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의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

생물학 연구의 모델동물인 ‘예쁜꼬마선충(별칭 엘레강스)’을 연구하는 다섯 명의 젊은 연구자들이 발생과 진화를 비롯해 생물학의 굵직한 주제를 담은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실험실 안과 밖의 진지하고 유쾌한 소통을 시작한다.

신경회로는 저홀로 빛나지 않는다 -시냅스의 파수꾼들

신경교세포와 상피세포들의 숨은 역할


여태까지 신경교세포나 상피세포의 작용에 대해 예쁜꼬마선충 연구자들도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신경세포는 우리 정신이 담긴 본질적인 알맹이이고 상피세포는 이 알맹이를 감싸는 껍데기로 본다면, 껍데기보다는 알맹이가 항상 흥미롭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00neuro10.jpg » 이미지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centralasian/4217696935/in/photostream/ CCL, 변형

이번 글의 주제 논문


Shao, Zhiyong, et al. “Synapse Location during Growth Depends on Glia Location.” Cell 154.2 (2013): 337-350.



학이라는 학문은 질문을 따라서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게 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해 현대 생물학은 신경세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정보전달이 그 물리적 실체라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우리가 학습과 기억을 하는 과정은 시냅스가 유연하게 변화하여 이루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정신 작용의 물질적 근간을 연구한 현대 신경과학의 성과에 기대어 본다면, 시냅스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전체 신경회로 지도(커넥톰, Connectome)는 결국 우리 마음의 지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중점을 두고 진행하는 프로젝트로서 동물의 커넥톰을 밝히는 ‘뇌 계획(Brain Initiatitive)’은 현재 우리가 가장 궁금해하고 있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엘레강스 펜클럽의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예쁜꼬마선충은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커넥톰이 전부 밝혀진 동물입니다. 신경 지도를 다 알고 있는 동물 모델을 통해 우리는 또 어떤 질문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오늘 소개할 논문은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창의적인 질문을 통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식의 지평을 연 연구라고 생각됩니다.



중요한 물음: 마음의 설계도를 어떻게 유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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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냅스가 유연하게 변화한다는 점, 즉 가소성(plasticity)을 지닌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 뇌는 참으로 무한한 실체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경회로는 가소성 외에도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사람 뇌에 있는 약 1천억 개의 신경세포는 무작위적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각각의 신경세포가 자신의 파트너가 될 특정 신경세포들과 시냅스를 연결하도록 돕는 다양한 조절 기작이 존재합니다. 자세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뇌전증(간질) 증상의 궁극적인 원인은 바로 이런 시냅스 형성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생각되고 있습니다.


시냅스 형성이 특이성(specificity)을 지닌다는 점 이외에 또 다른 특징은 이런 과정 자체가 발생 초기에 대부분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발생 초기에 형성된 시냅스는 전체 뇌의 크기가 성장하는 과정을 겪으면서도 그 연결 자체를 유지합니다.


냅스의 가소성과 특이성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이미 형성된 시냅스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이뤄져 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시각각 바뀌는 외부 환경을 학습함에 따라 시냅스가 변하는 것을 목격한다면, 그것을 연구하는 과정 자체는 얼마나 흥미로울까요. 또한 발생 단계에서 신경세포가 자신이 만나야 할 운명의 상대를 만나는 과정은 또 얼마나 신기한 과정인지요.


이에 비해 이미 확립된 시냅스의 연결이 앞으로 어떻게 지속할지 관찰하는 일은 별로 재미없어 보이기도 하고, 그저 수동적인 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 과정도 무언가 뇌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이벤트입니다. 사람 뇌는 발생을 거치며 약 4배 정도 크기가 증가하고, 초파리의 경우에는 무려 200배 정도나 증가한다고 합니다. 마음의 지도가 그려져 있는 캔버스가 이렇게 커지는 과정에서도, 그 속의 설계도를 온전히 보존하는 일은 신경세포에게 일종의 큰 도전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번 소개 논문의 저자들은 ‘발생 초기에 형성된 신경회로가 어떻게 보존되는가’라는 질문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에 대해 도전했습니다. 연구자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신경세포 영역 중 시냅스 부분만 표지하여 형광을 띄는 선충을 살펴본 것이었습니다.


