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전 고대 이집트인, 귀금속 공예 재료로 운석 사용

연구자들 "철 제련에 2000년 앞서 견고한 운석금속 다룰 줄 알았던듯"


00egypt2.jpg » 5000년 전의 고대 이집트 유물로 출토된 아홉 개의 금속 목걸이구슬 중 일부. 심하게 부식된 상태다. 출처/ Thilo Rehren et al.,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2013)


5000년 전 고대 이집트인들이 만들었던 귀금속 공예품의 재료 중 일부는 우주 공간을 떠돌다 지구에 떨어진 운석 금속인 것으로 분석됐다. 철-니켈 합금의 견고한 운석 금속을 공예품 재료로 다룰 줄 아는 기술이 철 제련이 시작된 때보다 2000년이나 앞서 이집트 금속공예 장인들 사이에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들은 풀이했다.


이런 분석은 이집트 북부의 기제(Gerzeh) 지역에 있는 고분에서 출토된 금속 목걸이구슬 공예품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서 나왔다. 카타르 칼리파대학과 영국, 헝가리, 프랑스 등의 연구자들(책임저자 Thilo Rehren)은 이런 연구 결과를 <고고과학 저널(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논문은 공개접근(Open Access)이 허용돼 누구나 전문을 볼 수 있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중성자와 엑스선을 이용해 이미 심하게 부식된 상태인 고대 이집트 금속 구슬을 분석해 보니 “구슬들의 성분이 운석에서 유래한 금속의 성분과 일치했다" "운속 철을 얇은 막으로 만든 다음에 그것을 대롱에다 말아 집어넣는 섬세한 두드림질(hammering)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방사선인 중성자 빔이나 엑스선을 물체에 쏘아 내부 구조와 성분을 보여주는 영상과 데이터를 얻는 방법인 ‘중성자 투과 비파괴 검사(중성자 영상법, neutron radiography)’와 엑스선 영상법을 주로 이용했다.


연구팀은 이런 분석 결과는 5000년 전 이미 운석 금속을 다루는 세공 기술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며, 이는 철 제련 기술보다 2000년가량 앞선 시기에 견고한 운석 금속 재료의 공예 작업이 이뤄져 이후 철 가공 기술의 토대가 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했다. 

00egypt1.jpg » 고대 이집트의 목걸이 공예품. 청금석(lapis lazuli), 금, 홍옥수(carnelian) 같은 다른 진기한 재료들로 만들어진 목걸이(왼쪽, 오른쪽)와 목걸이의 또 다른 재료로 쓰였던 운석 금속 구슬(가운데). 출처/UCL Petrie Museum, Rob Eagle

논문 초록(번역)


00egypt3.jpg » 중성자 빔으로 투과해 보여주는 운석 금속 구슬의 영상. 출처/ Thilo Rehren et al.,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2013)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금속공예품은 적어도 기원전 3200년 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홉 개의 작은 목걸이구슬이다. 이것은 이집트 북부의 기제(Gerzeh) 지역에 있는 두 무덤에서 출토됐다. 우리는 이 구슬들이 운석 금속으로 만들어졌으며 그 모양이 금속철을 박막으로 만든 다음에 그것을 대롱(tube)에 말아 넣는 섬세한 두드림질(hammering)에 의해 이뤄졌음을 밝힌다. 이번 연구는 중성자와 엑스선 방법이 철 금속이 완전 부식한 뒤에도 그 재료의 성질을 확인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철 구슬은 청금석(lapis lazuli), 금, 홍옥수(carnelian) 같은 다른 진기한 재료들과 함께 구슬로 꿰어졌다. 이는 운석 철이 귀금속이나 보석과 나란히 특별한 재료의 지위를 누렸음을 보여준다. 이 연구의 결과는 기원전 네 번째 천 년 시기에 이미 금속작업자가 운석 철의 세공에 숙련돼 있었음을 확인해준다. 운석 철은 더 일반적인 작업 대상이었던 구리보다도 훨씬 더 견고하고 더 부스러지기 쉬운 철-니켈 합금이다. 이는 금속작업자가 철 제련을 도입할 무렵에 이미 그에 앞서 2000년 동안 운석 철의 고열 작업에 대한 경험을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 넓은 의미를 지닌다. 이런 지식은 철 제련(iron smelting) 기술의 발전에 중요하다. 철 제련은 견고하게 만드는 과정으로 금속을 생산하는데, 그러므로 주로 쓰는 실용적 금속으로서 구리와 동을 대체하려면 이런 능력이 있어야 했다.”(논문 초록에서)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한겨레 과학웹진 사이언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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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한겨레신문사 과학담당 기자, 사이언스온 운영
1990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해 편집부, 사회부, 문화부, 생활과학부 등을 거쳤으며 주로 과학담당 기자로 일했다. <과학의 수사학>, <과학의 언어>, <온도계의 철학> 등을 번역했으며, <갈릴레오의 두 우주체제에 관한 대화>를 썼다.
이메일 :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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