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만드는 뉴런 안 분자의 움직임 관찰

미국 대학 연구팀 기억관련 RNA 이동과 단백질 합성 추적

“RNA 꾸러미로 이동 뒤, 필요한 곳에서 풀어 단백질 생산”

 +  제1저자 박혜윤 연구원 일문일답

00betaactin.jpg » 이번 연구팀은 베타-액틴 단백질의 합성 정보를 지닌 아르엔에이(mRNA)에 형광 단백질을 붙여 해마 뉴런의 기억 작용 과정에서 이 아르엔에이의 생성과 이동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살폈다. 영상은 베타-액틴 RNA 분자가 살아 있는 쥐 해마 뉴런의 가지돌기(수상돌기)에서 이동하는 장면. 출처/ 예시바대학교, 박혜윤 박사, http://youtu.be/6MCf-6It0Zg  


억의 형성과 재구성은 아직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 수수께끼이지만 그 역동적인 과정의 일부는 어느 정도 밝혀졌다. 기억 작용이 일어나는 신경세포 간의 시냅스 연결이 강화하거나 약화하면서 기억은 형성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을 겼는다는 것이다. 이때 시냅스 부위에 분포하는 단백질들이 이런 시냅스 연결의 강화와 약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시냅스 연결 부위에 많이 분포하는 베타-액틴 단백질이 어떤 경로를 거쳐서 세포핵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 합성되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찰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예시바대학교(Yeshiva University)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로버트 싱어(Robert Singer) 교수 연구팀은 베타-액틴 단백질 합성의 정보인 베타-액틴의 메신저 아르엔에이(mRNA) 분자는 모두 다 형광을 띠도록 하는 형질전환 실험용 쥐를 만들었으며, 살아 있는 이 쥐의 뇌에서 RNA의 이동과 단백질 합성을 관찰한 결과를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근호에 두 편 논문으로 발표했다(논문1 | 논문2). 두 편의 논문 중 하나는 뇌 해마의 뉴런에서 기억 작용과 관련한 단백질을 만드는 RNA의 역동성(dynamics)을 시각화하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보고했으며, 다른 한 편은 이런 기법을 이용해 뉴런에서 나타나는 RNA 이동과 단백질 합성 메커니즘의 특징을 분석했다.

DNA, RNA, 단백질
DNA 염기서열 중 단백질을 합성하는 염기서열 부위를 유전자라 하며, 유전자의 DNA 염기서열은 먼저 RNA(메신저RNA, mRNA)로 바뀐 다음(전사 과정),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에서 RNA 정보에 맞춰 아미노산을 이어붙여 단백질을 합성한다(번역 과정).

일반적인 뉴런의 구조

00neuron.jpg » 한 뉴런의 축삭돌기가 다른 뉴런의 가지돌기(수상돌기)와 잇닿아 신호가 전달되는, 즉 뉴런들의 연결 부위가 '시냅스'이다.  

(출처/ 한글 위키피디아, '신경세포')