00neuro1.jpg » 그림1 야생형(B-어린 유충, C-성충)과 cima-1 돌연변이(F-어린 유충, G-성충)에서 시냅스 분포 충의 여러 신경세포 중에서 연구팀은 AIY라는 신경세포의 시냅스를 주목했습니다. 그림 1-B는 선충이 알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유충 단계이고, 그림 1-C는 다 자란 성충 단계입니다. 그림에는 나타나지 않은 신경세포 자체의 크기는 성충 단계일 때가 유충 단계일 때에 비해 커집니다. 하지만 그림에 나타나는 시냅스의 크기(형광 표지)는 유충 단계에서나 성충단계에서나 비슷합니다. 즉, 신경세포 전체는 커졌지만, 시냅스 부분의 크기는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시냅스의 연결이 유지되는 상황이 만약 특정 유전자에 의해 열심히 조절되는 것이라면, 그 유전자가 망가졌을 때에는 당연히 그 유지 기작도 망가지게 될 것입니다. 이런 가정에서, 연구팀은 발생 초기에는 시냅스를 정상으로 잘 만들되, 다 컸을 때 시냅스 부분이 비정상적인 경우를 찾아내려고 하였습니다. 이 돌연변이에 ‘신경회로 유지’라는 뜻으로 '시마(cima: circuit maintanence)'라는 이름을 붙인 연구팀은 마침내 그런 돌연변이를 찾아냅니다. 실제로 어렸을 때는 정상 선충과 별 차이가 없다가(그림 1-B와 1-F), 다 컸을 때에는 돌연변이에서 녹색으로 표지되는 시냅스 부분이 더 넓게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그림 1-C와 1-G).



키 작은 선충과 키 큰 선충에서 시냅스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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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미 형성된 시냅스를 유지하는 일은 특히 몸이 커지는 과정에서 큰 도전이 됩니다. 그렇다면 cima-1 돌연변이가 시냅스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몸이 커지는 과정에서 겪는 걸까요?

00neuro2.jpg » 그림2 몸 길이와 cima-1 작용의 관계

험실에서 사용하는 야생형 선충은 유전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몸 크기가 대부분 비슷한 정도로 자랍니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기존에 알려진 돌연변이들을 이용해 몸 크기가 실제로 cima-1의 작용에 중요한지 알아보았습니다. 예쁜꼬마선충은 외골격 동물로, 몸 외부의 골격이 다양한 단백질을 통해 합성됩니다. 특정한 골격 단백질의 합성에 문제가 생기면, 어떤 경우에는 정상보다 작게 자라고, 반대로 어떤 경우에는 크게 자랍니다. 대표적으로 "dpy"(dumpy)라는 돌연변이는 정상보다 짧은 선충입니다(그림 2-B). 많은 선충 연구자들이 귀엽다는 이유로 가장 좋아하는 돌연변이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lon"(long)이란 돌연변이는 정상보다 몸 길이가 긴 선충입니다(그림 2-C). 


그림 2-E, H의 사진과 그림 2-J의 녹색 그래프에 나타나는 것처럼 ‘dpy 돌연변이’ 선충의 경우에는 cima-1 돌연변이를 지니더라도 야생형 선충과 별 차이를 보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림 2-F, I에 나타나듯이 ‘lon 돌연변이’ 선충에서는 cima-1 유전자가 망가진 효과가 야생형보다 훨씬 더 크게 나타납니다. 몸 길이가 작으면 cima-1이 망가져도 시냅스 유지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몸 길이가 클수록 시냅스 유지는 더 어려움을 알 수 있습니다. 키가 크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네요.


잠시 얘기를 앞으로 돌려, 연구자들이 cima-1의 유전자를 찾은 과정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엘레강스 펜클럽 연재에서 다뤘던 연구들은 주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유전자를 연구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실 ‘관심 유전자’가 연구의 출발점이 되는 경우는 예쁜꼬마선충뿐만 아니라 다른 모델 생물 연구에서도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전체(genome)의 서열을 전부 알고 있고, 이 중에서 연구할 유전자를 고르는 방법이 쉽기 때문입니다.


