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00명 온라인 게이머들이 RNA 염기배열 규칙을 풀다

게임 참여자 RNA 배열 규칙 '공략법' 찾으면 실제 실험실에서 검증

단백질 접힘구조 게임(폴드잇) 이어 온-오프 쌍방향 다중참여 연구


 +  제1저자 이지형 연구원 일문일답

00EteRNA1.jpg » '이터나(EteRNA)' 게임 실행 화면. 출처/ EteRNA


난 2010년 5만7천여 명이 공저자로 참여한 논문 한 편이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온라인 게임 참여자들이 최적의 단백질 접힘 구조를 만드는 게임(‘폴드잇’, Foldit)을 즐기면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찾아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논문이었다. 논문 제목도 '다중 참여 온라인 게임으로 단백질 구조 예측하기'였다.


온라인 게임에 다중이 참여해 분자생물학의 난제를 푸는 또 하나의 프로젝트가 연구논문 한 편으로 결실을 맺었다. 이번에는 게이머들이 특정 구조로 접히는 아르엔에이(RNA)의 염기분자 배열을 찾아내고 이를 실제 대학 실험실에서 검증해서 게이머들한테 실험결과 정보를 제공하면서 ‘RNA 분자 배열의 규칙’을 찾아가는, 이른바 온라인-오프라인 융합 프로젝트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과 스탠퍼드대학, 그리고 한국 서울대의 컴퓨터공학과 생화학 연구팀은 최근 <미국과학아카데미 회보(PNAS)>에 3만7000 명의 게임 참여자들을 공저자로 하는 논문 ‘다중 참여 개방형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아르엔에이 설계 규칙’을 발표했다. 다음은 이 논문의 앞쪽에 요약된 연구의 의미와 개요다.


“자기 조립을 이루는 아르엔에이(RNA) 분자들은 생물학과 생명공학에서 중요한 구실을 한다. 아르엔에이 설계에서 진전을 가속화하기 위해서, 우리는 최초의 인터넷 규모 시민과학 게임인 '이터나(EteRNA)'를 제시한다. 이 게임에는 최첨단 실험을 거쳐 점수가 매겨진다. 3만7000 명의 비전문가 집단은 멀리 떨어진 실험실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아, 아르엔에이 구조 설계 실험의 정확도를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규칙을 알아내고자 한다. 기계학습에 의해 새로운 자동 알고리즘인 '이터나봇(EteRNABot)'으로 정제돼 만들어진 이런 규칙들은 또한 독립적인 검증들에서 눈에 띌 정도로 기존 알고리즘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이런 결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거대 규모 실험, 가설 생성, 그리고 알고리즘 설계를 수행하면서 경험과학에서 실용적인 진전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논문에서 인용)


연구팀은 온라인에서 어떤 ‘목표 구조’가 제시되면 다중의 게임 참여자들이 그런 구조로 접히는 RNA의 염기분자 배열을 찾아내어 서로 경선을 벌이고, 이 가운데 높은 점수를 받은 몇 가지를 선정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 '이터나'를 개발했다. 매주 이렇게 선정된 분자 배열 설계는 스탠퍼드대학에 있는 실제 실험실에 보내져, 설계가 의도한 대로 실제 RNA 구조가 만들어지는지 검증하고, 그 실험 결과는 다시 온라인의 게이머들한테 보고돼, 게이머들이 최적의 설계 규칙을 찾는데 도움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00EteRNA4.jpg »  게임 플레이어가 디자인한 RNA 분석 결과가 게임 내에 표시되는 화면. 목표 접힘 구조와 99% 이상의 일치도를 보인 성공적인 염기 배열이다. 출처/ 이지형 제공

