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의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

생물학 연구의 모델동물인 ‘예쁜꼬마선충(별칭 엘레강스)’을 연구하는 다섯 명의 젊은 연구자들이 발생과 진화를 비롯해 생물학의 굵직한 주제를 담은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실험실 안과 밖의 진지하고 유쾌한 소통을 시작한다.

‘세포 타이머’ 텔로미어 연구의 전진…일부선 상업적 과장

텔로미어 연구, 지금 어디까지 왔나?


노화와 수명의 비밀을 간직한 ‘텔로미어’.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부분에 의미 없이 반복되는 염기서열 부위를 말합니다. 단백질을 만들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쓸모 없는 텔로미어가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요? 여러 연구에서 텔로미어는 수명과 노화에 관련돼 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텔로미어에 대한 미신과 과장은 경계하면서 최근 연구의 동향을 살펴봅니다.

00telo33.jpg » 염색체 끝부분에 있는 텔로미어 부위(형광). 출처/ Wikimedia Commons

이번 글의 주제 논문


Jaskelioff M et al, (2011), Telomerase reactivation reverses tissue degeneration in aged telomerase-deficient mice, Nature 469, 102-106


De jesus BB et al, (2012), Telomerase gene therapy in adult and old mice delays aging and increases longevity without increasing cancer, EMBO Molecular Medicine 4, 691-704



“400 유로의 검진으로 당신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 알 수 있다(The £400 test that tells you how long you‘ll live).”

이 문장은 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라 2011년 5월 영국 일간신문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에 실린 기사의 표제입니다. 약 60만 원만 들이면 우리 삶이 몇 년 남았는지, 즉 우리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밝혀준다는 것이겠지요. 이 말이 믿어지시나요?


그 기사는 어떤 ‘타이머(Timer)’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세포 속에는 자신의 남은 분열 횟수를 알려주는 타이머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즉, 세포 분열이 진행될수록 타이머에 적힌 숫자가 점점 줄어들다가 결국에는 분열을 멈추게 된다는 것이죠. 세포의 입장에서 분열은 생식과 같습니다. 즉 세포가 분열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더 이상 자신의 유전 정보를 다음 세대로 전달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세포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환경에 직면한다면 죽음, 즉 자신과 동일한 정보가 세상에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상태가 되는 것이죠.


00telo1.jpg » 그림 1. 헤이플릭 박사가 발견한 세포 노화(Senescence) / [1] 이렇듯 남은 세포 분열 횟수의 감소는 죽을 가능성을 증가시킵니다. 생물학에선 아직 ‘노화’라는 단어에 정확한 뜻이 없지만 대체로 죽을 가능성이 증가하는 현상을 노화라고 부릅니다. 따라서 세포가 정해진 분열 횟수를 지닌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헤이플릭(Hayflick) 박사는 세포가 분열을 멈춘 상태를 ‘세포 노화(Cellular senescence)’로 정의합니다(그림 1).


그렇다면세포 속에는 어떤 타이머가 내장되어 있는 걸까요? 그 타이머는 어떠한 방식으로 남은 수명을 표시하는 걸까요?



‘세포 타이머’ 텔로미어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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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telo2.jpg » 그림 2. 말단 복제 문제 및 예상 결과 / [2] 세포는 분열하기 전 자신의 유전 정보가 담긴 디엔에이(DNA)를 복제하여, 분열하는 세포로 나눠줍니다. DNA 복제는 DNA 중합효소(Polymerase)에 의해 이뤄집니다. 이 중합효소가 작동하는 데에는, 복제 작업의 시작점을 지정해주는 프라이머(RNA 표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프라이머는 복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제거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완전한 DNA 복제를 위해선 제거된 프라이머 부위를 복제해야 하는데, 그 부위를 복제하기 위해선 또 다시 프라이머가 필요하다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지요(그림 2).


