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유전자 가위' 주목, 새로운 게놈편집 기법으로 떠올라

올초, 한국과 미국 연구팀 5곳 동시발표뒤 빠르게 확산

박테리아의 면역 시스템 이용, 특정 염기서열 찾아가 절단

크리스퍼(CRISPR), 간편하고 빠른 유전체공학 기법 주목


 +   일문일답:  국내 연구자 김진수 교수



입한 바이러스의 디엔에이를 절단해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미생물 박테리아의 면역 메커니즘이 지난 한 해 생명과학계에서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메커니즘을 이용해 여러 생물에서 특정 유전자만을 찾아 자르는 유전체공학의 ‘유전자 가위’ 기법이 급속 확산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사이언스>는 ‘2013년의 주요 과학 성과’ 중 하나로 ‘크리스퍼(CRISPR) 시스템’이라 불리는 유전자 가위 기법을 꼽았다.


00CRISPR_NBT.jpg » 제3세대 유전자 가위 기법을 다룬 논문들이 실린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의 3월호 표지. 이 분야를 오래 연구해온 김진수 서울대 교수(화학부)는 “1년 전 우리 연구팀과 미국 연구팀 4곳이 거의 동시에 새 기법의 가능성을 보고한 이래 이 기법을 쓰는 생물학 실험실이 크게 늘고 있다”며 “새해엔 관련한 연구 결과들이 세계 각지에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1년도 안 돼 세계 1천 곳 이상의 연구실이 새 유전자 가위 기법을 다양한 연구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런 추세로 볼 때 내년엔 1만 곳 이상의 연구실이 관련 연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지난 1월 과학저널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인간세포에서 새로운 유전자 가위 기법을 구현한 연구를 발표했으며, 이어 이 저널의 3월호 인쇄판에 표지논문으로 실렸다. 식물 분야 연구자인 이수민 포스텍 박사후연구원은 “이렇게 짧은 시간에 갖가지 응용과 파생 연구 논문이 잇따르며 확산하는 경우는 이례적일 정도”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생명과학 실험실의 새로운 열쇳말로 떠오른 ‘크리스퍼’ 기법은 대체 어떤 것일까? 크리스퍼는 본래 박테리아의 유전체(게놈)에서 특이하게 반복되는 염기서열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2005년 이것이 바이러스 감염에 맞서 박테리아가 자신을 보호하는 데 쓰는 면역 체계임이 밝혀졌고, 그동안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유전공학 기법에 이를 응용하려는 연구가 이어져 왔다.


김 교수는 “박테리아들은 이전에 침입했던 바이러스의 디엔에이 일부를 자기 유전체 안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바이러스 침입 때 저장해둔 디엔에이 정보를 꺼내 바이러스 디엔에이만을 찾아 자르는 방어 메커니즘을 쓴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선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내는 크리스퍼 아르엔에이(RNA)와, 찾은 디엔에이를 절단하는 효소(Cas9)가 짝을 이뤄 작동한다. 크리스퍼 아르엔에이 부분의 ‘유도’ 기능와 카스9 효소의 ‘절단’ 기능이 짝을 이룬 셈이다.


그림

제3세대 ‘유전자 가위’의 작동 과정


00CRISPR.jpg


그림 왼쪽 부분: 본래 크리프퍼 시스템은 박테리아가 예전에 침입했던 바이러스의 디엔에이 일부를 자신의 유전체에 저장해두었다가 바이러스가 침입할 때에 그 정보를 다시 꺼내어 바이러스 디엔에이만을 찾아 절단하는 데 쓰는 박테리아의 자기보호 메커니즘이다.

그림 오른쪽 부분: 이를 유전체공학에 활용한 기법이 등장했다. 특정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찾아가는 염기서열 조각(CRISPR 부분)을 제작해 절단 효소인 카스9(Cas9)와 짝을 이루게 하면, 짝을 이룬 크리스퍼 시스템은 표적이 되는 DNA 염기서열에 달라붙는다. 이어 DNA 절단이 일어난다. DNA 복원(수선)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거나 이 과정에 또 다른 DNA 조각을 집어넣을 수 있다.