문의 제1저자인 이지형 연구원(카네기멜론대학 컴퓨터과학과 박사과정생)은 한겨레 사이언스온과 주고받은 메일에서 “처음에는 맞는 분자 배열을 찾는 데 실패하지만 몇 번의 실험에 걸친 시행착오를 통해 결국 맞는 답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며 “이렇게 실제 실험을 통한 시행착오를 통해 게이머들은 기존의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실제 자연에서 접히는 분자 배열을 정확히 찾아내는 40개 가량의 “공략법”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40개 공략법을 바탕으로 새롭게 만든 RNA 분자 배열 설계 소프트웨어의 알고리즘, '이터나봇(EteRNABot)'을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테스트 해보면, 게이머와 기존 컴퓨터 알고리즘이 ‘맞는 분자 배열’을 찾는 경쟁을 벌일 경우에 게이머들이 99% 확률로 더 좋은 답을 찾아냈다”며 “이렇게 해서 만든 새로운 알고리즘과 기존 알고리즘을 비교해보면 게이머들과 함께 만든 알고리즘이 95% 확률로 더 좋은 답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이런 연구작업의 방식은 최근 몇몇 연구자들이 실험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다중참여(crowdsourcing) 연구’의 한 사례를 보여준다. 국내에선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프로야구에서 백인천 같은 4할 타자는 왜 사라졌는가’라는 중심 물음에 답하는 자료 분석을 일반 시민들과 함께 수행해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런 다중참여 연구에는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수이고 시민과 전문가의 소통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2010년의 ‘온라인 다중 게임을 이용한 단백질 접힘 구조 예측’ 네이처 논문의 공저자이기도 한 이지형 연구원은 ‘시민과학자’와 ‘전문과학자’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할까?


“시민과학은 여러 가지 형태를 지닐 수 있지만, 제가 추구하는 방향은 과학의 난제의 단순화, 게임화를 통한 접근입니다. 과학은 어렵고 높은 전문도를 요구하지만, 문제의 핵심에서 답을 찾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직관입니다. 시민 과학은 이런 문제의 핵심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형태로 풀어냄으로써 전문 과학자 한두 명이 아닌 수만 명에 달하는 지혜를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봅니다.

 시민과학자는 그 누구나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렇다고 전문 과학자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풀어야 할 문제를 찾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전문 과학자이기 때문입니다. 전문 과학자가 중요한 문제를 찾고, 시민 과학자들이 답을 찾는 식의 역할 분담은 지금까지의 과학 연구 패러다임을 뒤집어 엎을 만큼의 효율을 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시민 과학이 미성숙하기에 갈 길이 멀지만요.”


이번 연구의 결과물인 ‘RNA 분자 배열의 설계 규칙 알고리즘’ 못지 않게, 그가 최근 새롭게 의욕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개방형 연구 플랫폼(Open research platform)’의 클라우드랩(Cloud Lab) 프로젝트에도 관심이 쏠린다(아래 일문일답 참조). 어찌보면 일방향성을 띤 '폴드잇'이 뒤이어 온라인 게임과 실제 실험실의 쌍방향성을 띤 '이터나'로 진화한 데 이어, “문제를 내는 전문 과학자와 문제를 푸는 플레이어 양쪽을 완전히 개방함으로써 전례 없는 양질의 연구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클라우드랩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궁금해진다.

00EteRNA5.jpg » '이터나' 게임의 목표가 됐던 RNA 염기배열의 여러 가지 구조 사례. 출처/ PNAS


제1저자 일문일답

이지형 연구원(박사과정생)


첫 번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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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Q.jpg 첫 번째 답장에서 이번 논문의 개요를 간략하게나마 소개해주신다면 더욱 좋습니다. 단백질 접힘에 관한 온라인게임과 그것에 바탕을 둔 논문 발표 얘기는 몇 해 전에 들은 적 있는데, 그것과 기본적으로 비슷한 맥락인지, 또한 RNA 접힘이라는 게 뭔지, 이번 온라인 게임 네트워크를 통해서 무엇을 어떻게 새로이 규명한 것인지 등이 궁금하네요.

00EteRNA_LJH.jpg 000A.jpg  “EteRNA라는 게임은 온라인으로 특정 구조로 접히는 RNA를 만드는 게임입니다. RNA는 분자 배열에 따라 단백질과 같이 자연상에서 “최소 자유에너지 구조(Minimum Free Energy Structure)”라는 특정 구조로 접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게임의 목적은 ‘목표 구조’가 있을 때 그런 구조로 접히는 분자 배열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컴퓨터로는 풀 수가 없습니다. 아직 우리가 RNA에 대해서 완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로 분자 배열을 찾아낸다 해도 실제로 RNA를 합성해보면 원하는 구조로 접히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EteRNA에서는 게이머들을 원격 실험실에 연결시켜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게이머들은 단순히 시뮬레이션으로 문제를 푸는 것 뿐만이 아니라, 1주일마다 한 번씩 찾아낸 RNA 분자 배열을 스탠퍼드대학에 있는 원격 실험실에 보내 실제로 합성하고, 테스트를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맞는 분자 배열을 찾는 것을 실패하지만 몇 번의 실험에 걸친 시행착오를 통해 결국 맞는 답을 찾아내는 것이죠.

