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P 논란, 어디로 가고 있나 -일지정리

이미지 부적절 사용 의혹재현 논란…박사학위 논문 논란…

14일 일본 이화학연구소 한달간 조사활동 경과 발표 예정


00STAP11.jpg » 자극 촉발에 의해 만들어진 다분화능 세포(STAP 세포). 출처/ 일본 이화학연구소



우 간편한 기법으로 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일본·미국 공동연구팀의 네이처 논문이 발표된 지 40여 일을 넘었다. 1월30일 발표 직후에 쏟아진 놀라움과 찬사는 잠깐이었다. 2월10일 무렵부터 일기 시작한 논문의 이미지 데이터 조작 의혹, 주요 연구자인 오보카타 하루코의 박사학위 논문 이미지와 네이처 논문 이미지의 중복 의혹 등으로, 논문과 저자는 연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논문 철회의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래 연구진실성 조사에 나선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는 오는 3월14일 그간의 조사 활동에 대한 경과를 미디어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경과 발표를 앞두고 그동안 이 논문을 둘러싸고 전개된 주요 과정을 일지로 정리했다(국내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게시판의 여러 글에서 정보 도움을 많이 받았다).



■ ‘쉽게 믿기 힘들다, 놀랍다’


1월30일

00STAPcell.jpg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 연구원을 비롯해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진이 참여한 일·미 공동연구팀이 매우 간편한 줄기세포 제작기법을 찾아냈다며 과학저널 <네이처>에 두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약산성 용액에다 갓 태어난 쥐 세포를 담가두었다가 일정한 배양 처리를 했더니 체세포가 초기 상태의 줄기세포 성질을 띠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런 기법을 ‘자극이 촉발하는 다분화능 획득(STAP)’이라고 명명했으며, 그렇게 해서 생성된 세포를 STAP세포라고 명명했다.

[참조] 초간편 역분화 줄기세포 개발…학계 “놀랍다” 들썩 http://scienceon.hani.co.kr/147539

[논문1] 체세포에서 다분화능 세포로, 자극 촉발에 의한 세포 운명의 전환 (교신저자: 오보카타 하루코, 찰스 버칸티)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505/n7485/full/nature12968.html

[논문2] 획득된 다분화능을 갖춘 리프로그래밍 세포에 나타나는 양방향의 발달 잠재력 (교신저자: 오보카타 하루코, 와카야마 테루히코, 사사이 요시키)
http://www.nature.com/nature/journal/v505/n7485/full/nature12969.html#contrib-auth



~2월5일

이 연구성과는 기존에 복잡하고 까다로운 역분화 줄기세포 제작방법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간편한 데다, 간단한 자극만으로 분화된 세포가 분화 이전의 초기 상태로 되돌아간다는 게 세포생물학의 기존 지식을 뒤집는 것이라는 점에서 학계에 놀라움을 주었다. 연구의 주역인 오보카타 하루코는 ‘하루코짱’으로 불리며 언론매체에서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한편에선, 분화 세포가 간단한 자극에 의해 분화 이전 상태로 되돌아갈 정도로 불안정할 리 없다는 점, 생성되었다 하더라도 그런 STAP 줄기세포가 안전한 것인지에 대한 검증이 남았다는 점, 논문에서 제시된 것처럼 실제로 ‘간편하게’ 줄기세포가 만들어질 수 있겠느냐는 점 등을 거론하며, 논문에 대한 재현 실험과 검증이 필요하는 주장도 나왔다. 이런 주장은 처음엔 소수였으나 점차 목소리를 키웠다.


연구논문의 사후검증 누리집인 ‘퍼브피어(Pubpeer)’에서는 STAP 논문 발표 직후에 검증 게시판이 마련됐다.

[참조] 퍼브피어

https://pubpeer.com/publications/8B755710BADFE6FB0A848A44B70F7D#fb7019


논문 발표 이후에 공동 교신저자인 미국 하버드대학 의대의 찰스 버칸티(Charles Vacanti) 교수는 인간 세포 실험에서도 쥐 세포 실험과 유사한 STAP 줄기세포의 결과를 얻어냈다고 여러 언론매체 인터뷰에서 밝혔다.

