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한테도 타고난 ‘성격’ 있다?...서로 다른 공격행동

■ 사이언스온 뉴스 플러스


[노래참새가 모형 새를 공격하고 있다. 대개 노래참새들은 실제 공격에 나서기 전 공격 신호를 보낸다. 화면 오른쪽은 모형 새.]


세를 잘 부리는 새, 타고난 터프가이 등등…. 새들에도 개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조류행동학 연구에서 제시되었습니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학의 마이클 비처(Michael Beecher) 연구팀은 ‘노래참새(Melospiza melodia) 가 공격을 시작하기 전, 어떤 새는 실제 공격보다는 공격신호를 과장해 보내는 데 주력하는 반면에 어떤 새는 공격신호를 잘 보내지 않다가 느닷없이 공격한다’며 새들의 ‘개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지난 4일 <영국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발표했습니다. 사람에 비유하면, 겉으로 무섭게 생긴 사람이 알고 보니 허세를 떨었다든가 유순하게 생긴 사람이 알고 보니 터프가이였다는 얘기와 비슷하겠군요.


실험과 관찰 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먼저 새소리를 녹음해 확성기로 틀고 주변에 모형 새를 놓습니다. 그러면 노래참새들은 독특한 새소리를 내거나 날개를 퍼덕이면서 공격성을 나타냅니다. 일반적으로 노래참새들은 이런 공격신호를 보인 뒤에 실제로 모형이나 확성기를 공격하는데, 진화생물학자들은 이것을 ‘정직한 신호(honest signal)’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노래참새들이 항상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올해 초, 같은 연구팀은 노래참새가 공격신호를 보낸 뒤에 늘 뒤이어 공격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 결과를 <영국왕립학회보> 이달치에 실린 논문에서 보고했습니다. 연구팀은 수컷 노래참새 69마리에 각각 표식을 하고서 봄과 가을에 걸쳐 자연 서식지에 풀어 놓은 뒤, 확성기와 모형 새를 주변에 놓아 반응을 관찰했습니다. 대부분 노래참새들은 지속적으로 ‘정직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특정한 노래참새들은 독특하게도 ‘부정직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공격신호를 보낸 뒤 실제로 공격하지 않거나, 공격신호를 보내지 않은 채 공격에 나선 것입니다. 결국에는 공격할 생각이 없었는데도 과장된 허세를 부렸거나, 실제로 공격할 계획이었는데도 아무런 공격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장된 공격신호를 보내며 허세를 부린 새들은 정작 싸울 생각은 없지만 경쟁자들에게 겁을 줘서 쫓아내는 방법을 택했던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런 행동이 ‘싸움을 피할 수 있어 진화적으로 분명한 이점이 있다’는 설명을 제시했습니다.

[노래참새가 공격 신호를 보내는 다른 방법으로는 날개를 퍼덕이는 방법이 있다.]


그렇다면 공격신호를 잘 보내지 않은 채 경고 없이 바로 공격에 나선 새들의 행동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겠네요. 한 가지 가능성은 경고 없이 공격하는 새들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터프가이’라서 싸움에서 이길 자신이 있기 때문에 굳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이런 행동도 진화적 적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가능성으로, 확성기나 모형 새에서 나오는 소리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그저 실수를 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요.


경고 없는 공격의 행동과 관련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웨스턴캐롤라이나대학의 조류행동학자 제러미 하이만(Jeremy Hyman)은 “노래참새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행동은 다른 조류나 동물에선 볼 수 없는 행동일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개성에 기반한 행동의 다양성이 진화적 적응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동물들한테도 개성이 있다’는 점이 노래참새의 공격 행동에서 나타남을 보여준 것으로, 사이언스온의 2012년 5월3일치 관련 글(‘대담한, 수줍은, 명랑한... 같은 동물 다른 성격’)에서도 동물들의 성격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00dot.jpg


김성은 직장인, 과학저널리즘 동아리 ‘과감’ 회원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최근기사 목록

  • [알림] 사이언스온이 미래&과학으로 바뀝니다[알림] 사이언스온이 미래&과학으로 바뀝니다

    뉴스사이언스온 | 2017. 12. 11

    미래/과학/기술/환경 뉴스와 비평, 연재물 서비스사이언스온 옛 글들은 지금처럼 접근 가능합니다 독자님들께안녕하세요. 그동안 작은 도전이었던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의 필자들을 격려해주시고 또 웹진을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

  • “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

    뉴스오철우 | 2017. 11. 07

    특정 언어사용패턴과 스트레스 관련 유전자발현 사이에 ‘상관성’“무의식적 언어패턴이 의식적 자가보고보다 측정정확도 더 높아” 일상언어 사용의 패턴이 말하는 이 자신도 잘 모르는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

  • 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

    뉴스오철우 | 2017. 11. 07

    ※ 이 글은 한겨레 11월6치 '미래&과학' 섹션 지면에 실렸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분량을 줄이기 이전 원고를 사이언스온에 올립니다.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꿔치기[미래&과학] 주목받는...

  • ‘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뉴스오철우 | 2017. 11. 03

    수학적 모형 분석 논문 ‘눈길’세포간 경쟁과 선택, 노화와 암의 ‘딜레마’ 같은 상호관계 다뤄‘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수학적으로도 노화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노화를 일정 정도 늦출 순 있어도 멈출 순 없다는 ...

  • 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

    뉴스오철우 | 2017. 10. 26

    시토신-구아닌 쌍을 티민-아데닌 쌍으로 ‘점 수정’ 이어아데닌-티민 쌍을 구아닌-시토닌 쌍으로 수정기법 개발하버드대학 리우 교수와 MIT 펑 장 교수 각각 성과 발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의 기본 원리를 이용하되 디엔에이(DNA) 두 가닥을 ...

자유게시판 너른마당

인기글

최근댓글

트위터 팔로우

sub2 untitl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