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저1호, 태양계 벗어나 비행중" -나사 공식발표

  태양계 비행 36년 만에  

"태양에서 190억km 멀어져...태양풍 영향 벗어나"

나사쪽, 2012년 8월부터 태양계 벗어났을 것 판단


00voyager2.jpg » 태양풍의 영향이 끝나는 태양계 경계를 막 벗어나는 보이저 1호를 보여주는 상상화. 뒤에 날아오는 보이저 2호도 보인다. 출처/ NASA  


‘태양계 너머 미지의 우주공간으로.’

지구를 떠나 36년 동안 태양계 우주 여행을 계속해온 무인 우주탐사선 보이저 1호가 태양풍의 영향이 미치는 태양계를 벗어나 성간공간(항성과 항성 사이의 우주공간)에 들어섰다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가 12일(현지시각) 공식 발표했다. 나사의 보이저 연구자들은 이날 발행된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관측 결과를 보고했다. 6월 말 나사 연구팀이 보이저 1호가 태양계와 성간공간의 점이지대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사이언스>에 보고한 지 2달 여만의 새로운 소식이다.


나사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공식적으로 보이저 1호는 성간공간 모험에 나선 최초의 인공물이 됐다”며 “36년 동안의 탐사로 보이저 1호는 현재 태양에서 190억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나아갔다”고 밝혔다.


['보이저 1호, 성간공간에 도달하다' 제목의 나사 제공 영상. 출처/ NASA]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뉴스의 첫머리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태양계 끝을 향해 36년 동안 날아간 보이저 1호 우주탐사선은 센서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에너지도 점점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성간공간의 심연으로 들어갔다. 적어도 이런 사실은 보이저 임무수행팀 연구자들 사이에서 합의된 견해다. 이번 주에 4명의 임무수행팀 연구자들은 결정적이라고 여겨지는 보이저 1호의 새로운 데이터를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즉 우주탐사선은 하전입자의 태양풍으로 인해 거품(bubble)처럼 부풀어 있는 태양권(heliosphere)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이제 보이저는 지구에서 해왕성 궤도보다 6배나 더 먼 거리로 멀어져 지구의 어떤 물체도 가본 적 없는 곳을 여행하고 있다.”

☞ 태양계 경계

‘태양계가 끝나고 성간공간이 시작되는 경계선’이 태양계 경계이다. 그러나 단 하나의 정의만이 있는 건 아니다. 태양풍의 영향이 끝나는 곳을 경계로 보기도 하며, 태양 중력의 영향이 끝나는 곳을 경계로 보기도 한다. 이번 발표는 태양풍의 영향을 기준으로 삼은 태양계 경계를 보이저 1호가 벗어났음을 밝힌 것이다. 나사는 이날치 보도자료에서 태양계를 벗어났다고 밝히면서도 "보이저 1호가 태양의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성간공간에 언제쯤 들어설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도널드 거넷 미국 아이오와대학 교수를 비롯해 보이저 임무수행팀 연구자들은 <사이언스>에 보고한 논문에서 “여러 관측 결과들은 보이저 1호가 태양권 경계면(heliopause)을 지나쳐서 가까운 성간 플라스마로 들어갔다는 강력한 증거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들은 결정적인 근거로 “2013년 4월 9일 보이저 1호의 플라스마 진동 관측장비에 국지적으로 생성된 약 2.6 kHz의 전자 플라스마 진동이 검출되기 시작했다. 이런 진동 주파수는 성간공간 매질에서 예상되는 전자밀도 수치에 매우 가까운 대략 0.08 cm-3 전자밀도에 상응하는 것”이라는 주요한 관측 결과를 제시했다.

☞ 플라즈마

흔히 ‘물체의 제4상태’라고 불린다. 고체에 에너지를 가하면 액체, 기체로 되고 기체 상태에 높은 에너지를 가하면 기체는 전자와 이온화된 입자로 분리되어 플라즈마 상태가 된다.


이런 주요 관측결과는 우연한 기회와 새로운 착상으로 얻은 값진 데이터였다고 나사의 보도자료는 전했다. 보이저 1호에는 성간공간 여부를 가려줄 플라즈마 환경을 직접 측정할 센서가 없었던 터라, 다른 방식으로 보이저 1호 주변의 플라즈마 환경을 측정해야 했다. 2012년 큰 규모의 태양표면 폭발과 그로 인해 생긴 태양풍이 좋은 기회가 됐다.