00neuro3.jpg » 그림3 cima-1의 단백질 구조 예상도. cima-1 유전자를 찾은 방법은 유전체 서열을 모르던 시절부터 사용되었던, 말 그대로 고전적인 유전학 기법입니다. 일단 무작위로 돌연변이가 만들어지도록 화학 약품을 처리합니다. 그중에서 연구하고 싶은 돌연변이들, 예를 들면 몸길이가 짧아진다거나 움직임이 이상해진 선충들 찾습니다. 그리고 2만여 개의 유전자 중에서, 돌연변이의 원인이 되었던 '용의자 X'를 찾는 과정을 수행합니다. 용의자를 찾는 일은 대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과정입니다. 얼핏 보면 고리타분해 보이는 방법 같기도 하지만, 고전적 유전학을 통해서 유전학자들은 종종 사람의 힘으로는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곤 합니다.


00neuro4.jpg » 그림4 cima-1 유전자 발현 장소. 구팀은 cima-1 돌연변이의 용의자를 찾아낸 결과, cima-1이 SLC17이라는 계열에 속하는 막단백질(membrane protein)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그림 3). SLC는 일종의 세포내 수송시스템으로, 세포막을 사이에 두고 여러 물질을 이동하게 하는 역할을 할 거라 예상됩니다. 아직 많은 연구가 이루어진 단백질이 아니지만 흥미롭게도 이 단백질은 신경 퇴행성 질환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라고 합니다.


연구자들은 cima-1의 역할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이 유전자가 예쁜꼬마선충의 체내 어디에서 발현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놀랍게도 cima-1은 신경회로의 유지 작용에 해당하는 유전자인데도 신경세포에서는 발현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cima-1은 선충에서 피부에 해당하는 상피세포(epidermis)에서 발현합니다(그림 4).



시냅스 유지 ‘공동경비구역’: 신경교세포와 상피세포 상호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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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neuro5.jpg » 그림5 상피세포(epidermis), 신경교세포(glia), AIY 신경세포의 위치 

의자를 찾았지만 그가 정말 작용을 가했는지는 아직 오리무중입니다. 상피세포에서 발현하는 cima-1이 어떻게 시냅스 유지에 작용할 수 있을까요? 그 의문을 푸는 열쇠는 예쁜꼬마선충의 해부도였습니다. 해부도를 살펴보니, cima-1이 무엇을 통해 신경회로와 접선했는지 그 증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림 5에서 보시다시피 상피세포(보라색)와 AIY 신경(녹색) 사이에는 얇은 층이 있습니다. 잘 보시면 신경교세포(빨간색)라는 세포가 그 사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신경교세포는 신경세포의 기능을 돕는 세포로서, 실제로 인간 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신경세포보다 약 10배 이상 크다고 알려졌습니다. 신경세포에 필요한 물질을 공급하고 그 활동을 돕는 기능을 한다고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 많은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해부도를 보면 결국 cima-1이 발현하는 상피세포, 그리고 cima-1 돌연변이 개체에서 망가진 AIY 시냅스의 사이에는 신경교세포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연구자들은 이 신경교세포가 cima-1의 신경회로 유지 작용에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신경교세포를 빨간색 형광 단백질로 표지하여 야생형과 cima-1 돌연변이에서 그 발현 양상을 관찰했더니 역시나 cima-1 돌연변이에서는 신경교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그림 6 L, M). 또한, 흥미롭게도 이런 현상은 어렸을 때에는 관찰되지 않고 다 큰 성충에서만 관찰되었습니다.

00neuro6.jpg » 그림6 cima-1과 신경교세포의 발생

cima-1이 망가진 상황에서 신경교세포는 비정상으로 커집니다. 따라서 정상적인 cima-1의 역할은 신경교세포의 크기를 적절하게 제한하는 것입니다. 만약 신경교세포가 cima-1과 시냅스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면, cima-1 돌연변이에서 신경교세포의 크기가 조절되지 않아 시냅스 유지 기작에 문제가 생기는 거라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연구자들이 cima-1 돌연변이에서 비정상으로 커진 신경교세포를 레이저로 제거해보니, 시냅스 유지도 잘 이뤄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시냅스 유지는 직접적으로는 신경교세포가 담당하는데 이를 조절하는 것이 상피세포 cima-1이 하는 일입니다. 이번 연구의 중요한 성과 중 한 가지를 꼽자면 시냅스를 유지하는 기작이 그 외부의 신경교세포와 상피세포를 통해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만드는 이 따로, 유지보수 하는 이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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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neuro7.jpg » 그림7 상피세포에서 cima-1과 egl-15(5A)의 작용기작

