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성인 체세포로 복제배아 줄기세포 첫 확립

차병원 연구팀, 성인 남성 세포와 난자 핵 치환 방식

지난해 미국 이어 두 번째..'성인세포 이용'으론 처음


00SCNT_stemcell4.jpg » 체세포 복제 과정. (a) 공여된 인간 난자. (화살표) 제핵되어야 할 난자의 유전물질. (b) 나이프 파이펫(knife pipette)을 이용하여 난자의 유전물질이 있는 부분 아래 투명대를 절개함. (c) 나이프 파이펫으로 세포질을 밀어 난자의 유전물질이 포함된 세포질을 제거 함. (d) 성인 남성의 체세포(화살표)를 제핵된 난자의 투명대 아래에 밀어 넣고 융합을 유도함. 그림과 설명 출처/ 차병원 연구팀



내 연구팀이 성인의 체세포와 난자를 이용해 인간 체세포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연구팀이 복제 기술을 이용해 비슷하게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를 확립한 데 이어 두 번째이지만, 태아와 신생아 세포를 이용한 미국 연구팀과 달리 성인 체세포를 이용했다는 점에서는 처음이다.


00SCNT_stemcell.jpg » 왼쪽부터 책임저자인 이동률 교수, 정영기 교수, 공동 제1저자인 엄진희 연구원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이동률 교수 연구팀과 미국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정영기 교수 연구팀은 18일 핵이 제거된 난자에다 다른 성인 피부세포의 핵을 집어넣어 배아로 자라게 한 다음 여기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체세포 핵 이식을 통한 배아 줄기세포’를 확립하는 데 성공해 과학저널 <셀 스템 셀> 온라인판에 최근 발표했다고 밝혔다 (논문 “성인 세포를 이용한 인간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 생산”). 연구팀은 보도자료에서 “살아 있는 성인 체세포를 이용해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를 확립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로 향후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00SCNT_stemcell5.jpg »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주의 확립과 이용 모식도. 난자(oocyte)에서 유전물질을 제핵(enucleation)하고, 성인으로부터 기증받은 피부세포(fibroblats from elderly adult)를 이용하여 체세포 복제(somatic cell nuclear transfer, SCNT)를 시행한다. 체외 배양과정에서 생성된 포배기 배아(blastocyst)에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주(NT-hESCs)를 확립한다. 이 줄기세포는 향후 분화 (differentiation)과정을 통해 임상치료 (clinical application)에 사용 가능하다. neurons(신경), retinal pigment epithelia(망막상피세포), cardiomyocytes(심근세포), cartilage(연골). 그림과 설명 출처/ 차병원 연구팀 인간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는 지난 2004년과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처음으로 확립했다며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으나 연구부정이 드러나면서 취소된 이래, 8년 만인 지난해 5월 미국 오리건대학 슈크라트 미탈리포프(Shoukhrat Mitalipov) 교수 연구팀이 비슷한 방법으로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확립한 성과를 과학저널 <셀(Cell)>에 발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차병원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의미를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체세포 핵 이식(SCNT)을 통한 환자 맞춤형 인간 다분화능 줄기세포의 확립은 치료의 측면에서 응용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인간 세포를 이용한 체세포 핵 이식은 도전적 과제이기에, 지금까지 태아나 신생아 체세포를 이용한 성공만이 보고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최근 개발된 방법론을 적용해 35세와 75세 남성의 피부 섬유아세포를 써서 체세포 핵 이식 배아 줄기세포를 생성했음을 보고한다. 그러므로 우리 연구는 인간 성인 세포에 체세포 핵이식을 적용하는 게 가능함을 보여주며 체세포 핵이식을 재생의학의 전략으로서 심화 연구해야 함을 뒷받침한다.”(논문의 ‘요약’ 부분)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35세와 75세 성인 남성한테서 피부 세포를 기증받았으며, 1차 연구에서 난자 공여자 3명한테서 난자 49개를, 2차 연구에서 난자 공여자 4명한테서 난자 77개를 공여받았다고 밝혔다. 1차 연구에선 1개의 배아 줄기세포주를 확립하는 데까지 성공했으나 최종적으론 정상의 복제 줄기세포주를 확립하는 데 실패했으며, 2차 연구에선 포배기 배아 5개를 생산하고 여기에서 추출한 배아줄기세포주 2개가 75세와 35세 남성의 체세포에서 유래한 정상적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주임이 염색체 검사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입증됐다.


00SCNT_stemcell2.jpg »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주의 확립과 특성 확인. 체세포 복제를 통해 확립된 포배기 배아(blastocyst)와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주(CHA-NT2와 CHA-NT4)의 콜로니. 줄기세포 콜로니에서 전분화능 줄기세포의 유전자 마커(OCT4, SSEA-4, TRA-1-60, TRA-1-81)의 발현 확인. 그림과 설명 출처/ 차병원 연구팀 연구팀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연구는 성인 남성한테서 기증받은 체세포로 복제 줄기세포주를 확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실제로 줄기세포 치료가 필요한 대부분 환자는 성인이며,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최초의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주의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는 매우 뛰어난 분화 능력을 지니면서도 환자에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맞춤형 세포치료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주목받았으나, 줄기세포주 확립 과정에 많은 난자들이 사용된다는 생명윤리 논란를 안고 있으며 확립 기술도 상당히 까다로워 널리 연구되지 않았다. 근래에는 체세포에다 역분화를 촉발하는 유전자들을 집어넣어 세포의 상태를 초기화하는 역분화 줄기세포(iPSc) 연구가 활발한 편이다. 


다음은 연구팀이 보도자료에서 밝힌 이번 연구의 주요 내용이다.

[연구 내용]

35세와 75세의 성인 남성으로부터 체세포를 기증받고, 건강한 여성으로부터 난자를 기증받았다. 기증된 난자에서 난자의 유전물질을 제거하고, 체세포와의 융합을 통해 체세포 복제 배아를 생산하였다. 5~7일 간의 배양을 통해 포배기로 발생한 배아로부터 정상적인 배아 줄기세포를 확립하였고, 특성 분석을 통해 2명의 체세포로부터 유래된 유전물질을 가진 정상적인 배아줄기세포주를 각각 확보하였다.

연구진은 저조한 체세포 복제 배아의 포배기 발생률의 원인을 분석하고자 연구를 진행하였다. 배아 발생 과정 중 염색체의 안정성에 관여하는 centrosomal protein인  NuMA와 HSET를 도입하였을 때도 포배기 배아로의 발생률에 영향이 없었고, 발생이 정지된 배아에서 염색체 이상이 많지 않음을 관찰하여 배아의 염색체 이상과 체세포 복제 배아의 발생률과는 관계가 많지 않음을 제시하였다.

나이가 들면서 인간의 체세포는 텔로미어(telomere) 길이가 짧아지며 후성유전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러한 연령의 증가에 의해 일어나는 유전적인 변화가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의 확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어져 왔다. 본 연구를 통해 성인의 체세포로도 성공적으로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의 확립이 가능하였고, 체세포복제줄기세포가 실제 환자가 많은 성인에게도 성공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기술임을 밝혔다.

 ( 텔로미어란 염색체 끝부분에 달려 있는 단백질 성분의 핵산 서열로, 세포 분열이 진행될수록 길이가 점점 짧아져 나중에는 매듭만 남게 되고 세포 복제가 멈추어 죽게 되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이것이 노화와 수명을 결정하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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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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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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