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석의 "과학만평 - 꽉 선생의 일기"

만화 그리기를 즐기는 해부학자 정민석 교수가 과학의 농담과 정담, 진담을 담은 과학만평을 그려 연재한다.

'꽉 선생' 실은 영어판 만화책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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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에 실리는 만평 ‘꽉 선생의 일기’의 작가인 정민석 아주대 의대 교수(해부학)가 그동안 그려온 네 칸 만화 631편을 영어로 번역해 엮은 책 <어내토미 코믹 스트립스(Anatomy Comic Strips, 해부학 연재만화)>를 펴냈다. 과학과 연구현장을 소재로 다룬 '꽉 선생의 일기' 외에 해부학을 다룬 '해랑 선생의 일기'를 함께 실었으며, 매체를 통해 발표하지 않은 작품들도 함께 실었다. 책은 국내 한미의학 출판사에서 출간됐으며 국내 온라인서점뿐 아니라 미국 아마존닷컴에서도 유통된다.


1년 동안 책 만드는 데 빠져 지냈다는 정 교수는 “애써 그린 만화를 외국 사람한테도 보여주고 싶었다”며 “꽉 선생의 일기도 300편을 채우면 한글 만화책을 따로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의 해부학과 과학 만화들은 국내외 학술지과 학술대회에서도 '만화를 통한 과학 소통과 교육'의 사례로서 발표됐으며, 최근엔 국내에서 발간되는 국제학술지 <해부학과 세포생물학(Anatomy & Cell Biology)>의 표지논문으로도 소개됐다.


아래는 정 교수와 이메일로 나눈 일문일답이다.


일문일답






사이언스온

정 교수님께서 오랜 동안 바라 오셨던 영어 만화책을 발간하셨군요. 조금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정민석

“고맙습니다. 2013년 4월에 영어 만화책(Anatomy Comic Strips)을 펴냈습니다. 이 책은 631편의 4칸 만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에서 해부학 만화가 451편이며, 이것은 먼저 그린 ‘해랑 선생의 일기’를 영작한 것입니다. 과학 만화가 나머지 180편이며, 이것은 사이언스온에 연재하는 ‘꽉 선생의 일기’를 영작한 것입니다.”


00anatomycomics.jpg 영어판을 따로 낸다는 건 쉽게 생각하기 힘들고 준비 과정도 쉽잖을 텐데, 영어 만화책을 내고자 애쓰신 동기가 궁금합니다.

“애써서 그린 만화를 외국 사람한테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가수 싸이는 조용필만큼 훌륭하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훨씬 유명합니다. 저는 조용필보다 싸이처럼 되고 싶었고, 따라서 영어 만화를 그린 것입니다. 옛날에는 내 연구의 영어 논문으로 유명해지고 싶었고, 지금도 그런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는 영어 논문보다 영어 만화가 유리한 것 같습니다.”


준비과정이 만만찮았을 텐데요, 얼마나,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쳤는지요.

“먼저 영작할 수 있는 만화를 추렸습니다. 900편 중에서 631편(70%)을 추렸는데, 나머지 30%는 우리말 말장난을 담고 있어서 영작할 수 없었습니다. 영어를 잘 하는 사람한테 번역을 시킨 다음에, 제가 영어를 다듬었습니다. 해부학과 과학의 지식, 경험 때문에 제가 다듬어야 했으며, 그 때 영어 동의어 사전을 닳을 만큼 많이 뒤졌습니다. 만화를 그리는 것이 논문을 쓰는 것보다는 쉽습니다. 그런데 만화는 다듬을 영어와 그림이 많아서 힘들었습니다. 1년 동안 만화책 만드는 데 빠져서 친구를 안 만났고, 그 탓에 외톨이가 되었습니다.”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걸로 아는데, 영어판 발간 이후의 소감이 궁금합니다.

“영어 만화책을 아마존을 통해서 팔고 있는데, 별로 팔리지 않아서 아쉽습니다. 첫째 까닭은 영어 만화가 모자랐기 때문이고, 둘째 까닭은 영어 만화를 제 홈페이지(anatomy.co.kr)와 페이스북에서 모두 공짜로 보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돈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서 후회하지 않습니다. 출판사한테 미안할 뿐입니다. 그래도 언젠가 더 알려지면 영어 만화책이 팔리고, 외국 책방에 꼽힐 것으로 기대합니다. 책은 홈페이지와 달리 차례 기능, 찾아보기 기능이 있어서 보기 편리합니다.”


