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자진철회를 보는 엇갈린 두 시선

한국인 저자 참여한 미국 연구팀, 논문 2편 잇따라 철회

“실험균주 일부 뒤섞인 사실 뒤늦게 발견…재현 어려워”

미국선 “할 일 했다” 격려, 국내선 “연구부정 의혹” 비판


00riceplant.jpg » 병원균에 맞서는 벼의 저항성 단백질의 면역반응 메커니즘과 관련한 연구논문 2편이 철회되면서, 최근 국내외에서 여러 논란이 이어졌다. 사진/ Wikimedia Commons


근 한국인 연구자들이 주요 저자로 참여한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 패멀라 로널드(Pamela Ronald) 교수 연구팀의 옛 논문 2편이 잇따라 철회되면서, 미국과 한국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일부 전문매체는 논문 저자들이 논문의 오류를 스스로 밝혀 논문을 자진 철회했다며 호의적 반응을 보였으나, 국내 매체와 여론에선 연구부정 의혹이 제기돼 저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이었다. 분자식물학 분야에서 꽤 알려진 로널드 교수가 교신저자(책임저자)로 참여해 2009년과 2011년에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플로스원(PLoS ONE)>에 각각 낸 논문 2편을 자진철회한다고 저자들이 이 저널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저자들은 공지에서 논문 철회의 이유와 관련해 ‘우리 연구실에서 후속 실험을 수행하는 과정에 이 연구에 쓰인 균주들(PXO99Δax21)이 다른 균주들과 뒤섞였던 사실을 발견했다. 올바른 균주가 사용됐는지 확신할 수 없기에 이로 인해 논문 일부 내용의 유효성은 훼손된다’고 말했다(플로스원 논문 철회 공지). 두 논문의 교신저자는 연구실 책임자인 로널드 교수였으며, 2009년 사이언스 논문엔 6명 공저자 중에서 한국인 저자 2명이 공동 제1저자로, 다른 2명이 제3, 제4 저자로 참여했다. 2011년 플로스원 논문엔 공저자 7명 중에서 한국인 2명이 공동 제1저자(3명)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국내에서 일고 있는 논란은 교신저자보다는 주요 저자로 참여한 한국인 연구자들을 향해 일고 있다.



주목받던 논문, 철회된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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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학계에서 주목을 받았다는 두 논문이 철회 결정에 이른 과정은 어떠했을까? 로널드 교수가 미국 과학매체 <아메리칸 사이언티픽>의 블로그에 쓴 글, 그리고 이를 취재해 보도한 미국 생물학 전문매체 <더 사이언티스트>의 보도 등을 통해 그 과정을 되짚어본다.


글을 보면, 로널드 교수 연구실은 1995년 잎마름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인 ‘벼흰빛잎마름병균(크산토모나스속, Xanthomonas oryzae)’에 맞서 벼에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엑스에이21(XA21)’이라는 단백질(유전자)을 벼에서 찾아냈다. 이 단백질(유전자)이 벼에 있으면 흰빛잎마름병균이 침입할 때 면역반응을 촉발해 벼의 저항성을 높인다는 것인데, 여러 종의 병원균들에 나타나는 물질의 패턴을 인식해 면역반응을 촉발하는 이른바 ‘패턴인식단백질’(pattern recognition receptors, PRRs)로 주목받았다. 비슷하게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단백질들이 사람, 쥐 등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이 연구는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의생물학 논문정보 데이터베이스인 ‘퍼브메드’에서 XA21로 검색하면 많은 연구물을 볼 수 있다.


그러면 벼에서 XA21의 작동 스위치를 켜는 병원균의 인자는 무엇일까? 그 메커니즘이 균주와 기주식물(벼) 사이에서 밝혀지지 않은 터라 오랜 후속 연구가 이 실험실에서 진행돼 왔다. 이번에 철회된 2009년 사이언스 논문이 이런 후속 연구의 성과였다.


