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물질에서 물장구 치는 박테리아?
살아 있는 박테리아의 편모 운동이 만든 물결 관찰
박테리아가 물장구 치는 모습인가?
» 박테리아 운동이 남긴 물결 이미지. 출처/ PNAS
고체 결정도 액체도 아닌 중간 물질인 ‘액정(liquid crystal; LC)이 박테리아의 존재를 알려주는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연구자들이 밝혔다. 수성 액정에다 막대 모양의 운동성 박테리아를 넣으니 박테리아가 헤엄치며 일으키는 물결이 액정에 드러나 그 존재를 관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액정은 액체처럼 흐르면서도 입자가 일정한 방향성을 유지하며 정렬해 있는 액체결정 물질로서, 이런 성질이 광학적으로 응용돼 전자제품의 화면(LCD; 액정화면)에 널리 사용된다.
미국 일리노이 국립아르곤연구소의 이고르 아론슨(Igor Aronson) 박사 등 연구팀은 수성의 무독성 액정에 넣은 운동성 박테리아가 편모를 움직여 헤엄칠 때 만들어내는 물결을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고 과학저널 <미국 과학아카데키 회보(PNAS)에 보고했다. 이 액정에서는 박테리아 하나의 운동을 식별할 수 있다. 수십 나노미터 굵기로 매우 가는 박테리아 편모의 운동을 관찰하기는 쉽지 않다. 전자현미경에선 살아 있는 박테리아의 운동을 관찰하는 게 불가능하다.
[헤엄치는 박테리아로 인해 액정에는 물결 패턴이 생긴다]
연구팀은 산소나 온도 같은 환경조건을 바꿈으로써 박테리아의 운동을 제어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개별 또는 집단의 박테리아 운동을 관찰할 수 있는 이 기법은 박테리아를 식별하고 분석하는 의료용 감지도구의 일부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기대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