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P줄기세포, 재현 쉽지 않네” 재현논란도 커져

네이처 “저명 연구자 10명, 재현 못해”…실험방법 까다로운 탓일까?

다른 재현 실험도 실패보고 잇따라…“연구팀 곧 상세 실험방법 발표”


00STAPcell.jpg » 약산성 자극으로 만들어진 STAP 세포의 줄기세포 성질을 확인하기 위해 STAP 세포를 쥐의 배아에 주입한 모습. 출처/ Nature


‘STAP 줄기세포, 알려진 것처럼 쉽게 재현되지는 않네.’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연구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일본·미국 연구팀이 약산성 용액에 갓 태어난 쥐의 림프구를 담갔다가 특정한 배양 처리를 하니 세포가 역분화해 초기 상태의 줄기세포가 생성됐다는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한 지 20여 일밖에 지니지 않았지만 세계 곳곳에서 발빠르게 진행된 재현 실험 결과에서 나온 첫 반응은 이처럼 "쉽지 않다"는 쪽이다. 초기 실험의 결과이므로 더 지켜봐야 하지만, 적어도 ‘간편한' 역분화 줄기세포로 알려진 것처럼 간편하지는 않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네이처는 뉴스 보도에서 이화학연구소가 이미지 중복 또는 조작 의혹을 받는 STAP 논문 2편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재현 실험의 부정적인 결과도 STAP 줄기세포 연구성과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배경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처 보도를 보면, 네이처 뉴스팀이 재현 실험을 벌인 10명의 저명한 줄기세포 연구자들한테 문의해보니 연구자들은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런 결과는 역분화 줄기세포 연구자이자 과학 블로거인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폴 크뇌플러(Paul Knoepfler)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진행하는 ’다중참여(crowdsourcing)’ 검증에서도 18일 현재 9곳 실험실이 부정적 결과를 보고한 것과 보태져, STAP 줄기세포 재현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내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게시판인 소리마당에도 재현 실험을 시도했으나 부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몇몇 익명 연구자들의 보고가 올라오고 있다.


러나 아직 섣부르게 어떤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네이처 보도를 보면, 우선 지금까지 보고된 거의 모든 재현 실험에서는 이번 논문의 연구팀이 사용한 것과 같은 유형의 세포를 사용하지 않았으며, 또한 STAP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프로토콜) 자체가 논문에 발표된 것보다 훨씬 더 복잡미묘할 수 있어, 재현이 쉽지 이뤄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즉 이번 연구의 결과물은 확실히 존재하지만, 방법이 까다로워 제3의 연구자가 독자적으로 재현하기는 빠르게 이뤄지지 못할 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몇몇 연구자들은 “능숙한 실험실에선 쉬운 실험이 다른 실험실에선 극히 어려울 수 있다” “놀라운 발견을 무고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포기하지 전에 두 달 더 시도할 계획이다” 같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고 네이처는 전했다.


이번 논문의 공저자인 와카야마 테루히코 야마나시대학 교수는 이화학연구소 실험실과 별개로 자신의 실험실에서 오보카타 연구원의 지도를 받아 STAP 줄기세포를 독자적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며 “연구결과는 절대 진실이다”라고 네이처 쪽에 강조했다.


재현이 쉽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번 연구의 실험방법(프로토콜)이 상세히 공개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논문 저자들을 접촉한 한 과학자는 “상세한 프로토콜이 곧 발표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네이처는 전했다. 폴 크뇌플러 교수는 네이처 뉴스에 단 댓글에서 “(STAP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이) 여러 측면에서 까다로운 것으로 밝혀지고 있으므로 상세한 STAP 프로토콜이 조만간 발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와 함께, 논문에서 서로 다르게 제시된 두 영상의 일부에 나타난 태반 이미지가 매우 비슷해 이미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데 대해, 태반 영상을 주로 촬영한 와카야마 교수는 네이처 뉴스에서 두 영상 일부가 흡사함을 인정하면서도 ‘단순 혼동에서 비롯한 것 같다(it may be a case of simple confusion)’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오보타카 연구원한테 100여 장의 이미지를 보냈는데 어느 이미지를 쓸지를 두고서 혼동이 있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을 게재한 네이처 쪽은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현재 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말해, 이화학연구소와 별개로 자체 조사에 나섰음을 밝혔다. 한편, 이날 미국에서 발행되는 과학저널 <사이언스>도 온라인판 뉴스에서 이화학연구소가 네이처 논문을 대상으로 연구진실성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참조] -어느 역분화 줄기세포 연구자의 글

