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황우석 컴백” 기사 눈길
도쿄 주재 기자의 수암생명공학연구소 현장방문 취재 기사
8년간 40편 논문…질병모델 동물복제, 매머드 연구등 소개
» 네이처 뉴스 보도. 출처/ Nature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이끈 배아줄기세포 연구단에 연구윤리 문제를 적극 제기해 논문 조작 사건의 기폭제 구실을 했던 과학저널 <네이처>가 황 박사와 수암생명공학연구소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다룬 기획기사를 4쪽에 걸쳐 주요 뉴스로 최근 보도했다. 제목은 ‘복제의 복귀(Cloning Comback)’다.
일본 도쿄에 주재하는 네이처 기자는 수암생명공학연구소를 방문 취재해 복제 개의 출산 장면을 긴박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 기사에서, 황 박사가 <사이언스>에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 논문 2편을 발표해 세상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에 연구윤리와 논문조작 논란에 휩싸여 추락한 상황, 그리고 수암연구소를 중심으로 다시 재기해 최근 동물복제 성과를 내고 있는 현황을 자세히 전했다.
이 기자는 2007년에도 "불명예 복제연구자 황우석, 컴백 시도"라는 제목으로 황 박사 연구팀의 연구 재개를 전하는 비슷한 흐름의 기사를 쓴 바 있다.
이번 기사에서, 네이처 기자는 2006년 설립된 수암연구소에서 그동안 40편 넘는 동물복제 관련 연구논문을 학술지에 발표했으며, 인터페론을 생산하는 유전자변형 소 복제, 인간 이식용 장기를 생산하는 유전자변형 미니돼지 복제, 당뇨병 관련 유전자를 지닌 실험용 모델동물 복제, 알츠하이머 관련 유전자를 지닌 실험용 개(비글) 복제 등 연구가 이 연구소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45명의 스태프가 근무하는 이 연구소에선 “하루에 대략 300개의 소와 돼지 배아를 만들어내며 한달에 대략 15마리의 복제 개를 생산하고 있다”고 기사는 전했다.
수암연구소의 황인성 연구원은 한겨레 <사이언스온>과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의약물 생산 동물이나 질병모델 동물의 복제연구에서) 아직 최종 성과를 낸 것은 아니며 그런 동물의 복제에 성공해 (실제 유전자 발현 등을 살피며) 연구성과를 개선하고 있는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여러 연구논문이 발표됐다”고 전했다.
네이처 기자는 주목받는 연구로 국제 공동연구로서 지난해 수암연구소가 베이징게놈연구소(BGI)과 협력관계(파트너십)를 맺었으며, 또한 이미 멸종한 동물인 매머드의 복제 프로젝트도 한창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황 연구원은 <사이언스온>에 “매머드 프로젝트는 잘 진행되고 있으며 지난해 (매머드 유골 속에서) 신선한 (생물조직) 샘플을 찾아내어 지금 한국의 연구소로 들여오기 위한 서류 신청 과정에 있다”며 "국내에 들어오면 본격적인 분석 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처 기자는 황 박사가 인간 복제배아 줄기세포를 실제 만들었다고 주장해왔으며 근래에는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어느 정도 법률적인 인정(some legal recognition)’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2011년 캐나다가 황 박사 연구팀의 줄기세포주 ‘엔티-1(NT-1)’을 복제배아 줄기세포로 인정하는 특허를 내주었으며, 2012년엔 한국 법원이 복제배아인지 따지진 않았지만 질병관리본부에 이를 세포주로 등록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자세한 상황을 전했다. 네이처 기사는 또 “많은 줄기세포 연구자들은 황 박사가 엔티-1을 처녀생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발표하지 않아 오히려 기회를 놓쳤다고도 본다”며 “황 박사가 처녀생식 연구자로서 성과를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한 과학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네이처 기사에서는 “돌아온 연구부정자가 동일한 속임수를 다시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한 과학자의 관용적 반응과 더불어 “데이터를 조작한 적 있는 과학자가 또 다시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으리라고 어찌 알겠는가”라는 한 과학자의 경계 시선을 함께 보도했다. 네이처 기사는 “(매머드 복제)는 그저 쇼인 게 아닌지 우려된다”는 서정선 서울대 의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네이처에 갑작스레 이 기사가 왜 주요하게 실렸을까?
황인성 연구원은 취재 경위와 관련해 “이 기사를 쓴 도쿄 주재 기자가 연구소 방문을 희망했고 우리는 언론 보도를 원치 않아 몇 차례 거절했는데도 계속 요청해와 (황 박사) 인터뷰는 하지 않고 연구소에서 진행되는 일을 설명하는 조건으로 방문을 허락해 취재했다”고 <사이언스온>에 말했다. 기사에선 황우석 박사의 직접 인터뷰는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연구소의 현장 스케치와 더불어 연구소 쪽의 연구현황 설명 등이 주로 이어졌다.
네이처 기사가 웹에 오른 이후에 트위터에는 여러 반응이 나타났다. ‘하루에 최대 300개의 소와 돼지 배아를 만들고 한 달에 대략 15마리의 복제 개를 생산한다’는 보도 내용에 놀라움을 나타내는가 하면, ‘연구부정으로 추락한 연구자가 (연구성과를 내어) 스스로 자신을 사면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네이처에도 글을 쓰는 영국 과학언론인 에드 용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황우석에 관한 좋은 기사이지만 나는 과학 사기에 대한 사면 이야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다소 냉소적인 듯한 반응을 나타냈다.
국내의 한 연구원은 "갑자기 왜 이런 기사가 네이처에 실렸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생의학자는 "학자들이 황우석을 학자로서 진지하게 생각할 가능성은 희박하고, 복제 전문가로서 아직도 복제를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는 정도의 흥미거리는 될 것 같다"며 네이처 보도에 대해 별다른 평가를 하지 않았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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