한국인 연구자 2명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2009년 논문은 병원균에 있는 특정 단백질(‘Ax21’, Activator of Xa21) 조각(ligand)이 수용체 단백질(receptor)인 XA21에 열쇠와 자물쇠처럼 들어맞아 결합할 때 비로소 XA21의 면역반응 과정이 촉발되고 저항성이 생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즉 병원균에 있는 Ax21 물질이 기주식물의 저항성 스위치를 켜는 물질로 떠올랐다. 이어 2011년 플로스원 논문은 이 단백질이 ‘정족수 감지(quorum sensing, *개체 밀도가 일정수 이상일 때 반응하는 것)’ 시스템를 작동하는 인자가 될 수 있음을 밝혀 좀 더 세부적인 메커니즘을 확인해냈다.


이어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쌍떡잎식물 모델인 애기장대에서 Ax21의 기능을 비슷하게 규명해 2011년 <미국과학아카데미 회보(PNAS)>에 발표했다(로널드 교수와 한국인 연구자도 공저자로 참여했으나 실험 설계와 진행은 하버드대학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또 중국 대학 연구팀도 Ax21에서 유래한 단백질 조각(펩티드)이 벼의 저항성을 유도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는 등 여러 후속 연구가 발표됐다.


런데 지난해에 뒤늦게 2009년과 2011년 논문의 문제가 발견됐다. 로널드 교수는 자신의 글에서 “실험실에 새 연구원이 들어오면 자기 연구를 하기 전에 먼저 균주와 볍씨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데, 이 과정에서 새 연구원들이 이전 연구에서 두 가지 주요 문제를 발견했다”며 “첫째 균주에 붙인 표식(labelling)이 잘못됐고, 둘째 애초 얻은 연구결과가 매우 가변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과 2011년 논문의 실험 결과가 일관되게 재현되지 않았으며,  그 원인은 잘못 분류돼 뒤섞인 균주를 사용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더 사이언티스트> 보도를 보면, 이런 사실을 처음 인지한 시기는 지난해 6월 무렵이었다.


XA21의 지위에는 아무 영향이 없었지만, XA21에 결합해 면역반응을 촉발하는 열쇠로 여겨진 Ax21 물질의 지위는 흔들리게 되었다. 로널드 교수는 이후에 논문의 오류를 최종 확정하기까지 여러 실험과 조사를 벌였으며 결국 “애초 (논문으로) 발표한 특별한 효과를 일관되게 재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논문 오류를 공개했다. 국제식물면역학회에서 그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오랜 동안 진행된 XA21 관련 연구 프로젝트를 리뷰하면서 Ax21과 관련한 실험에서 잘못 표시된 균주가 사용된 것이 발견돼 재현 실험을 하고 있으나 애초 결과와는 다른 결과를 얻고 있다며 논문 철회를 시사했다. 로널드 교수를 비롯해 공저자들은 올해 9월과 10월 플로스원과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 2편을 철회한다고 해당 학술저널을 통해 공지했다.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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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철회 이후에 식물면역학계 전문가들의 반응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미국과 한국의 몇몇 언론매체가 이번 논문 철회 사실을 다루어 보도했으나 그 보도 태도는 달랐다.


국에선, 주요 언론매체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논문철회 전문보도 매체인 <리트랙션 워치>와 생물전문 잡지 <더 사이언티스트>가 이번 논문 철회를 자세히 다루었다. 리트랙션워치는 플로스원과 사이언스 논문이 철회될 때마다 9월10월 두 번에 걸쳐 “해야 할 올바른 일(right thing to do)”을 한 것이라며 로널드 교수가 논문 오류를 스스로 파악해 자진 철회 결정을 내린 데 대해 격려성 평가를 했다. <더 사이언스티스트>의 보도는 논문 철회의 배경과 과정을 대체로 담담하게 서술하면서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이 사안을 전했다.


반면에 국내에선 상당한 파문을 불러왔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의 게시판에는 논문 철회에 관한 자세한 소식들이 전해졌고 철회 논문의 주저자로 참여했으며 현재 국내 대학 교수로 임용된 한국인 연구자들에 의혹과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논문조작 의혹, 연구부정 의혹을 제기하거나 교수 임용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가 큰 흐름을 이루었다. 일부에선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의혹과 비판은 자제해야 한다는 반응도 나타났다.


