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의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

생물학 연구의 모델동물인 ‘예쁜꼬마선충(별칭 엘레강스)’을 연구하는 다섯 명의 젊은 연구자들이 발생과 진화를 비롯해 생물학의 굵직한 주제를 담은 최신 논문을 소개한다. 실험실 안과 밖의 진지하고 유쾌한 소통을 시작한다.

'종 계보' 잇는 불멸의 생식세포 특징, 체세포에 출현하면

다른 길, 다른 운명의 체세포와 생식세포


…이렇게 보면 노화와 죽음은 결국 다세포 생명이 진화하던 초기에 자연선택에 의해 생겨난 부산물로 볼 수 있습니다. 요점을 정리하면, 생식세포는 분화를 하지 않고 생식의 순간을 기다리며 자기복제를 위한 일을 담당하고, 체세포는 조직의 특화된 형태로 분화하여 생식세포의 복제를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상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체세포를 자신이 영원불멸한 생식세포라고 속일 수 있다면? 즉 생식세포와 체세포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까요?

00germ3.jpg

이번 글의 주제 논문


Curran SP, Wu X, Riedel CG, Ruvkun G., A soma-to-germline transformation in long-lived Caenorhabditis elegans mutants, Nature 2009 Jun 25;459(7250):1079-84. doi: 10.1038/nature08106. Epub 2009 Jun 7.



00germ1.jpg » 그림 조선왕조의 가계도. 출처 http://ogh.kr/73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


다들 아시겠지만 리듬 있는 위 문구는 조선 임금의 앞글자를 따서 왕조 족보를 쉽게 외울 수 있게 정리한 가사입니다. 아마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가계도이겠지요. 제가 비록 제 집안의 족보나 가계도는 외울 수 없지만 이씨 조선 왕들과 우리 조상의 생물학적 공통점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세대마다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 수천 번, 수만 번의 수정란을 거쳐 태어났습니다. 심지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살수대첩 같은 전쟁을 겪으면서도 난자와 정자가 결합했기에 제가 여기 있을 수 있습니다. 조상님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지는군요.


이씨 조선의 가계도를 들여다보면 당연하게도 이씨의 성이 끊기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 왕조 족보가 특정한 성씨를 지닌 남자의 정자를 따라 기록되기 때문입니다. 단군신화를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조상님들이 이어온 정자나 난자의 기나긴 가계도를 거슬러 올라가면 고조선의 단군 할아버지가 나올 것입니다. 따라서 현대 생물학으로 밝혀진 다윈 진화론에 의하면 성씨가 무엇이든, 양성을 쓰든, 노비 문서를 불태우고 성씨를 사왔든, 여러분과 저는 성씨에 상관없이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먼 친척입니다.


이를 생물학적으로 확장해 생각해보면, 현재 숨쉬는 모든 생명체는 최초의 단일 생명체가 진화한 뒤 그것의 계보를 이은 후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분자생물학적인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는 단일 조상을 가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런 추론이 가능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공통 조상을 갖는다니 또 다시 가슴이 뭉클해지는군요.



다세포 생명의 기원과 생식세포

00dot.jpg

동물 세포를 들여다보면 세포들의 가계도를 볼 수 있습니다. 동물은 수정란이라는 단일 세포가 여러 세포로 분열하여 몸을 만듭니다. 하나의 수정란이 분열해 딸세포를 만들어내는데 일부는 몸을 이루는 체세포가 되고 일부는 후손이 되는 생식세포가 됩니다. 예쁜꼬마선충의 몸은 959개 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포들의 계보(cell lineage)가 모두 밝혀져 있습니다. 그리고 수정란이 다음 세대의 수정란이 되기까지 생식세포만을 쫓아가면 생식세포의 계보, 즉 생식선(germline 혹은 germ cell lineage)이 그려집니다

