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 핵융합…획기적 성과? 과장 경계 시선도

미국 연구팀, 레이저 이용한 핵융합 에너지 생성 성과

“총투입량 비해 미미한 수준, 발전 응용 먼 길” 평가도


00NF_hohlraum0.jpg »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고출력 레이저를 쏘기 위해 핵융합 연료통을 정확한 위치에 고정해 설치한 모습. 출처/ LLNL


이 분열할 때 생성되는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원자력 발전과 달리 핵이 융합할 때 생기는 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핵융합 발전은 미래 대안의 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모으며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핵융합 발전소를 짓기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최근 핵융합 연료에 가한 에너지보다 더 큰 에너지를 핵융합 반응을 통해 얻는 데 성공했다며 미국 연구자들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했다. 서구의 여러 매체들은 이번 연구의 성과와 과제를 짚으면서 “핵융합의 획기적 성과(breakthrough)“핵융합 에너지의 이정표(milestone)” 같은 표현의 제목으로 크게 보도하고 있으나, 실험에 쓴 에너지 '총량'과 비교하면 얻은 에너지는 그것의 1퍼센트도 되지 않아 이런 표현은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00NF_hohlraum.jpg » 핵연료구슬을 담은 연료통. 길이 1센티미터 정도로 작다. 출처/ Wikimedia Commons, LLNL 네이처 뉴스와 여러 언론매체의 보도를 보면, 미국 로렌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국립점화설비(NIF) 소속 연구진은 192대의 고출력 레이저를 콩알 만한 크기의 핵융합 연료통(hohlarum)에 쏘아 그 안에 든 '연료구슬'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처럼 초전도와 플라스마를 이용하는 핵융합 방식과 달리, 고출력 레이저로 높은 에너지를 만들어 핵융합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고출력 레이저의 에너지가 쉽게 분산돼 핵연료의 융합 반응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난제를 풀기 위해 새로운 방식의 장치를 개발했다. 중수소(D)와 삼중수소(T)로 이뤄진 핵연료로 지름 2밀리미터의 연료구슬을 만들고 거기에 플라스틱 껍질을 씌워 길이 1센티미터가량의 빈 금 원통에 넣었다.플라스틱 껍질은 더 많은 에너지가 연료구슬에 흡수되도록 돕는 구실을 한다.


연구팀은 연료통에다 192대 레이저를 찰나에 쏘아 고출력의 에너지를 가했다. 대부분 에너지는 연료통 구조물 자체에 흡수됐으며 구조물에서 방사되는 엑스선 에너지가 다시 연료구슬에 가해졌다. 강한 에너지는 연료구슬을 압축하는 효과를 냈으며 플라스틱 껍질은 폭발하고 연료구슬에선 ‘내파’가 일어났다. 내파는 핵융합 반응을 촉발할 정도로 고밀도 에너지를 만들어내, 연료구슬에선 순간 엄청나게 많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면서 에너지가 생산됐다.


에너지는 얼마나 들어갔고 얼마나 나왔을까?

실험에서 연료통 구조물에 투입한 고출력 레이저의 에너지는 1.9메가줄(MJ)이었는데 대부분은 연료통 자체에 흡수되고 일부인 10킬로줄(KJ) 정도가 연료구슬에 전해졌다. 핵융합 반응으로 생산된 에너지는 대략 17킬로줄로 측정됐다. 핵연료만을 따지면 들어간 에너지는 10킬로줄인 데 비해 나온 에너지는 2배 가까운 17킬로줄이나 발생한 것이다. 이런 점에 주목해 서구의 일부 매체는 “핵융합 반응로로 가는 길을 닦는 실험을 최초로 이뤄냈다”는 평가를 전하기도 했다.


핵융합 연구자들 사이에선 과장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연구에서 연료구슬의 에너지 흡수를 높여 ‘연료의 에너지 이득(fuel energy gain)’이 이뤄졌으나, 사실 고출력 레이저로 들어간 총 에너지(1.9메가줄)에 견주면 얻은 에너지(17킬로줄)는 매우 적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총 투입 에너지와 같은 1대1의 투입 대비 산출 에너지를 생산하려고 해도 성능과 효율이 적어도 지금보다 100배가량 높아져야 하고, 실제 핵융합 발전소에 요구되는 1대10의 비율로 볼 때엔 너무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한 레이저 핵융합과 다른 갈래인 초전도 핵융합 분야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성과도 일찌감치 이뤄진 바 있어 이번 데이터가 크게 새롭거나 주목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국가핵융합연구소의 오영국 핵융합로공학연구센터장은 말했다. 그는 한겨레 사이언스온과 한 전화통화에서 “1997년 무렵에 이미 30메가줄을 투입해 17메가줄의 에너지를 얻은 핵융합 성과를 이룬 바 있으며 비슷한 결과도 많이 있다”며 “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 실험에서 새로운 진전을 이룬 점은 충분히 평가해야 하지만 핵융합 발전과 연관시켜 획기적 성과라고 얘기하는 것은 오해와 불신을 부추길 수 있어 경계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국방 응용 연구를 하는 연구기관에서 이뤄진 이번 연구는 핵융합 발전보다는 고출력 레이저와 그 에너지를 잘 흡수하는 핵융합 표적물을 개발했다는 데 더 의미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며 "자주 교체해야 하는 연료구슬을 실제 발전소에 쓰는 데엔 현실적으로도 여러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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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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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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