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섬광신호, 수명을 예언한다"
'미토 섬광', 그것이 궁금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활성산소 탐침으로 설계된 새로운 단백질을 쥐의 심장세포에서 발현하게 했더니,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순간적인 형광 신호가 강하게 반짝거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세포 하나만 떼어놓고 관찰하면 수천 개 미토콘드리아 중에서 개별 미토콘드리아 단위로 반짝임이 관찰됐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반짝임을 '활성산소 섬광' 또는 ‘미토 섬광’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번 글의 주제 논문
Mitoflash frequency in early adulthood predicts lifespan in Caenorhabditis elegans. Shen EZ et al. Nature. 2014 Feb 12.
지난 한 해 동안 ‘엘레강스 펜클럽’에 연재된 글들을 되돌아보면, 수명에 관한 이야기가 무척 많았습니다. 망가진 단백질을 잘 관리하는 방법에 따른 건강 전략, 생식과 수명을 이어주는 청춘 호르몬, 만성적 소식과 간헐적 단식이 수명에 끼치는 효과의 비교, 미토콘드리아와 핵 사이의 균형 깨짐에 의한 수명 증가 등…,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인 장수에 관한 연구를 많이 소개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직접 수명을 조사하지 않더라도 노화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신경학적 연구들도 많이 다뤄졌습니다. 예쁜꼬마선충과 관련한 실험들이 수명과 노화 연구에 특화돼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일 겁니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연구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가 과연 무병장수의 길로 잘 가고 있는 것인지 한번쯤 생각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논쟁적인 이론과 주장을 훑어 내려오다 보면, “그래서 결국 이렇다는 거야? 저렇다는 거야?” 하고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개별 논문이 드러내는 현상이 실제로 ‘사실’의 수준에 오르는 것은 지난하고 힘든 과정입니다. 반증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러 실험 결과가 서로 반박하는지 아니면 더 높은 차원에서 통합되는지도 알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수명 연구가 겪는 또 하나의 어려움은 인간에게 직접 적용 가능하지 않을 법한 지식을 얻을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동물 실험에서 생식세포를 제거해 수명이 늘어나는 과정을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그걸 스스로 경험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공상 속의 불로초와 달리, 수명 늘리기에 뒤따르는 비용은 대부분 상당히 큰 편입니다. 생식력을 잃거나 활력이 줄어들어 ‘가늘고 길게’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단한 생물학적 조작으로 흔히 말하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인생을 얻기란 아직 힘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피하면서 인간에게 좀 더 실용적일 수 있는 다른 방향의 연구는 ‘수명의 표지’를 찾는 것입니다. 나의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예상할 수 있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단순히 수명을 예상하는 것뿐 아니라 인생에서 전반적인 건강 전략을 짜고 그 효과를 직접 확인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입니다. 물론 수명 표지는 나의 생활에 따라서 역동적으로 변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말입니다. 일전에 소개한 텔로미어의 경우 세포의 분열에 대한 타이머 기능을 하기 때문에 노화와 수명의 표지로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사실 아직까지는 이를 이용한 직접적인 수명 예측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던 중 눈독 들일 만한 강력한 다른 후보가 하나 등장했습니다!
우연한 발견, 새로운 출발점
의외의 발견이 중요한 전환점이 된 사례는 과학사에 많이 있습니다. 수명 표지와 관련해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한 번 보실까요.
헤핑 쳉(Heping Cheng)이라는 중국인 과학자는 미토콘드리아와 칼슘 신호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세포의 생존과 죽음에 깊이 관여합니다. 당연하게도 미토콘드리아가 정상적이지 않으면 여러 가지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데, 심혈관계 질환, 퇴행성 신경 질환과 암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칼슘 이온은 생리대사의 신호전달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합니다.
세포에서 칼슘 이온을 가장 많이 저장하는 곳은 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이지만 미토콘드리아도 또한 일시적으로 칼슘을 빠르게 저장했다가 나중에 방출할 수 있어 칼슘 신호 조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때, 미토콘드리아의 칼슘 양을 측정하는 데 쓰는 유전학적 실험 수단인 탐침 단백질(probe protein)이 페리캄(pericam)이라는 단백질입니다.