그림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래서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가는 ‘유도’ 기능의 크리스퍼 부분을 인공으로 제작해 붙이면, 표적이 되는 유전자를 손쉽게 절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정 유전자를 절단할 뿐 아니라 이젠 특정 염기서열을 바꾸거나 집어넣는 기법도 가능해졌다”며 “새 기법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전의 1, 2세대 기법들(‘징크핑거뉴클레아제’와 ‘탈렌’)에 비해 훨씬 간편하고 값싸고 정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엇이 달라질까?

실험실에선 유전자 기능을 찾는 연구가 훨씬 손쉬워진다. 특정 유전자 기능을 없앤 실험용 동물을 만드는 일도 더 간편해진다. 또 다른 응용도 생겨날 것으로 연구자들은 기대한다. 벌써 미국에선 새 기법을 응용해 질병 유전자의 기능을 없애는 유전자 치료물질을 개발하겠다는 기업이 등장했다. 김 교수는 “돼지 수정란에 새 기법을 쓰고 일정한 조작을 가하면 사람 장기를 지닌 돼지를 만드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해 이식장기 연구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전자 변형 작물(GMO)을 둘러싼 논란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현재 지엠오는 다른 생물종의 유전자를 작물에 집어넣어 만드는 방식인데, 새 기법은 작물 내부의 유전자원에 변화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새 작물을 만들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만든 작물이 지엠오인지 아닌지 논란이 일겠지만 미국·유럽 일부에선 ‘지엠오와 다르다’는 판단도 나온다”며 농축산 품종 개량 연구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3세대 유전자 가위 전문가 일문일답
김진수 서울대 교수



“1, 2세대 유전자 가위로는
할 수 없던 새로운 일들 이뤄질 것”





000Q.jpg 제3세대 유전자 가위로 불리는 크리스퍼 기법을 먼저 설명해야 하겠군요. 알려진 바로는 박테리아가 바이러스 침입에 맞서는 자기보호 메커니즘의 일환으로 바이러스의 디엔에이를 인식해 절단하는 게 크리스퍼 시스템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크리스퍼 시스템은 바이러스의 디엔에이를 식별하는 크리스퍼 RNA와 그렇게 식별된 바이러스 디엔에이를 절단하는 효소(Cas9)로 구성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좀더 설명이 필요하다면 보완해주세요.

00CRISPR_KJS2.jpg » 지난해 1월 새로운 ‘유전자 가위’ 기법을 발표한 김진수 서울대 교수가 디엔에이 모형을 가리키며 기법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오철우 000A.jpg   "크리스퍼 시스템은 최근 미생물에서 발견된 새로운 면역기작입니다. 세균이 무슨 면역작용이 필요할까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세균들의 천적은 바이러스입니다. 이에 맞서 대항하는 면역체계가 없었다면 이미 세상에는 세균이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세균의 면역기작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제한효소입니다. 제한효소는 4개 내지 6개의 짧은 염기서열을 인식해서 자르는 효소로서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 디엔에이의 표적 염기서열을 인식해 잘라 제거합니다. 제한효소는 유전공학의 핵심도구이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크리스퍼 시스템은 과거에 침입한 바이러스로부터 유래한 20여 개 염기쌍을 세균의 유전체 내부에 삽입해 두었다가 같은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이를 인식해서 제거하는 재설계 가능한 제한효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우리 연구실과 미국의 연구진 몇 곳은 각자 독립적으로 크리스퍼 시스템을 이용해 인간배양세포의 유전체를 교정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습니다.

 제한효소가 유전공학의 핵심도구로 사용되듯이 역시 세균에서 발견된 크리스퍼 시스템이 유전체공학의 핵심도구가 된 것입니다. 지난 20세기 유전공학이 과학과 세상을 바꾼 것과 마찬가지로 유전체공학은 21세기 인류 문명의 눈부신 변화와 발전을 가져올 것입니다."