약 이 모순을 해결하지않으면 DNA가 세포 분열을 거듭할 때마다 점점 짧아져 자신의 유전 정보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할 위험에 처할 겁니다(그림 2). 2009년 블랙번(Blackburn), 쇼스텍(Szostak), 그레이더(Greider) 교수는 이 모순을 해결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들은 DNA 끝부분에 특정 염기서열이 반복되어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 특이한 염기서열은 끝부분을 뜻하는 그리스어 ‘텔로(telo)’와 부분을 뜻하는 그리스어 ‘미어(mere)’가 합쳐진 ‘텔로미어(telomere)’ 라는 이름을 지니게 되었습니다(그림 3).


인간의 경우 텔로미어는 6개의 염기서열, TTAGGG가 1000번 이상 반복되어 있는데, 이 부위는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염기서열입니다. 종마다 반복되는 염기서열이 조금씩 다르지만 텔로미어의 염기서열은 대체로 유사한 구조를 지니며, 1000회 이상 반복되어 있다는 점도 유사합니다. 그렇다면 단백질을 합성하지도 않는 쓸모 없는 텔로미어가 왜 이렇게 많이 반복되어 있는 것일까요?

00telo3.jpg » 그림 3. 텔로미어의 구조 / [2]

끝부분에 있는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 과정에서 자신의 유전 정보 대신 짧아져 온전한 유전 정보를 보존할 수 있게 하는 방어막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만약 분열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텔로미어 길이가 계속 감소하면, 세포는 자신의 온전한 유전 정보를 유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텔로미어는 자신의 길이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세포의 온전한 유전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세포 분열을 멈춥니다. 이것이 텔로미어가 유도하는 세포 노화입니다.



절대반지를 지닌 생식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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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유로의 검진으로 당신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는 제목의 기사는 텔로미어 측정 회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텔로미어는 세포 하나 속에 존재하는 타이머입니다. 그런데 정말 세포 하나의 타이머에 불과한 텔로미어가 개체 전체의 수명을 관장하는 타이머가 될 수 있을까요?


리 몸이 단세포의 집합체, 즉 완전히 똑같은 세포의 단순한 덩어리에 불과하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그러나 우리는 그런 덩어리가 아닙니다. 다세포를 구성하는 단세포들은 다양하게 분화된 각자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즉, 분화된 각각의 세포들은 자신만의 타이머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요. 이뿐만 아니라 이렇게 구분된 세포들 중 일부는 타이머를 꺼버릴 수 있는 ‘절대반지’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00telo4.jpg » 그림 4-1. 텔로머라제의 작동 기전 / [2]

그 반지는 텔로머라제(Telomerase)라는 특별한 효소입니다. 이 효소는 DNA 끝부분에 텔로미어를 붙여주는 역할을 하는 효소입니다(그림 4-1). 따라서 이 효소가 작동하는 세포는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분열을 거듭해도 타이머가 작동하지 않는, 영원히 분열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지요. 영원한 분열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고자 하는 모든 세포가 열망하는 상태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세포가 이 절대반지를 차지한 것일까요?


00telo5.jpg » 그림 4-2. 텔로머라제 불평등. 생식세포(Germline)는 텔로머라아제 발현으로 텔로미어 길이가 유지됨. 줄기세포(Stem cells)는 텔로머라아제가 낮은 수준으로 발현하여, 적당한 수준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하지만 결국 점점 짧아짐. 체세포(Somatic cells)는 텔로미어가 점점 감소하여 특정한 범위(이 그림에서 6-7 kb)가 되면 세포노화로 들어가 분열을 하지 않게 됨 / [3] 답부터 말씀 드리면 그 세포는 생식세포와 줄기세포입니다(그림 4-2). 개체 전체의 입장에서 이들이 충분한 분열 횟수를 지니는 것이 다음 세대로 자신의 유전 정보를 온전하게 전달하는 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생식세포는 자신의 유전 정보를 다음 세대로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분열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줄기세포는 온전한 개체의 능력 유지를 위해 닮아 없어진 세포를 새 것으로 교체해주는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므로, 세포 분열 능력이 유지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절대반지 불평등’은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체세포든 생식세포든 단세포 각자의 입장에서만 보면 자신의 유전 정보를 많이 퍼뜨리기 위해 계속 분열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생식세포에 맡긴 다세포 생물의 경우,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선 직접 자신의 유전 정보를 전달하기 않는 체세포들의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즉, 체세포들이 내재된 분열 욕망을 억누르고, 개체 전체의 이익을 위한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 체세포들이 통제에 따르지 않고, 계속 분열하여 이기적인 자신의 욕망을 이루고자 한다면? 다세포 생물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몸속에 ‘텔로미어 타이머’를 심어 두었을 겁니다. 통제에 따르지 않고, 계속 분열하는 체세포들은 텔로미어 타이머의 숫자가 점점 감소하다가 결국에는 더 이상 분열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그림 4-2). 즉, 텔로미어 타이머는 개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통제에 따르지 않는 체세포를 폭파하기 위한 시한폭탄인 셈이죠.