페리캄은 칼슘과 결합하면 특정 파장대의 형광을 내도록 고안되어 있는 단백질입니다. 그런데 연구진은 페리캄에서 칼슘과 결합하는 부분을 제거해도 형광 신호가 발생하는 것을 우연히 관찰해 이를 예의주시했고, 이 신호가 무엇에 의해 유발되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특정 활성산소에 대해 높은 선택성과 민감성으로 반응해 형광을 낸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칼슘을 쫓기 위해 제작된 탐침 단백질을 쪼개 보니, 거기에는 활성산소를 관찰할 수 있는 기능도 있었던 것입니다. 칼슘 탐지 단백질이 이젠 활성산소 탐지 단백질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활성산소 탐침으로 설계된 새로운 버전의 단백질을 쥐의 심장세포 내부에서 발현하도록 했더니, 쉬고 있는 줄 알았던 고요한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순간적인 형광 신호가 강하게 반짝거린다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하나의 세포만 떼어놓고 관찰하면 수천 개의 미토콘드리아 중에서 개별 미토콘드리아 단위로 반짝임이 관찰되었습니다. 연구진은 이 반짝임을 ‘활성산소 섬광(superoxide flash)’ 또는 ‘미토 섬광(mitoflash)’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그림1).
» 그림1. 쥐 심장 세포에서의 미토 섬광 : 화살표로 표시된 미토콘드리아 한 개에서 짧고 강한 형광 신호가 보입니다. 쥐의 심장 세포는 6000여 개의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는데 단일 미토콘드리아 수준에서 미토 섬광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Cell, 2008)
미토 섬광은 시공간적으로 불규칙하고 우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100초 정도 관찰하면 수천 개 중 단지 1% 정도만의 미토콘드리아에서 미토 섬광이 발생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활성산소에 비해서는 무시할 만한 수준일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게다가 세포의 종류로는 심장세포, 근육세포, 신경세포, 섬유아세포, 암세포를 가리지 않았고 생물 종으로는 쥐와 제브라피시, 사람의 세포에서 모두 미토 섬광이 관찰되었습니다(그림2). 연구자들은 이 독특하고 섬세한 반짝임이 생물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관찰 과정에서 얻어진 인위적인 신호인지 알고 싶어 했습니다. 여러 실험실에서 지속적으로 조사한 결과 미토 섬광은 보편적이고 근본적이며 생리학적으로 의미 있는 미토콘드리아 활동의 반영일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 그림2. 다양한 조건에서 미토 섬광 관찰 : 왼쪽 그림은 인간의 배양 세포 중 가장 널리 쓰이는 헬라 세포(HeLa cell)입니다. 이 암세포에서의 미토 섬광은 산화적 스트레스의 양을 반영하며, 세포 자살의 전조가 됩니다. 오른쪽 그림은 활성 산소 탐침이 발현된 쥐의 심장 전체를 보여줍니다. 하나의 심장 세포뿐만 아니라 심장 전체에서도 미토 섬광이 관찰됩니다.(WT: Wild Type, 탐침이 없는 대조군; TG:TransGenic, 탐침이 발현된 실험군)(J Biol Chem, 2011)
미토 섬광에 담긴 암호를 풀어라
미토콘드리아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이렇게 반짝이는 걸까요? 마치 이진법 신호 같은 암호를 해석하면 어떤 비밀이 풀릴까요?
한 가지 접근 방식은 ‘어떻게’ 미토 섬광이 발생하는지를 푸는 것입니다. 사실 아직까지는 그 정답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다양한 증거로 볼 때 미토콘드리아 투과성 조절 구멍(mitochondrial Permeability Transition Pore; mtPTP)이 그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이 독특한 구멍에 대해선 많은 부분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지만 핵심 기능은 알려져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 안의 칼슘 농도, 활성산소, 높은 수소이온 농도 등에 반응할 때 이 구멍이 일시적으로 열립니다. 이때 각 성분의 농도 차이(gradient)에 따라 미토콘드리아 안팎으로 물질이 이동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물질 이동이 막을 경계로 한 안팎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인지, 특정 신호로 작동하는지는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다만 외부 스트레스에 의해 전자전달계에서 만들어지는 활성산소가 과도해질 경우에 조절 구멍이 과하게 열리고, 세포의 자살이 유발된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때 세포 자살의 전조로서 미토 섬광이 반짝거리며 등장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스트레스가 누적돼 세포 자살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미토 섬광은 자살로 진행한다는 결정의 초기 신호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탐침 단백질을 통해 원리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넘어야 할 비밀의 산들은 높습니다. 실마리들을 정리해 보면, 어찌되었든 간에 미토 섬광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에너지 생산, 스트레스 반응, 세포 운명 조절, 칼슘 항상성 조절 등)과 강력하게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두 번째는 대사과정에서 발생하여 세포의 산화 환원 상태를 결정하며 주변에 손상을 주기도 하는 전반적인 활성산소(global ROS)와 달리, 미토 섬광은 짧고 빠르게 특정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신호’라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 단서를 통합해서 의미 있는 결론을 이끌어낸 연구가 예쁜꼬마선충을 이용해서 진행되었습니다.
