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세포 감염 공격’ 포착 영상화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팀, 세포 침투 노리는 나노입자 관찰

지난해엔 T7 바이러스의 대장균 감염 장면 포착 논문 눈길



‘울퉁불퉁 산악 지형 위를 바삐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벌새나 나비처럼...’ 

세포 표면에 부딛히고 좌충우돌하며 세포 안으로 들어가려는 바이러스 닮은 나노입자의 분주한 움직임을 미국 연구팀이 3차원 영상으로 포착해 과학저널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입자의 궤적을 보여주는 동영상도 함께 공개했다.


미국 프린스턴대학 연구팀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세포 수용체(단백질)과 결합할 수 있는 단백질 조각(펩티드)을 붙인 바이러스 크기의 나노입자는 이리저러 빠른 속도로 불규칙하게 돌아다니다가 세포막을 만나면 부딛히고 퉁겨나며 세포막 표면에서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분주한 역동성을 보여주었다. 동영상에서 세포는 산악 지형처럼 보인다.


00P_motion.jpg » 바이러스 닮은 입자의 운동 궤적을 보여주는 3차원 영상. 붉은갈색의 핵을 지닌 녹색 부분이 세포이며, 입자는 빠른 운동을 할 때엔 붉은색, 느린 운동을 할 때엔 파란색을 띠게 처리했다. 출처/ Nature Nanotechnology 연구팀은 ‘삼차원 다해상도 영상’이라는 기법을 사용했다. 배경이 되는 세포 상태와 빠르게 움직이는 나노입자의 운동을 동시에 초점에 맞춰 영상에 담기 위해서 입자를 추적하는 카메라와 세포 상태를 추적하는 카메라를 따로 가동한 다음에 둘을 결합해 3차원 영상을 만들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구실을 하는 입자를 빛을 내는 성질의 물질로 만들어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게 했으며, 이 입자에다 세포막의 수용체를 찾아가는 구실을 하는 단백질 조각(펩타이드)을 붙였다. 이렇게 만든 나노입자의 폭은 대략 100나노미터다. 


이번 관찰에선 바이러스 닮은 입자의 기괴하고 불규칙한 운동이 관찰됐으며, 또한 이 입자가 세포 표면에서 부딛히고 미끄러지는 궤적을 추적해 울퉁불퉁한 세포 표면 윤곽을 10나노미터 정도의 해상도로 정밀하게 그릴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이런 시각화 기법은 나노입자에 약물을 실어 전달하는 세포 전달 기법을 발전시키고, 바이러스 감염 과정에 나타나는 바이러스와 세포 간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기대했다.


   ■ 논문 초록(2014년 2월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세포 전달 전략을 발전시키고 바이러스 동역학을 연구하는 데에는 세포의 잡아채기 과정에 대한 상세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거대 규모의 세포 환경 상태와 (자유 확산 나노입자에 나타나는) 빠른 동역학을 둘 다 담아서 전 과정을 시각화하는 것은 실현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3차원 다해상도 방법을 사용해, 펩타이드(HIV1-Tat)로 변형한 나노입자를 세포가 붙들고 잡아채는 데로 나아가는 순간적 사건들을 실시간으로 포착한다. 이런 새로운 방법을 응용해 나노입자가 세포 외형에 내려앉는 것을 3차원으로 관찰했더니, 전달 입자가 긴 거리에 걸쳐 감속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이는 아마도 세포 수용체들과 상호작용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이 나노입자를 나노 규모의 ‘동역학 펜’으로 이용함으로써, 우리는 작은 세포막 영역의 구조와 나노입자의 공간적 동역학 사이에 알지 못했던 상관성이 존재함을 발견했다. 이 방법은 다양한 척도의 과정에 숨은 메커니즘 단계들을 드러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리를 뻗어 달 표면에 내려 앉는 달 착륙 우주선처럼...’

지난해 1월에는 박테리아 감염 과정에 나타나는 바이러스의 자세 또는 구조 변화를 자세히 관찰한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00T7-Virus2.jpg » 동결전자단층촬영술을 통해 얻은 T7 바이러스의 이미지. 출처/ Bo Hu et al., Science(2013) 00T7-Virus11.jpg » T7 바이러스가 여섯 개의 다리(fiber)를 몸통(capsid, 껍질) 쪽에 접어둔 모습. 일종의 도관인 꼬리(tail)를 숙주 박테리아에 찔러넣어 자신의 디엔에이를 주입한다. 출처/ Bo Hu et. al. 2013. Science Express. 티7(T7)이라는 박테리아 감염 바이러스((bacteriophage, 박테리오파지)는 대장균의 세포막 표면에 다달아, 몸통 쪽에 접혀 있던 여섯 개 다리를 뻗어 안착한 뒤 ‘걷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안정 자세를 취하고서, 숙주인 대장균 세포막에 찔러넣은 꼬리 도관을 통해 자신의 유전물질을 주입해 감염을 일으켰다. 디엔에이 주입이 끝난 다음에 세포막에 찔러넣은 꼬리는 해체되었고 대장균 세포막은 다시 봉합되었다.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학 연구팀은 동결전자단층촬영술(cryo-electron tomography)을 이용해 감염 과정에 일어나는 바이러스의 형태 변화를 관찰했으며, 관찰한 과정을 단순화해 선명하게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공개했다(위 동영상).

 

   논문 초록(2013년 1월 사이언스)

 “흡착(adsoprttion)과 게놈 방출(genome ejection)은 박테리오파지의 생애 주기에서 기초가 된다. 그러나 그 분자적 메커니즘은 현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는 동결전자단층촬영술(cryo-electron tomography)을 사용해 대장균 감염의 연속 단계에서 T7 바이러스(virion)을 최대 4나노미터 해상도로 포착했다. 박테리오파지의 여섯 개 다리(tail fiber)가 캡시드(단백질 외각) 쪽에 접혀져 있다가, 숙주 세포 표면에 증식을 위한 흡착을 한 다음에 다시 뻗어 대칭형을 이루었다. 꼬리(tail)가 수용체에 달라붙자 형태적 변화가 촉발됐으며 결국에는 뻗어난 꼬리의 삽입이 이뤄졌다. 이는 디엔에이를 세포질에 방출할 때 도관 구실을 한다. 방출이 이뤄진 뒤 박테리오파지 꼬리는 소멸 또는 해체되었다. 이로 인해 감염된 세포막의 재봉합이 이뤄진다. 이런 구조 연구는 박테리오파지 감염 동안에 일어나는 일련의 중간 과정을 상세히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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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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