연구팀은 먼저 신경세포 세포핵에서 만들어진 특정 RNA가 멀리 떨어진 시냅스 지점까지 이동해 특정 단백질의 합성에 쓰이는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서, 베타-액틴 RNA에만 형광 단백질이 달라붙어 그 RNA의 이동 경로를 시각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하는 모델 동물을 만들었다. ‘시각화 기법’을 다룬 논문의 제1저자인 박혜윤 박사후연구원(아인슈타인의대)은 한겨레 <사이언스온>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베타-액틴 RNA의 뒷부분에 특정 염기서열을 끼워넣은 마우스를 만들고, 이런 특정 RNA에만 달라붙는 단백질에 형광 단백질을 붙인 형질전환 마우스를 만든 다음에, 두 마우스를 교배해 베타-액틴 RNA에만 형광 단백질이 붙는 마우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쥐를 이용해 살아 있는 뇌 해마의 뉴런에서 베타-액틴 RNA가 어떤 경로로,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흩어지고 모이는 이동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베타-액틴 RNA는 몇 개가 서로 뭉쳐 입자(granule)를 이루기도 했으며 어떤 조건에서는 서로 합병하거나 분열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박 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살아 있는 뇌 세포와 조직 안에서 RNA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메커니즘’을 다룬 두 번째 논문에서, 연구팀은 시냅스 강화에 필요한 단백질은 시냅스 부위 현지에서 합성해 사용되었으며, 이를 위해 단백질 합성 정보인 메신저 아르엔에이는 시냅스 현지에 도착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되도록 꾸러미(package) 형태로 수송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해마 뉴런의 세포핵에서 베타-액틴 RNA 분자가 만들어져 세포질 바깥으로 이동하며서 과립으로 꾸러미 상태가 되어 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뉴런에 자극이 생기자 꾸러미 상태는 풀리고 RNA 분자가 풀려나와 베타-액틴 단백질 합성에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예시바대학교 보도자료). 이런 꾸러미 풀기는 뉴런 자극이 생길 때에 나타나는 ‘일시적’ 효과이며, 기본 상태로는 꾸러미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기억의 형성과 재구성과 관련해 이런 관찰 결과는 무엇을 말해줄까? 연구논문이 이런 물음에 직접 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연구책임자인 로버트 싱어 교수는 대학의 보도자료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뉴런이 선택적으로 단백질 합성을 활성화하고서 닫아버린다는 이번 관찰 결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억 형성 방식과도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뉴런을 자주 자극할수록 메신저RNA를 더 자주 풀어내 사용할 것이고 그래서 베타-액틴 단백질이 시냅스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정확한 부위에 축적되도록 할 것이다”




제1저자 일문일답

박혜윤 박사후연구원



다음은 사이언스에 실린 ‘시각화’ 논문의 제1저자인 박혜윤 박사와 나눈 이메일 일문일답이다.




000Q.jpg 베타-액틴 단백질이 기억 형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자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지요? 왜 베타-액틴 아르엔에이와 단백질을 추적 대상으로 삼은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이번 연구가 기존 연구와 다르게 보여준 바는 무엇인지요? 성과와 의미를 간략히 설명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000A.jpg  00PHY.jpg “베타-액틴 단백질은 근육 세포를 제외한 모든 세포에서 발현되는 기본적인 단백질로서, 신경세포 안에서는 특히 시냅스 연결 부분에 많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베타-액틴 RNA를 추적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지난 30여년 동안 저희 연구실에서 베타-액틴의 분포가 세포 안의 특정 부분에만 몰려 있는 현상을 연구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은 ‘인시츄(in situ hybridization)’ 방법을 이용하여 죽은 세포 안에서 고정된 RNA 분포만을 볼 수 있었는데, 이번 연구로 개발한 마우스를 이용하면 살아 있는 세포와 조직 안에서  RNA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볼 수 있습니다.



이번 관찰을 가능하게 만든 모델동물을 어떻게 수립할 수 있었는지요?

 “RNA에 형광 단백질을 달기 위해서 두 가지 모델 동물을 만들었습니다. 첫번째는 베타-액틴 RNA의 뒷부분에 특정한 염기서열을 끼워넣어(knock-in) 마우스를 만들었고, 두번째는 이런 특정 RNA 염기서열에만 붙는 단백질에 형광 단백질이 융합된 퓨젼 단백질을 발현하는 형질전환(transgenic) 마우스를 만들었습니다. 이 두 마우스를 교배해 나온 하이브리드 마우스에서는 베타-액틴 RNA에 형광 단백질이 붙어 있게 됩니다.”



000Q.jpg 특정 단백질을 합성하는 매개정보인 특정한 메신저RNA(mRNA)의 이동을 관찰한다는 게, 뇌의 기억 작용을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요? 이번 관찰을 통해서 우리가 기억을 이해하는 방식에서 달라진 바는 무엇인지요?