유전자 가위, 즉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편집기법이 제3세대로 진입했다는 말씀이군요. 이전에 알려진 징크핑거뉴클레아제, 탈렌과는 달리 크리스퍼 기법이 지니는 특징을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유전자 가위라는 기본기능에선 결과적으로 볼 때 큰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만...

 “1세대, 2세대 유전자 가위들은 단백질이 DNA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데 비해 저희가 RNA 유전자 가위라고 부르는 크리스퍼 시스템은 작은 가이드(유도물질)인 RNA(small guide RNA, sgRNA)가 Cas9이라는 효소를 DNA로 유도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1세대, 2세대 유전자 가위의 경우 단백질공학이라는 난이도 높은 기술을 활용해 맞춤 유전자가위를 만드는 반면에, RNA 유전자 가위는 작은 가이드 RNA만 교체하면 새로운 유전자 가위를 만들 수 있어 매우 편리합니다.

 또한 한 번에 대량으로 만드는 데에도 RNA 유전자 가위가 매우 유리합니다. 양의 차이는 질의 차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RNA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면 1세대, 2세대 유전자 가위로는 할 수 없는 새로운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수만 개 유전자를 동시에 제어해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결국에 유전자를 자르고 붙이는 편집기법의 기능에선 비슷하지만, 매우 간편하고 값싸졌다는 게 이번 3세대 유전자 가위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이런 장점을 지닐 수 있는 이유는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인가요?

 “작은 가이드 RNA는 손쉽게 만들어 교체할 수 있는 반면 연구자가 원하는 새로운 징크핑거뉴클레아제나 탈렌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 세계에서 징크핑거뉴클레아제를 만드는 데 성공한 곳은 우리 연구실 포함해서 대여섯 곳에 불과 합니다. 탈렌은 이보다는 더 많습니다만 수십 여 곳에 불과합니다. 반면 3세대 유전자가위는 분자생물학 실험실에서는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도 있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습니다.”


000Q.jpg 2013년 1월 여러 연구팀이 거의 동시에 박테리아의 방어 메커니즘을 실제 유전자 편집에 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보고를 발표했고, 뒤이어 이 기법이 급속히 여러 분야의 여러 실험실로 확산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나 확산되고 있는지요. 연구 현장에서 어떻게 실감하고 계신지...

000A.jpg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RNA 유전자 가위를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한 국내 생명공학회사 (주)툴젠에 의하면, 12월 말까지 300여 건 이상 관련 제품을 판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최소 다섯 개의 회사들이 RNA 유전자 가위를 제작, 판매하고 있고 이를 구매하지 않고 자체 제작해 사용하는 연구자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최초의 논문이 보고된 지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전 세계 1000여 개 이상의 연구실이 RNA 유전자가위를 다양한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를 보면 내년에는 1만 개 이상의 연구실이 이 기술을 활용하게 된다고 해도 전혀 놀라운 사실이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 RNA 유전자가위가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는 인간배양세포, 생쥐, 초파리, 제브라피쉬 등 모델 시스템에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한 뒤 그 기능을 연구하는 유전학 연구입니다. 이전에는 유전자 기능을 연구하기 위해 RNA 간섭 현상을 많이 활용했는데 이제 급속도로 RNA 유전자 가위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유전자 절단 기능은 알겠는데, 이는 단순히 유전자 기능을 정지시키는 역할만 하는 것인지요? 절단 기능만 할 뿐인데 편집(editing, 자르기, 붙이기, 고치기 등) 기능을 한다고 말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 그런가요?

 “유전자 가위는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을 인식해 절단을 일으킵니다. 모든 세포는 이를 수선하는 복구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자가 원하는 변이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적절한 주형 디엔에이를 유전자 가위와 함께 세포에 전달하면 염기 하나만 교체할 수도 있고 새로운 유전자를 원하는 장소에 삽입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유전자가위 두 개를 동시에 사용하면 두 군데에 절단을 일으켜 그 사이의 디엔에이 천만 개 염기쌍을 제거할 수도 있습니다.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심지어 유전자의 일부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저희가 처음 보고하였습니다. 중증 혈우병 환자의 대다수는 혈액응고인자 8번의 일부가 뒤집어져서 발생하는데 저희는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이를 바로 잡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000Q.jpg 크리스퍼 시스템 기법을 응용해 여러 분야에 응용하거나 여기에서 파생한 다른 연구결과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이용되는지요?

