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이번엔 ‘황우석을 섣불리 복권시키지 말라’ 사설

'황우석 컴백' 취재기사 1주만에 '오해말라' 사설


00Hwang2.jpg » 네이처 최근호의 사설 지면 일부. 출처/ Nature


‘복제의 복귀’라는 제목으로 사실상 ‘황우석 컴백’을 보여주는 취재기사를 보도했던 과학저널 <네이처>가 1주만에 이번에는 “황우석을 섣불리 복권시키지 말라(Don't rush to rehabilitate Hwang)”는 제목의 사설을 최근호에 실었다. 자기 매체가 보도한 뉴스 아닌 피처 기사에 대해 오해하지 말라는 취지의 후속 사설까지 내보내는 것은 드문 일이기에, 내용과 형식으로 볼 때 이전 기사에 대한 '해명성' 사설로 읽힌다.


네이처는 지난 14일 아시아 담당 기자가 황 박사의 수암생명공학연구소를 방문 취재해 황 박사와 연구소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자세하게 다룬 기사를 4쪽에 걸쳐 주요하게 보도했다. 이어 다음날인 15일엔 과학저널 <사이언스>도 비슷한 내용과 형식의 방문취재 기사를 보도했다. 특별한 계기 없이 연달아 이어진 경쟁매체의 두 기사에 대해 국내에선 '연구부정 전력이 있는 황 박사와 관련해 갑자기 이런 기사가 왜 연이어 실렸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네이처는 이날 사설에서 “연구부정 전력 있는 연구자의 명예회복 시도를 다룬 네이처의 인물 기사가 해당 연구자의 주장을 인정하는 보도로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는 부제를 달아, 지난번 기사가 황 박사를 옹호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오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섣불리 복권시키지 말라"는 명령어법의 직설적인 제목처럼 에둘러 얘기하지 않으면서 황 박사의 연구부정에 대한 평가에 변함이 없음을 강한 어조로 재확인했다. 연구부정을 드러내 과학을 건강한 길로 나아가게 하는 연구부정 제보자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역할도 다시 강조했다.


사설은 "진실에서 더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없다. 증거는 황이 훌륭한 과학자가 아니었음을 보여준다"면서 "자신의 세포주가 세계 최초의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임을 인정받고자 밀어부치고 있지만, 이는 독립적인 과학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을 뿐 아니라 황우석의 연구소에서 나온 증거에 의해서도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설은 말미에서 "과학 명성을 다시 세우길 바란다면, 최초의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주를 수립했다고 인정받으려는 특허 요구나 다른 법률적 시도를 버리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직설적이고도 강한 사설의 이런 논조는 '돌아온 복제 연구자'의 모습을 세세하게 전한 이전 기사의 구성과 분위기와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또한 네이처는 지난 기사의 보도 직후부터 누리집의 뉴스 섹션에선 “황우석 특집” 코너를 따로 편집해 게시하고 있어 사설의 논조와 다른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00Hwang.jpg » 네이처 누리집의 '황우석 특집' 화면 일부. 출처/ Nature

네이처는 이번 취재를 기획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독자들이 알다시피, 이번 기사는 황의 연구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다. 물론 공격도 아니다. 드문 사건(rare event)에 관한 이야기, 즉 깊은 불명예에서 스스로 벗어나려는, 그러면서 약간의 성공을 거둔 한 과학자의 이야기다. 이런 기사는 저널리즘의 활동이지 과학적 승인을 담은 게 아니다. 이번 기사 취재는 철회된 첫번째 논문이 나온 지 10주년을 맞아 이뤄진 것이다.”


네이처가 얘기한 '첫번째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 논문'은 2004년 2월12일 <사이언스>에 온라인으로 먼저 출판되었으며, 이후 3월12일치에 인쇄판에 실렸다. 네이처의 기사는 1월14일치에 실렸다.


네이처 사설에서 “드문 사건에 관한 이야기”에 주목해 이번 취재 기획이 이뤄졌다는 설명은, 네이처와 사이언스의 이번 취재과정을 곁에서 본 국내 한 인사의 말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이다. 그는 한겨레 <사이언스온>에 “네이처와 사이언스 기자들은 황우석의 경우를 기존 시각에서 볼 때 이해하기 힘든 매우 독특한 사례로 바라보는 듯했다”며 “연구부정을 행한 과학자는 연구현장에서 활동하기 힘든데 황우석 사례는 (지방)정부 지원까지 받으면서 상당 규모의 연구소를 갖추고 연구논문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데 대해 상당히 놀란 듯한 인상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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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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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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