예전에도 과학 만평을 다룬 논문을 정식 학술저널에 발표하신 적이 있는데, 그 이후에도 여러 군데에서 발표를 해오셨군요. 꽉 선생이 그동안 어디에 어떻게 소개되었는지 소식 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00anatomycomics2.jpg “제 만화를 소개한 영어 논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 Park JS, Kim DH, Chung MS: Anatomy comic strips. Anat Sci Educ 4: 275-279, 2011

· Kim DH, Jang HG, Shin DS, Kim SJ, Yoo CY, Chung MS: Science comic strips. J Educ Learn 1: 65-71, 2012

· Shin DS, Kim DH, Park JS, Jang HG, Chung MS: Evaluation of anatomy comic strips for further production and applications. Anat Cell Biol 46: 210-216, 2013

첫째 학술지는 SCIE에 속하고, 나머지 학술지는 그렇지 않습니다. 셋째 학술지는 제 논문을 표지 논문으로 골랐습니다. 학술지 표지에 만화가 있다는 것이 놀랍지 않습니까? 한편 저는 국제 학술대회에서 제 만화에 관한 구연 발표, 포스터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웃겨야 살아남는다는 기분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꽉 선생의 일기를 보다 보면, 어떤 때에는 깐깐한 선생님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어떤 때에는 허허실실의 헛웃음을 자아내는 이른바 썰렁개그 같기도 합니다. 어떤 때엔 유용한 도움말을 주시고, 어떤 때엔 두루 공감하기 어려운 난감한 주제를 다루기도 하지요.

“제 만화의 단점은 한결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꽉 선생이 어느 편에서는 심각하고, 어느 편에서는 우스꽝스럽습니다. 그래서 독자가 각 편마다 다르게 느낄 것입니다. 다른 단점은 주관적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개인 생각을 거르지 않고 만화에 담았습니다. 그래서 동감하는 독자도 있고, 그렇지 않은 독자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꽉 선생의 일기’를 어린이가 아닌 어른을 위해서 그렸고, 어른 독자는 각자 알아서 받아들이면 된다고 봅니다.”


벌써 사이언스온 연재물이 190회를 넘겼는데, 꽉 선생이라는 주인공 인격체가 지닌 성격을 소개해주신다면… 꽉 선생은 어떤 성격의 소유자일까요.

“한 마디로 꽉 선생은 야비합니다. 사이언스온에 연재를 시작하면서 쓴 글입니다. “저의 아바타인 꽉 선생은 노는 것을 좋아하고, 술처럼 몸에 해로운 것을 즐깁니다. 게을리 연구하면서도 많이 뽐낼 궁리를 하며, 따라서 다른 과학인과 대학원 학생을 등쳐먹습니다. 이처럼 공짜를 좋아하는 꽉 선생은 머리가 벗겨졌으며, 실제 저도 그렇습니다. 만화 주인공은 자기를 그린 만화가를 따르고, 만화가는 자기가 그린 만화 주인공을 따릅니다. 저는 본래 야비했는데, ‘꽉 선생의 일기’를 그린 다음부터 더 야비해진 것 같습니다.”


독자 반응은 어떻게 접하고 계신지요?

“사이언스온의 댓글이 저한테 중요한 독자 반응입니다. 요즘에는 댓글이 별로 없는데, 제 만화가 모자란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다른 만화에 댓글을 달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이 제 만화에 댓글을 달지 않는다고 섭섭하게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말 없는 독자가 훨씬 많고 중요하다고 봅니다.”


만화 작업과 관련해 품고 계신 새로운 계획이 있으신지.

“만화를 잇달아 그리고 있습니다. 사이언스온에서 연재하는 ‘꽉 선생의 일기’가 올해 말에 200편입니다. 저는 이미 250편을 그려서 투고하였고, 60편을 더 그려서 다듬고 있습니다. 검열에 걸리는 것을 빼고 알맞게 추가하면 300편이 될 것입니다. 300편을 채우면, 한글 만화책을 펴내서 용돈을 벌고 싶습니다. 역시 기대한 만큼은 안 팔리겠지만, 안 팔려도 저는 안정된 직장이 있어서 괜찮습니다. 만화를 잇달아 그리려면, 뛰어난 재능이 있어서 만화로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안정된 직장이 있어서 만화로 돈을 벌 필요가 없어야 합니다. 만화를 그리고 싶은 중고등학생, 대학생한테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물론 영어 만화도 잇달아 그릴 것입니다. 한국에서 많이 유명해지는 것보다 세계에서 조금 유명해지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유명해지려면, 사이언스온한테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유명해지려면, 사이언스온한테 부탁할 것이 없습니다. 사이언스온이 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이언스온을 키우겠다는 것이 저의 다짐입니다. ‘꽉 선생의 일기’를 기획하고 연재해 준 사이언스온한테 고마워하면서도, 이렇게 잘난 척하는 것이 저와 꽉 선생의 또 다른 성격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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