000A.jpg  “장기간의 기억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mRNA와 단백질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신경세포에 자극이 들어오면 특정 mRNA들의 전사가 시작되고 이 가운데 일부의 mRNA들은 신경세포의 긴 가지돌기(수상돌기)를 따라 이동한 뒤 자극이 주어진 시냅스 부분에 도달해 그 부분에서만 단백질을 만들게 됩니다. 이런 mRNA의 국소화(localization)가 뇌의 기억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가설 아래 현재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저희 연구를 통해 개발한 모델 동물을 이용하면 어떻게 mRNA들이 세포핵에서 빠져나온 뒤 특정한 시냅스를 찾아가게 되는지 그 기작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연구로 기억 작용에 관해 좀 더 이해하는 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기억은 여전히 미스터리이기에 앞으로 더 연구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이번 연구로 RNA들이 신경세포의 자극에 따라 어떻게 만들어지고 움직이는지 알게 되었지만, 이러한 RNA에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영상화하는 데에는 아직 제약이 많습니다. RNA 국소화가 실제 기억 작용에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RNA에서 단백질이 생성되는 과정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박 선생님 자신을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저는 서울과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 와서 코넬대학에서 응용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 뒤 뉴욕 브롱스에 있는 알버트아인슈타인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버지니아에 있는 하워드휴즈 메디컬 인스티튜트의 자넬리아연구소(Janelia Farm Research Campus of 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에서 객원 연구원(visiting scientist)으로 일하고 있기도 합니다.“



친절한 답장 고맙습니다.


   논문1(‘시각화’)의 초록 

“메신저RNA(mRNA)의 전사와 이동은 유전자 발현의 공간과 시간 요소를 조절하는 데에서 중요한 과정의 단계이지만, 포유류 조직 내부에 존재하는 mRNA의 동역학을 관찰하는 것은 그동안 가능하지 않았다. 우리 연구팀은 모든 베타-액틴 mRNA가 형광을 내도록 하는 형질전환 마우스를 개발했다. 이 마우스를 이용해, 우리는 섬유아세포 안에서 베타-액틴 mRNA가 단일 mRNA 상태로 확산하고 특정 부분에 포획되면서 눈에 띄게 국지화함(localize, 특정 지점에 몰리는 현상 -사이언스온 주)을 발견했다. 배양된 신경세포와 얇은 뇌 슬라이스(단면조각)에서는, 여러 개의 베타-액틴 mRNA가 한 입자로 모일 수 있고, 활성화한 수송수단을 통해 이동하며, 염화칼륨에 의해 세포막 전위가 탈극화(depolarization, 신경세포 활성 -사이언스온 주) 할 때 단일 mRNA로 흩어질 수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뇌 슬라이스을 영상화하는 방법으로, 탈극화 이후 베타-액틴 전사가 빠르게 유도되는 것이 밝혀졌다. 살아 있는 쥐 조직 내부의 mRNA에 대한 연구는 세포와 조직의 미시환경에 나타나는 역동적인 조절 과정을 이해하는 길을 제시해준다.”


   논문2(‘메커니즘’)의 초록

“뇌에서 일어나는 학습과 기억 형성의 물리적 과정은 형태학적 변화를 통한 시냅스 연결의 강화 또는 약화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런 유연성(가소성, plasticity)의 일부 유형 저변에는 국지적으로 나타나는 액틴 재구성(actin remodeling)이 있으며, 그런 액틴 재구성은 국지적인 베타-액틴 단백질 합성에 의해 촉진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역동성의 정보는 현재 알려져 있지 못하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인시츄(in situ hybridization)’ 방법을 사용하여 가지돌기(수상돌기)에 있는 베타-액틴 mRNA와 리보솜이 신경세포에만 존재하는 꾸러미 형태 안에 포함되어 있음을 보였다. 화학적으로 유도된 장기간의 강화 작용은 mRNA 꾸러미 풀기(unmasking)를 일으킨다. 이런 작용은 시냅스 활성 동안에 활성을 띠는 요인들에 의해 일어난다. 리보솜과 단일 베타-액틴 mRNA 운동성은 자극 이후에 증가하는데, 이는 이것들이 복합체에서 풀러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개발한 단일분자 추적방법은 활성을 유도해 일으키는 꾸러미 풀기와 이를 이용한 단백질 합성을 정량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더욱이 우리 연구는 베타-액틴 mRNA와 리보솜이 꾸러미 상태에 있으며 자극에 의해 풀려남을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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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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