‘의문을 품는 다섯 가지 이유’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의 폴 크뇌플러(Paul Knoepfler) 교수는 STAP 논문 발표 직후부터 줄곧 이 연구성과에 대한 의문을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왜 철저한 회의주의를 주장했을까? 아직 이번 논문에 대한 의문제기와 조사결과가 종결되지는 않았으나 최근 실험 재현의 문제가 큰 관심사가 되고 있기에, 여러 연구자들이 이번 연구에 의문을 제기하는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그의 주장과 견해를 우리말로 옮겨 소개한다. 크뇌플러 교수가 블로그에 쓴 ‘의문을 품는 다섯 가지 이유’라는 글의 일부이며 원문은 그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



  • "첫째, STAP 방법과 결과는 비논리적이다(illogical). 나는 […] 논리와 상식이 과학에서 핵심이라고 믿는다. 내가 보기에 STAP는 상식에 어긋난다. 비논리라고 해서 반드시 틀리다는 것은 아니지만 비논리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STAP는 진실이라고 쉽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훌륭해 보인다(too good to be true).
  • 둘째, STAP 연구팀은 전에 ’포자 줄기세포(spore stem cell)’를 보고한 적이 있다. 내가 알기로, 그것은 독자적으로 재현된 적이 없다. 이 연구팀은 2001년에 1~2 마이크론 크기이며 곰팡이 포자처럼 거동하면서 […] 비정형의 작은 핵 안에 ’최소 유전체(minimal genome)’을 지니는 듯한 포자 줄기세포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번 논문의 책임저자인] 버칸티 박사는 최근에 내게 STAP 줄기세포와 포자 줄기세포는 동일한 것으로 믿어진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 셋째, 연구팀은 또한 이전에 성체 다분화능 줄기세포(adult pluripotent stem cell, 성체 만능줄기세포)를 보고했던 적이 있다. 버칸티 박사와 오보카타는 2011년에 성체 조직에서 다분화능 줄기세포를 발견했다고 보고하는 놀라운 논문을 발표했다. 나는 그런 세포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그런 세포의 존재를 믿는 다른 사람들은 이를 VSELs 또는 MUSE라고 부른다.
  • 넷째, 진화는 작은 촉발자만으로 다분화능(pluripotent)이나 전분화능(totipotent) 세포 변환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방식으로 선택을 행해야 한다. 어떤 평범한 성숙 세포가 어떠한 갖가지 스트레스 요인들로 인해 쉽사리 촉발돼 발달단계의 시기로 되돌아간다면, 그것은 유기체에 해로운 일이며 심지어 치명적이기도 하다. 그게 현실이라 한다면, 우리는 상처를 입은 뒤에, 심지어는 그냥 자발적으로, 다분화능 또는 전분화능 줄기세포에서 생겨나는 그런 종류인 테라토마(기형종)나 테라토카시오마(기형암종) 종양이 우리 몸 곳곳에서 싹트듯이 생겨나는 일을 목도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여기에서 핵심 개념은 배아 같은 줄기세포가 어울리지 않는 발달 단계에(예컨대 배아가 아니라 어린이 또는 성체 단계에) 놓인다면 그런 줄기세포는 세포를 치료하고서 멈추는 식으로 정상 거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그런 줄기세포라면 종양을 만들어낼 것이다. 진화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선택을 행해야 한다. 이번에 저자들이 STAP 줄기세포를 부분분화능(multipotent)을 지닌 특정 조직의 줄기세포 또는 전구세포라고 보고했다면, 그것은 조직 재생의 매커니즘으로 이해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 다섯째, 왜 인간 STAP 세포를 만드는 일이 지체되는가? 연구팀은 자신들이 2011년에 쥐의 STAP 줄기세포를 성공적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2014년인 이제 와서야 연구팀은 인간 STAP 줄기세포를 만들려는 시도를 시작하고 있다.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인간 STAP 줄기세포를 만들려는 시도는 2011년에 즉시 했어야 했거나 쥐의 STAP 줄기세포를 만들고자 시도할 때 동시에 했어야 했던 일 아닌가? 이렇게 지체된 데에는 당연히 상당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것은 또한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그런 것이다." 
(출처/ http://www.ipscell.com, * 꺽쇠 [] 안은 사이언스온의 추가)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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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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