 이렇게 실제 실험을 통한 시행착오를 통해 EteRNA 게이머들은 기존에 나와 있는 컴퓨터 알고리즘 소프트웨어보다도 훨씬 더 정확하게 실제 자연상에서 정확히 접히는 분자 배열을 찾아내는 40개 가량의 “공략법”을 찾아내었습니다. 저희 논문에서는 그 40개 공략법과 그 공략법을 바탕으로 만든 새로운 컴퓨터 알고리즘을 공개합니다. 테스트를 해보면, 게이머와 기존 컴퓨터 알고리즘이 ‘맞는 분자 배열’을 찾는 경쟁을 할 경우 99% 확률로 게이머가 더 좋은 답을 찾아냅니다. 기존 컴퓨터 알고리즘과 게이머들의 공략법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알고리즘인 EteRNABot을 비교해보면, EteRNABo 이 95% 확률로 더 좋은 답을 찾아내고요.

 단백질 접힘에 대한 온라인 게임은 fold.it이라 불리는 게임입니다. EteRNA 개발 멤버 중 저를 포함한 몇 명은 이전에 fold.it 팀에 있었습니다. 저와 저의 지도교수는 fold.it에서 냈던 첫 논문의 공동저자이기도 했고요.”



이후 편지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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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Q.jpg 충분히 자료를 보진 못했지만 그걸 바탕으로 몇 가지 질문을 드립니다. 일반 독자도 일문일답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될수록 평이한 문체로,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말씀하시듯이, 답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단백질 접힘 구조는 생리대사 기능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접힘 구조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 연구주제가 됩니다. 그런데 RNA도 접힘 구조가 중요하다는 얘기는 낯선데요. RNA 접힘 구조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그리고 그 접힘 구조를 파악하는 게 왜 어려운 것인지요?

000A.jpg  “먼저, 정정이 필요할 듯합니다. EteRNA에서 연구하는 것은 RNA 접힘 구조가 아니라, 특정 접힘 구조를 가지고 있는 RNA 의 분자 배열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RNA에는 단백질과 같이 생리대사, 질병 등에 직접 관여하는 RNA도 있으며, 특정 구조를 지닌 RNA 분자 배열을 찾는 것은 질병 연구 등에서 요긴한 작업입니다.

 분자 배열을 찾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RNA에 대한 우리의 이해도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자 배열을 찾아도, 실제로 RNA를 합성해서 만들면 의도하지 않은 접힘 구조로 나오는 일이 많습니다.

 EteRNA에서는 플레이어들과 스탠퍼드대학에 있는 실험실을 연결해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합니다. 플레이어들은 일단 게임에서 분자 배열을 찾고, 원격 실험을 통해 분자 배열이 원하는 구조로 접히는지 실험합니다. 이런 반복된 시행착오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알맞은 분자 배열을 찾아내는 “분자배열 디자인 법칙(Design rule)”을 찾아내었습니다."



EteRNA는 어떤 말의 조합이며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어떻게 발음되는지요? “에터아르엔에이”로 발음되는지요?

 “eternal과 RNA를 섞은 말입니다. 딱히 특별한 뜻은 없으며 어감이 좋아서 정했습니다. 발음은 “이터나”라고 합니다.



EteRNA의 게임 규칙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먼저 목표로 하는 RNA 접힘 구조가 ‘문제’로 주어집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에서 염기 하나하나를 변형해가며 목표 구조로 접히는 염기 서열을 찾아내게 됩니다. 이 과정은 캐쥬얼한 그래픽과 조작을 통해 퍼즐 게임과 같이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매주 마지막에 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이 찾은 염기 서열 중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은 배열 8 개를 투표로 결정합니다. 이렇게 결정된 염기 서열은 스탠포드에 있는 실험실에서 합성되며, 그 결과가 플레이어들에게 돌아갑니다. 플레이어들은 그 결과를 공부하고 새로운 염기 서열을 찾거나, 디자인 법칙을 찾아내게 됩니다.”



탐색 대상이 “RNA 접힘 구조가 아니라, 특정 접힘 구조를 가지고 있는 RNA의 분자 배열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예측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런데 뜻이 조금 모호해서 여쭙니다. RNA에서 중요한 것은 염기의 서열이라고 알고 있는데 “특정 접힘 구조를 지닌 RNA”가 왜 중요한지 잘 이해되지 않아서요. 단백질 합성 과정에서 DNA 정보를 전사하는 메신저RNA(mRNA)가 아니라 단백질 발현에 관여하는 miRNA의 접힘 분자 배열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또한 여기에서 “분자배열”이란 “염기배열”을 말씀하시는건지요?

