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염색체 Y의 미래 운명은?

“포유류 진화 과정에서 점점 줄어…1000만 년 내 사라질것” 학설

최근 미 연구팀 “성결정 외 중요 기능 유전자 발견...안정기 들어"


00chromosome.jpg » 23쌍(46개)으로 이뤄진 인간 염색체들 중에서 1쌍은 성 염색체(X, Y)이다. 오른쪽에서 맨 끝의 염색체가 X염색체, Y염색체인데 둘 간의 크기는 확연히 다르다. 출처/ NASA


염색체인 Y 염색체에서 남성을 결정하는 유전자 외에 다른 생명 현상에서 주요 기능을 하는 유전자들이 새로 발견됐다. 이는 성 결정 외에 별다른 기능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 Y 염색체가 진화 과정에서 점차 쇠락해 먼 미래에는 성 결정 유전자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Y 염색체는 사라질 것이라는 기존의 일부 학설과 달리, 비교적 안정된 상태에 접어들어 중요한 생체 기능을 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들은 풀이했다. ‘Y 염색체의 종말’ 예측에 대한 반박이다.


온도 같은 환경 등의 영향을 받아 성이 결정되는 다른 생물들과 달리 인간을 비롯해 포유 동물은 부모한테서 염색체 유전물질을 절반씩 물려받을 때 성 염색체인 X와 Y 염색체도 받는데, 성 염색체의 짝이 X-X가 될 땐 여성이 되며 X-Y일 땐 남성이 된다. Y 염색체가 있고 없음에 따라 성이 결정된다. 그런데 인간의 성 염색체 중 Y는 X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아, 그동안 성 염색체 진화의 연구자들은 Y 염색체가 포유류의 진화 과정에서 영장류를 거치면서 급속히 쇠락했으며, 쇠락의 속도로 볼 때 1000만 년 안에 성 결정 유전자의 거처인 Y 염색체는 종말을 고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연구논문은 'Y의 쇠락'이 지속되리라는 기존 학설을 반박하면서, 인간의 Y 염색체가 상당한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며 단지 성 결정만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중요한 기능을 하는 유전자들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화이트헤드 생명의학연구소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낸 논문에서, 사람를 포함해 포유 동물 8종의 Y 염색체 안 디엔에이(DNA) 염기서열을 비교 분석해보니 남성의 고환을 만들고 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데 관여하는 남성 결정 유전자들 외에 다른 기능의 유전자들이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00chromosome2.jpg » 사람의 X 염색체(왼쪽)와 Y 염색체. 출처/ http://humanphysiology2011.wikispaces.com/15.+Reproductive+Physiology 이들은 사람과 침팬지, 붉은털원숭이, 소, 주머니쥐, 생쥐 등 포유 동물 8종의 Y 염색체 염기서열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에서는 동물 종 분화의 진화 시간을 감안할 때 수억 년 전에 Y 염색체에서 ‘엄청난 유전자 소실’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침팬지와 원숭이가 진화의 길에서 서로 갈라진 대략 2500만 년 전에 Y 염색체의 쇠락은 멈춘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빠르게 진행되던 Y 염색체의 붕괴가 2500만 년 전 무렵부터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정체한 이유는 뭘까? 연구팀은 인간의 Y 염색체에서 찾은 새로운 유전자들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새로 찾아낸 12개의 유전자는 성 염색체 Y에 자리 잡고 있지만, 심장, 폐, 혈액 세포 등 몸 전반에서 발현해 다른 단백질 합성이나 다른 유전자 전사 조절 같은 중요한 기능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Y 염색체가 그저 성 결정에만 관여하는 게 아니라 개체의 생존에도 중요함을 보여주며 이 때문에 이런 유전자들이 진화 과정에서 소실되지 않고 살아남아 Y 염색체에 보존된 것으로 보인다고, <네이처>의 뉴스 보도에서 미국 연구팀은 말했다.


