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인지능력 향상 효과 근거 못찾아”
미국 연구팀 '무작위 비교시험' 논문
“효과 밝힌 기존연구와 다른 방법 결과선 별차이 없어”
"음악 교육은 인지향상 아니라 인류문화 향유 위한 것”
» 구글 이미지 검색 결과에서 얻어진 이미지들의 변형.
‘어릴적에 음악교육을 받으면 인지 능력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통설과 달리 이런 효과를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근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최근 온라인 과학저널 <플로스원(PLoS ONE)>에서 밝혔다. 음악이 인지 능력 향상에 주는 효과를 보여주는 기존 연구들이 적잖은 터라 '음악 효과'에 관해 논쟁을 던지는 연구결과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인지심리학자 엘리자베스 스펠크(Elizabeth Spelke) 연구팀은 이번에 발표한 논문에서 6주 동안 음악수업을 받은 어린이 그룹과 시각예술수업을 받은 어린이 그룹, 아무런 수업을 받지 않은 어린이 그룹을 대상으로 몇 가지 인지 능력 시험을 해보았으나 의미 있을 정도의 차이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전 연구논문들을 조사해보니 인지 효과의 인과성을 평가할 때 적절한 방법인 ‘무작위 비교 시험(RCT)’을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도 전했다.
»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음악수업을 받은 어린이 그룹, 시각예술수업을 받은 어린이, 아무런 수업을 받지 않은 어린이 그룹 사이에서 뚜렷한 인지 능력의 차이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출처/ PLoS ONE
두 차례 시험을 진행한 연구팀은 첫 번째 시험에서는 “음악수업을 받은 어린이가 시각예술수업을 받은 어린이보다 더 나은 공간-길찾기 능력을 보였으며 시각예술수업을 받은 어린이가 음악수업을 받은 어린이에 비해 더 나은 시각 형태 분석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잠정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뒤이어 아무 수업을 받지 않은 어린이 그룹과 비교하고 종합하는 2차 시험에서는 그런 효과를 확증할 만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오른쪽 그림 참조). 이 인지 능력 시험에는 4살 아이를 둔 서른두 가족이 참여했다.
논문의 제1저자인 박사과정생 새뮤얼 미어(Samuel Mehr)는 미국 온라인 과학매체 <메디컬 프레스>의 뉴스 보도에서, ‘음악의 인지 능력 향상 효과를 다룬 기존 논문들을 살펴보니, 5편 만이 제대로 된 표준적 시험 방법을 사용해 결과를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기존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엔 신중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5편 중 1편이 긍정 효과를 제시했으나 그것도 1년 동안 음악레슨을 받은 뒤 아이큐(IQ)가 2.7포인트 상승했다는, 통계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아주 작은 효과였다’고 말했다.
미어는 “미국 성인의 80퍼센트 이상이 음악은 어린이 지능을 높인다고 믿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거의 없다”며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일시적으로 공간 인지 능력이 높아진다는 이른바 ’모차르트 효과’를 보고한 예전 <네이처> 논문이 이런 인식에 주로 영향을 주었고, 이 논문이 나중에 반박됐는데도 모차르트 효과는 대중 인식에 널리 퍼졌다"고 주장했다.
그렇더라도 어린이 음악 교육의 의미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어린이한테 음악을 가르치는 것은 음악이 인지 능력 향상에 효과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인류가 자연스레 즐겨온 인간 만의 고유한 문화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어는 “음악은 ‘인간다움’의 의미에 관해 무언가를 알려준다. 어린이한테 음악을 가르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정규 교육으로 음악 활동에 참여하지만, 조기 음악교육이 어린이 인지 발달에 끼치는 효과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연구들은 어린 시절에 받는 음악 훈련과 이후 음악 아닌 분야에 나타나는 인지적 결과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음악교육이 어린이 인지에 주는 효과의 인과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무작위 비교 시험(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방법이 사용된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는 취학전 어린이와 함께 두 차례 RCT를 시행해, 간략한 음악수업 과정의 인지적 효과를 음악 아닌 예술수업의 경우(시각예술수업, 실험1) 또는 아무 수업을 진행하지 않은 경우(실험2)와 비교했다. 일반적인 취학전 예술향상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수업에 참석해 발달과정에 적합한 다양한 예술 활동에 참여했다. 6주 간 수업 뒤에, 우리는 네 가지 서로 다른 인지 영역에서 아이들의 능력(skill)을 평가했다. 예술교육을 받은 나이가 더 많은 학생들은 이런 인지 영역에서 뛰어났다고 보고되고 있는데, 네 영역은 공간-길찾기 추론(spatial-navigational reasoning), 시각 형태 분석(visual form analysis), 수치 분별(numerical discrimination), 어휘 수용성(receptive vocabulary)이다. 시험 초기에 우리는 음악수업을 받은 어린이가 시각예술수업을 받은 어린이보다 더 나은 공간-길찾기 능력을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반면에 시각예술수업을 받은 어린이는 음악수업을 받은 어린이에 비해 더 나은 시각 형태 분석 능력을 보여주었다(실험1). 그렇지만 음악훈련을 받은 경우를 아무런 수업을 받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는 부분적인 재현 시도들에선 이런 발견을 확증할 만한 게 없었다(실험2). 또한 두 실험을 종합한 결과는 부정적인(negative)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볼 때, 음악수업을 받은 어린이는 시각예술수업을 받은 어린이 또는 아무 수업을 받지 않은 어린이와 비교해 어떤 평가에서도 더 나은 수행력을 보여주지 않았다. 우리 연구팀의 발견은 RCT에서는 재현 시험이 필요함을 강조해주며, 음악수업의 인지적 효과에 관한 과거 연구들에서 나온 긍정적인(positive) 발견을 해석할 때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보여준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