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태초 원시중력파의 흔적 맞나' 논란 잇따라

'태초 우주급팽창 흔적 중력파 관측' 결과에 의문제기

'가설 입증' 결론 이전에 데이터 정확성 검증 필요할듯


00bicep2.jpg » 연구팀은 우주에서 날아오는 우주배경복사의 빛에서 원시 중력파의 효과로 생기는 특정한 편광 패턴을 찾아내 제시했다. 출처/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CfA)


주 대폭발(빅뱅) 직후에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공간이 팽창하는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 같은 우주가 진화할 수 있었다는 게 ‘우주 급팽창(인플레이션) 가설’이다. 이를 입증하는 근거로, 미국 연구팀이 지난 3월 우주 공간에서 원시 중력파의 흔적을 관측했다며 발표한 바 있다. 우주 급팽창이 만든 중력파(시공간의 출렁임)의 흔적으로서 우주 빛에 남은 고유한 편광 패턴을 찾아내어 세계 언론의 조명을 크게 받았다. 최근 이 연구에 대해 학계의 일부 연구자들이 문제제기를 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관측한 신호가 정말 원시 중력파의 흔적이 맞는가’를 따져묻고 있다.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센터(CfA)가 중심이 된 연구팀이 지난 3월 제시한 것은 우주에서 오는 빛 가운데 ‘태초 빛의 흔적’으로 전 우주에 배경처럼 퍼져 있는 우주배경복사의 마이크로파에서 찾아낸 특정한 편광 패턴(‘B-모드’, 원형 편광)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태초 인플레이션 순간에 일어난 원시 중력파의 흔적으로 제시했다. 남극에 설치한 전파망원경 시설의 관측 프로젝트인 ‘바이셉2(BICEP2)’의 연구 결과다.


그런데, 발표 이후에 바이셉2의 관측 데이터가 ‘우주배경복사 외에 다른 요인에 의해 생겨났을 신호 잡음을 다 제거했는가’라는 의문이 잇따라 제기됐다. 바이셉2의 결과가 발표된 지 며칠 만인 3월20일, 물리학 논문공개 데이터베이스 아카이브(arXiv.org)에는 “바이셉은 인플레이션 가설을 입증하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이 오른 데 이어, 지난달에도 같은 논문 데이터베이스에 “우주배경복사에 있는 라디오파 고리(radio loop)의 지문”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올랐다.


이를 보도한 물리학 전문매체인 <피직스월드>의 뉴스를 보면, 우주에서 오는 빛 가운데 ‘가속 전자가 내는 빛’인 싱크로트론 복사(synchrotron radiation)나 우주먼지에 의해서도 그런 특정한 편광 신호가 생길 수 있기에 이런 신호 오염을 제거해야만 관찰하려는 우주배경복사의 원시 중력파 흔적만을 검출할 수 있는데, 이런 신호 오염이 제대로 제거됐는지에 관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학의 입자이론물리학자(Subir Sarkar)가 제기한 이런 주장은 우리 은하에 오래 전의 초신성 폭발로 생긴 잔해물에서 마이크로파보다 파장이 훨씬 큰 라디오파 고리가 생성되는데 그 여파로 싱크로트론이나 우주먼지에서 라디오파는 물론이고 마이크로파 복사도 일어나기에, "이 때문에 바이셉2가 검출했다는 'B모드 신호'에 상당한 오염이 초래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며칠 전에는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바이셉2의 데이터에 제기되는 의문을 뉴스로 보도하면서 ‘바이셉2 논란’은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사이언스>는 프랑스 물리학 연구소의 한 이론물리학자가 바이셉2의 검출 데이터가 다른 은하들로 인해 관측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영향 때문에 우주배경복사의 편광 효과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됐다.


보도를 보면, 이 이론물리학자(Adam Falkowski)는 우주에 배경처럼 퍼져 어디에서나 동일하게 관측되는 빛(마이크로파)인 우주배경복사 외에 관측 장소인 지구에 가까운 우리 은하 내부와 다른 은하들의 우주먼지가 편광 신호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의문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이때문에 특유의 편광 패턴 신호(B-모드)가 실제와 다르게 관측됐을 수 있어 "바이셉의 결과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사이언스는 전했다.


이런 의문에 대해, 바이셉2 연구자들은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에 관측한 우주의 영역이 우주먼지가 일으키는 편광 효과 영향이 거의 없는 지역이어서 우주배경복사의 편광 패턴 신호를 검출해낼 수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이미 발표한 논문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논란은 어떻게 검증될 수 있을까?

이석천 고등과학원 연구원은 바이셉2의 관측 결과가 원시 중력파에 의한 고유한 편광 패턴을 걸러낸 것인지는 결국에 다른 연구팀에 의해 검증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셉2의 결과는 150기가헤르츠(GHz)의 마이크로파 영역에서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했다는 것이기에, 다른 주파수에서도 비슷한 편광 패턴이 확인된다면 바이셉의 결과가 사실로 검증될 수 있다”며 “이미 다른 연구팀(남극의 다른 관측팀인 케크어레이, KECK Array)이 다른 주파수 영역에서 이를 관측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므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검증 과정을 거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랑크위성에서 다른 주파수 영역대의 검증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는 “여러 의문이 당연히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바이셉2가 제시한 여러 데이터 중 일부는 다른 조건에서도 달리 나올 수 없는 고유한 편광 패턴을 보여준다고 여겨지기에 적어도 B-모드라는 특유의 편광 패턴 신호를 검출했다는 것은 사실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한 차이의 마이크로파에서 편광 신호를 검출하는 일은 매우 까다롭고 복잡한 연구과정이라고 한다. 신호 오염의 가능성을 찾아내어 그런 오염 신호들을 정밀하게 걸러내고, 그러고 나서 얻은 신호를 분석해야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 분야의 연구과정과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쉽잖은 일이다.