세포와 개체의 수명을 이어주는 매개자? 줄기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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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포 생물은 진화 과정에서 자신의 유전자를 잘 퍼뜨리기 위해 체세포를 통제하는 전략을 만들었습니다. 이로 인해 통제된 체세포, 즉 절대반지가 없는 체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져 더 이상 분열을 하지 못하는 세포 노화 상태가 될 운명입니다. 그렇다면 개체의 수명은 노화할 수 밖에 없는 체세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일까요? 가장 약한 부품에 의해 수명이 결정되는 기계들처럼, 가장 짧은 텔로미어를 지닌 체세포가 개체의 남은 수명을 결정하는 것일까요?


실제로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몸을 구성하는 다양한 체세포의 기능은 저해됩니다. 그로 인해, 어릴 때 가졌던 폭발적인 운동능력이 감퇴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면역 능력도 떨어져 병에도 취약한 상태가 됩니다. 그렇다면 체세포의 기능 저하는 체세포가 분열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일까요?

00telo6.jpg » 그림 5. 위 : 오류가 내재된 효소반응, 아래 : 세포 내에 여러 손상이 쌓여 망가져가는 이미지 / [4] [5]

세포의 기능이 저하되는 이유는 기계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마찰과 이물질로 인해 낡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과 유사합니다. 세포 내 다양한 효소 반응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오류를 지니는 반응이기 때문에, 생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양한 찌꺼기들이 세포 속에 쌓이게 됩니다. 이렇게 쌓인 찌꺼기들이 세포의 기능을 저해시키고, 늙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입니다(그림 5).


00telo7.jpg » 그림 6. 위 : 단세포에서 세포 분열을 통한 찌꺼기를 제거하는 이미지. 분열 없이 나이가 들면 찌꺼기가 점점 쌓여가지만(좌), 반복해서 세포 분열을 하게 되면 찌꺼기를 희석할 수 있음(우). 아래 : 단세포에서 찌꺼기를 한 쪽(어머 세포)으로 몰아버리는 기전 / [6], [7] 흥미롭게도 영원히 산다고 알려진 대부분 단세포 생물의 경우 세포 분열을 통해 이 찌꺼기들을 희석하거나, 분열 후 하나의 세포로 찌꺼기를 몰아주는 식의 방법으로 세포 하나의 건강을 영원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즉, 분열 과정에서 찌꺼기가 없는 건강한 세포가 탄생하기 때문에, 분열만 계속 할 수 있다면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이죠(그림 6). 따라서 단세포의 경우 분열 자체가 수명과 직접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세포 생물의 상황은 다릅니다. 분열을 통해 탄생한 수 많은 ‘나’들의 군집으로 이루어진 단세포들과는 달리 다세포는 분화된 다양한 세포들이 하나의 유기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다세포 생물의 체세포는 분열을 할 수 없는 세포와 분열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로 나뉩니다. 분열을 할 수 없는 세포의 기능이 떨어질 경우, 그 세포를 제거하고 줄기세포를 통해 새로운 세포를 합성합니다. 즉, 다세포 생물의 수 많은 체세포는 스스로 분열하여 찌꺼기를 희석하는 방식이 아니라, 줄기세포를 통해 새로운 세포를 공급받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렇다면 줄기세포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계속 분열할 수 있다면 다세포 생물의 체세포도 늙지 않게 되는 것 아닐까요?