00germ2.jpg » 그림 예쁜꼬마선충의 생식선

식선을 체세포와 분리하여 생각한다면, 생식선은 불멸입니다. 여러분이 바로 한 번도 죽지 않고 복제에 성공한 생식선의 결과물이자 증거입니다. 체세포는 생식선의 번식을 위해 잠시 입었다 불필요해지면 버릴 수 있는 껍데기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가 주장했듯이,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몸은 생식세포의 성공적인 복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생식세포를 보호하는 택배차량(vehicle)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 택배차량은 아주 정교하고 복잡하고 아름답지만 택배를 마치면 버려지는 일회용 차량입니다. 이 관점에 의하면 닭은 달걀을 위해서 택배차량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므로 달걀이 닭보다 먼저라고 결론 내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맥반석 구이 달걀이든 통나무 바비큐 치킨이든 모두 같은 유전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생명체는 영원히 살 수 있는 잠재 능력을 갖고 있는 셈인데, 왜 체세포는 스스로 그런 능력을 쓰지 않고 노화를 거쳐 죽음을 맞이하는 것일까요? 체세포와 생식세포는 서로 악마의 계약이라도 한 것일까요?


체세포의 죽음을 이해하기 위해 체세포와 생식선의 분화가 최초로 나타난 시기로 돌아갑시다. 먼저 과거에 다세포 생명체가 어떻게 출현했는지에 대한 가설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최초의 시기’ 당시에는 모든 생명체가 촌스러운 단세포였습니다. 이 단순한 단세포 생명체에는 딱히 죽음이나 노화의 개념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세포가 두 개의 세포로 분열한 즉시 딸세포가 되기 때문입니다. 모세포가 딸세포가 되기 때문에 죽음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명의 나무를 거슬러 올라가 이제 막 새로운 스타일의 세포가 출현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세포는 특이하게도 세포분열을 마치고도 세포벽이 떨어지지 않아 딸세포들이 서로 떨어지지 않고 뭉쳐 다닙니다. 드디어 솔로 가수 중에서 여러 명이 떼를 지어 다니는 아이돌 그룹이 나타난 것입니다. 세포 분열이 계속되어 그것은 기다란 실 형태나 동그란 구 형태를 띠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연속된 딸세포들은 아직 진정한 다세포 생물이 아닙니다. 기능적 분화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한 군체의 상태입니다. 이 군체는 잔잔한 물에서는 계속 성장하다가 크기가 커진 상태에서 파도가 세게 치면 분리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퍼져 나갔을 것입니다.

00germ3.jpg » 그림 다세포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가설. 출처 위키피디아.

이런 군체 중에서 세포 분화를 통해 분업을 하게 되는 군체는 더 많은 자손을 남겼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세포는 헤엄치는 기능에 특화되거나 어떤 세포는 생식에 자원을 집중한다면 다른 군체보다 더 효율적으로 자손을 퍼뜨렸을 것입니다.


나중에 생식을 담당하는 원시적인 생식세포들이 군체 안쪽으로 들어가 외부 환경에서 분리되어 더 효율적으로 보호받았을 것입니다. 생식세포는 다음 세대에 전달해야 할 유전정보가 손상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보호하고 진화에 유리한 기구들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을 것입니다. 기능적 분화가 일어난 세포들이 서로 협력하여 특정 세포의 분열을 돕는 군체가 진정한 최초의 다세포 생물이었을 것입니다.



체세포의 운명, 노화와 죽음

00dot.jpg

체세포의 입장에서 보면, 생식을 특정 세포들만 하게 되었다는 것은 체세포들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세포분열을 하지 않고 남아 있는 체세포들이 영원히 살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노화가 없는 생명체일지라도 천재지변이나 포식, 감염 등 외부 원인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연선택’은 모든 세포가 건강한 다세포 동물보다는 생식의 시점에서 체세포의 자원을 끌어다 생식세포에 투자하는 생명체를 더 선호했을 것입니다. 에너지가 많이 들지만 생식을 하지 않는 체세포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생식에 더 투자하는 것이 유리했을 것입니다.


