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몸 냄새 좇는 모기 후각뉴런 찾아내

이산화탄소 감지 신경세포와 동일, ‘이중의 감지’ 기능

미국 연구팀, '은닉과 유인' 전략활용 냄새분자 찾아내




00mosquitoes1.jpg » '사람이 내는 이산화탄소와 몸냄새는 모기를 부르는 유인물질이다.' 연출된 영상. 글사진/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 보도자료. 둠 속에서도 사람을 잘도 찾아내 피를 빨아먹는 모기.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모기를 유인하는 주된 요인은 우리가 숨쉴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CO2), 그리고 사람 몸에서 나는 냄새다. 비교적 멀리 있는 모기도 이산화탄소를 감지해 몰려오며 사람 주변에선 몸 냄새를 맡아 물 지점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흔히 땀 냄새, 발 냄새는 모기가 좋아하는 냄새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야 모기는 가려움을 남기는 성가신 벌레이지만 열대지역에서는 말라리아나 뎅기열 같은 치명적 질병을 옮기는 벌레다. 그래서 이런 지역에서는 이산화탄소를 풍겨 모기를 유인해 없애는 방식의 전염병 퇴치사업도 널리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외에, 모기가 먹잇감을 찾을 때 사람 몸 냄새는 어떻게 감지해 달려드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갖가지 화학 성분으로 이뤄진 사람 몸 냄새를 맡는 후각 신경은 훨씬 복잡할 것으로 여겨져 이산화탄소 감지 신경과 별개로 존재한다고 인식됐으나 그것이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는 규명되지 못했다.


등잔 밑이 어두웠던 걸까?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 연구팀은 최근 생물학저널 <셀>에 낸 논문에서, 이미 알려진 모기의 이산화탄소 감지 신경세포가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사람 몸 냄새도 감지하는 '이중 감지 기능'을 한다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모기 턱 부위 촉수에 있는 이 후각 신경세포들은 이산화탄소와 더불어 사람의 땀 냄새, 발 냄새도 함께 감지해 자신이 물기 좋은 부위를 찾는다는 것이다. 사람 발 냄새를 풍기는 지점을 향해 모기들이 바람을 거슬러 날아가는지 살피는 이 분야의 일반적 실험에서, 이 신경세포 기능이 억제된 모기들은 일반 모기에 비해 사람 발 냄새를 감지하는 능력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뚜렷이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00mosquito.jpg » 이산화탄소와 사람몸 냄새를 감지하는 모기 후각 신경세포가 있는 턱 부위 촉수(maxillary palps)와 감각모(sensilla). 출처/ 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

그렇다면 이산화탄소뿐 아니라 다른 몸 냄새 분자와 결합해 신경세포 내부의 후각 감지 작용을 일으키는 단백질인 수용체(‘cpA’)가 어떤 냄새 분자와 주로 결합하는지 알아낸다면, 모기를 유인하거나 모기의 후각을 피하는 데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연구팀은 이 수용체 단백질에 열쇠와 자물쇠처럼 쉽게 결합할 수 있는 냄새 분자 물질(리간드, ligand)를 찾아나섰다. 컴퓨터 화학성분 검색방법을 써서, 50만 종의 냄새 관련 분자들을 검색해 이 수용체와 잘 들어맞을 만한 분자 물질 수천 가지를 걸러냈고 다시 대폭 간추려 실제 실험에서 확인하는 방식을 써서 모기의 후각 수용체의 기능을 막거나 촉진하는 냄새 분자 몇 가지를 추려냈다. 이런 냄새 분자를 활용하면 모기의 후각 신경을 억제해 먹잇감인 사람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거나, 후각 신경을 활성화해 모기를 끌어들여 포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일례로 모기의 후각 신경의 기능을 억제하는 냄새 분자로서 에틸 피루브산염(ethyl pyruvate)을, 모기를 유인하는 냄새 분자로 사이클로펜타논(cyclopentanone)을 제시했는데, 모기 퇴치 전략에 '표적'이 될 수 있는 후각 신경세포와 수용체가 확인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냄새 분자가 규명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산화탄소 감지 수용체에 달라붙는 분자(리간드)를 분석해보면, 먹잇감을 찾는 모기의 행동 습성을 이해하는 기초를 얻을 수 있으며, 새로운 방식의 모기 통제 전략으로서 안전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냄새 분자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학 보도자료가 전한 연구팀의 말이다.


“이산화탄소와 몸 냄새를 감지하는 이중 기능의 수용체를 차단하는 냄새는 우리를 은닉해 모기가 찾아내지 못하게 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인 물질로 작용하는 냄새는 모기들을 끌어들여 포집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런 ‘은닉(mask)’과 ‘유인(pull)’ 전략은 서로 보완적인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에서 (질병 매개 모기를 퇴치하는 데) 사람들에 필요한 이상적 해결책과 구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논문 초록(요약)


“치명적 질병을 옮기는 암컷 모기는 사람이 숨쉴 때 내는 이산화탄소나 몸 냄새를 감지해 사람의 위치를 찾아낸다. 몸 냄새를 감지하는 데 필요한 후각 신경과 수용체가 무엇인지는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는 뎅기열 매개 모기(Aedes aegypti)와 말라리아 매개 모기(Anopheles gambiae)에서 이산화탄소 감지 후각 신경세포가 또한 인간 몸 냄새를 감지하는 기능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이 신경세포의 활성이 몸 냄새를 찾아가는 데 중요함을 밝히며, 이 신경세포가 모기 방제의 중요한 표적임을 입증한다. 우리는 컴퓨터 작업을 통해 최대 50만 종의 성분을 검색해 이산화탄소 감지 수용체에 달라붙는 분자(리간드) 몇 가지를 찾아냈다. 거기에는 사람 몸 냄새의 유인을 줄이는 물질(antagonist)도 있고, 이산화탄소처럼 효과적으로 모기를 유인해 포집하는 데 쓰는 물질(gonist)도 있다. 이산화탄소 감지 수용체에 달라붙는 분자(리간드)를 분석해보면, 먹잇감을 찾는 모기의 행동 습성을 이해하는 기초를 얻을 수 있으며, 또한 전세계에 걸쳐 새로운 세대의 모기 통제 전략으로서 잠재적으로 안전하고 쾌적하며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냄새 분자들을 찾을 수 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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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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