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쓰나미 왜 컸나: “단층의 거대 미끄러짐, 연약 점토층 때문”

'일본 대지진' 국제해양시추연구 결산 논문 3편

수심 7km 해저 지층 시추, 암석시료와 온도기록 분석

단층대 마찰열 발산 적어…미끄러운 단층 특성 보여줘 


 


tohoku001.jpg » 일본 동북부 대지진의 역학과 특성을 규명하고자 수심 7킬로미터의 해저바닥을 800여 미터 뚫어 시추시료와 온도기록 데이터를 채집했다. 출처/ JFAST “일본 열도가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
 11일 규모 8.8의 강진과 뒤이은 대형 지진해일(쓰나미)이 일본 도호쿠(동북) 지역을 삼켜버렸다. <엔에이치케이>(NHK)는 밤 10시 현재 사망자가 91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센다이시 와카바야시구 아라하마에서 200~300구의 주검이 한꺼번에 발견됐다고 <교도통신>이 미야기현 경찰을 인용해 보도하고 행방불명자 수가 상당해 사상자는 급증할 전망이다.
 이날 오후 2시46분23초 미야기현 센다이 동쪽 130㎞, 후쿠시마현 후쿠시마 동북동쪽 178㎞ 떨어진 바닷속 깊이 24.4㎞ 지점에서 규모 8.8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 규모로는 일본 관측 사상 최대이며, 지진 에너지로는 1995년 60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한신 대지진의 180배에 이른다.……”

   00HKR.jpg » 한겨레 2011년 3월12일치 7판. 지진 규모는 얼마 뒤 수정돼 "규모 9.0"으로 발표됐다. 출처/ 한겨레


본 동북부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2011년 3월11일 다음날 국내 일간신문은 경악할 만한 참사를 이렇게 전했다 (이후에 지진관측당국은 지진 규모를 수정 발표해 "규모 9.0"이 일본 대지진의 공식 규모다). 사상자는 수만 명으로 늘어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이어져, 참사의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지진은 어떻게 최고 10미터까지 치솟은 거대 쓰나미를 몰고 왔을까?


이후에 일본 동북부 대지진의 관측 기록과 그 과정을 되짚는 여러 연구들이 발표됐다. 지금까지 이뤄진 연구와 관측자료를 종합해, 과학저널 <사이언스> 12월6일치에 실린 글은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태평양판과 북미판이 맞닿은 섭입대에서 일어난) 동북부 지층 파열(rupture)은 20~30킬로미터 깊이 지층에서 시작했다. 파열은 판의 경계부 단층을 따라 모든 방향으로 확산하며 규모 9.0의 지진으로 커졌다. 여러 관측자료를 보면, 해구(trench) 또는 그 인근에서 단층의 미끄러짐(slip)은 50미터를 넘어섰다. 얕은 지층에서 일어난 거대 미끄러짐으로 인해, 판 경계부 단층 위쪽의 경사진 해저바닥은 동쪽으로 빠르게 이동했고, 바닷물에 가해진 갑작스런 요동은 결국에 거대 쓰나미를 초래했다.”

   00tohoku1HR.jpg » 동북부 대지진의 역학을 규명하려는 해양시추연구프로젝트의 시추 지점. 출처/ JFAST

그러면 왜 단층은 50미터나 미끄러졌나? 이런 거대 미끄러짐은 지진 규모 9.0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큰 격변이었다.


“(잘 알려진 기존의) 모형은 수마트라 지진에 나타난 섭입대의 관측자료에 의해 뒷받침되며 여러 대륙 지진들에서 볼 수 있는 바도 이와 비슷하다. 그런 지진들에선 흔히 얕은 곳의 파열이 깊은 곳의 미끄러짐보다 더 작다. 그래서 동북부 대지진의 경우에 얕은 곳에서 거대 미끄러짐이 나타났다는 것은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이런 거대 미끄러짐은 엄청난 규모의 쓰나미를 만들어낸 원인이었고, 그래서 왜 일본 동북부 대지진에선 얕은 지층에서 거대 미끄러짐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중요한 물음 중 하나가 됐다고 한다.


지진이 발생하고 16개월이 지난 무렵에 거대 쓰나미와 대지진의 특성을 규명하려는 ‘일본해구 신속시추 프로젝트(JFAST)’가 국제공동해양시추사업(IODP)의 하나로 국제 연구진이 참여한 가운데 본격화했다. 수심 7 킬로미터 아래의 해저바닥을 1000미터 가까이 뚫어 시추시료를 수집해 분석하고, 단층 미끄러짐의 지진 활동 때 생겼을 마찰열의 흔적을 측정하고자 시추 지점의 온도를 측정해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이런 시추연구의 결과물이 과학저널 <사이언스> 최신호에 3편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국제공동해양시추사업(IODP): 23개국이 참여하는 해양과학 연구사업으로, 주요 연구주제는 해저지각 지구환경 변화, 지진대의 과학적 규명과 이해, 해양지각의 시추와 장기 관측 등이다.