렇게 보면 노화와 죽음은 결국 다세포 생명이 진화하던 초기에 자연선택에 의해 생겨난 부산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때부터 생식선은 끊임없이 분열하기 시작했고, 체세포는 덜 분열하는 대신 생식세포의 분열을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분업의 핵심은 약속 혹은 계약이 파기되지 않도록 하는 강제력에 있습니다. 계약에 참가한 구성원이 배신을 하여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전체가 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약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자기복제라는 공동의 욕망을 위해 갑(생식세포)과 을(체세포)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 협의한다. 갑은 생식을 거치지 않은 채 체세포로 분화하지 않으며 을은 분화된 상태에서 자기복제를 하지 않는다.“


식의 단위가 단세포 수준까지 이르며 작으면 작을수록 유리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돌연변이를 가진 다수의 생식세포가 하나의 개체를 만들어낸다면 개체에 해가 되는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들이 도태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연선택은 단 하나의 세포로 생식하는 것을 선호하게 된 것입니다. 하나의 세포로 태어난 다세포 생명체는 돌연변이를 갖고 태어난 경우, 효율적으로 선택되거나 사라졌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다세포 동물 개체는 하나의 세포로 발생하며 한 개체 안의 모든 세포가 동일 유전정보를 갖는 것입니다(유전체 동일성, genomic equivalence).


위의 계약 내용이 파기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체세포가 생식세포의 복제를 돕지 않고 자기복제를 시작한다면 암이 됩니다. 암이라는 병은 체세포가 제멋대로 분열해서 전체 개체의 기능을 방해하여 생존을 위협하는 질병입니다. 반면에 생식세포가 정상적인 생식과정을 거치지 않고 분화를 시작하면 기형종(teratoma)이 되기도 합니다. 기형종은 이빨이나 털, 연골, 심지어 태아의 형태를 띠기도 합니다. 생식세포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전형성능(totipotency)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수하는 체세포의 비결은?

00dot.jpg

지금까지 우리는 생식세포와 체세포의 관계에 대해 조금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요점을 정리하면, 생식세포는 분화를 하지 않고 생식의 순간을 기다리며 자기복제를 위한 일을 담당하고, 체세포는 조직의 특화된 형태로 분화하여 생식세포의 복제를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체세포를 역분화해 복제양 '돌리'와 같은 완벽한 개체를 탄생시키거나,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해 돼지 몸에서 인간 장기를 만들어 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상상을 해볼 수 있습니다. 만약 체세포를 자신이 영원불멸한 생식세포라고 속일 수 있다면? 즉 생식세포와 체세포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면 우리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늘 소개할 논문은 2009년 <네이처>에 발표된 “장수하는 예쁜꼬마선충에서 관찰된 체세포의 생식세포화”라는 제목의 논문입니다. 이 논문에서 미국 과학자 쿠란(Curran) 등 연구진은 예쁜꼬마선충의 장수 돌연변이체가 체세포에서 생식세포에만 발현되는 유전자들을 발현시키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역으로 이 유전자들을 체세포에 발현시키면 예쁜꼬마선충의 수명이 증가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00germ4.jpg » 그림 PIE-1 유전자는 생식선에서 발현된다.(사진 밑) 4세포기의 예쁜꼬마선충의 알. 오른쪽 세포가 생식세포의 전구체이다. 이전 연구에서 밝혀진 것에 의하면 수명이 가장 크게 증가한 예쁜꼬마선충 돌연변이체는 인슐린 신호전달 기작(insulin-like signaling)에 일어난 돌연변이체였습니다. 인슐린 신호전달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예쁜꼬마선충의 체세포에서는 병원균에 대한 면역반응이 증가하고 아르엔에이 간섭 현상(RNA interference)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르엔에이 간섭은 예쁜꼬마선충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인슐린 신호전달 돌연변이체에서 아르엔에이 간섭 현상이 증가한 것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또한 아르엔에이 간섭 현상을 통해 생식세포가 체세포로 분화하는 것이 억제되었습니다.