“보이저 1호에는 작동되는 플라즈마 센서가 없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우주탐사선이 지금 어떤 공간에 있는지 분명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우주탐사선 주변의 플라즈마 환경을 측정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2012년 3월에 태양 표면에서는 대량의 태양풍과 자기장을 분출하는 이른바 ‘코로나 질량 분출(CME)’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 사건이 과학자들한테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했다. 태양에서 온 이 뜻밖의 선물은 보이저 1호가 있는 지점에는 13개월 뒤에 도착했다. 2013년 4월 우주탐사선 주변의 플라즈마는 바이얼린 줄처럼 진동하기 시작했다. 4월 9일 보이저 1호의 플라즈마 진동 관측장비가 이런 운동을 검출했다. 진동의 고저 덕분에 과학자들은 플라즈마 밀도를 확정할 수 있었다. 독특한 진동은  태양권 끝에 있을 때보다 40배나 더 큰 밀도의 플라즈마 환경에 이 우주탐사선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종류의 밀도는 성간 우주공간에서나 예상할 수 있는 그런 것이다.”


플라즈마 진동을 분석하면서, 연구팀은 훨씬 더 이전 시기에도 미약하긴 하지만 이미 이런 독특한 진동이 있었음을 찾아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보이저 1호가 2012년 8월 처음으로 성간공간에 진입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런 결과에 따르면 보이저 1호는 1년 전에 태양풍의 영향권이 미치는 경계를 벗어나 이미 성간공간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이저 1호는 지금 안녕할까? 서른여섯 살의 이 우주탐사선은 지금도 지상과 신호를 주고받고 있다. 나사의 보도자료를 보면, 나사는 날마다 보이저 1·2호와 교신하고 있는데, 다만 보이저 1호의 신호는 매우 미약하고 1초당 160비트 정도의 데이터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190억 킬로미터 떨어진 보이저 1호가 보내는 신호는 빛의 속도로 대략 17시간을 날아와 나사의 딥스페이스관측소에 수신된다. 설계수명을 훨씬 넘기고도 작동하고 있는 보이저 1호는 2020년까지 정상 작동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태양계를 벗어난 인류의 첫 인공물로 기록된 보이저 1호는 태양계 너머에서 인류와 교신하며 태양계 너머의 정보를 보고하며 어디까지 날아갈 수 있을까? 새로운 관심거리다.


쌍둥이 우주탐사선인 보이저 1호와 2호는 1977년 발사된 이래 그동안 목성과 토성, 천왕성과 해왕성을 지나며 탐사하는 임무를 다 마친 뒤에도 거뜬히 작동해, 1990년부터 태양계 바깥 쪽으로 비행을 계속해 왔다. 목성·토성 관측만 하고서 태양계 바깥을 향해 날아간 보이저 1호와 달리, 천왕성·명왕성 관측 임무를 수행한 보이저 2호는 1호에 비해 30억 킬로미터 뒤쳐져 비행하고 있다.



7월2일치 기사에 실렸던 참고자료를 이곳에 옮겨 싣는다.

보이저 호에 실린, 지구 알림이 ‘골든 레코드’


00goldenrecord.jpg 태양계 끝을 지나 우리은하의 드넓은 공간으로 나갈 우주탐사선 보이저 호에는 혹시라도 만날지 모를 외계생명체한테 지구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될만한 정보 기록물이 실려 있다. 금으로 도금한 12인치 지름의 축음기용 동판 레코드다. 여기에는 사람, 교실, 디엔에이 구조, 수치연산 등 지상의 풍경을 보여주는 115장의 사진영상이 담겼으며 또한 바람, 천둥, 새, 고래, 아기 우는 소리처럼 다양한 지상의 소리도 담겼다. 여러 나라의 음악을 선곡해 실었으며 쉰다섯 가지 언어의 인삿말이 담겼다. '안녕하세요?'라는 우리말 인사말도 눈에 띈다. 미국 대통령과 유엔 사무총장의 메시지도 실렸다. 레코드에 담을 내용을 선별하는 작업에는 천문학자 칼 세이건(1934-1996) 등이 참여했다.

이미지 http://voyager.jpl.nasa.gov/spacecraft/scenes.html
소리 http://voyager.jpl.nasa.gov/spacecraft/sounds.html
음악 http://voyager.jpl.nasa.gov/spacecraft/music.html
인사말 http://voyager.jpl.nasa.gov/spacecraft/greetings.html (우리말 “안녕하세요?”)  


보이저 1·2호 약사

 (출처: http://voyager.jpl.nasa.gov/)

00voyager3.jpg » 쌍둥이 우주탐사선 보이저호. 출처/ NASA

  • 1977년 보이저 2호, 1호 잇따라 발사
  • 1979년 보이저 1, 2호, 각각 목성 부근 관측비행
  • 1980년 보이저 1호 토성 부근 관측비행, 이후 태양계 바깥 향해 비행
  • 1981년 보이저 2호 토성 부근 관측비행
  • 1986년 보이저 2호 천왕성 부근 관측비행
  • 1988, 89년 보이저 2호 해왕성 부근 관측비행, 이후 태양계 바깥 향해 비행
  • 1990년 보이저 1, 2호, ‘보이저 성간탐사 임무(VIM)’ 개시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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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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