가 실험을 통해 연구자들은 cima-1이 egl-15(5A)이라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일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그림 7). egl-15(5A)는 예쁜꼬마선충에서 신경교세포의 크기를 성장시키는 일을 하는데, cima-1이 망가진 상태에서는 egl-15(5A)가 무분별하게 작동해 신경교세포의 크기가 커졌던 것이죠.


egl-15(5A)는 FGFR라는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의 일종입니다. 섬유아세포 성장인자는 세포의 성장, 이동, 분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예전에 엘레강스 펜클럽 연재의 다른 글에서도 소개된 표피 성장인자(EGF)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섬유아세포 성장인자는 다양한 기능을 지니지만, 특히 신경세포 부착인자(NCAM)과 함께 신경세포 발생과 시냅스 형성에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그림 8). 예를 들면, 섬유아세포 성장인자와 신경세포 부착인자는 시냅스를 만드는 건축가 단백질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00neuro8.jpg » 그림8 세포부착인자(NCAM)과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의 역할 From Nature Reviews Cancer 11, 188-197 (March 2011)

발생 초기에는 건축가 단백질의 일종인 네트린을 통해 시냅스가 형성됩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시냅스를 유지하는 과정에선 네트린은 아무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fgfr-15(5A)와 같은 경우, 발생 초기의 시냅스 형성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네트린이 만들어 놓은 시냅스가 제대로 유지가 되고 있는지 살펴보며 유지하고 있는 일을 cima-1과 fgfr-15(5A)가 하는 것입니다.



우리 정신은 상명하복, 일방통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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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꼬마선충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모델 동물을 연구하고 있으니 때론 저 자신이 생명현상 자체를 단순하게 환원해 바라볼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신경회로를 통한 행동 조절도 역시 단순화된 방식으로 바라보며, ‘외부환경 →감각신경 →연합신경 →운동신경 →근육’이라는 도식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실 이런 도식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단순히 근육에 붙어서 몸을 움직이게 하는 구조였던 상피세포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처럼 수동적인 역할만 하지는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몸이 커지는 동안 시냅스 위치를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신경세포가 혼자 하기에는 막막한 일을 신경교세포와 상피세포라는 파수꾼이 돕는 것입니다.


여태까지 신경교세포나 상피세포의 작용에 대해 예쁜꼬마선충 연구자들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신경세포는 우리 정신이 담긴 본질적인 알맹이이고 상피세포는 이 알맹이를 감싸는 껍데기로 본다면, 껍데기보다 그 안의 알맹이가 항상 흥미롭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진중권씨가 <미학 오디세이> 서문에서 말했듯이 ‘말할 가치가 있는 것들은 형식 속에 침전되는 법이다’라는 이야기가 때론 생명에도 적용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살아 있는 동안 시냅스를 정교하게 유지하는 과정이, 그저 몸을 감싸고 있는 줄만 알았던 피부에서도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쁜꼬마선충의 신경회로도 단순히 상명하복과 일방통행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데, 오늘날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기도 합니다.


[참고한 문헌]


  • Clarke, Laura E., and Ben A. Barres. “Glia Keep Synapse Distribution under Wraps.” Cell 154.2 (2013): 267-268.
  • Mehlen, Patrick, Celine Delloye-Bourgeois, and Alain Chedotal. “Novel roles for Slits and netrins: axon guidance cues as anticancer targets?.” Nature Reviews Cancer 11.3 (2011): 188-197.
  • 제럴드 에델만,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 서울 : 범양사 (1998)
  • 성상현, 세포내 건강전략: 단백질 고쳐쓰기? 버리고 새로 만들기? 사이언스온 연재 ‘엘레강스펜클럽’(2013. 05. 16)


최명규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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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규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유전과 발생 연구실, 박사과정
선생님과 동료들 덕분에, 과학을 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초짜 과학도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오직 저 한 사람 재밌고 행복한 일이 아니었으면 합니다. 과학이 단지 편리한 세상만이 아닌,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보 전진이면 좋겠다고 소망합니다.
이메일 : mgm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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