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정다면체’ 효과일까? 안정상태 은나노입자 합성

미국과 중국 연구팀 각각 나노입자 새로운 대량합성법 개발

정12면체-정20면체 대칭구조와 황성분 화합물 안정적 결합


00silvernano1.jpg » 화학적 안정성을 갖춘 은 나노입자의 구조. 나노입자의 구조를 보면, 은 원자 32개로 이뤄진 중심부는 20개 원자로 이뤄진 정12면체(초록)와 다시 그 안에 12개 원자로 이뤄진 정20면체(빨강)로 구성됐으며, 바깥쪽에 12개 은 원자가 붙어 총 44개 원자가 하나의 은 입자를 이뤘다. 출처/ 윤복원, Nature


노입자의 세계에서도 금은 ‘금값’에 어울리는 대우를 받는 것 같다. 금 나노입자는 비교적 쉽게 제어할 수 있는 화학적 안정 상태를 유지하는 덕분에 광학, 전기, 촉매 특성을 이용하는 여러 쓰임새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에 은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쉽게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불안정한 성질 때문에 응용 분야의 제한이 컸기 때문이다.


최근에 화학적으로 안정된 은 나노입자를 대량 생산하는 기법이 미국과 중국 연구팀에서 각각 동시 개발되면서, 금의 그늘에 가려 있던 은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두 연구팀은 대칭 구조를 이루는 은 원자 44개가 보호층을 이루는 황 성분의 화합물(티올레이트)과 결합해 화학 반응을 잘 일으키지 않는 은 나노입자의 제조방법을 찾아냈다.


미국 톨레도대학과 조지아공대의 공동 연구팀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낸 논문("초안정적 은 나노입자")에서, 은(Ag) 원자 44개를 특정한 방식으로 티올레이트라는 황화합물로 보호해 본래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은 나노입자를 매우 안정적인 상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은 나노입자는 마치 불활성 기체 원자 하나처럼 매우 안정적인 성질을 띠었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새로운 은 나노입자 합성법의 개발과 그 결정구조의 측정은 톨레도대학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은 나노입자 구조에 대한 계산과 이론적 분석은 조지아공대 연구팀이 수행했다.


00YBW22.jpg » 윤복원 조지아공대 연구원(물리학 박사).논문의 공저자로 참여한 윤복원 조지아공대 연구원(물리학 박사)은 한겨레 사이언스온과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은 원자는 홀수인 11개 전자를 지니는데 짝을 이루지 않은 가장 바깥쪽 전자는 쉽게 화학 반응에 참여해, 은 나노입자는 본래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성질을 지닌다”면서 “이번에 제시된 새로운 나노입자는 독특한 구조로 결합해 은 나노입자의 안성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이 나노입자의 구조(맨위 그림)를 보면, 은 원자 32개로 이뤄진 중심부는 20개 원자로 이뤄진 정12면체(초록)와 다시 그 안에 12개 원자로 이뤄진 정20면체(빨강)로 구성됐으며, 바깥쪽에 12개 은 원자가 붙어 총 44개 원자가 하나의 은 입자를 이뤘다. 또한 32개 원자의 중심부는 티올레이트라는 황화합물 구조가 은 원자와 결합하며 둘러싸 보호층을 이루고 있다. 외곽의 2황 원자들(밝은 노랑)은 약간 뒤틀린 이중절단 정6면체 구조를 띠며, 가장 바깥쪽에 있는 황 원자 6개(어두운 노랑)는 정8면체 구조를 띤다. 이른바 ‘플라톤 정다면체’ 5종 중에서 정4면체를 뺀 정6면체, 정8면체, 정12면체, 정20면체가 은 나노입자 안에 대칭을 이루는 구조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매우 대칭적인 기학학적 구조가 화학적 안정성을 갖추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한다”고 덧붙였다.

00polyhedron2.jpg » 정다면체로는 다섯 종류만이 존재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많은 연구를 남겨 '플라톤 다면체'라고 불린다. 왼쪽부터 정사면체(꼭지점 4개), 정육면체(8개), 정팔면체(6개), 정이십면체(12개), 정십이면체(20개).  

한편, 이와 마찬가지로 은 원자 44개를 이용해 안정적인 은 나노입자를 개발한 중국 샤먼대학 등 연구팀의 연구결과도 거의 같은 시기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됐다. 두 연구팀이 제시한 은 나노입자의 기본 구조는 거의 같으나 합성방법 등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은 금에 비해 매우 싸고 경제적이지만 화학적으로 불안정해, 훨씬 안정적인 금 나노입자가 여러 분야에서 쓰임새를 넓혀 왔다. 이 때문에 이번에 안정적인 은 입자의 대량 제조법이 발표됨에 따라 은 나노입자의 쓰임새가 넓어지리라고 <네이처>는 전망했다. 영국 방송 <비비시(BBC)>도 은 나노입자가 화학적 안정성을 갖춰 새롭게 주목받게 됐다고 보도하면서도, 은 나노입자의 화학적 안정성이 오히려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함께 전했다. 이에 대해 윤 연구원은 "보호된 은 나노입자가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어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 것을 환경 위험과 연관시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사실 그동안 나노입자는 화학적 안정성을 지녀 위험성이 있다기보다 오히려 특정 환경에서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많이 거론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은 나노입자의 경우 일반 환경에서 화학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인체 안과 같은 특정 환경에서 어떤 화학적 또는 물리적 반응을 하는지는 장기간 시험을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부분"이라며 "나노입자의 환경적, 생물학적 영향에 관한 연구도 많은 곳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은 나노입자는 빛을 흡수하면 전자 이동·방출 같은 변화를 일으키는 광학적 성질을 지니기 때문에 이번에 개발된 안정적인 은 나노입자는 태양전지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윤 박사는 “적은 양의 은을 이용해 적은 비용으로 합성한 수많은 단일 크기의 은 나노입자들을 적절히 배치하면, 각각의 은 나노입자가 독립적으로 특정 파장 범위의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효율을 크게 증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조] 윤복원 박사 일문일답   

다음은 이번 나노입자의 플라톤 다면체 구조와 관련한 응답 부분만을 따로 정리한 것입니다. 전문용어들이 자주 등장하지만 참조자료로서 그냥 두었습니다.