단층(fault): 지질학에서 지각을 이루는 암석에 생긴 균열. 단층은 그 길이가 수㎝~수백㎞에 이르며 수많은 단층들이 수백m의 폭을 지닌 단층대를 이루기도 한다.

섭입대(subduction zone): 오래된 해양저가 대륙 지괴(地塊) 아래로 밀려들어가는 대륙 연변의 해구 지역.

해구(trench): 비교적 좁고 긴 심해저의 움푹 꺼진 지형. (이상 자료/ 국토교통부, 다음백과사전)


이번 연구에선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몇 가지 중요한 단서들이 밝혀졌다. 국제 연구팀은 시추시료를 분석해, 거대 미끄러짐을 일으킨 문제의 단층대가 다른 지역의 섭입대에서 관측되는 것보다 훨씬 얇은 최고 5 미터 두께에 불과한 점, 또한 연약한 점토질(clayey)로 이뤄져 비교적 쉽게 미끄러질 수 있었던 점을 밝혀냈다. 연약한 점토질 층이 쉽게 미끄러질 수 있음은 다른 논문의 실험연구에서도 확인됐다.

00tohoku22HR.jpg » 온도기록계의 설치 과정을 설명하는 그림(왼쪽). 해저바닥에 고정물을 설치한 뒤에 해저지층을 시추해 수십개의 온도기록계를 설치했다. 설치했던 온도기록계 끈을 9개월 뒤 선상에 끌어올려 놓은 모습(오른쪽). 출처/ JFAST

이와 함께 연구팀은 문제의 단층대 밑을 뚫어 여러 깊이에서 온도를 측정해 기록하는 온도기록계를 55개 설치하고서 9개월 뒤에 온도기록계를 모두 회수해 분석했다. 거대 미끄러짐을 일으킨 단층대에 지진 당시에 생긴 마찰열이 다 식지 않아 그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단층대 경계부에서 기록된 온도가 주변 다른 지점의 온도 기록에 비해 섭씨 0.31도가량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을 설명을 담은 보도자료를 보면, 이 정도의 온도차는 지진 당시에 1 평방미터당 2700만 줄(J)의 에너지가 발산됐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마찰열은 예상보다 상당히 적은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에너지는 규모 9.0의 지진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보다 놀랄 정도로 훨씬 적은 것”이라며 이는 단층대가 쉽게 미끄러져 저항 마찰열이 적게 생겼음을 추론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제시했다.

00tohoku10HR.jpg » 북미판과 태평양판의 섭입대와 이번 연구사업으로 시추한 지점을 보여주는 그림. 출처/ JFAST

이번 연구활동에선 수심 7 킬로미터나 되는 해저바닥을 시추하는 까다롭고 힘든 작업에 첨단의 심해저 시추선 '지규(Chikyu, 지구)'가 동원돼 그 과정 자체도 주목받았다. 시추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여러 자세한 자료와 영상은 '일본해구 신속시추 프로젝트(JFAST)'의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참조] ‘시추시료 분석’ 논문(초록)


“대규모 섭입 지진의 역학은 마찰의 성질과 구조, 그리고 판 경계부 단층의 구성(composition)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2011년 동북부 대지진과 쓰나미의 발생원이 된 얕은 단층의 구조와 구성을 보여주는 관측자료를 제시한다. 이 관측자료는 국제공동해양시추사업(IODP) 원정 343/343T의 활동으로 뚫은 시추공에서 나온 것이다. 시추 기간 기록과 시추시료 관찰자료는 판 경계부에 있는 하나의 주요 단층이 시추 지점의 거의 모든 판 간(interplate) 누적 운동뿐 아니라 동북부 대지진 파열이라는 거대 미끄러짐이 일어날 여건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제한된 두께(5 미터 이하)의 대양점토에 가해지는 국지적 변형은 얕은 곳에서 일어나는 지진(천발지진, shallow earthquake)의 명확한 특성이며, 이는 대양점토가 그 지역 내에서 쓰나미를 동반하는 지진에 중요한 제어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참조] ‘온도기록 분석’ 논문(초록)


“미끄러짐이 발생하는 동안에 단층에 가해지는 마찰 저항은 지진의 동역학을 제어한다. 마찰은 지진이 일어나는 동안에 열을 분산한다. 그러므로 지진이 발생한 이후의 단층 온도는 마찰의 정도를 보여주는 단서가 된다. 일본해구 신속시추 프로젝트(국제공동해양시추사업 원정 343/343T)는 시추 온도 관측기를 2011년 3월 규모 9.0의 동북부 대지진이 일어나고서 16개월 뒤 해구 근처에서 50 미터나 미끄러짐을 일으킨 단층을 관통해 설치했다. 9개월 작동 뒤에 (온도 감지 기록) 센서가 달린 줄을 완전하게 회수했다. 판 경계부 단층에 나타난 섭씨 0.31도 편차는 1평방미터당 2700만 줄의 에너지가 지진 당시에 분산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결과에서 나온 마찰계수 0.08은 대부분 암석에 나타나는 안정된 값(static value)에 비해 상당히 작은 것이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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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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