언스온]


이 연구논문에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윤영규 매사추세츠공대 박사과정 연구원은 과학웹진 ‘사이언스온’과 주고받은 메일에서 “뇌처럼 큰 3차원 대상을 충분히 빠른 속도로 촬영하는 데에는 현재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는데 이번 연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촬영해 뇌세포 간의 신호처리 과정을 시간 차원에서 좀 더 자세하게 볼 수 있게 했다”며 연구 의미를 설명했다.


새 영상화 기법에는 일단 촬영한 다음에 영상 초점을 찾아가는 라이트-필드(light-field) 기술, 그리고 이와 결합해 작동하는 현미경 기술에 더해, 이렇게 얻어진 피사체 빛 신호의 각도를 계산해 3차원 영상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이용됐다. 몇 밀리초(밀리초는 0.001초) 동안에 일어나는 신경세포 활성을 포착할 정도로, 1초에 수십 장 영상을 처리해 얻을 수 있다. 관련 기술들은 부분적으로 이미 개발돼 있었으나, 이번 연구팀은 이 기술들을 최적화해 활동 중인 신경세포 연결망의 활성과정 전체를 촬영하는 기법으로 융합해내는 데 성공했다.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대용량의 3차원 실시간 영상으로 얻는 기법’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참조: MIT네이처 뉴스 보도]


신경세포 활성 순간을 관찰하기 위해 연구팀은 1mm 길이의 작은 실험용 동물인 예쁜꼬마선충에다 새로운 유전자를 집어넣었다. 칼슘이온 물질이 신경세포 막을 거쳐 세포 안에 들어갈 때 신경세포 활성이 일어나는데, 새로운 유전자를 통해 발현된 단백질은 칼슘과 결합할 때 ‘형광’을 내는 특성을 지녔다. 즉, 어느 신경세포가 빛을 내면, 그 신경세포는 그 순간에 신호처리 과정에서 활동 중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쁜꼬마선충은 몸 전체에 불과 302개 신경세포만을 지니며 몸이 투명해, 신경세포 연결망의 신호 전달과 처리 과정을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실험동물이다.

00Celegansneurons2.jpg » 동영상 http://www.nature.com/news/video-reveals-entire-organism-s-neurons-at-work-1.15240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이 '기어가기' 행동을 할 때에 머리와 배, 꼬리 부위의 신경세포들에서 어떤 신호 처리 활성 과정을 보여주는지를 새로 개발한 기법을 이용해 영상으로 담았다. 또한 흔히 사용되는 또 다른 작은 실험동물인 제브라피시의 유생(갓난 물고기)의 투명한 뇌 전체에서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신경세포 연결망의 활성 과정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제브라피시는 몸 전체에 10만 개 넘는 신경세포를 갖추고 있는데, 연구팀은 물 속에 퍼지는 특정한 향을 맡는 감각 정보를 처리하고 반응하는 과정에, 유생의 뇌 전체를 촬영해 대략 5000개 신경세포의 활동을 신호처리를 통해 자동 추출해냈다고 말했다.


이런 기법은 개별 또는 몇몇 신경세포들을 자세하게 관찰하는 연구와는 다른 영역에서, 정보가 신경세포의 전체 연결망에서 어떻게 전달되며 어떻게 행위로 나타나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는 나름의 장점을 보여준다. 예컨대 새로운 영상화 기법은 특정한 뇌 질환에 관여하는 신경세포 연결망 전체를 관찰해 예전에 몰랐던 관련 신경세포를 새로 찾아내거나, 특정한 자극이 가해질 때에 반응에 관여하는 신경세포 연결망을 전체 그림에서 추적하는 데에 나름의 장점을 발휘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윤영규 박사과정 연구원은 “현재 수준에서 이 기법의 근본 한계는 큰 대상을 빠른 속도로 관찰하기 위해 이미지 해상도를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더 빠르게, 더 높은 해상도로, 더 큰 뇌의 활동을 3차원 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T 동영상 뉴스]




 논문 공동1저자 일문일답/ 윤영규 박사과정 연구원


000Q.jpg네이처 뉴스와 논문 초록을 보니, 신경세포 전체망의 실시간 작동을 관찰하는 기법 개발 연구는 이전부터 지속돼 온듯합니다. 이번 기법 연구개발이 지니는 차별성(성과)은 무엇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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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같은 큰 3D 대상을 충분히 빠른 속도로 촬영하는 부분에서 현재 기술적 어려움이 있으며 , 저희 연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촬영하여 뇌세포간의 신호처리 과정을 좀 더 시간적으로 정밀하게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00YYG.jpg 새 기법은 “light-field deconvolution microscopy”라고 불리는데,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어떻게 되는지요? 기본 원리는 무엇인지요?

 “제가 알기로는 현재로선 좋은 우리말 표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직역조차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기본 원리는 이미지 센서의 각 픽셀에 도달하는 빛의 세기뿐 아니라 빛이 도달하는 각도까지 함께 측정함으로써 빛이 도달한 경로를 역추적하여 3D 정보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2개의 카메라를 사용해 3D 영상을 촬영하는 것과 기본적 원리는 같습니다.”