[참조] 놀라운 줄기세포 기법, 인간 조직에서도 시험 (<뉴사이언티스트>)

http://www.newscientist.com/article/dn25004-extraordinary-stem-cell-method-tested-in-human-tissue.html#.Ux-zB87DVxo



2월6일

역분화 줄기세포 연구자인 폴 크뇌플러(Paul Knoepfler)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자신의 랩이 운영하는 블로그에다 ‘STAP 줄기세포에 의문을 품는 다섯 가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상식적으로 제기되는 의문에 대해 철저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조] ‘STAP 줄기세포에 의문을 품는 다섯 가지 이유’

http://www.ipscell.com/2014/02/in-a-pickle-over-stap-stem-cells-top-5-reasons-for-skepticism/


크뇌플러 교수는 STAP세포가 논문에서 제시된 것처럼 실제로 간편하게 만들어지는지 검증하는 재현 실험을 벌여 그 결과를 한 데 모아보자고 제안하면서, 자신의 랩 블로그에 ‘다중참여 데이터’ 페이지를 7일 개설했다.

[참조] STAP 새로운 데이터

http://www.ipscell.com/2014/02/invitation-to-crowdsource-stap-stem-cell-follow-up-data-here/




■ 다중참여 검증


익명의 여러 연구자들이 네이처에 발표된 두 편의 STAP 논문과 주요 저자의 과거 논문에 의문이 있다며 제기하기 시작했다. 일본인 연구자들이 참여한 누리집, 그리고 연구논문 공개검증 누리집인 ’퍼브피어(Pubpeer)’를 중심으로 이런 문제가 제기됐으며, 크뇌플러 교수의 블로그도 논문검증 정보를 소통하는 주요 창구가 되었다.


2월12일 경

일본어 누리집인 ‘오보카타 하루코의 STAP 세포 논문의 의혹’이 개설됐다. 이밖에도 여러 누리집들이 개설돼 있다.

http://stapcells.blogspot.com



2월13일 경

일본의 한 누리집과 연구논문 사후검증 누리집인 ‘퍼브피어(Pubpeer)’에 STAP 논문의 공저자인 오보카타 하루코 연구원의 2011년 다른 논문에 실린 영상 데이터에 중복 사용한 의혹이 있으며, 이와 동시에 네이처에 실린 STAP 논문에도 이미지 데이터에 부자연스런 흔적이 있다는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의혹은 사회연결망서비스를 통해서도 급속 확산했다.

[참조] ‘하루코 논문의 부적절함에 관해’(일본 누리집, 세계변동전망)

http://blog.goo.ne.jp/lemon-stoism/e/008ac025ee1ccf4c694869f09b053ee7
[참조] 퍼브피어

https://pubpeer.com/publications/D02B9A8C8A6D5C99B95E4FB3E1E13C#fb6333

https://pubpeer.com/publications/8B755710BADFE6FB0A848A44B70F7D#fb7019

00STAPdebate1.jpg » 논문에서 다르게 제시된 두 이미지의 일부가 서로 비슷하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미지 자료.



2월15일

STAP 논문의 주요 저자가 속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는 오보카타 하루코 연구원을 비롯해 일·미 공동연구팀이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대해 ‘부자연스런 이미지 데이터가 사용됐다’는 지적이 일어 외부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조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화학연구소 쪽은 “연구성과는 확고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지만 외부에서 지적이 있어 조사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조] “STAP 논문 이미지 의혹에 조사 개시”-일언론 보도

http://scienceon.hani.co.kr/149563



2월15일 경

이 시기까지 크뇌플러 교수 블로그에 보고된 재현 실험 시도들에서 STAP 세포가 실제로 재현됐다는 보고는 사실상 없었다. 과연 재현될 수 있는 연구결과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졌다.



2월17일

네이처가 STAP 논문을 둘러싼 논란을 보도하면서 STAP 실험을 해본 실험실 10곳에 문의했더니 재현에 성공한 곳은 없었다고 보도해 STAP 논문의 재현 논란이 본격 쟁점이 되었다. 네이처는 이날 보도에서 STAP 발표 논문과 관련해 제기되는 의혹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현재 자체 조사중이라고 보도했다.

[참조] “STAP줄기세포, 재현 쉽지 않네” 재현논란도 커져

http://scienceon.hani.co.kr/150033



3월5일

재현 논란이 일자, 일본 이화학연구소와 네이처는 좀 더 상세한 STAP 세포의 실험기법(프로토콜)을 공개했다.