 “RNA의 주요 기능은 염기서열뿐 아니라 바로 그 염기서열로 인해 정의되는 접힘 구조에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말씀해주신 mRNA의 경우에 단백질 발현을 위해 스스로 복제하고 자르는 등의 과정을 거칩니다. [조절 인자인] 리보스위치(Riboswitch) RNA는 특정 분자(박테리아 등)을 감지하고 모양을 변환하는 것이 가능하며, 리보자임(Riobzyme)은 단백질과의 화학 작용을 통해 발현 촉매 역할을 합니다. 유명한 C형 간염(Hepatitis C)이나 HIV 바이러스 등은 단백질로 둘러싸인 거대 RNA이기도 하구요.

 이런 일련의 화학 작용은 RNA가 특정 접힘 구조를 가지게 됨으로써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리보스위치의 경우에 특정 루프 구조를 2개의 나선 구조 사이에 가지고 있어야만 목표 분자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루프 구조가 해당 분자와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RNA가 단백질과 결합, 화학 작용을 일으키는 것은 그 작용에 알맞은 접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역으로 이용하여 우리가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접힘 구조를 가진 RNA를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많습니다. 문제는 원하는 접힘 구조를 안다고 해서 그 접힘 구조를 이루는 염기서열을 알아내기가 굉장히 힘들다는 것이죠. EteRNA 플레이어들이 푸는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00EteRNA3.jpg » 게이머들이 찾아낸 뒤 스탠퍼드대학 연구실에서 실제로 합성된 RNA 염기서열 구조의 화학 반응도. 출처/ 이지형 제공 이번 논문 저자의 일부는 이전의 단백질 접힘 다중게임인 Fold.it의 설계자, 분석자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두 과제는 어떤 관계인지요? Fold.it와 EteRNA 프로젝트에 모두 다 참여하신 분으로서, 두 프로젝트를 어떻게 보시는 궁금합니다.

 “독립적인 프로젝트입니다. fold.it에 참여했던 저와 제 지도교수가 스탠퍼드대학의 Rhiju Das 교수와 만나서 만든 것이 EteRNA입니다. fold.it은 처음으로 과학의 난제를 게임화했다는 점에서 큰 공헌을 했고, EteRNA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실제 실험을 요구하는 과학에 게임을 접목했다는 점에서 공헌을 하였습니다.”



EteRNA 게임에 접속해보니 “Played by Human, Scored by Nature”라는 표현이 있고, 논문 초록에도 다중 참여자들이 최적의 구조를 제시하면 실험을 통해 검증한다는 표현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이는 어떤 의미인지요?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이 만든 RNA 분자 배열은 매주 스탠포드대학에 있는 연구실에서 자동으로 합성되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RNA의 분석 결과가 다시 게임에 리포트 되구요. 즉, 분자 배열을 찾는 것은 플레이어이되, 분자 배열이 “옳다/그르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실험을 통해 자연(Nature)이 결정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000Q.jpg 이번 연구에서 최종 산물로서 얻은 “특정 접힘 구조의 RNA 염기배열을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기존의 예측 알고리즘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요? 물론 성과도 있지만 아직은 한계도 있겠지요? 아울러, 논문 저자들을 보니 생물학 관련 연구인데 대부분 컴퓨터과학 전문가들이 참여했는데, 이 부분도 흥미롭습니다.

000A.jpg  “이 알고리즘이 다른 것들과 다른 점은 순수히 플레이어들의 직관에서 나온 디자인 법칙과 그간의 쌓인 데이타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크게 전문가들의 손을 거치지 않았으며 플레이어들의 디자인 법칙과 데이터가 쌓일수록 자동으로 성장해 나가는 알고리즘입니다.

