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소비'에 담긴 경험과 마음의 오돌토돌한 결

연재를 시작하며


00consumption1.jpg » 출처 / openclipart.org, 변형


질대사까지 운운하지 않아도, 모든 생명체는 늘 소비한다. 물과 음식은 생존의 왼다리, 오른다리다. 그래도 사람의 소비엔 남다른 구석이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생수 코너만 봐도 안다. 탄산음료라면 제 향과 색이 있고, 알싸함과 기분 좋은 단 맛의 높낮이라도 있다. 하지만, 모두 물일 수밖에 없을 것 수십 가지가 몇 백 원에서 몇 만 원을 오르내리는 가격표를 달고 다종한 채 다기한 용기에 담긴 풍경엔 사람의 소비가 지닌 비의가 깃들어 있다. 어쩌다 이리 유별나졌는지 절로 궁금해진다. 속물 근성 따위로 단박에 요약해 내려는 게으름을 피해, 오랜 시간의 편에 서서 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귀동냥하면 이렇다.


동물은 먹을 것을 구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인류의 선조도 그랬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이를 바꿨다. 일주일에 30분에서 1시간 장보기면 충분해졌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일주일에 15~20시간을 보낸 노고는 디엔에이(DNA) 바깥으로 잊혀진 지 오래다. 즉석 음식과 전자레인지 덕에 음식을 조리하는 시간도 짧아졌다. 기술이 꼴을 달리하며 기본 욕구의 충족을 쉽고 빠르게 만들자 소비에 들이던 에너지(consumption energy)와 시간이 남았다. 그리고 남은 시간과 에너지는 두 갈래로 제 길을 냈다.


첫 번째는 비만이다. 먹을 것이 적고 예측하기 어려웠던 환경에서 진화한 까닭에 먹을 수 있을 때 물리적 한계까지 먹어두는 습관과 전략이 여전한 것이 문제다. 지금처럼 음식을 구하기 손쉬워진 환경에서는 피부 아래는 물론 장기와 장기 사이에 지방이 불안처럼 증식한다.


두 번째는 물리적인 먹거리가 아닌 생각, 개념, 정보에 대한 탐닉이다. 음식을 소비하는 것에서 정보, 생각을 소비하는 것으로 우회로를 확보한 셈이다. 핀셋으로 쓰레기통이라도 뒤질 기개로 유명인의 사생활을 캐는 기사와 포스팅, 그리고 그것에 망막을 부비고 혀로 굴리는 데 할애하는 시간과 자원을 셈하면 이해가 쉽다.


루머와 가십거리는 밈(memes)이 되었다. 아직까진 가장 강력한 여가 활동인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1인 기준 하루 평균 3시간 9분에 이르고[1] 스마트폰과 피시가 차지하는 시간도 또한 날로 늘어난다. 이야기, 생각, 정보는 남아돌던 소비 에너지의 출구가 되었다. 수렵과 채집의 대상은 토끼와 열매에서 이야기로 바뀌었고, 사냥터는 검색 포털로, 텃밭은 블로그로 대체되었다.


이런 이야기가 그럴 듯하게 들리는 까닭은 주장의 근거가 가진 힘에서 유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편에서 온다. 이야기가 설명하고자 하는 현상이 퍽 오묘해서 이런 스케일의 설명 정도는 되어야 말이 되겠다 싶어 마음이 혹한다. 이 이야기의 기울기를 따라 미끄러지면 생각, 개념, 정보, 이야기에 대한 탐닉으로 베어낸 소비의 단면을 ‘개념적 소비(conceptual consumption)’라 불러서, 기본 욕구의 충족과 잇닿아 있는 ‘물리적 소비(physical consumption)’와 떼어 말하는 것이 쓸모 있겠다는 생각 위로 툭 떨어진다. 말 그대로 편의를 위한 것일 뿐 물리적 소비와 개념적 소비라는 이분법이 본질적인 구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사회학, 인류학에서도 오래 전부터 물리적 소비는 단지 기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말해 왔다. 믿고 있는 것과 취하는 태도, 사회적인 정체성에 대한 정보 말이다. 개념적 소비는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소비 행위에도 살뜰하게 깃들어 있기에 따로 취할 수 없다. 피와 살을 구별해 말할 순 있지만, 안토니오의 살 1파운드를 피 흘리지 않고는 발라낼 순 없었던 샤일록의 처지처럼.


무엇보다 개념적 소비라는 단면에는 사람의 체험이 가진 오돌토돌한 결이 드러나 있다. 무르거나 굳은 켜 가운데 손끝에 여운으로 남는 여남은 생각과 이야기를 살펴보고 싶다. 사람의 소비, 더 나아가 경험에 대해 홀로 합리적인 체 하지만 결국엔 미신일 뿐인 생각에 축사의 주문을 외자는 치기가 팔 할이지만, 사람의 경험과 대면하는 일을 업으로 삼은 이들에게 어쩌면 쓸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는 이 할에 기대를 걸고.


[1] 2012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 (2012) 방송통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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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공부하는 것이 일인 회사의 부장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연재 첫 글: 소비경험의 셈법: ‘100 + 10 ≠ 110’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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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주)NIR 부장
사람의 마음이 남긴 무늬(또는 얼룩?)라면 뭐든 관심있는 회사원.
이메일 : atthedlo@gmail.com      
블로그 : http://prefernotto.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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