플라톤 다면체가 나노입자 연구개발에서는 중요하게 다뤄지는지요?

"자연에서는 대칭적이고 구(sphere)에 가까운 모양이 구조적으로 더 안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자구조에서 전자껍질(electronic shell)을 채우는 것과 맞물려 화학적 안정성도 증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나노 구조에서 플라톤 다면체는 자주 발견됩니다(정12면체의 경우는 별로 발견되지 않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변 경우처럼 여러 플라톤 정다면체가 한 구조 안에 동시에 포함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경우여서 전자구조의 안정성과 함께 주목받는다고 보실 수 있습니다."


특별히 4종류의 정다면체가 이번 은 나노입자에 구현된 것은 이례적인 것인지요?  정다면체가 나노입자 구조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플라톤 다면체는 구조적으로 매우 안정적이어서 중요하고, 이번 경우에는 이런 기하학적으로 매우 대칭적인 구조가 완전히 채워진 전자껍질(electronic shell)과 바로 위에 있는 빈 전자껍질 사이의 에너지 갭을 크게 해 화학적으로 더 안정적이게 하는 데 일조하기 때문에 더 중요한 경우입니다. 물론 저비용 대량 합성기술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은 나노입자의 구조를 보여주는 그림(이 기사의 맨 위 그림)을 설명해주십시오.

"정12면체 안에 정20면체가 들어가 있는 구조입니다. 노란색으로 된 외곽의 약간 뒤틀린 이중절단 정육면체는 황 원자들입니다. 이중절단 정육면체 구조를 보여주기 위해 막대로 연결해 마치 황 원자들이 은 나노입자 중심부를 '둘러싸고 얽매어두고 있는 구조'로 보이지만, 좀 더 엄밀하게 말씀드리면 노랑색 황 원자의 사각형(S4)과 그 위에 두 개의 파랑색 은 원자(Ag2) 그리고 그 위에 하나의 어두운 노랑색 황 원자(S)와 함께 Ag2S5(=S4+Ag2+S) 단위의 덮어씌우는(capping) 구조 6개가 은 나노입자 중심부를 덮는 구조입니다. 각각의 황 원자는 p-mercaptobenzoic acid (p-MBA : C7H5O2S)를 이룹니다. 6개의 최외곽 황 원자(어두운 노랑색)들은 플라톤 입체의 하나인 정8면체(octahedron)를 이루고 있습니다. 추가로 이번 논문에 언급되지 않은 플라톤 입체 중의 하나인 정사면체(tetrahedron)는 많은 4원자 분자(tetramer)에서 볼수 있지만 좀 더 큰 나노입자에서도 일부 볼 수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Lai-Sheng Wang교수팀이 2003년에 사이언스 논문에 발표한 20개 원자로 만들어진 금 나노클러스터(gold nanocluster)가 있습니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 구글
  • 카카오
  • 싸이월드 공감
  • 인쇄
  • 메일
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알림] 사이언스온이 미래&과학으로 바뀝니다[알림] 사이언스온이 미래&과학으로 바뀝니다

    뉴스사이언스온 | 2017. 12. 11

    미래/과학/기술/환경 뉴스와 비평, 연재물 서비스사이언스온 옛 글들은 지금처럼 접근 가능합니다 독자님들께안녕하세요. 그동안 작은 도전이었던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의 필자들을 격려해주시고 또 웹진을 사랑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

  • “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언어사용 패턴은, 몸의 스트레스 보여주는 지표”

    뉴스오철우 | 2017. 11. 07

    특정 언어사용패턴과 스트레스 관련 유전자발현 사이에 ‘상관성’“무의식적 언어패턴이 의식적 자가보고보다 측정정확도 더 높아” 일상언어 사용의 패턴이 말하는 이 자신도 잘 모르는 몸의 스트레스 반응을 알려주는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는 연구결...

  • 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꾼다

    뉴스오철우 | 2017. 11. 07

    ※ 이 글은 한겨레 11월6치 '미래&과학' 섹션 지면에 실렸습니다. 지면 편집 과정에서 분량을 줄이기 이전 원고를 사이언스온에 올립니다. 편집 과정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다.정교해진 유전자가위염기 하나만 바꿔치기[미래&과학] 주목받는...

  • ‘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 수학적으로’

    뉴스오철우 | 2017. 11. 03

    수학적 모형 분석 논문 ‘눈길’세포간 경쟁과 선택, 노화와 암의 ‘딜레마’ 같은 상호관계 다뤄‘노화는 불가피하다. 논리적으로도, 이론적으로도, 수학적으로도 노화를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노화를 일정 정도 늦출 순 있어도 멈출 순 없다는 ...

  • 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염기 하나만 바꾸는 단일염기 수정기법의 '확장'

    뉴스오철우 | 2017. 10. 26

    시토신-구아닌 쌍을 티민-아데닌 쌍으로 ‘점 수정’ 이어아데닌-티민 쌍을 구아닌-시토닌 쌍으로 수정기법 개발하버드대학 리우 교수와 MIT 펑 장 교수 각각 성과 발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법의 기본 원리를 이용하되 디엔에이(DNA) 두 가닥을 ...

자유게시판 너른마당

인기글

최근댓글

트위터 팔로우

sub2 untitl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