생식세포만 따로 떼어놓고 생각한다면 생식세포와 장수 돌연변이체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지닙니다. 둘 다 수명이 길고 스트레스에 저항성이 있고 아르엔에이 간섭 현상이 증가해 있습니다. 이런 관련성을 생각하면 장수하는 돌연변이체에 나타나는 체세포의 생식세포적 특징 때문에 이들이 장수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 가설이 틀린다면 장수 돌연변이체들이 지닌 생식세포의 특징은 단지 돌연변이의 부산물일 수도 있습니다.

 


생식세포의 운명을 점지하는 유전자

00dot.jpg

00germ5.jpg » 그림 생식세포의 운명을 결정짓는 PIE-1의 발현양상이 장수하는 예쁜꼬마선충에서 증가됨.. 야생형 왼쪽, 장수하는 예쁜꼬마선충 오른쪽.

예쁜꼬마선충에서 생식세포의 운명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PIE-1입니다. 이 유전자가 망가지면 생식세포가 될 세포들이 모두 체세포의 운명을 지니게 됩니다. 이 유전자가 망가진 돌연변이 개체는 내장(intestine)과 인두궁(pharynx)에 과도한 수의 세포를 지니게 됩니다. 그래서 이 유전자의 이름이 ‘내장과 인두궁 초과(pharynx and intestine excess)’의 영어 줄임말인 PIE-1입니다. PIE-1이 망가지면 세포가 체세포 운명을 갖게 되니 PIE-1의 본래 기능은 체세포의 운명을 생식세포로 이끄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PIE-1 유전자는 생식세포의 운명을 지닌 세포들, 즉 생식선에서 발현됩니다


00germ6.jpg » 그림 체세포에서 오발현되는 유전자들은 실제로 수명에 영향을 끼친다. X축: 기능이 억제된 유전자, Y축 수명의 증가, 감소 폭 란 연구팀은 원래 야생형에서 생식세포에만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진 PIE-1의 발현 양상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예상대로 야생형 예쁜꼬마선충에선 PIE-1이 생식세포에만 발현되었습니다. 그러나 장수하는 돌연변이체에서는 PIE-1이 체세포에서도 잘못 발현(오발현, misexpression)되고 있었습니다. 체세포들이 자신이 생식세포라고 착각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단지 오래 사는 결과로 나타나는 부산물일까요? 아직 PIE-1의 발현이 수명 증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다음 실험은 장수하는 돌연변이체에서 이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해보는 것입니다.


장수하는 돌연변이체에서는 체세포가 자신이 생식세포가 된 줄 착각하여 PIE-1의 생식세포 유전자를 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해보니 장수하는 돌연변이체의 수명이 감소했습니다. 즉 이 유전자는 장수하는 돌연변이체의 수명이 증가하는 현상에 필요한(necessary) 유전자인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00germ7.jpg » 그림 cct-6 유전자의 기능을 억제하여 생식세포 유전자를 유도한 실험결과 그렇다면 반대로 생식세포에만 발현되는 유전자를 야생형의 체세포에다 발현시킨다면, 이런 식의 형질 전환 예쁜꼬마선충은 더 오래 살 수 있을까요? 쿠란 연구팀은 cct-6라는 유전자를 억제하면 야생형의 체세포에서 생식세포의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이 예쁜꼬마선충의 수명도 증가한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따라서 몇 가지 유전자를 조절하여 체세포를 생식세포화 하면 수명을 연장 시킬 수 있다는 가설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이들의 연구로 장수하는 예쁜꼬마선충에서는 체세포가 생식세포의 특징도 지니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특징이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수명 증가에 필요한 요소라는 점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모든 생식세포 유전자들이 수명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별도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어떤 생식세포 유전자들은 수명을 감소시키기도 합니다. 이 논문이 발표되고 1년 뒤에 나온 초파리 연구 결과에서는 생식세포 유전자들이 암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생식세포의 유전자가 정교하게 조절돼야 함을 강조하는 연구입니다. 수명 연장과 암은 아직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 * *


리의 생식세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분열을 멈추지 않고 종의 생명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반면 체세포로 이뤄진 우리 몸과 정신은 한 번 쓰면 버려지는 일회용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런 계약 관계가 진화한 것은 생식세포를 최대한 유리하게 복제하기 위한 방법이었습니다.