신경세포 낱개가 아니라, 어떤 행동이 일어날 때 활성화하는 신경세포 전체의 연쇄연결망을 관찰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한창 여러 유기체의 정밀한 뇌 지도(connectome map)가 작성 중인데, 이와 관련한 의미는 어떤 게 있을런지요?

 “전자 기기로 비유하면, Connectome은 회로 도면에 해당하고 뇌활동 측정은 실제 회로에 프로브를 연결하여 오실로스코프를 통해 신호를 관찰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뇌가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모두 필요할 것입니다.”


000Q.jpg이번에 개발한 새 영상기법은, 어떤 연구에 사용할 수 있을런지요? 이전에는 불가능했는데 새 영상기법으로 가능해진 연구영역이 어떤 것인지 설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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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꼬마선충(C. elegans)은 모든 생명체 중 유일하게 신경망 연결회로도(connectome)가 완전히 밝혀져 있습니다. 이제 예쁜꼬마선충의 뉴런(신경세포)의 활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융합한다면, 신경망의 연결구조와 뇌의 활동간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의 전체 신경망이나 제브라피시 유생의 뇌 신경망은 이런 개체들이 투명해서 관찰할 수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네이처 뉴스에 보면 포유류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 기법 개발의 기대도 있던데, 가능한 일인지요?

 “현재도 2-photon microscopy라는 기술을 통해 포유류 뇌의 일부를 관찰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2-photon microscopy는 매우 느리고 포유류의 뇌는 거대하기 때문에 뇌 전체의 활동을 보기 위해서는 많은 기술적 진보가 필요합니다. 가까운 시일 내는 아니더라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떤 감각 자극이 주어지면 이를 인식하고서 반응 행동을 하게 하는 과정을 거칠 것입니다. 이 짧은 과정에서 신경세포 활성이 켜지고 꺼지는 순차적인 과정이 나타나지는 않는가 보지요? 예쁜꼬마선충의 영상을 보니 머리와 배, 꼬리 부위에서 일정한 신경세포들 다수가 계속 형광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깜빡이는 활성 과정을 예상하는 것은 실제와 다른 것일런지요?

 “예쁜꼬마선충의 신경계는 총 302개의 뉴런과 약 5000개의 시냅스를 통한 뉴런 간의 복잡한 연결로 구성되어 있으며, 신호 전달과정은 단순히 가까운 뉴런끼리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실제로 어떠한 정보 처리 과정을 거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정량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 입니다. 또한, 영상에서 형광 빛을 내고 있는 세포 중 일부는 뉴런이 아니므로 이 세포들은 제외하고 관찰해야 합니다.”



1초에 50장 정도의 영상을 촬영하는지요?

 “실험 조건에 따라 초당 5장~50장의 촬영을 하였습니다.” 



모든 연구는 현재시점에서 성과이지만,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는 현재진행형이겠지요. 이번 연구의 한계와 후속연구 방향을 말씀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Light field microscopy의 근본적인 한계는 큰 대상을 빠른 속도로 관찰하기 위해 이미지 해상도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더 빠르게, 더 높은 해상도로, 더 큰 뇌의 활동을 3D 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이 앞으로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추측합니다.”


000Q.jpgMIT의 자체 뉴스 보도를 살펴보면, 새 영상기법을 광유전학(optogenetics)과 결합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던데, 어떤 식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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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유전학(optogenetics)은 (이번 논문의 책임저자인) 에드 보이든(Ed Boyden) 교수가 개발한 기술로, 이로 이용하면 빛을 통해 뇌세포들의 활동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일 다수의 뇌세포들의 활동을 직접적으로 제어하면서 그 세포들의 활동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면 이는 뇌의 정보처리 과정을 연구하는 데 그야말로 궁극의 기술이 될 것입니다.”



이번 연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이 협력해 연구한 결과물로 보여집니다. 맞는지요?

 “이번 연구는 비엔나대학(오스트리아)과 MIT(미국)의 공동연구 프로젝트였습니다. 비엔나대학의 Robert Prevedel 박사와 제가 공동1저자이며, Ed Boyden 교수(MIT)와 Alipasha Vaziri 교수(비엔나대학)가 공동 교신저자입니다.”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으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친 후, MIT EECS(Electrical Engineering and Computer Science) 박사과정 2년차로 공부 중입니다.”



프로필 소개문을 보니, syntheticneurobiology라는 용어가 등장하네요. 어떤 분야인지요?

 “Synthetic Biology(합성생물학)란 유전자 엔지니어링을 통해 생명체의 특성을 변경하는 학문입니다. Synthetic Neurobiology는 흔히 쓰이는 단어는 아니며, 합성생물학을 뇌에 적용한다는 개념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본 연구에서는 뇌세포의 유전자 엔지니어링을 통해 뇌세포가 활동할 때 형광 빛이 나오게 하여, 그 빛을 촬영함으로써 뇌세포의 활동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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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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