실제로 노화하지 않는 다세포 생물로 알려진 히드라의 경우, 자신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가 줄기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히드라는 일정한 세포 분열을 반복하면서 오래된 세포를 마치 각질을 벗는 것처럼 점점 몸 밖으로 밀어냅니다(그림 7). 히드라의 줄기세포는 영원히 분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찌꺼기를 쌓이지 않도록 하는 청소부가 많이 발현되어 있습니다.


00telo77.jpg » 그림 7. 모든 세포가 줄기세포로 이루어진 히드라 / [8] 러나 우리의 줄기세포는 제한된 구역 내에서 통제된 분열을 합니다. 지속적으로 세포 분열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히드라처럼 완전하게 세포 찌꺼기를 제거할 수 없습니다. 또한 줄기세포가 텔로머라제 활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생식세포처럼 텔로미어 길이를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활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세포 분열이 거듭할수록 텔로미어 길이가 점점 짧아져 결국 세포 노화 상태에 들어가게 됩니다(그림 8).


이렇듯 다세포 생물의 줄기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찌꺼기가 쌓여갈 뿐 아니라 텔로미어 타이머에 적힌 숫자도 점점 감소합니다. 그렇다면 텔로미어 타이머가 단세포 생물의 수명을 결정하는 것처럼, 다세포 생물의 줄기세포에 존재하는 텔로미어 타이머가 개체의 수명을 결정하고 있는 것일까요? 나아가 줄기세포를 온전하게 계속 분열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우리도 히드라처럼 영원한 삶을 살 수 있을까요?

00telo8.jpg » 그림 8. 나이가 들수록 줄기세포의 기능이 떨어져(텔로미어 타이머 작동, 찌꺼기 쌓임 등) 조직의 기능을 적절하게 유지 못하게 됨. 그런데 만약 텔로머라제가 과발현 되면 암 세포가 생성되게 됨 / [9]



암, 절대반지의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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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미국 텍사스웨스턴 메디컬센터의 라이트(Wright) 교수 연구팀은 피부세포를 만들어내는 줄기세포인 섬유아세포(fibroblast)에 텔로머라제를 과발현시키면, 영원히 분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체외 실험으로 밝혔습니다. 이 연구의 저자 중 하나인 샤이(Shay) 교수는 그 당시를 “사람들이 우리가 노화를 치료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라고 회상합니다.


페인 국립암연구소의 블라스코(Blasco) 교수팀은 체외 결과를 개체로 이식하기 위한 실험을 설계합니다. 그들은 유전자 조작으로 쥐의 온몸에 텔로머라제를 과발현시켰는데, 수명을 현저하게 늘려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쥐의 몸에 많은 암 세포를 발생시키는 문제를 야기하였습니다(그림 8).


이 결과는 다세포 생물이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목표를 위해 계속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을 일부 세포에 제한했을 것이라는 진화이론과 일맥 상통하는 결과입니다. 즉, 줄기세포에도 충분한 절대반지가 제공되면 암 세포가 되어 개체 전체의 능력을 감퇴시키는 문제를 초래하는 것이죠.


그런데 적정한 수준의 텔로머라제를 공급하는 식으로 암은 피하면서 텔로미어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 당시 많은 과학자들은 암을 피해서 줄기세포의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할 수 있다면 개체의 수명이 현저히 증가할 것이라는 추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블라스코 교수팀은 강력한 암 저항성 유전자를 가진 쥐에다 텔로머라제를 과발현시키는 방식으로 암 발생만 피할 수 있다면 수명이 현저히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암 없이 텔로머라제가 과발현된 쥐는 수명이 40% 이상 증가하였습니다(그림 9).

00telo9.jpg » 그림 9. 강력한 암 저항성을 가진 쥐에 텔로머라제를 발현시키면 수명이 40% 이상 증가함 / [10], [11]

또한 암 저항성 유전자를 가지지 않은 정상 개체에서도 텔로머라제를 일시적으로 발현시킬 경우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보고들이 속속 나왔습니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다나-파버암연구소의 데피노(Depinho) 교수팀은 2010년 <네이처>에 일시적인(4주) 텔로머라제 발현으로 노화 상태에 있던 조직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그림 10).

