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논문 철회, 출판윤리 국제기준 벗어나”

미국립연구소가 내는 학술지, 사설 통해 조목조목 비판

“결론에 미흡하다는 철회사유는 새로운 선례 혼란 줄것”


00maize1.jpg » 농가에서 재배되는 옥수수. 출처/ Wikimedia Commons


"우리는 논문 출판 이후에 '(논문 결론이) 확정적이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논문 저자들이 원치 않는데도 (일방적으로) 저널 에디터가 출판된 논문을 철회하는 것은 동료심사의 근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엘서비아 출판그룹은 이번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


지난해 다국적기업 몬산토의 유전자 변형 작물(GMO)인 옥수수가 건강에 해로울 수 있음을 지적한 쥐 실험 논문을 출판사 쪽이 게재 1년만에 철회해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해(사이언스온 관련 기사), 최근 미국 학술지가 이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사설(editorial)을 냈다. 한 학술저널의 논문 철회 결정에 대해 다른 학술저널이 사설로 비판하는 일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또한 학술저널과 논문 저자들 사이의 갈등이, 학술저널 또는 출판그룹(엘서비어)과 연구자집단 간의 갈등으로 확대되는 새로운 양상으로도 여겨진다.


사태의 발단은 2012년 프랑스 캉대학 세랄리니(Gilles-Eric Seralini) 교수 연구팀이 GMO 옥수수인 몬산토의 ‘엔케이603(NK603)’와 관련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 성분을 쥐들한테 2년 동안 먹이며 살펴보니 일반 옥수수를 먹고 자란 쥐들에 비해 종양과 장기 손상이 더 많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논문을 미국 과학저널 <식품화학독성학(FCT)>에 발표하면서 비롯했다. 발표 직후부터 논문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어졌다. 비판하는 쪽은 실험에 사용한 쥐가 종양에 잘 걸리는 종류이며 실험에 쓴 동물의 수가 너무 적어 결론을 신뢰하기 힘들다는 등의 공격을 가했고, 변호하는 쪽은 전문가 동료심사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정식 출판된 논문임을 강조하며 반박했다. 이 학술저널에는 논문 발표 이후에 비판과 이에 대한 반박의 글이 13편이나 실릴 정도로 찬반은 치열했다.


00GMOeditorial.jpg » 맨왼쪽이 교신저자 크리스토퍼 포티어. 출처 / EHP 이런 가운데, 이 학술저널 편집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말 여러 검증 작업을 벌인 결과 해당 논문을 철회하기로 했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학술지 쪽은 논문 철회의 배경과 관련해 “논문이 제시한 결과는 (틀린 것은 아니지만) 확정적이지 않은 것이며, 따라서 식품화학독성학 저널이 요구하는 발표의 문턱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험 과정이나 데이터 산출과 해석 등에 별 문제가 없지만 실험결과가 논문의 결론을 내리기에는 미흡했다는 것이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확정적이지 않다(inconclusive while not incorrect)”는 철회 사유는 이후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의 국립환경보건과학연구소(NIEHS)가 내는 공개접근 과학저널 <환경보건 전망(EHP: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은 최근호에서 이번 GMO 논문 철회의 사유가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출판윤리위원회(COPE)'의 가이드라인에서도 벗어난 것이라며 논문 철회를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사설의 공동 저자들(3명)은, COPE 지침을 보면 논문 철회 사유로는 △연구부정이나 단순실수의 오류 △중복 출판 △표절 △그밖의 비윤리적 연구가 드러났을 때로 규정하는데, 이번 철회는 이런 네 가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학술저널과 이 학술지를 내는 출판그룹인 엘서비어가 밝혔듯이 “사기나 의도적인 데이터 오해석의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면서도, 해당 논문의 결론이 “확정적이지 않다”는 데 근거를 두어 논문을 철회한 것은 이런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이례적인 선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설 저자들은 이처럼 동료심사를 거쳐 출판된 논문을 사후 검증해 결론이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철회하는 것은 과학의 동료심사 체제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이번 논문 철회는 '결론이 완결적이지 않을 때에도 동료심사를 거쳐 논문을 출판할 수 있는' 과학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우리가 알기로는, “데이터가 확정적이지 않다”는 것이 엘서비어 출판그룹이나 다른 출판사들에 논문 철회 사유가 된 전례는 없다. 유독 이번 논문을 철회하기로 한 것은 이 논문 출판 이후에 뒤따랐던 논란 때문임이 거의 확실하다. 이런 유도된 행위의 반향은 이번 하나의 출판물을 넘어서서 더 큰 과학적 의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