'많이 빛나는 당신, 위험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토 섬광은 예쁜꼬마선충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지표였습니다! 단, 미토 섬광의 빈도와 세기는 수명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습니다. 즉, 미토 섬광이 적게 관찰되는 개체일수록 오래 사는 것입니다. 예쁜꼬마선충에서 미토 섬광은 인두, 장, 표피 세포, 생식 세포 등에서 관찰되었는데 인두에서 강력하고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인두 조직은 대장균을 빨아들여 분쇄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규칙적이고 강한 수축 운동을 합니다. 강한 힘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므로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 작용이 활발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쥐 심장세포에서 얻은 결과와 마찬가지로 단일 미토콘드리아 수준에서 미토 섬광이 잘 보였습니다(그림3).
» 그림3. 예쁜꼬마선충에서의 미토 섬광 : 예쁜꼬마선충의 인두에서 발현되는 미토 섬광을 보여줍니다. 성체가 된지 1일째부터 19일째까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관찰 시기에 몇 번의 섬광이 나타났는지도 표시되어 있습니다.(Nature, 2014)
미토 섬광이 단순한 모양새뿐만 아니라 생리학적 관점에서 예쁜꼬마선충에서 잘 보존된 현상이라는 것도 체계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개체의 수명이 늘어난다고 알려져 있는 조건에서 미토 섬광이 감소했다는 점입니다. 미토콘드리아 전자전달계의 기능이 일부 망가져 호흡 기능이 감소한 개체나 식이 제한으로 굶주리고 있는 개체(수명이 증가하는 조건)는 낮은 미토 섬광을 보였습니다. 반대로 고농도의 포도당을 먹이거나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화학 물질을 처리해주었을 때(수명이 감소하는 조건)는 미토 섬광이 증가했습니다. 따라서 예쁜꼬마선충의 미토 섬광은 포유류 세포 실험에서와 마찬가지로 세포의 대사 수준이나 산화 스트레스 정도를 반영할 뿐 아니라 수명을 직접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수명 돌연변이들과 미토 섬광이 상관관계를 보이자, 연구자들은 대륙의 기상으로 이때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수명 관련 인자들을 시험해보기 시작합니다. 여기에는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 또는 아르엔에이 간섭에 의해 수명이 달라진 29가지 경우와 수명을 변화시키는 환경적인 조건 26가지가 포함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일한 유전자와 환경 조건을 가지지만 수명이 우연히 달라진 개체군에 대해서도 미토 섬광을 조사했습니다. 이만큼 다양한 조건을 실험했던 것은 수명 자체가 너무나 유연하고 복잡한 표현형이기 때문입니다. 노화의 과정과 얼개는 유전체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지만 개체 외부의 환경적인 요인의 영향도 강력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유전자와 환경을 동일하게 해준다 하더라도 서로 다른 개체의 노화가 동일한 속도와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발생과 성장 중에는 확률적인 사건들이 반드시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경우를 통틀어 미토 섬광이 적게 보이는 개체일수록 수명이 길었습니다(그림4). 이 결과가 놀라운 것은 수명 변화가 어떤 요인에 의해 유발된 것인지에 상관없이 단일한 하나의 척도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즉, 이론적으로는 특정한 시점에서 미토 섬광을 측정하기만 하면 해당 개체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수명 예지자는 여태까지 있었던 어떤 것보다 더 편리하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체 생활사 중 삼분의 일 정도만 지났을 때 측정 가능하기 때문에 상당히 빨리 예측 능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측정 자체도 형광의 세기와 빈도를 재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 그림4. 미토 섬광과 수명의 상관관계 : 왼쪽의 그래프는 유전적인 변화로 수명이 달라진 개체의 수명과 미토 섬광을 보여주며, 오른쪽의 그래프는 환경적인 변화의 경우입니다. 전반적으로 미토 섬광이 낮을수록 수명이 긴 관계(음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Nature, 2014)
미토 섬광의 변화가 개체의 생활사 전체에 걸쳐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집중해서 관찰해야 할 시기는 예쁜꼬마선충이 가장 활발하게 알을 낳으며 생식을 하는 시기(성체가 된 지 3일째)입니다. 연구자들도 왜 하필 이 시기의 미토 섬광이 수명과 상관관계를 보이는지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했습니다. 설득력 있는 가설은 생식 자체가 물질 대사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활동이기 때문에 높은 호흡량이 반영되어 미토 섬광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생식세포를 만들지 못하며 오래 사는 내시 돌연변이에서는 3일째 미토 섬광이 거의 억제되었습니다.