000A.jpg  “유전학자들은 각종 동물, 식물, 사람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합니다. 이때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면 그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암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암세포만 죽이고 정상세포에는 무해한 약물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때 그 약물의 표적 유전자를 잘 선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유전자가위는 이를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합니다. 생명공학자들은 유전자에 변이를 가해 질병 내성을 지니는 가축, 맛과 영양 성분이 개선된 농작물을 만드는 데 이 기술을 활용하려고 합니다. 의과학자들은 줄기세포와 체세포에서 질병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교정하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에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1세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에이즈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유전자 치료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고 3세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새로 설립된 회사가 43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도 보도되었습니다.”



GMO(유전자 변형/조작 작물)는 외래종의 유전자를 삽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물종 내부의 유전자를 바꾸는 크리스퍼는 GMO와 다른 기법이며, 그래서 크리스퍼를 활용한 농축수산 품종 개량 연구도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셨는데요. 외래종 유전자를 삽입하지는 않더라도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변형하는 것이니, 이에 따른 안전성 우려는 뒤따를 가능성이 높지 않을런지요?

  “육종학자들은 농작물을 개량하기 위해 방사능 조사와 화학물질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방법은 디엔에이에 무작위적인 변이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디엔에이에 인위적인 변이를 일으키지 않고 새로운 품종을 만들기는 무척 어렵거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특히 방사능을 조사하면 디엔에이가 수십, 수백 개 조각으로 잘리게 되고 세포가 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이가 발생합니다. 그 중에서 바람직한 품질을 보이는 개체를 골라내는 것이 전통적 육종법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농작물은 GMO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외부 디엔에이가 삽입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방법은 방사능 조사와 기작은 동일한 반면 수십, 수백 군데에 무작위적으로 디엔에이 절단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고 연구자가 원하는 단 한 군데에 절단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방법에 비해 더 정교하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외부 디엔에이는 삽입되지 않기 때문에 GMO라고 할 수 없습니다.”



2014년에는 크리스퍼를 응용해서 이전에는 쉽게 하지 못했던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하시는데, 당장에 쉽게 생각하신다면 어떤 연구결과들을 예상할 수 있습니까?

 “인간배양세포에서 2만여 개 유전자 모두를 각각 제거한 뒤 연구자가 원하는 형질을 나타내는 유전자를 찾는 연구가 활발히 수행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의 원인 유전자를 한 번의 실험으로 발굴할 수 있어 제약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014년에 크리스퍼 기법이 확산될 터이고, 그런 상황에서 관심사가 될 만한 주제는 무엇일까요?