00telo10.jpg » 그림 10. 텔로머라제의 일시적인 발현으로 노화를 회복 / [12]

그리고 블라스코 교수팀은 지난해 <엠보 분자의학>에 텔로머라제를 바이러스를 이용해 외부에서 주입하는 방법, 일종의 유전자 치료 방법으로 쥐의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팀이 사용한 아데노 바이러스는 유전체에 끼어 들어가지 않아서 분열 과정 중에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속적인 텔로머라제 발현으로 인한 암 발생 문제를 피해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나이든 쥐에 투여하였을 때도 현저한 수명 증가 효과가 나타났습니다(그림 11).

00telo11.jpg » 그림 11. 아데노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쥐에 텔로머라아제를 주입하였을 때 현저한 수명증가가 나타남 / [13]

러한 실험들은 줄기세포에 국한되어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텔로머라제 활성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세포는 줄기세포인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만약 적정한 수준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분명 현저한 수명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대 속에서 수 많은 회사들이 텔로머라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약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텔로머라제 활성 과학(Telomerase Activation Sciences, Inc.)'이라는 기업에서 허브의 일종인 황기에서 추출한 물질로 티에이-65(TA-65)라는 약을 개발했습니다. 이 약은 몇몇 인간세포와 쥐에서 텔로머라제 활성을 늘려, 체세포의 기능을 일정 정도 증대시켰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TA-65는 아직 정확한 작용 기전과 부작용 등이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초기 약물(실제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입니다. 텔로머라제 활성이 지닌 파급 효과로 볼 때, 앞으로 더 특이적인 약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개체의 타이머라고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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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모델동물에서 텔로머라제의 활성, 즉 텔로미어 타이머의 작동 끄기가 현저하게 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할 때 '세포' 타이머 텔로미어를 '개체'의 타이머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정말로 텔로미어가 개체의 타이머라면 타이머가 꺼졌을 때 불멸의 생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텔로미어 타이머는 다세포 생물에서 주로 줄기세포의 기능 유지에 관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줄기세포 유지는 텔로미어 타이머를 꺼버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줄기세포의 지속적인 분열로 영원히 살 수 있는 다세포 생물인 히드라는 지속적인 분열과 더불어 오래된 세포를 몸 밖으로 밀어내는 과정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다세포 생물의 경우에는 암세포만이 이러한 분열을 합니다.


라서 줄기세포의 텔로미어 타이머가 꺼진다고 해도 세포 내 찌꺼기가 쌓이는 것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줄기세포를 온전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텔로머라제에 더해 충분한 찌꺼기 처리반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설사 줄기세포가 온전하게 유지된다 하더라도, 우리가 불멸의 생을 누리는 데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몸의 모든 체세포가 줄기세포에 의해 교체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심장과 신경세포는 줄기세포의 도움 없이 평생 자신의 힘으로 버텨야 합니다. 분열을 하지도 않고, 줄기세포의 도움을 받지 않는 이런 기관들에 텔로미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흥미롭게도 지난해 데피노 교수팀이 <네이처>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텔로머라제가 망가진 쥐를 살펴보니 세포 분열과 별 관계없는 기관도 텔로미어 감소의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위 연구팀에서 수행한 텔로머라제를 과발현시켜 쥐의 수명을 증가시킨 연구에 따르면 텔로머라제 활성으로 심장과 신경의 기능도 회복되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렇듯 텔로미어가 분열을 하지 않는 체세포에도 영향을 준다는 결과가 있지만, 이들의 수명에 텔로미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다세포 생물은 단순한 세포의 집합체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층위가 존재합니다. 분화된 세포들이 각자의 조직을 형성하고, 그 조직들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개체가 만들어집니다. 분명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큽니다. 세포의 타이머인 텔로미어가 개체에서도 수명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텔로미어를 개체의 타이머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