 과학 연구성과를 억누르려는 시도 또는 그런 모습은 대중적 신뢰의 기반인 과학 진실성을 침해한다. 식품화학독성학 저널의 논문 철회는 논쟁적인 과학 연구 출판물을 다루는 문제에서 눈에 띄는, 파괴적인 변화를 확연히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우려되는 바는 이번 철회가 과학자들이 과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실제 영향을 준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과학자사회 바깥의 다른이들이 과학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영향을 준다는 데 있다. 우리는 논문 출판 이후에 사후 분석을 바탕으로 “확정적이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논문 저자들이 원치 않는데도 (일방적으로) 저널 에디터가 출판된 논문을 철회하는 것은 동료심사 절차의 근간을 위태롭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엘서비아는 신중하게 이번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


이미 이뤄진 논문 철회 결정을 뒤집어 논문을 다시 게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사설 저자들이 뒤늦게 이번 논문 철회 결정을 내린 식품화학독성학 저널과 이 저널을 출판하는 엘서비어 출판그룹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은 이유는 뭘까?


사설의 교신저자인 크리스토퍼 포티어(Christopher J. Portier, 국제암연구소/IARC) 박사한테 몇 가지 질문 메일을 보냈고, 그가 이 문제가 왜 중요한지, 사설에서 무엇을 얘기하고자 했는지 설명하는 답장 메일을 한겨레 사이언스온에 보내왔다.


“논문을 저자들이 원치 않는데도 철회하기로 한 결정은 과학 출판의 속성으로 볼 때 찾아보기 힘든(unique) 일입니다. 이번 철회는 현재 널리 쓰이는 논문 철회 가이드라인에서도 벗어나 있으며, 그래서 새로운 전례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설 저자들은 이것이 나쁜 선례라 믿으며 다른 학술지가 이를 따라서도 안 된다고 믿습니다. 이번 사설은 왜 우리가 이번 논문 철회 결정을 나쁜 선례라고 믿는지 지적한 것입니다.

 첫째, 많은 과학 논문들이 확정적이지 않습니다. 더 나은 더 많은 확정적 연구를 촉발하는 것이야말로 과학 논문의 본성이고, 그렇게 해서 결국에는 찾으려는 가설을 명확하게 검증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 해당 논문은 동료심사를 거쳐서 과학 문헌에 등장한 것입니다. 학술저널 쪽은 이런 논몬을 철회함으로써 이 논문이 어떤 식으로건 유효하지 않다(invalid)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해당 학술저널의 에디터는 이번 논문이 그런[유효하지 않은] 경우는 아니라고 분명하게 밝혔습니다. 그러면 이 주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번 논문의 연구에서 나온 발견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겠습니까? 연구자들은 이번 논문의 발견을 과학적으로 무효인 논문을 다룰 때와 마찬가지로 무시해야 하는 겁니까? 아니면 과학적으로 유효한 논문을 다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논문을 비판적으로 논평해야 하는 겁니까?

 세째, 만일 이번 논문이 해당 학술지 에디터가 고지했듯이 ‘확정적이지 않은’ 그런 것이라면, 과학자들이 [스스로] 이를 인지하고 그에 따라 반응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해당 학술저널이 이번 논문을 철회함으로써 세계 각지 과학자들이 동료심사를 통과한 논문에 대해 스스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검열하고 있는 셈입니다.

 네째, 산업계가 이번 논문에 가한 압력 때문에 저는 이번 논문 철회가 이런 방식의 기원(genesis)이 되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며, 또한 거대 시장을 지닌 제품에 대해 앞으로 이뤄질 독립적 평가에 끼칠 영향을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00GMOretraction.jpg » '과학에 대한 검열을 종식하라' 누리집. 출처/ http://www.endsciencecensorship.org 번 GMO 위해성 논문의 철회 논란과 관련해 온라인에서도 논문 철회 결정을 규탄하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과학에 대한 검열을 종식하라'는 이름의 누리집에서 온라인 서명 작업을 진행하는 이들은 성명서에서 “해당 학술저널과 그 에디터, 그리고 엘서비어 출판그룹은 세랄리니 연구논문을 복권하고, 세랄리니 교수 연구팀에 충분히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 논문 철회가 산업계의 압력에 의해 동료심사를 거쳐 출판된 논문도 철회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선례가 된다는 데 주목해 적극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몬산토의 전직 연구원이면서 몬산토를 옹호해왔던 과학자가 지난해 초 문제의 학술저널 편집위원으로 임명되면서 GMO 식품에 부정적인 연구결과가 사전에 걸러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이번 GMO 논문의 철회 과정에 유전자 변형 산업계를 중심으로 한 이해관계가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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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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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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