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인간뇌 닮은 '미니 뇌' 조직 만들어

오스트리아·영국 연구팀, 환자 피부서 얻은 줄기세포 이용

대뇌 발달·구조 비슷하게 재현..뇌와 질환 연구모형용 개발


00brain1.jpg » 실험실 배양액에서 만들어진 인간 대뇌 유사기관의 단면. 지름 4mm 정도로 작은 콩알 크기다. 출처/ Madeline Lancaster


간 줄기세포에 적절한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고 분화 조절을 했더니 이 줄기세포가 인간 뇌와 비슷한 신경세포 조직으로 성장했다고 오스트리아 연구자들이 보고했다. ’대뇌 유사기관’으로 불리는 4밀리미터 크기의 신경세포 조직은 인간 뇌의 발달과정과 뇌 질환·장애를 연구하는 데 연구모델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원(AAS)의 위르겐 크노블리히(Juergen Knoblich) 연구팀은 영국 연구자들과 함께 어른의 피부세포(피부 섬유아세포)를 이용해 폭넓은 분화능력을 갖춘 역분화 줄기세포(iPS)를 만든 다음에, 다시 줄기세포가 분화하는 경로를 적절히 조절해 인간 대뇌와 비슷한 신경세포 조직으로 성장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저널 <네이처>에 논문으로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만든 신경세포 계에 ‘대뇌 유사기관(cerebral organoid)’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대뇌 유사기관은 연구팀이 찾아낸 특별한 배양 조건에서 2개월 만에 최대 크기인 지름 4밀리미터 정도로 성장했다. 보통 완두콩보다 약간 작은 크기인 유사 뇌는 대략 9주 된 태아 뇌 정도의 크기라고 한다. 연구팀은 대뇌 유사기관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산소와 영양이 성장하는 조직 안쪽의 신경세포들에도 골고루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특별한 배양 기법을 사용했다. 뇌 유사기관은 최장 1년 간 생존했다.


이렇게 성장한 대뇌 유사기관에선 해마, 피질, 망막 같은 여러 부분들이 상호의존을 유지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복잡한 인간 뇌 구조를 형성한 것으로 관찰됐으며, 많은 신경세포들이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대뇌 유사기관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인간 대뇌 발달 단계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방사아교 줄기세포(radia glial stem cells)'가 다량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처럼 구조와 발달 과정에서 대뇌 유사기관이 인간 뇌의 특징과 유사함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기형으로 작은 뇌를 지니는 뇌 질환(microcephaly, 소두증) 환자의 세포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이용해 기형 뇌 질환의 유사 뇌 모델을 만들었으며, 이 유사 뇌 모델에서 질환의 원인이 신경세포의 미성숙 분화 때문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이처럼 환자맞춤형으로 뇌 유사기관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 개인의 뇌 질환을 연구하는 데에도 유사 뇌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과학언론 <사이언스 뉴스>가 보도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일반적으로는, 이런 유사 뇌 모형이 매우 복잡한 인간 뇌의 초기 분화와 발달 단계를 실험실 조건에서 더 자세히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뇌 유사기관이 인간 뇌를 연구하는 데 진전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번 연구성과가 인간의 실제 뇌를 곧바로 재현하는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다. 당연히 실험실의 배양액에서 만들어진 유사 뇌는 실제 뇌와 같지 않다. 유사 뇌 조직은 인간 뇌와 비슷한 부분들을 독립적으로 갖추고 있으나 잘 짜인 정교한 인간 뇌처럼 조직화되지 않은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실제 뇌와 달리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혈관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네이처>와 <사이언스 뉴스> 보도에서 연구자들은 “전반적으로 보면 유사기관과 뇌는 같지 않지만, 그렇더라도 유사기관의 신경계는 나름의 쓸모 있는 유사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논문 초록(번역)



“인간 뇌의 복잡성 때문에 많은 뇌 질환을 모델동물을 이용해 연구하기는 어렵다. 이로 인해 인간 뇌 발달의 실험실(in vitro) 모델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번에 우리는 인간의 다분화능(pluripotent)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3차원의 유사기관(organoid)의 배양 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이에 대뇌 유사기관(cerebral organoids)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기관은 비록 서로 의존적이기는 하지만 독립된 여러 가지 뇌 영역들(regions)로 성장했다. 여기에는 대뇌 피질도 포함돼 있는데, 그것은 성숙한 피질 신경세포의 아형들(cortical neuron subtypes)을 조직하고 생산하는 전구세포 군집을 함유하고 있다. 더욱이 대뇌 유사기관은 인간 피질 발달의 특징, 즉 많은 수의 외부 방사아교 줄기세포(radia glial stem cells)를 지닌 독특한 전구세포 지대(zone)의 조직화를 단계별로 재현하는(recapitulate) 것으로 나타난다. 마침내, 우리는 아르엔에이(RNA) 간섭 기술과 환자맞춤형으로 유도된 다분화능 줄기세포를 사용해서 기형 소두증(microcephaly) 뇌 질환의 모형을 만들었는데, 이는 실험용 쥐에서는 발달단계를 재현하기 힘든 그런 질환의 모델이다. 우리는 이 환자 유래의 대뇌 유사기관에서 신경세포가 미성숙 분화를 한다는 것을 입증했는데, 이런 원인이 이 질환의 표현형(phenotype)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이런 데이터는 3차원 유사기관이 이처럼 매우 복잡한 인간 조직에서도 발달단계와 질환을 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논문 초록에서)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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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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