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천의 "자연사로 둘러보는 우리 세상"

자연사(Natural History) 연구는 자연보존과 생태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종종 박물학 정도로 인식되곤 한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에 있는 손재천 님이 우리 삶과 환경에 닿아 있는 자연사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연을 잊는 우리…“자연사박물관에 가본 적 있나요?”

연재를 시작하며


00Nhistory1.jpg » 그림1. 왼쪽 위- 하버드대학 비교동물학 박물관(Museum of Comparative Zoology)의 전경, 오른쪽 위- 비교동물학 박물관의 광물전시실, 왼쪽 아래- 보스턴 과학박물관(Museum of Science)의 티라노 사우르스 공룡 모형을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의 곤충표본전시실. 사진/ 손재천


“자연사박물관에 가본 적이 있는가?”

이 물음으로 연재를 시작해볼까 한다. 몇 해 전 미국 메릴랜드대학에서 일반 학생을 상대로 ‘일반곤충학’을 가르칠 때 같은 물음을 던진 적이 있다. 놀랍게도 대부분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 견학으로 다녀온 게 전부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언제부터인가 나이를 먹어가며 자연과 멀어지는 우리 자신을 너무 당연시하는 것은 아닐까? 학생들에게 모처럼 자연사박물관을 다녀오도록 독려했다. 그렇게 귀찮아 하더니, 수업 마지막에는 박물관을 둘러본 것이 가장 좋았단다.


자연과 멀어지는 일상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취업에 내몰리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너무 사치스런 주문일지도 모르겠다. 픽사(Pixar)의 애니메이션 영화 <월리 (WALL-E)>에서, 자연이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인류는 로봇 월리가 전해준 식물의 씨앗 하나에 비로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그 속에서 비로서 완전할 수 있다. 자연사 연구는 그래서 중요하다.


자연은 인류에게 문명을 잉태시킨 무대이자, 미래를 여는 상상력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기술 중심, 성장 중심의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는 이를 종종 잊곤 한다. 그 때문일까? 자연사 연구가 점차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실을 보면서, 자연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걱정이 앞선다. 자연사 연구자는 나비나 쫓고, 야생화 사진이나 찍으러 다니는 ‘세월 좋은’ 사람들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는 자연사 연구의 일부만을 본 나머지, 자연사가 우리 일상에 주는 혜택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침 자연사 연구를 일반에 소개할 기회가 생겨, 그간 이 분야에서 흥미롭게 보아온 이야기를 연재할 생각이다. 이를 통해 자연을 알아가는 재미를 나누고 싶은 바람이다.



방대한 자연사 연구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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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natural history)는 그 영역이 실로 방대하다. 내가 근무하는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Smithsonian Institution,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은 대영 자연사박물관, 파리 자연사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자연사박물관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 자연사박물관 건물에 들어선 분과를 보면 자연사가 얼마나 넓은 분야를 아우르는지 알 수 있다. 2014년 현재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의 연구동은 인류학(Anthropology), 식물학(Botany), 곤충학(Entomology), 무척추동물학(Invertebrate Zoology), 지질광물학(Mineral Science), 고생물학(Paleobiology), 척추동물학(Vertebrate Zoology) 등 일곱 분과로 나뉘어 있다.[1] 다른 자연사박물관에서는 민속학(Folklore), 천문학(Astronomy), 선사학(Archaeology)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자연사 연구는 자연과 연관이 있다면 자연현상뿐 아니라 문화·예술까지도 직간접으로 연결된다. 이런 점에서 자연사 연구는 자연과학 그 이상이다. 자연사 연구의 둘레가 이렇게 넓어진 이유는 그 탄생에서 엿볼 수 있다. 그리스-로마 시대와 중세를 걸쳐 자연사 연구는 자연에 대한 지식을 집대성한 백과사전적인 성격이 짙었다. 자연사를 학문으로 정착시킨 것으로 평가 받는 프랑스 자연철학가 뷰퐁(Georges-Loius Leclerc, Comte de Buffon: 1707-1788)이 제자와 함께 저술한 <일반 및 특수 자연사 (Histoire NaturelleGenerale et Particuliere)>는 전체 44권에 달하며,[2] 세상만사의 잡다한 지식을 담고 있다 (그림 2).

00Nhistory2.jpg » 그림 2. 뷰퐁(왼쪽 그림)과 그의 저작 'Histoire NaturelleGenerale et Particuliere'의 표지(가운데 그림)와 인간의 표정을 기술한 페이지(오른쪽 그림). 출처/ Wikipedia Commons

과거에는 몇몇 사람의 노력으로 자연사를 집대성하는 것이 가능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대 과학에서 자연사 연구는 분과별로 특화된 것이 보통이다. 자연사 연구 중에서 내가 몸 담고 있는 분야는 곤충학이다. 고대 철학자들의 폭넓은 지식을 따라갈 자신이 없기에, 자연사 연재를 내가 공부하는 곤충학을 중심으로 생물과 관련한 연구로 한정하는 점 이해바란다.



자연사박물관에서 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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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은 <파리식물원에서 데지마박물관까지>(해나무, 2009)에서 제국주의 시대에 서구 열강이 자연사 정보 수집에 열을 올린 역사를 잘 그리고 있다. 저자는 심지어 일본이 개화기 시절에 조선을 압도하고, 급기야 조선을 식민지 개척의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일본이 서구식 자연사 연구를 일찌감치 받아들인 탓도 있다고 말한다.