연구부정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대체로 △균주 표시가 잘못돼 뒤섞였다는 것은 믿기 힘든 단순한 실수이며 △그런 단순 실수가 2009년과 2011년 논문에서 되풀이됐다는 해명도 믿기 힘들기에, 적극적 해명과 후속 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교수 임용 당시 업적으로 평가된 논문이 철회됐으므로 임용 평가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수의 신중론은 △논문 오류를 발견하고 자진 철회하는 것은 정상적 과학활동의 과정이며 △의도적 조작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재판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전문가시스템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런 가운데 국내 일부 언론매체들이 논문 철회의 배경에 한국인 연구자들의 연구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을 기정 사실로 삼는 듯한 보도를 내보내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한 일간 신문은 “한국 과학자 저명 논문 2편 조작 파문"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두 한국인 연구자가 주저자로 참여한 논문이어서 국내 학계는 충격에 빠졌다. …이번 논문 철회를 두고 ‘제2의 황우석 사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에는 이전의 국내 논문조작 사례를 일지 형식으로 정리한 “논문 조작 일지” 제목의 도표까지 곁들여 실었다.
 

다른 방송매체도 역시 “한국 과학자 논문 2편 또 조작...논문 철회”라는 제목으로 논문조작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하는 보도를 했다. 이 매체는 “우리나라 과학자가 제1저자로 참여해 국제 저널에 실린 논문 2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방송매체는 이보다는 완화된 표현을 썼지만 “한국 과학자, 사이언스 등 2편 논문 조작 논란” 제목으로, “생명과학계에서는 실험이 재현되지 않는다면 논문 조작이라고 보고 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이 기사들은 논문에 실린 데이터의 조작, 영상의 조작처럼 입증할 수 있는 근거나 추정할 수 있는 유력한 정황적 사실 근거라도 따로 제시하지는 않았으며, 논문 철회 자체가 곧 연구부정 또는 논문조작의 결과물인 듯이 인식하는 경향성을 보여주었다.


한편, 유전자변형작물(GMO) 연구에 대해 비판적인 단체가 운영하는 <인디펜던트 사이언스 뉴스>라는 매체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로널드 교수가 오로지 내부에서 문제를 인지해 자진해 용기 있는 행동을 한 것처럼 미국의 일부 언론매체가 보도했지만, 로널드 교수가 참여한 미국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낸 Ax21 관련 논문에 대해 지난해 독일 연구팀이 ‘시료의 오염 가능성’ 등을 제기한 바 있으며, 이에 로널드 교수가 하버드대학 연구팀과 함께 반박 논문을 낼 정도로 실험실 바깥에서도 무언가 문제 제기를 이미 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뛴 게 아니라 떠밀린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의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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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매체와 브릭 게시판에서 여러 의혹과 의문이 제기되었으나 정작 저자들의 목소리는 잘 들을 수 없었다. 이에 연락이 닿은 논문의 주요 저자들한테 이런 의혹과 의문에 관해 물었다. 저자들은 여러 관련 자료를 제시하며 비교적 자세하고 진지하게 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음은 저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에서 일부를 간추린 것이며 충분히 반론의 기회를 마련하고자 될수록 자세히 담고자 했다.


자들은 2009년과 2011년 논문에서 같은 실수가 어처구니없이 되풀이돼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해 “충분히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당시 같은 실험실에 있던) 태국 연구원을 의심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려는 뜻이 아니라 당시 진행된 사실만을 말하겠다”며 다음과 같은 해명을 전해왔다.