약 드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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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실제로 텔로미어를 이용해 개체의 남은 생을 추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몇 가지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영국 글레스고대학의 모나한(Monghnan) 교수팀은 금관조를 이용한 연구에서, 태어난 지 25일째 되는 날에 측정한 텔로미어 길이가 실제 수명과 가장 큰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고했습니다. 또한 블라스코 교수팀은 지난해 <셀 리포트>에 발표한 논문에서 짧은 텔로미어 길이의 증가율로 쥐의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나 텔로미어 길이와 수명이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논문도 많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병원의 알렉산더 교수팀이 지난해 <간장학(Hepatology)> 저널에 보고한 결과에 따르면, 간 세포에서 텔로미어 길이의 감소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주장하는 논문의 경우에도 나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텔로미어 길이가 충분히 긴 사람들도 다수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엘레강스 펜클럽’ 연재 코너에서 여러 번 소개했듯이, 현재 상당히 많은 노화 연구들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최근 이러한 연구결과들을 잘 종합한 “노화의 특징(Hallmarks of aging)”이라는 제목의 리뷰논문이 <셀>에 발표되었습니다.[14] 이 논문에 따르면 노화는 9개 특징으로 정리될 수 있고, 그 중의 한 꼭지를 텔로미어 타이머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텔로미어가 노화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한 가지 요소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하나의 요소인 텔로미어의 길이로 정확한 수명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다시 첫 문장, 영국 일간신문 <인디펜던트>의 기사 표제로 돌아가 봅시다. “400 유로의 검진으로 당신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기사는 블라스코 교수가 수석 과학자문으로 참여하는 '라이프 랭스(Life Length, Inc.)' 기업에 대한 보도입니다. 이 회사는 블라스코 교수가 쥐에서 발표한 결과를 근거로 짧은 텔로미어 길이의 증가율을 측정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할 것을 권장합니다.


그러나 블라스코 교수는 영국 신문의 보도와는 달리 자신들이 수행하는 텔로미어 검진이 아직 실제 남은 수명을 측정할 수는 없다고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텔로미어는 개체의 상태, 특히 몇 가지 질환이 걸릴 위험성을 알려주는 중요한 표지로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나아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좀 더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갖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텔로미어 노벨상 수상자 중 하나인 블랙번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하는 건강검진처럼 텔로미어 검진도 일반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만 이것이 텔로미어 연구자들의 일반적인 관점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또 다른 노벨상 수상자인 그레이더 교수는 텔로미어 측정법을 판매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주장합니다. 텔로미어와 다양한 질병 간에 아직 인과관계가 입증된 바가 없으며, 타액이나 혈액을 이용한 텔로미어 측정이 얼마나 대표성을 가지는지 과학적 근거가 별로 없다는 의견입니다.


이렇듯 텔로미어와 수명의 관계는 상업적으로 과잉 홍보되고 있습니다. 설사 텔로미어 측정을 통해 텔로미어 길이가 짧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우리가 별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아마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영양 섭취와 같은 건강에 좋다는 생활습관을 만들려는 노력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미 이런 생활습관이 건강에 좋다는 것 정도는 잘 알려져 있는데 굳이 텔로미어 측정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지난 주에 ‘노벨의학상이 찾아낸 불로장생의 비밀’이라는 부제가 붙은 <텔로미어>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습니다. 그 책에는 텔로미어 나이를 알려준다는 자가 건강 체크리스트와 ‘텔로미어 신선도’를 높여준다는 다양한 물질들(블루베리, 오메가3 등)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었습니다. 저에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물질들이 실제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지식은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물질들이 직접 텔로미어에 영향을 끼치며 텔로미어 길이가 모든 건강의 척도인 것처럼 주장하는 데에는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과학은 상품에 권위를 부여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과학은 잘못 부여된 권위를 깨는 방식으로 존재합니다.



[주], 참고 문헌



[1] Shay JW et al, (2000), Hayflick, his limit, and cellular ageing, Nature Reviews Molecular Cell Biology 1, 72-76


[2] http://www.nobelprize.org/nobel_prizes/medicine/laureates/2009/popular-medicineprize2009.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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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아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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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아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유전과 발생 연구실,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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