00Nhistory3.jpg » 그림 3. 지난 60년간 한국에서 자연사 관련 박물관의 증가 추이 (단위, 개). 이창진·조준오(2010)에서 그래프를 발췌했다.[3]

선진국을 꿈꾸는 지금의 한국을 개화기 시절 조선과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는 이제 자연사 정보 수집을 착실히 하고 있는 것일까? 외국의 자연사박물관의 경우 매년 50~100만 점의 표본을 추가한다고 하니,[4] 제국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선진국이 자연사 정보 수집에 쏟는 공은 여전한 것 같다. 짐작컨대, 이들 국가는 생물자원에서 미래를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물자원을 ‘미래산업의 총알’이라고 부르고, 생물자원이 집적된 자연사박물관을 ‘미래산업의 탄약고’로 부르는데는 이유가 있으리라.


그간 몇몇 뜻이 있는 분의 노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생물자원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곳이 생겨 정말 다행스럽다. 최근 10년 사이 자연사 관련 박물관도 많이 늘었다 (이창진·조준오, 2010).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것이 시작이 되어야 한다. 서울시 노원구 국립 자연사박물관 유치 추진 특별위원회의(이하 자연사박물관 유치회의)에 참석한 최종걸 교수(삼육대학교 교양교직학과)의 2008년도 자료를 보면,[5] 자연사박물관이 미국에 1176개가 있고 영국이 297개, 독일이 605개, 프랑스가 233개가 있다고 한다. 제대로 된 국립 자연사박물관조차 없는 우리 현실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건립 필요성은  1995년부터 제기되었고, 수차례 건립 계획을 세웠지만,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표류되어 왔다.[4] 지금도 국립 자연사박물관은 전망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같은 자연사박물관 유치회의에 참석한 유정칠 교수(경희대학교 생물학과)는 자연사박물관을 사업 타당성 측면에서만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자연사박물관과 자연사 연구가 주는 이윤은 간접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 분야의 연구가 창출하는 교육적, 문화적 가치는 금전으로 평가하기 힘들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에도 제대로 된 국립 자연사박물관 하나쯤은 생기기를 기대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에게도 묻고 싶다.

  “여러분, 자연사박물관에 가보신 적이 있나요?”



 덧붙여    

주변에 가볼 만한 자연사박물관 몇 군데를 소개한다.

국내 자연사 관련 박물관의 총목록은 이창진·조준오(2010)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인천 서구)

 http://www.nibr.go.kr/main/main.jsp

 국립서울과학관 (서울 종로)

 http://www.ssm.go.kr/v2/kor/index.asp

 국립중앙과학관 (대전 유성)

 http://www.science.go.kr/

 국립과천과학관 (경기 과천)

 http://www.sciencecenter.go.kr/gnsm_web/main/

 목포자연사박물관 (목포 남농로)

 http://museum.mokpo.go.kr/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부산 동래)

 http://sea.busan.go.kr/index.do

 이화여대 자연사박물관 (서울 이화여대)

 http://nhm.ewha.ac.kr/index.jsp

 경희대 자연사박물관 (서울 경희대)

 http://nhm.khu.ac.kr/v2/

 한남대 자연사박물관 (대전 한남대)

 http://museum.hannam.ac.kr/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시)

 http://museum.jeju.go.kr/

 경북대 자연사박물관 (경북 군위)

 http://mnh.knu.ac.kr/

 서대문자연사박물관 (서울 연희동)

 http://namu.sdm.go.kr/

 계룡산자연사박물관 (충남 공주)

 http://krnamu.or.kr/

 금강산자연사박물관 (강원 고성)

 http://knhmuseum.com/


참고문헌



[1] Smithsonian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2014) Research & Collections.http://www.mnh.si.edu/rc/

[2] Wikipedia (2014) Georges-Loius Leclerc, Comte de Buffon.http://en.wikipedia.org/wiki/Georges-Louis_Leclerc,_Comte_de_Buffon

[3] 이창진·조준오 (2010) 한국 자연사박물관 설립 방안 연구. 한국지구과학회지 31: 656?670.

[4] 편완식. 연구협의회, ‘자연사박물관 건립 청원서’ 제출 http://www.krei.re.kr/web/www/35;jsessionid=C9D4F763684CC6A480FDAC1E3A595ED4?p_p_id=EXT_BBS&p_p_lifecycle=1&p_p_state=exclusive&p_p_mode=view&p_p_col_id=column-1&p_p_col_count=1&_EXT_BBS_struts_action=%2Fext%2Fbbs%2Fget_file&_EXT_BBS_extFileId=24844

[5] 노원구의회 (2009) 국립 자연사박물관 유치추진특별위원회 회의록. http://council.nowon.seoul.kr/CLRecords/Retrieval2/index.php?hfile=5G0660176041.html&daesu=5


손재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연구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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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천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박사후연구원
곤충분류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 박사후연구원으로 있다. 나비목 곤충과 식물과의 관계를 DNA와 화석 수준에서 규명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메일 : ptera2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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