저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태국 연구원(박사과정, 현 태국 대학 교수)은 당시에 흰잎마름병균의 전사체(* 발현된 모든 RNA의 총합) 분석을 수행하고 있었다. 2009년 논문의 기초가 된 ‘가설적 단백질’(나중에 ’Ax21’로 명명) 후보의 아이디어가 랩미팅에서 발표될 때, 태국 연구원은 이미 전사체 분석을 바탕으로 이 유전자의 발현 억제 돌연변이를 만들어 놓은 상태였고 표현형질 실험도 마친 상태였다고 한다. 태국 연구원이 수행한 피시아르(PCR) 분석을 통한 유전형질 분석 결과를 보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돌연변이 균주를 분양받아 사용했고, 사이언스 논문의 저자들과 플로스원 논문의 저자들이 모두 이렇게 만들어진 균주에서 계대배양된 균주를 분양받아 실험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한국 출신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온 외국 연구자를 포함해 여러 사람들이 검증 없이 (잘못 표시된 균주를) 공유했던 데에서 야기된 잘못이었다”며 “(태국 연구원의 당시 잘못은) 실수이지 조작 의도를 갖고서 오염시킨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브릭 게시판엔 로널드 교수가 지난 4월 국제학회에서 논문의 오류를 공개하며 한국인 연구원의 잘못을 질책하듯이 발표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의 내용을 저자들한테 물어보았고, 저자들은 나중에 게시물을 확인한 뒤 해명의 글을 보내왔다. 저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발표 전에 로널드 교수는 관련 연구자들과 ‘최종판(final version)’ 발표자료를 참조용으로 공유했다고 한다. 그 발표자료는 XA21의 기능을 촉발하는 물질을 찾으려는 오랜 연구 프로젝트를 리뷰하면서 최근 연구인 2009년과 2011년 논문도 함께 다뤘다. 이전 연구결과의 오류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이전 연구결과의 데이터 그림이 화면에 등장하고, 이어 다음 페이지에서 그 데이터 그림이 오류로 드러났다는 설명과 함께 그 그림 위에 엑스(X) 표시가 그려졌다. 이전 연구에 오류가 있었음을 시각적으로 표시하는 형식이었다. 로널드 교수는 뒤이어 디른 페이지에서 “(따라서) Ax21가 XA21과 결합하는 물질(ligand)이 아니거나, XA21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종류의 물질과 결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설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저자들은 “(당시 엑스 표시는) 가설하고 주장했던 부분이 틀렸음을 표시하는 내용”이라며 당시 연구원들이 조작했음을 뜻하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물음으로, 왜 수정 논문을 내지 않고 논문 자체를 철회할 수밖에 없었는지 물었다. 지난해 6월 무렵에 문제를 처음 인지했다면 올해 4월 식물면역학회에서 처음 오류를 공개하고 이어 9월과 10월 학술저널에 논문 철회를 공표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있었는데, 잘못된 논문을 대체하는 다른 논문을 왜 내진 못한 걸까?


이에 저자들은 “(1995년 XA21 유전자를 발견한 이래) 13년 넘게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진행되어 온 일의 문제점을 찾는 데 그 기간이 짧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저자들의 말을 들으면, 1년 넘는 기간에 여러 일이 진행됐으면서도 논문 철회 결정한 이유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009년 논문의 경우 우리가 동정하고 주장했던 가장 중요한 내용인 Ax21이라는 단백질이 XA21이라는 벼의 수용체로 하여금 저항성을 갖게 하는가에 대해 확신할 수 없게 되었으며 아직도 진행 중인 다른 과학자들이 잘못된 길로 나아가지(misleading)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2011년 논문은 제대로 된 Ax21의 표현형질에 대한 결과가 아무리 같은 표현형질로 나온다 해도 잘못된 균주의 사용에 의한 결과가 포함돼 있기에, 다시 재현된다 해도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 로널드 교수의 판단이었고 우리 저자들도 이에 동의하게 된 것이다.”