 이 알고리즘과 기존 알고리즘들을 비교할 때 95% 이상의 확률로 더 좋은 분자 배열을 찾아냅니다. 한계점은 아직 플레이어 들과 비교할 때에는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모든 플레이어들의 직관을 다 뽑아낼 수는 없기에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런 최종 산물(예측 알고리즘)을 확립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요? 3만7000명이 참여해서 어떤 자료/결과물을 얻고, 이어 어떻게 분석하고, 검증하고, 그래서 어떤 알고리즘을 얻기까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 6개월 동안 플레이어들에게 6개의 RNA 접힘 구조를 주고 알맞은 분자 배열을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이 기간은 플레이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디자인 법칙을 찾아내는 학습 기간이었습니다. 이후 플레이어들에게서 40여개의 디자인 법칙을 모으고, EteRNABot이라는 알고리즘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9개의 접힘 구조 문제에서 플레이어, EteRNABOt, 그리고 시중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알고리즘 2개를 경쟁시켰습니다. 이 경쟁에서 플레이어들은 모든 구조에서 다른 알고리즘을 압도했으며, EteRNABot의 경우 95%의 확률로 다른 알고리즘보다 우위를 점했습니다.”



시민참여자는 3만7000명이 맞는지요? 종이 논문에는 그 시민과학자의 이름이 표기되진 않았던데 다른 어디에 그 명단이 표기됐는지요?

 “온라인 버전에 명단이 실려 있습니다(본문 맨 마지막에 링크가 있습니다). 실험 당시 참여자는 3만7000여 명이며 지금은 약 13만5000명 정도 됩니다.”



3만7000명 참여는 언제 시작되었는지요? 지금까지 과정에서는 다른 연구현장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색다른 에피소드도 많을 듯한데요, 혹시 몇가지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해주실 수 있을런지요?

  “2011년 1월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접힘 구조 문제를 주었을 때 플레이어들의 성과가 너무 절망적이어서 프로젝트를 접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였습니다.”



000Q.jpg 시민과학/시민과학자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군요. 또한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이라는 용어도 최근 과학계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사용하고 있지요? 이와 관련한 연구를 하시는 분으로서, 시민과학/시민과학자가 무엇이며, 그것과 전문인 과학자의 관계는 어떠하다고 생각하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000A.jpg  “시민과학은 여러 가지 형태를 지닐 수 있지만, 제가 추구하는 방향은 과학의 난제의 단순화/게임화를 통한 접근입니다. 과학은 어렵고 높은 전문도를 요구하지만 문제의 핵심을 볼 경우 답을 찾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직관입니다. 시민 과학은 이런 문제의 핵심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는 형태로 풀어냄으로써 전문 과학자 한두명이 아닌 수만명에 달하는 지혜를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 봅니다.

 시민과학자는 그 누구나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렇다고 전문 과학자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풀어야 할 문제를 찾고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전문과학자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과학자가 중요한 문제를 찾고, 시민과학자들이 답을 찾는 식의 역할 분담은 지금까지의 과학 연구 패러다임을 뒤집어 엎을 만큼의 효율을 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시민 과학이 미성숙하기에 갈 길이 멀지만요.”



향후 연구활동의 계획을 듣고 싶군요.

 “EteRNA는 지금까지는 스탠퍼드대학의 Das Lab에서 연구 문제를 받아 푸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문제는 플레이어들이 이제 13만 명을 넘어가는데 한 연구실에서만 나오는 문제를 푸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란 점입니다.

 EteRNA는 현재 클라우드랩(Cloud Lab)이라는 개방형 연구 플랫폼(Open research platform)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EteRNA를 완전히 개방함으로써 전문 과학자라면 누가라도 자신의 연구문제를 포스팅하고 플레이어 인력과 EteRNA의 실험 파이프라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클라우드랩의 경우에 ‘문제를 내는 전문 과학자’와 ‘문제를 푸는 플레이어’ 양쪽을 완전히 개방함으로써 전례 없는 양질의 연구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베타 테스트 중이며 약 10명 정도의 외부 연구원이 게임을 사용해보고 호평을 내렸습니다.”



“클라우드랩(Cloud Lab)이라는 개방형 연구 플랫폼(Open research platform)”에서는 분자생물학의 주제를 다루게 되는 건지요? 아니면 물리, 화학 등 다른 분야의 연구주제로 확장 가능한 것인지요? 이 클라우드랩의 서버 운영 주체는 누가 되는지요?

 “현재는 RNA 관련 연구로 한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후 다른 분자생물학 분야로의 확장도 가능하지만요). 서버 운영은 여전히 카네기멜론대학, 스탠퍼드대학이 공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지형 님 자신을 소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소개 글을 어디까지 적어야 되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컴퓨터공학도이며 고등학교 졸업 뒤에 바로 프린스턴대학으로 유학을 와서 컴퓨터공학 학부를 졸업하고, 현재는 카네기멜론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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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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