[참조] ‘체세포를 STAP 세포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적 기법’

http://www.cdb.riken.jp/jp/04_news/articles/pdf/14/protocol_exchange_v1.pdf (이화학연구소)

http://www.nature.com/protocolexchange/protocols/3013#/references (네이처)




■ 더 커진 논란…14일 경과 발표


3월10일 경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오보카타 하루코 연구원의 2011년 와세다대학 박사학위 논문에 쓴 이미지들이 네이처 논문에 실린 이미지와 매우 유사하다는 또다른 의혹이 제기되면서, 오보카타 연구원의 연구진실성에 관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참조] '하루코 논문 의혹 정리'

http://stapcells.blogspot.kr/2014/02/blog-post_2064.html

00STAPskeptic1.jpg » 오보카타의 2011년 박사학위 논문에 쓴 이미지들(오른쪽)이 네이처 논문에 실린 다른 실험의 이미지와 매우 유사하다는 또다른 의혹이 제기됐다.

 


3월10일

STAP 논문의 주요 저자인 와카야마 테루히코 야마나시대학 교수는 “믿었던 연구 데이터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 STAP 세포가 정말 생기는지 확신이 없어졌다. 논문은 일단 철회한 뒤 외부 사람에게 검증해달라고 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구글번역). 공저자 그룹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참조] STAP 세포 “신념 없어졌다”

http://www3.nhk.or.jp/news/html/20140310/t10015868081000.html



3월11일

와카야마 교수는 자신의 누리집에 “이 논문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점이 지적되고 있는 오늘, 저는 STAP 세포에 대한 과학적 진실을 알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공동 저자에 제공되고 키메라 마우스의 제작 실험에 이용한 STAP 줄기세포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이 세포를 공적인 제3자 연구기관에 제공하고 상세한 생화학적 분석을 요청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분석 결과는 신속히 공표하겠습니다”라고 발표했다(구글번역).

[참조] 'STAP 세포 논문의 문제에 대하여'

http://www.yamanashi.ac.jp/modules/information/index.php?page=article&storyid=768


같은 날, 이화학연구소는 “오는 14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그동안 진행한 조사 경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참조] ‘STAP세포 논문 조사에 대하여’ (이화학연구소)

http://www.riken.jp/pr/topics/2014/20140311_2/



3월12일

오보카타 하루코의 2011년 박사학위 논문 중 상당 부분이 미국립보건원(NIH)의 누리집에 실린 줄기세포 관련 내용과 겹친다는 표절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참조] '하루코 논문 의혹 정리'

http://stapcells.blogspot.kr/2014/02/blog-post_2064.html

http://stapcells.up.seesaa.net/image/Background.pdf (박사학위 논문)

http://stemcells.nih.gov/info/basics/pages/basics1.aspx (NIH)



3월14일(예정)

일본 이화학연구소, STAP 논문 조사 경과 발표 예정



   일지정리 후기

국내 생물학연구정보센터의 게시판과 미국 크뇌플러 교수 블로그 등을 통해서 여러 연구자들의 전망을 종합해보면, 일단 ‘매우 간편한 역분화 줄기세포 제작법’이라는 찬사는 더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발표된 논문과 프로토콜로도 실험 재현이 쉽지 않다는 보고와 견해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재현 가능성과 별개로, 논문의 이미지 중복 사용(상하 반전, 각도 조정, 따붙이기 등 의혹) 문제는 연구진실성 위배로 연결될 가능성이 꽤 높아보인다. 의혹의 대상이 된 이미지들의 모양을 볼 때에, 그것들이 단순 착오로 게재됐다고 보기 어렵고, 인위적 변형, 조작이 이뤄져야 가능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위적 조작이 드러난다면 논문은 재현 논란 이전에 철회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저자인 와카야마 교수가 이미 ‘선 철회, 후 검증’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크뇌플러 교수의 예측처럼 ‘논란과 혼란의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과학에도 좋지 않으므로, 우선 논문을 철회하고서 이후에 시간 여유를 두고 철저히 검증하자’는 식의 해결책이 제시될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미지 조작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런 식의 철회 명분도 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해 최대의 과학뉴스 후보로도 예견됐던 STAP 논문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 한편으론, 논란의 결말이 STAP 논문 철회와 연구부정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이 과학 전반의 신뢰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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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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