불완전한 초보 예언가
그러면 인간의 세포를 떼어내어 미토 섬광을 관찰할 수 있도록 유전학적으로 조작한 뒤 신호를 살펴보면 우리의 수명도 알 수 있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상당히 어렵다’고 여겨집니다. 현재까지 나온 결과를 거칠게 요약하면, ‘예쁜꼬마선충이 오래 살수록 특정 조직과 특정 시점에 미토 섬광이 감소해 있는 경향이 있다’ 정도입니다. 우선 기술적인 문제는 인간의 미토 섬광을 언제 어디에서 측정할지에 대한 기준을 찾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의 경우에는 인두에 나타난 섬광 신호가 우연히(?) 수명과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훨씬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고 구조적으로도 복잡한 인간 세포 중 무엇이 수명을 반영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또한 ‘3일째의 성충’이라는 시간 기준도 인간으로 치환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이 더 나이가 들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자체가 퇴행적으로 그리고 예측 불가능하게 감소하기 때문에 미토 섬광과 수명 간의 연결은 깨지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수명이 긴 인간에게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가장 정상적이면서도 다양한 요인들에 의한 좋고 나쁜 영향이 반영되어 미토 섬광이 나타나는 좁은 시간대를 찾기란 난망한 일일 것입니다.
설령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하더라도 수명 예측의 정확도는 그리 높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쁜꼬마선충의 결과를 모델링 해보면 미토 섬광 단독으로 수명의 변이를 설명할 수 있는 비율은 50%에서 70% 정도라고 합니다. 이 수치를 거칠게 수명을 예측하는 정확도로 환산하여 고려한다면, 제법 높다고 볼 수도 있고 그럭저럭 이라고 볼 수도 있을 애매한 숫자로 느껴집니다. ‘재미로 보는 수명 예언’ 정도가 되려나요?
엄청나게 커다란 퍼즐 맞추기
결국 과학에서 기초적인 지식의 힘은 당장 실용적인 도구를 생산할 수 없더라도 진실에 가까워지는 징검다리를 놓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유전학적, 환경적, 우연적 요소들이 모두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변화시켜 수명을 조절한다는 것은 그만큼 미토콘드리아가 노화 과정의 핵심 영역에 놓여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토 섬광이라는 단일한 출력 값으로 수명 변화의 총합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은 완전하지는 않을지라도 전에 없던 생체 지표의 발견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여러 가지 실험 모델들이 저마다의 상대 우위를 가지고 각개약진 하고 있습니다. 세포 배양을 통해 특정 신호를 관찰하기 좋은 모델이 있고, 그 신호와 수명 사이의 연관을 풀어내는 데 유용한 모델이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기초적인 지식이 충분히 쌓이고 나면, 훨씬 복잡한 인간에 대해서 이해를 시도할 때도 나름대로 직관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노화 프로그램의 비밀을 이해하기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노화라는 현상은 생명의 본질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노화 퍼즐을 어디까지 풀 수 있을지, 얼마 만한 퍼즐인지 감을 잡을 수는 있을지 항상 흥미를 가지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미토 섬광을 전체 퍼즐을 해결해 줄 만능해결사로 생각하지는 않지만, 퍼즐에 재미를 더해주고 새로운 관점에서 풀이를 시도하게 해 줄 중요한 조각인 것은 틀림없다고 봅니다.◑
[참고한 논문]
Mitochondrial influence on aging rate in Caenorhabditis elegans. Anson RM, Hansford RG. Aging Cell. 2004 Feb;3(1):29-34.
Superoxide constitutes a major signal of mitochondrial superoxide flash. Zhang X, Huang Z, Hou T, Xu J, Wang Y, Shang W, Ye T, Cheng H, Gao F, Wang X. Life Sci. 2013 Aug 6;93(4):178-86.
Superoxide flashes reveal novel properties of mitochondrial reactive oxygen species excitability in cardiomyocytes. Li K, Zhang W, Fang H, Xie W, Liu J, Zheng M, Wang X, Wang W, Tan W, Cheng H. Biophys J. 2012 Mar 7;102(5):1011-21.
Superoxide flashes: early mitochondrial signals for oxidative stress-induced apoptosis. Ma Q, Fang H, Shang W, Liu L, Xu Z, Ye T, Wang X, Zheng M, Chen Q, Cheng H. J Biol Chem. 2011 Aug 5;286(31):27573-81.
Superoxide flashes in single mitochondria. Wang W, Fang H, Groom L, Cheng A, Zhang W, Liu J, Wang X, Li K, Han P, Zheng M, Yin J, Wang W, Mattson MP, Kao JP, Lakatta EG, Sheu SS, Ouyang K, Chen J, Dirksen RT, Cheng H. Cell. 2008 Jul 25;134(2):279-90.
성상현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