이번 바이셉2의 데이터를 둘러싼 발표의 의미와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면 좋을까?

다음은 이석천 연구원의 도움말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자료만으로 볼 때, 일단은 바이셉2의 관측 데이터가 특정한 고유 편광 패턴을 보여주는 것으로는 상당히 믿을 만한 근거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를 ‘사실’로 확정하는 데에는 다른 연구팀의 후속 관측 검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이런 고유한 편광 패턴이 우주배경복사에서 비롯한 것인지 판가름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런 관측 결과가 지니는 우주론적 의미를 확정하는 데엔 더 오랜 시간과 검증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관측 데이터가 우주배경복사에 의한 편광 패턴을 보여주는 게 사실로 확정되더라도, 그것이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고서 우주대폭발 직후 인플레이션에서 비롯한 원시 중력파의 흔적인지 확정하는 데엔 더 근본적인 이론과 관측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주론 연구 분야에서는 언론매체에 대중적으로 보도되는 것과 실제 현장 연구자들이 다루는 것의 모습이 상당히 다를 때가 종종 있다”며 “바이셉2 연구결과가 빅뱅과 인플레이션의 흔적을 증명하는 단정적인 연구결과로 흔히 받아들여지지만 그것을 확정된 사실로 받아들이는 데 현장 연구자들은 대체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참조] 바이셉2 결과를 둘러싼 논란들 -메모

※ 다음은 취재과정에서 이석천 고등과학원 연구원이 메모식으로 간략히 정리해 이메일로 보내준 것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메모이며 난해한 전문용어도 포함돼 있지만, 전문가들의 이해를 엿볼 수 있는 자료이기에 이석천 연구원의 양해를 받아 이곳에 싣는다.-사이언스온



“바이셉2의 결과는 우주배경복사에서 B-mode라 불리는 특정 편광 패턴을 측정한 것입니다. 이 B-mode는 중력파에 의한 우주 공간의 미세한 뒤틀림에 의해 생성된다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B-모드를 만드는 메커니즘으로 중력파에 의한 우주 공간의 뒤틀림만이 존재할까요? 물론, 다른 방법으로도 B-모드를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 중에는 (1)Topological defects (magnetic monopole, cosmic strings, domain walls), (2)우주의 원시 자기장에 의한 방법(primordial magnetic fields), (3)Cosmic birefringence 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론들은 중력파에 의한 B-mode 생성보다 조금은 인위적이고, 다른 실험치들과의 일치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B-모드를 만들 수 있는 다른 메커니즘은 없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를 전개하겠습니다. 즉 B-mode 존재가 인플레이션에 의한 중력파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검증해준다고 전제하겠습니다.


이제 문제는 과연 바이셉2가 관측한 것이 우주배경복사에서 나오는 B-모드일까라는 문제입니다.

우주 공간에서 관측되는 B-모드 편광 빛은 (1)우주배경복사, (2)싱크로트론(synchrotron), 그리고 (3)우주먼지(dust)에 의한 것이 모두 혼합되어 있습니다. 즉 관측된 편광빛 중 싱크로트론과 우주먼지에 의한 편광빛을 완전히 제거하고 난 후의 편광빛이 우주배경복사에 의한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중 싱크로트론과 우주먼지에서 얻어지는 편광빛은 특정 주파수에 따라 특정한 세기를 줍니다. 반대로 우주배경복사에 의한 편광빛은 주파수에 무관하게 동일한 형태의 세기를 줍니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주파수 내에서 바이셉2와 동일한 B-모드 신호를 얻는다면, 바이셉2가 얻은 신호는 우주배경복사에 의해서만 얻어지는 값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싱크로트론에 의한 효과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바이셉2가 관측한 150기가헤르츠(GHz) 영역에서는 이것에 의한 B-모드는 매우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므로, 싱크로트론이 바이셉2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우주먼지에 의한 편광입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좀 더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합니다. 그를 위해 r이라는 변수를 도입합니다. 이 r은 중력파에 의한 세기 나누기 물질의 섭동에 의한 세기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r=중력섭동/물질섭동으로 기존의 인플레이션 모델들은 이 값이 대략 0.1이라고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바이셉2는 이 값이 0.2라는 결과를 주었고, 이는 Linde의 chaotic inflation모델 예측치와 잘 맞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도 문제점은 있지만, 그냥 이 정도로 학계에서 받아들여집니다.). 이 r 값이 클수록 더 강한 B-모드 신호를 주는 것입니다.


여기서 더블유맵 위성(WMAP)이나 플랑크 위성(Planck, 아직은 353GHz에 대한 정보만 있습니다)는 우주 전체로 봤을 때 r 값이 0.2보다 커야만 150GHz 주파수에서 우주먼지에 의한 B-모드 신호보다 우주배경복사에 의한 B-모드 신호가 커서 B-모드 자체를 관측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바이셉2는 우주 전체가 아닌 서던홀(Southern hole)이라 불리는 특정 지역을 관측했고, 이 지역에서는 우주먼지에 의한 B-모드가 거의 없기에 r=0.02보다 크기만 하면, B-모드를 관측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플랑크위성에서도 이 서던홀에서 우주먼지에 의한 B-모드가 거의 없음을 검증해주어야 합니다. 이 점은 아직 검증이 안 되고 있습니다. …(생략)….”

[이석천]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원시중력파 관측’ 발표부터 논란, 번복까지

▨ '원시중력파 관측 아니다' -최종결론                [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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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초 우주 급팽창을 엿보다’…원시중력파 검출    [201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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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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