Y 염색체의 유전자 중에는 성 결정 유전자와 별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유전자도 있다는 사실이 규명되면서, 이것이 남녀 차이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가 남녀의 질병 차이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컨대, 자폐증은 남자한테 더 많고 자가면역 질환은 여자한테 더 많은 것처럼 질병에도 남녀 차이가 나타나는데 이런 차이가 Y 염색체의 새로운 유전자들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남녀의 신체 차이를 만드는 데에 성 호르몬 외에 이런 유전자들도 어떤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어, Y 염색체 유전자들은 남녀 연구에서도 또 하나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Y 염색체의 운명' 논란 운명

 

포유류에서 Y 염색체의 기능은 점차 줄어들고 쇠락해 먼 미래에는 소멸할 것이라는 주장과 이를 둘러싼 논쟁이 대략 10여 년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아래는 그 논란의 역사를 짧게 간추린 글이다.


“Y 염색체가 체면(respect)을 구기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였다. 당시 미국 인간유전체학회(ASHG) 회장인 유전학자 커트 스턴(Curt Stern)은 Y 염색체에는 실제 남아 있는 발현 유전자가 거의 없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이후 2002년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인 그레이브스(Graves)와 또 다른 과학자는 Y 염색체가 영장류를 거치면서 초기 포유류 계통에 비해 크기가 줄어들었다고 전하며, (이런 쇠퇴 속도로 볼 때에) 남성 염색체는 1000만 년 내에 소멸할 것이라고 (<네이처>에 발표한 글에서) 예측했다.”(네이처-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제휴뉴스)


이를 반박하는 연구가 2012년에 나왔다. 이번 네이처 논문을 낸 미국 화이트헤드 연구소의 연구팀은 이태 전인 당시에 인간과 붉은털원숭이의 Y 염색체를 비교했더니 두 종 사이 진화의 거리인 2500만 년 동안 단 하나의 유전자만이 소실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Y 염색의 종말 예측을 반박하는 근거로서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당시 연구팀은 네이처 뉴스에서 “이런 결과는 Y 염색체의 종말에 관한 추론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며 “지난 2500만 년은 Y 염색체가 매우 튼튼하게 유지돼온 역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논문은 더 많은 종인 8종의 포유 동물을 비교해 Y 염색체의 진화와 쇠락 속도를 비교했으며, 이에 더해 Y 염색체에 성 결정 유전자 말고도 생명 현상에 중요한 다른 유전자들이 보존돼 있음을 새로 밝힘으로써 2012년의 반박에다 좀 더 강한 근거를 보탠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Y 염색체의 종말을 예측했던 연구자 그레이브스는 네이처 뉴스에서 "지난 2500만 년 간 나타난 안정 상태는 일시적 휴지기일 수 있으며 이미 몇몇 포유 동물에서는 (성 결정 유전자가 다른 염색체로 옮겨가고) Y 염색체가 사라지는 경우도 관찰된다”고 반박했다.


   논문 초록

“사람의 X와 Y 염색체는 보통의 상염색체에서 진화해 나왔으나, 수백 만 년 전에 유전학적 붕괴(genetic decay)로 인해 Y 염색체는 황폐화했으며 조상 유전자의 3퍼센트만이 살아 남았다. 우리는 유전자 구성물의 편향성(biases)을 규명하고, 살아남은 조상 유전자를 보존했던 선택압력을 규명하고자 포유류 8종을 통해 Y 염색체의 진화 과정을 재구성했다. 우리 연구에서는 (조상 유전자들이) 살아남은 것은 무작위로 이뤄진 게 아니었으며 두 사례에서는 태반 포유류와 유대 포유류 간에 수렴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Y 염색체의 유전자 구성물이 선택과정을 거쳐 특화했으며, 이를 통해 전사, 번역, 단백질 안성성에 대한 폭넓은 발현 조절자로서 기능하는 X와 Y 상동유전자 짝의 조상 유래 유전자량(dosage)이 유지된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우리는 고환 결정과 정자 생성에서 행하는 그 역할을 넘어서서 Y 염색체가 남성 생동력(male viability)에 필수적이며, 터너 증후군, 그리고 건강과 질병의 표현형 성차에서 이전에 알지 못하던 역할을 행한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오철우기자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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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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