이런 계약관계가 더욱 극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진사회성 생물인 개미나 벌이 그 예입니다. 아시다시피 개미와 벌은 생식의 분업이 체세포를 넘어 개체의 수준에 이른 종입니다. 여왕개미는 마치 거대한 생식세포처럼 생식만을 담당하며 일꾼 개미들은 거대한 체세포처럼 생식을 포기하고 묵묵히 일을 합니다. 얼마 전 한 과학자가 인간도 진사회성 동물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특정한 집단만이 자손을 낳을 수 있는 사회라면 인간은 진사회성 동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삼포세대라는 말이 나오는 지금 진사회성 사회가 사실상 도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하면서도 우울한 생각도 잠시 해봅니다.


참고한 논문



Bonner, John Tyler, The Origins of Multicellularity, Integrative Biology: Issues, News, and Reviews 1 (1): 27–36, 1998.


Janic A, Mendizabal L, Llamazares S, Rossell D, Gonzalez C., Ectopic expression of germline genes drives malignant brain tumor growth in Drosophila, Science. 2010 Dec 24;330(6012):1824-7. doi: 10.1126/science.1195481.


서범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박사과정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서범석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유전과 발생 연구실, 박사후연구원
‘유전과발생’ 실험실에서 예쁜꼬마선충의 텔로미어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2015년 가을 이후 박사후연구원). 예술에 관해 무관심하다 우연히 들른 갤러리에서 예술이 주는 낯선 느낌에 반하게 되었다. 과학과 예술의 창작과정에 관심이 많다. 길고양이 홍시와 반시를 키우고 있으며, '엘레강스 펜클럽' 연재 글을 쓰기도 했다.
이메일 : phybio@snu.ac.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굶주리면 춤추는 꼬마선충의 비밀굶주리면 춤추는 꼬마선충의 비밀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이대한 | 2014. 12. 22

    다우어 유충의 춤사위, '닉테이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동화에서 애벌레들은 서로를 타고 넘으며 거대한 탑을 만들어 냅니다. 애벌레들은 탑 꼭대기에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처절하게 꼭대기를 향해 기어오르죠. 실제로 야생에...

  • 잠자는 1mm 꼬마선충, '꿈'이라도 꾸는 걸까?잠자는 1mm 꼬마선충, '꿈'이라도 꾸는 걸까?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최명규 | 2014. 10. 06

    잠의 생물학잠을 자는 동안 신경들이 제각기 활성화하는 것을 보면, 이 현상은 예쁜꼬마선충에게 일종의 꿈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꿈은 프로이트 이후에 무의식과 욕망의 발현이라고 여겨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부분을 모르고 있...

  • 마음의 작동을 보는 '신경망 시각화 기법' 어디까지마음의 작동을 보는 '신경망 시각화 기법' 어디까지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이대한 | 2014. 09. 15

    '신경세포와 그 작동을 보다'칼슘은 우리 몸에서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기본 원소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칼슘의 중요한 쓰임새는 그뿐이 아닙니다. 칼슘은 신경망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매개 물질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

  • 바이러스와 인간, 경쟁과 공존의 경계에서 만나다바이러스와 인간, 경쟁과 공존의 경계에서 만나다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성상현 | 2014. 08. 12

    인간유전체 속에 숨어 있는 바이러스의 비밀생명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도 인간은 바이러스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공격받고 있습니다. 인간은 바이러스를 정복할 수 있을까요? 이번 글에서는 단순한 질병학을 넘어 바이러스와 인간 사이에 벌...

  • '길들여짐'의 슬픈 유전학'길들여짐'의 슬픈 유전학

    논문 읽어주는 엘레강스 펜클럽최명규 | 2014. 07. 07

    '실험실의 모델동물'사실 작물 재배나 목축을 통해 사람이 다른 생물의 유전체에 인위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인류 역사에서 아주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목축업자가 아닌, 생물학자들도 그런 일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실험실에서도 비슷한 종류...

자유게시판 너른마당

인기글

최근댓글

트위터 팔로우

sub2 untitl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