지엠오 비판단체의 매체인 인디펜던트 사이언스 뉴스의 비판과 관련해선, “하버드 연구실과 경쟁관계에 있는 독일 연구 그룹이 실험 재료의 오염 가능성을 제기했고, 이에 하버드 연구실은 질량분석(Mass spectrometry) 등 기법을 이용해 합성된 펩타이드(Ax21)가 오염되지 않았고 여전히 그 기능이 애기장대에서 유효함을 반박 논문으로 다시 증명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자들은 논문 철회 과정과 그 이후에도 로널드 교수와 관계에서 아무 문제가 없으며 최근에도 공동연구를 협의하는 서신을 주고받았다며 서신 일부를 보여주었다. 저자들은 “이번 논문 철회로 인해 다른 리뷰 논문에서 우리가 언급한 가설과 모델에도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어 현재 모델에 대한 수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들은 오히려 로널드 교수가 ‘국내 저자들이 논문 오류를 조사하는 데 매우 열심히 참여했으며 다른 논문들에선 아무 문제가 없으며 앞으로 공동연구를 계속하며 지지할 것’이라는 이른바 ‘지지 서한’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실험이 실제 수행되었던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에서는 논문 철회 건과 관련해 아무런 위원회나 조사를 수행하지 않고 있다”며 “그런데 국내에선 별다른 근거 없이 논문조작 의혹이 일부 언론매체에 보도돼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고 호소했다. “우리가 무슨 말을 한들 객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자기 자리를 지키고자 발버둥치는 사람으로 비쳐질 수 있을 테니까요. 논문 자진철회에 대해 의도적인 부정이라며 무책임하게 확대 왜곡하는 언론 행태와 익명 글들에 큰 자괴감을 느낍니다. 학자적 양심과 명예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재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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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의 해명이 실체적 진실인지도 사실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의혹과 의문의 뭉게구름은 어디에서건 피어날 수 있고, 어찌보면 그런 의혹과 의문의 뭉게구름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아무리 자진철회가 격려를 받는다손치더라도 논문 철회는 저자들한테는 큰 명예의 손상일 것이다. 어찌보면 논문 철회 이후에 쏠리는 의문과 의혹은, 결과적으로 오류가 담긴 논문을 과학자사회에 공표했다가 철회한 저자들이 운명적으로 져야만 하는 대가일 수도 있다(물론 적정한 대가를 넘어서는 가혹한 대가는 안 되겠지만).


그런데 이번 논란을 지켜보며 잘 이해되지 않는 점도 있다. 왜 미국에서 들려오는 반응과 국내에서 일어나는 반응은 이토록 극과 극처럼 엇갈리는 걸까? 용기있는 결정이라며 격려하는 반응과 한국인 저자들이 연구부정의 배경일 수 있다는 의혹 사이에는 어떤 갈림목이 있는 걸까? (논문 철회 이면의 다른 사실들이 드러나지 않고 현재 알려진 정보 수준에서만 판단할 때)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빚은 전문가의 아마추어리즘을 비판할 수 있지만, 그런 실수를 인정하고 논문 철회를 결정한 과정은 정상적 과학활동으로도 비쳐질 수 있다. 또한 다른 시선에서는 이미 이전에도 여러 연구부정 논란이 있었고 그때마다 제대로 분명하게 처리되지 못해온 국내 연구윤리의 풍토에서 ‘이번만은 정말 제대로 처리해보자’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일 수 있다. 이렇게 엇갈린 두 시선이 존재하고, 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은 이번 사안이 두 측면을 다 지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성격의 사안이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여전히 확실한 것은 없다. 논문에 실린 데이터나 이미지에서 조작의 근거나 흔적,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런 성격의 논란은 상대적으로 쉽게 연구부정 의혹을 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이번 경우처럼 실험 재료의 문제가 뒤늦게 확인돼 논문을 철회한다고 밝힌 경우에는 상황이 훨씬 더 복잡해질 것이다. 논문 철회의 이면에는 서로 다른 성격의 여러 배경과 원인들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논문 철회에 뒤따르는 저자들의 책임이 어느 정도가 되어야 적정한지에 관해서는 훨씬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이번 논문 철회의 이면에 있었을 여러 상황에 대해 더 많은 정보와 해명이 나오고 적어도 해당 분야 연구자사회에서 이해를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적어도 그런 과정은 뜻하지 않은 실험실 실수와 허점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경조휴가를 마치고서 뒤늦게 취재하고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몇몇 분들이 한국인 저자들을 대변하는 듯한 태도는 올바르지 않을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그런데도 이 글에서는 저자들의 반론을 될수록 충분히 싣고자 했는데, 이는 저자들을 대변하겠다는 뜻보다는 ‘논문 철회 = 논문조작’ 식으로 바라보는 무수한 시선 속에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던 저자들의 목소리를 이 작은 웹진매체를 통해서나마 전하는 게 공익적으로도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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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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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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