 “RNA 유전자 가위의 가장 큰 문제는 정확성입니다. 즉 RNA 유전자 가위가 단 한 군데만 자르는 것이 아니고 유사 염기서열을 자른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저희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몇 가지 방법을 개발해 보고하였습니다만 실제로 단 한 군데만 자른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RNA 유전자 가위의 정확성을 개선하고 이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내년에도 이 분야의 우선적인 관심사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000Q.jpg 제가 여쭙지 못했으나 하시고자 했던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000A.jpg “RNA 유전자 가위의 출현은 청동기 시대에 철기가 등장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동기를 사용하는 부족이 재빨리 철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지고 도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도구가 나타났는데 이를 활용하지 않고 이전 방법을 고집한다면 첨단 연구를 할 수 없습니다. 다행히 RNA 유전자 가위는 해외에서 개발되어 국내로 들어온 것이 아니고 서울대 연구팀이 최초로 개발하였고 국내 회사를 통해 세계 최초로 연구자들에게 공급되기 시작 했습니다. 이를 국내 과학자들이 적절히 그리고 신속히 활용한다면 한국의 생명과학, 생명공학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유전공학은 미국에서 개발되어 한국에는 뒤늦게 도입되었습니다. 그 결과 생명공학이라는 지난 세기의 신산업은 현재까지 미국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합니다.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유전체공학은 제2의 생명공학 산업을 탄생시킬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발 빠르게 대응한다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또한 용어에 대한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첫째, 게놈 에디팅(genome editing)을 유전체 편집 또는 유전체 교정으로 번역하는데 저는 교정이 더 적합하고 바람직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이라고 하면 여러 기사를 모아 새로운 문서를 만드는 행위를 의미하는 데 비해 교정은 주어진 텍스트의 일부를 수정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게놈 자체는 이미 수백만 년의 진화를 통해 완성된 텍스트이고 연구자들은 단지 이를 일부 교정하는 것이지 편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례로 여러 식물의 염색체를 취사선택해서 잡종을 만든다면 이를 유전체 편집이라고 할 수 있지만 벼 유전자 1 개에 국지적인 변이를 일으킨다면 교정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먼 미래에 합성생물학과 유전자 가위 기술이 발전적으로 결합하여 유전체 편집을 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만 현재 이 분야 연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유전체의 극히 일부를 수정하거나 변경하는 교정에 국한 됩니다. GMO를 유전자 조작 식품이라고 번역해서 더욱 오해를 사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자어는 다르지만 조작이라는 말이 주는 부정적 느낌 때문에 GMO가 더욱 문제 있는 식품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게놈 에디팅으로 만든 농작물을 유전체 교정 작물로 부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크리스퍼는 미생물에서 발견되는 반복 서열을 의미하는 것으로 게놈 에디팅과는 무관합니다. 크리스퍼보다는 차라리 Cas9 뉴클레아제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저는 RNA-guided engineered nuclease(RGEN, RNA 유전자 가위)라는 표현을 제안했는데 이를 사용하는 연구자들도 많습니다.”


답변 고맙습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알림] 사이언스온이 미래&과학으로 바뀝니다[알림] 사이언스온이 미래&과학으로 바뀝니다

    뉴스사이언스온 | 2017. 12. 11

    미래/과학/기술/환경 뉴스와 비평, 연재물 서비스사이언스온 옛 글들은 지금처럼 접근 가능합니다 독자님들께안녕하세요. 그동안 작은 도전이었던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의 필자들을 격려해주시고 또 웹진을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

  • “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

    뉴스오철우 | 2017. 11. 07

    특정 언어사용패턴과 스트레스 관련 유전자발현 사이에 ‘상관성’“무의식적 언어패턴이 의식적 자가보고보다 측정정확도 더 높아” 일상언어 사용의 패턴이 말하는 이 자신도 잘 모르는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

  • 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

    뉴스오철우 | 2017. 11. 07

    ※ 이 글은 한겨레 11월6치 '미래&과학' 섹션 지면에 실렸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분량을 줄이기 이전 원고를 사이언스온에 올립니다.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꿔치기[미래&과학] 주목받는...

  • ‘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뉴스오철우 | 2017. 11. 03

    수학적 모형 분석 논문 ‘눈길’세포간 경쟁과 선택, 노화와 암의 ‘딜레마’ 같은 상호관계 다뤄‘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수학적으로도 노화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노화를 일정 정도 늦출 순 있어도 멈출 순 없다는 ...

  • 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

    뉴스오철우 | 2017. 10. 26

    시토신-구아닌 쌍을 티민-아데닌 쌍으로 ‘점 수정’ 이어아데닌-티민 쌍을 구아닌-시토닌 쌍으로 수정기법 개발하버드대학 리우 교수와 MIT 펑 장 교수 각각 성과 발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의 기본 원리를 이용하되 디엔에이(DNA) 두 가닥을 ...

자유게시판 너른마당

인기글

최근댓글

트위터 팔로우

sub2 untitl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